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언론 뒤집어 보기 이현기 입니다. 북한에 젊은 지도자 김정은 체제가 들어선 다음 북한 중앙텔레비전이 여러 가지 변화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정영기자, 오늘 다룰 북한 언론 뒤집어보기 주제는 무엇입니까,
정영: 김정은 체제가 들어서면서 다양한 변화를 시도하고 있는 북한 중앙텔레비전이 8시 종합보도를 마친 뒤, 약 10분 동안 ‘국제체육소식’이라는 제목으로 해외축구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지난달 28일 밤 ‘국제체육소식’에서는 독일 프로축구 1부 리그인 ‘분데스리가’에서 활약하는 한국의 축구선수인 손흥민 선수의 모습을 비추기도 했는데요,
자본주의 실업축구에 대해 부정적이던 북한이 왜 중앙TV에서 소개하기 시작했는지, 또 외국의 직업축구에 대해 설명하는 시간으로 준비했습니다.
이현기: 예, 김정은 체제 들어서 북한 중앙텔레비전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뉴스랑 하는 것을 보면 외국의 TV 보도와 비슷해지고 있다는 느낌이 들지 않습니까,
정영: 북한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사망한 다음 대중 매체인 북한 중앙텔레비전에 대한 변화를 시도해왔습니다.
제일 먼저 눈에 띈 것이 올해 초 근 30년 동안 북한 텔레비전에서 간판 아나운서 역할을 했던 인민방송원 이춘희씨가 퇴진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됐습니다.
처음 이춘희씨가 중앙텔레비전 무대에서 사라지고 젊은 사람들이 나타나자, 해외 언론에서는 “병을 앓는다, 해임이다” 하고 뜬 소문이 많았는데, 결국은 “젊은 사람들에게 기회를 주느라고 한발 물러섰다”고 자신이 직접 말했습니다.
그 이후에 북한에서 젊은 아나운서들의 수도 많이 늘었고, 뉴스룸, 즉 보도방의 탁자나, 배경 화면도 많이 달라졌습니다. 또 혼자서 수행하던 보도를 남녀가 둘이 나와 대화를 서로 주고 받으면서 보도를 진행하는 등 여유로움을 보이고 있습니다.
한번 직접 들어보시겠습니다.
녹취/ 북한 TV: 지금 온 나라가 부글부글 끓고 있습니다. 올해 전투를 승리적으로 결속하기 위한 온 나라 인민들의 열의가 넘치고 있습니다….
이원희: 그렇군요, 김정일 위원장 시절에는 북한 중앙텔레비전의 보도가 참 딱딱하고 엄숙한 분위기에서 아나운서들이 보도를 했는데요, 지금은 젊은 아나운서들이 진행하니까 뭔가 좀 살아서 돌아가는 듯한 느낌이 드는데요, 이것도 하나의 분위기 쇄신이겠지요?
정영: 북한이 그 나라의 얼굴이라고 할 수 있는 텔레비전 보도부터 고치는 것으로 보이는데요, 이는 젊은 지도자가 주민들에게 뭔가 새롭고 신선한 것을 보여주려는 의도에서 시작된 것으로 보입니다.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외국에서 유학을 하면서 외국의 텔레비전 보도를 많이 봤기 때문에 북한 텔레비전의 한계를 깨닫고 변화를 시도하는 것 같습니다.
이현기: 그래서 그런지, 얼마 전 북한 텔레비전에서 국제체육 소식이라는 프로그램이 새로 소개됐는데요, 이것도 북한 텔레비전에서 새로운 변화로 볼 수 있는가요?
정영: 과거 80년대에 북한 텔레비전에는 ‘국제체육 소식’이라는 코너가 있었습니다. 그때는 주로 농구, 육상, 등을 방영했고, 자본주의 실업축구에 대해서는 잘 소개하지 않았습니다. 그마저도 90년대 중반에 그 국제체육 소식 프로그램이 없어진 데 대해 주민들은 굉장히 아쉬워했습니다. 그런데 김정은 시대에 다시 부활한 것입니다.
이현기: 그러니까, 근 20년 만에 국제체육 소식이 다시 등장한 셈이군요. 요즘 유럽에서 뛰는 한국 축구 선수들도 많은데 북한 텔레비전에 자주 등장할 것으로 보입니다.
정영: 지난 28일 북한 조선중앙TV은 독일의 분데스리가 소속 축구팀들의 경기상황을 보여주면서 한국의 직업 축구 선수인 손흥민 선수의 경기를 방영했습니다.
당시 중앙텔레비전에는 독일 분데스리가 소속의 함부르크 SV에 소속된 손흥민 선수가 도르트문트팀과의 경기에서 골을 넣고 세레머니를 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는데요, 하지만, 북한 중앙텔레비전은 손흥민 선수가 한국 출신이어서 그런지 이름을 소개하지 않았습니다.
이현기: 한국 선수이기 때문에 북한 텔레비전이 소개가 안 했을 거라고 하면, 한국의 직업 축구 선수들이 유럽에서 많이 뛰고 있는데, 그러면 앞으로 나오는 선수들도 소개하기 어렵다는 말인가요?
정영: 북한 중앙텔레비전이 그 금단의 벽까지 넘을지는 앞으로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이현기: 그런데 말이 난 김에 북한 청취자들에게 독일의 분데스리가나, 외국의 축구 클럽에 대해 잠깐 소개를 해주시겠습니까?
정영: 분데스리가는 독일의 축구 리그, 그러니까 독일축구연맹과 같습니다. 현재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축구리그를 보면 영국의 프리미어리그, 스페인(에스빠냐)의 프리메라리가, 이탈리아의 세리에 A, 독일의 분데스리가가 있습니다.
여기서 독일의 분데스리가에는 한국 축구 선수도 있고, 북한의 선수들로는 재일교포 출신인 정대세 선수가 현재 독일 FC 쾰른에서 공격수로 활약하고 있습니다.
이현기: 북한이 국제체육 소식에서 분데스리가 경기를 방영했는데, 그러면 앞으로 계속 방영되는가요?
정영: 얼마 전 자유아시아방송이 보도를 했지요. 북한 중앙텔레비전이 독일 분데스리가와 중계 계약을 맺고 분데스리가 축구경기를 매주 생방송될 예정이라고요. 독일 축구협회에서 해외 시장을 확대하기 위해서 북한에 무료로 제공하는 영상인데요, 북한 텔레비전은 9월 중순부터 매주 한 경기씩 생방송으로 분데스리가의 경기를 중계하게 된다고 합니다.
아마 이렇게 독일축구 협회와 계약을 맺었기 때문에 앞으로 독일 축구 클럽에서 뛰는 남한 선수들의 모습도 적지 않게 방영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현기: 외국에 있는 프로축구 애기가 나왔으니 북한의 청취자들도 외국에서 뛰는 축구선수들이 과연 얼마나 받을까 하는 궁금증도 크리라고 봅니다. 세계적으로 제일 돈을 많이 받는 선수는 어느 나라 선수입니까,
정영: 세계 최고 연봉 축구 선수들을 보면 1등은 러시아의 축구 클럽에서 뛰는 사무엘 에투라는 카메룬 출신 선수인데 1년에 미화 3천만 달러 가량 받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 다음에는 중국 상하이팀에서 뛰는 드록바라고 하는 코트디부아루 출신의 선수는 2천300만 달러 가량을 받습니다. 스페인 프리메라리그의 레알마드리드에서 뛰는 포르투갈 출신의 호나우두 선수는 1천 7백만 달러를 1년에 받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물론 이 돈은 전부 수입은 아니고, 그 나라에 따라 수입의 몇 퍼센트를 세금으로 바치고 나머지가 수입이 되는 것입니다. 유명한 축구 선수 한 명이 받는 돈이 한 개 기업의 매출과 비슷하기 때문에 한마디로 이들을 가리켜 ‘걸어 다니는 기업’이라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이현기: 정말 어마어마한 돈을 벌고 있는데, 북한 텔레비전이 왜 지금까지 해외 축구에 대한 소개를 하지 않았을까요?
정영: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해외 축구에 대해서만은 주민들에게 알려주지 않았습니다. “자본주의 나라 축구선수들이 돈에 팔려 다닌다”고 방영하지 않았는데요, 아무래도 직업 축구 선수들이 큰 돈을 번다는 사실이 북한 체육 선수들에게 알려지면, 사상에서 동요 같은 것이 일어날까 봐 그러는 건지 모릅니다. 북한의 축구 선수들은 자신들도 외국처럼 하면 충분히 발전할 수 있고 큰 돈도 벌 수 있는데, 북한 사회가 막아놓고 있다고 생각하는 변화가 무서운 거죠.
저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정작 보니까, 외국의 실업축구선수들은 옛날 노예들처럼 무지막지하게 팔려 다니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의사에 따라, 능력에 따라 합리적으로 옮겨 다닌다고 보는 게 정확하다고 생각합니다.
이현기: 결국 북한 김정일 위원장 시절에 닫았던 해외 축구 시청도 김정은 체제 들어와 허용되고 있는 것 같은데, 이를 어떻게 평가합니까,
정영: 외국 신문 방송들은 북한의 젊은 지도자 김정은의 해외유학 경험 때문이라고 합니다. 스위스에서 5년동안 유학한 경험이 있는 김정은이 북한 대중 매체의 다양함을 추구하는 가운데, 이것도 허용됐다 이렇게 볼 수 있습니다.
이현기: 예, 오늘 북한 중앙텔레비전에 소개된 국제체육 소식을 애기 하다 보니 벌써 마칠 시간이 되었네요. 북한 주민들도 앞으로 세계 국제체육 소식을 같은 것을 안방에서 편안히 볼 수 있는 그런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소식 잘 들었습니다.
정영: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