북한의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북한언론 뒤집어보기 최민석입니다. 북한이 최고인민회의 제12기 6차회의에서 중대한 경제개혁이 발표될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보기 좋게 빗나갔습니다.
정영기자, 오늘 다룰 북한언론 뒤집어보기 주제는 무엇입니까,
정영: 조선중앙TV를 비롯한 북한 매체들은 최고인민회의에서 소학교 기초교육 기간을 1년 더 늘여 12년제의무교육제도로 바꾸었다고 보도했습니다. 김정은 체제가 시작된 이래 시행되는 첫 작품인 만큼 북한 내외에서 관심도 많은데요, 오늘 시간에는 북한의 12년제 의무교육제도가 다른 나라의 교육제도와 어떻게 다른지 알아보겠습니다.
최민석: 요즘 좀 산다 하는 나라들은 12년제 의무교육 제도를 실시하고 있는 나라가 많지요? 그런데도 북한매체가 보도하는 것을 보면 12년제 의무교육제도에 대한 자부심이랄까, 자랑 같은 것이 많은 것 같습니다.
정영: 그렇습니다. 조선중앙텔레비전의 보도를 직접 들어보겠습니다.
<녹취/ 조선중앙TV>: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 정령. 전반적 12년제 의무교육을 실시함에 대하여…
최태복 최고인민회의 부의장은 이번 조치가 “김정은 동지의 숭고한 조국관, 후대관, 미래관이 집약돼 있는 중대한 조치”라며 말해 사실상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첫 ‘작품’임을 강조했습니다.
그런데 미국이나 OECD국가, 특히 서방국가들은 이미 12년제 의무 교육을 실시한지 꽤 되었습니다.
미국의 경우를 보겠습니다. 미국은 초등학교 6년, 중학교 2년, 고등학교는 4년제로 모두 12년이 의무교육인데요, 공립학교, 그러니까 국가가 세운 학교는 무료로 운영되고 있지요. 어떻습니까, (최민석: 점심값 빼고는 거의 공짜입니다. 물론 어려운 가정들은 점심값도 무료로 제공해 줍니다.)
한국의 경우에는 초등학교 6년, 중학교 3년, 고등학교 3년으로 모두 12년입니다. 여기에서 초등학교와 중학교까지는 무료이고, 고등학교는 한 달에 100달러 정도 돈을 조금씩 받습니다.
요즘 한국 국민의 국민소득이 2만불 정도 되니까, 한 달에 100달러 정도는 “새 발에 피”라고 볼 수 있지요. 과거 북한이 선전하는 것처럼 “월사금, 등록금”이라는 말은 한국에서 다 없어진 지 오래되었습니다.
중국도 초등학교 6년, 초급중학교 3년, 이렇게 해서 9년제 의무 교육을 실시하고 있는데, 학비를 받지 않고 있습니다. 3년제 고등학교는 자녀들이 가정의 형편에 따라 다닐 수 있게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서방 자본주의 나라들, 북유럽 국가들은 이미 12년제 의무교육을 실시한지 꽤 됐습니다.
이런 세계적 판도에서 봤을 때 북한이 12년제 의무교육을 도입한다는 것은 새로운 소리가 아니고, 다른 나라 입장에서 볼 때는 우스운 소리고요, 그리고 지금 세상에서는 그 정도 교육제도를 갖추지 못하면 명함도 내밀지 못하게 되지요.
최민석: 그러면 왜 갑자기 북한이 12년제 의무교육을 들고나온 것으로 보입니까,
정영: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스위스에서 유학을 했지요. 공립학교, 그러니까, 국가가 세운 공립학교에서 무료로 공부하면서 야, 이거 자본주의 교육 시스템이 이렇게 좋구나, 지금 북한의 교육 제도가 발전된 자본주의 국가의 교육 시스템보다 발 뒤꿈치도 못 가는 구나, 라고 실감했겠지요. 그래서 자본주의 교육 제도, 시스템에 걸맞은 교육시스템을 북한에 이식시키는 단계로 보입니다.
<여러분께서는 지금 자유아시아방송에서 보내드리는 북한언론 뒤집어보기를 듣고 계십니다>
최민석: 자, 그럼 북한이 교육방법이나 제도를 외국의 것을 따라 하면서도 이것을 최신식이라고 하는데, 그런데 이걸 북한 학생들은 어떻게 받아들입니까,
정영: 북한은 소학교부터 고등중학교 대학교에 이르기까지 교실에서는 똑 바로 앉아서 부동자세에서 수업을 받아야 합니다. 한국이나 미국에서 수업을 받는 것을 보면 대화와 토론을 위주로 진행하더라고요.
그러나 북한에서는 대화와 토론이 거의 없고 일방적으로 선생님이 설명하고, 학생들은 앉아서 선생님의 설명을 귀담아 듣습니다. 거의 일방적인 주입식 교육입니다.
저도 요즘 미국에서 공부를 하고 있는데, 대화와 토론을 많이 합니다. 선생님이 질문을 하고, 그리고 학생은 그에 대한 대답을 하고, 그 즉석에서 학생은 선생님에게 질문을 하고요. 그래서 대화와 토론을 통해서 하는 개방식 수업이더라고요.
최민석: 선생님들이 질문을 해서 학생들이 스스로 알아서 답을 찾아가는 그런 식이지요.
정영: 그리고 한국이나 미국에서는 팀과 조별로 구성되어 과제를 수행합니다. 선생님이 조를 짜면 그 조는 어떤 주제를 가지고 토론하고 합리적인 방안과 해결방법, 대안과 원인과 결과 같은 것을 도출합니다. 브레인 스토밍을 통해서 학생들의 창의력을 많이 개발시켜주는데, 북한에서는 학생들이 경직된 교육 시스템에서 수업 받기 때문에 창의력이 좀 떨어지는 편입니다.
최민석: 그렇지요, 북한과 같은 폐쇄적인 사회에서 대화 위주의 수업을 하면 다른 발상이 나올 수 있기 때문에 조심스러울 것입니다.
정영: 그러나, 김정은 체제에서 어느 정도 학생들에게 허용할 지 그것은 앞으로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최민석: 이번 북한 교육법령에는 시험치는 방법도 달리해야 한다고 나왔던데, 북한에서 시험치는 방식은 외부사회와 어떻게 다릅니까,
정영: 아직까지 구체화된 것은 없고요. 북한에서는 모든 학교에서 시험을 칠 때 시험지와 답안지를 다 같이 주지요. 그러면 학생은 시험문제지를 받아 가지고 답안지에 직접 손으로 내용을 써야 합니다. 이런 것을 주관식 시험이라고 하는데, 그렇기 때문에 시험 때는 교과서나 내용을 달달 외워야 합니다.
그러나 한국이나 미국에서는 객관식 시험방법을 권장하고 있습니다. 컴퓨터로 객관식 시험을 보지요. 즉 시험지에 한 문제당 4개의 문제를 써넣고, 하나의 답을 찾게 합니다.
그래서 북한도 앞으로 어떻게 객관식 시험과 주관식 시험을 조합시켜 시험을 치겠는지 궁금합니다.
최민석: 저는 이 부분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북한 법령에는 학생들에게 부과되는 각종 사회노동을 줄이라고 나왔는데요, 이게 큰 변화이지요?
정영: 조선중앙TV는 12년제 의무교육 제도 개편 법령 안에는 “각급 인민보안, 검찰기관들은 교원, 학생들을 과정 안에 반영된 국가적 동원 외의 다른 일에 무질서하게 동원시키는 현상을 없애기 위한 법적 통제를 강화한다”고 정했는데, 이 조치는 아주 잘했다고 봅니다.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젊은 사람인데 이 부분은 참 잘했다고 생각합니다.
최민석: 그러게요, 저도 어떻게 되어 탈북자 학생을 만난 적이 있었는데, 굉장히 일을 많이 하더라고요,
정영: 고등중학교 1학년부터 3학년까지는 농촌 동원에 2달동안 시키고 있습니다. 4학년부터는 봄에 2달, 가을에 1달반 동안 무보수로 농사를 시키고, 이 밖에도 도시꾸리기, 사적지 꾸리기, 나무심기 등 잡다한 노력동원에 상당히 많이 동원됐습니다.
그래서 학생들이 공부보다는 사회노동에 참가하는 비율이 많았는데, 이번에 김정은이 학생들을 노동에 동원시키지 말라고 했는데 과연 이 약속이 지켜질 지 궁금합니다.
최민석: 정영기자, 북한이 이러한 12년제 의무교육 체계를 수립하자면 돈을 많이 써야 할 것 같은데요. 북한의 실정에서 봤을 때 이 많은 교육 시스템을 갖추는데 필요한 비용을 감당할 수 있을까요?
정영: 그래서 최태복 북한 최고인민회의 부의장은 “국가예산에서 교육사업비 예산을 결정적으로 늘리며, 교육사업에 필요한 전기와 설비, 자재들을 우선적으로 보장하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니까, 1년동안 늘어난 것만큼 교실도 필요할 것이고, 선생님들도 필요하고, 컴퓨터나 외국어도 강화한다고 했는데, 컴퓨터를 북한이 자체로 만들 수 없기 때문에 외국에서 사와야 합니다. 중국에서 사오자고 해도 미화 1천달러 정도를 줘야 합니다.
또 트랙터, 텔레비전, 실험기구, 기자재들을 갖추어야 합니다. 북한 당국은 교육 사업을 위해서는 교원들에 대한 대우를 잘 해주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구 소련에서 진 빚 120억달러도 갚지 못해서 면제해달라고 사정하는 상황인데, 이런 교육 비용을 감당할 수 있을지 두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지금 평양시나 큰 도시에서는 별로 준비할 게 없겠지만, 지방의 학교들에서는 교실로부터 시작해서 컴퓨터와 TV등 기재들을 갖추는 문제, 선생에 대한 우대개선 등을 포함해서 준비를 많이 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최민석: 그렇습니다. 북한 김정은 정권이 욕망은 앞세우지만, 과연 북한의 현 상황이 여기에 따라 서겠는지, 새 지도자가 과연 북한의 현실을 냉정하게 짚어보고 만들어낸 정책인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생각이 듭니다.
정영기자, 오늘 소식 잘 들었습니다.
정영: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