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언론의 겉과 속] 대대로 혁명적 가정이라던 북 ‘왕자의 난’

0:00 / 0:00
kim_hansol_200
모습 드러낸 北 김정일의 손자 김한솔군 김한솔의 페이스북 프로필에 올려진 사진. 사진에는 머리카락을 노랗게 염색하고 검은색 뿔테 안경을 끼고 있고 목걸이를 하는 등 자유분방한 모습들이 담겨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YNA)

북한 선전매체의 진상을 알아보는 북한 언론 겉과 속 시간입니다.

얼마 전 북한이 노동당 당대표자회가 있은 1주년을 맞아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후계자 김정은을 찬양하는 기록영화를 방영했습니다. 27살난 김정은을 후계자로 등극시키고, ‘백두혈통’을 이어가라고 주민들에게 선동하고 있는데요, 그런 와중에 자본주의 물에 푹 젖은 김 위원장의 맏손자가 해외 언론에서 이슈감이 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 시간에는 북한 매체가 백두산 혈통, 혁명적 가정이라고 자랑하는 김정일의 자녀들이 해외에서 어떤 생활을 하고 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지난 9월말 조선중앙텔레비전은 기록영화 “조선의 영광, 민족의 경사”라는 다큐멘터리를 방영했습니다.

<녹취: 북한TV> “위대한 장군님 따라 백두의 혈통을 굳건히 이어가며 어버이 수령님의 존엄과 더불어 빛나는 태양의 위업을 누리에 떨쳐갈 천만의 의지 온 나라 강산에 메아리치고 있습니다.”

내년도 김일성 생일 100돌을 맞아 북한은 백두혈통, 만경대 가문을 특별히 강조하고 있습니다. 거기에 ‘대장복’이라는 수식어가 하나 더 붙었는데요, 대장복이란 28살 김정은이 나라를 다스리게 됐으니 인민이 누리게 될 행복이란 뜻입니다.

사실 북한 주민들은 김정일의 아들이 몇 명이고, 또 어떤 경력들을 가지고 있는지 아는 사람은 별로 없습니다.

이러한 때 얼마 전에 전 유고슬라비아 공화국에 속해있던 보스니아의 한 국제학교에 김정일의 손자가 입학하려고 한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한국 언론의 보도입니다.

<녹취: SBS> “크로아티아의 최대 일간지 베체른지 리스트 어제(28일)자 기사입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손자 16살 김한솔이 보스니아의 한 학교에 등록했다고 보도하고 있습니다. 이 신문은 김 군이 유나이티드 월드 칼리지 모스타르 분교에 6학년으로 등록했다고 전했습니다. 김 군은 김 위원장의 장남 김정남의 아들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국제학교에 김한솔과 함께 등록한 학생의 부모가 신문사에 제보하면서 이 사실이 세상에 알려지게 됐다는데요, 김한솔의 입학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 학교 트위터 계정에 있던 김한솔의 사진도 공개됐습니다.

김정일의 아들은 지금까지 모두 3명으로 알려졌는데, 모두 외국에 유학했습니다. 거기에 맏아들 김정남의 아들 김한솔까지 모두 외국에서 생활한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입니다.

김정일은 1959년에 모스크바 대학에 유학하라는 소련 간부들의 말에 “조선에도 훌륭한 종합대학이 있다”면서 거절했습니다. 북한 교과서는 이를 “주체혁명위업을 계승하기 위해서는 자기 나라에서 배워야 한다”는 신조가 김정일의 마음속에 자리 잡았기 때문이라고 선전했습니다.

그러나 사실 이는 김정일이 권력을 남에게 빼앗길까봐 해외 유학을 피했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사실이야 어쨌든, 외국물을 먹지 못한 김정일은 외국정상들을 만날 때마다 항상 통역관을 대동하는 것이 불편했는지도 모릅니다. 그래서인지 김정일은 아들들을 모두 외국에 유학시켰고, 손자까지 내보낸 것으로 보입니다. 스위스의 국제학교에 다닌 김정남은 영어와 중국어에도 능통합니다.

한국 언론에 소개된 김정남의 영어실력입니다.

<녹취: MBC> “기자: 은연중에 외국어 실력도 자랑합니다. 김정남: 유럽에서 공부해 영어도 하고 불어도 좀 합니다”

김정은, 김정철 모두 스위스의 베른 국제학교에서 청소년 시절을 보냈습니다. 이렇게 외국에 자식들을 내보내면 능력은 제고되는데 이외로 외국물을 먹습니다.

실례로 둘째 아들 김정철을 보겠습니다.

스위스에 있는 국제학교에서 유학한 김정철은 지난 2월 15일 영국의 기타리스트 에릭 클랩튼의 연주를 구경하기 위해 싱가포르에 나타났습니다. 그런데 그는 놀랍게도 피어싱, 즉 귀고리를 했습니다.

요즘 자본주의 나라 젊은 청년들 속에서는 남자가 귀고리를 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여성들에게도 귀고리를 하지 못하게 단속하는 북한에서 남자가 귀고리를 한다는 것은 상상 밖의 일일 것입니다.

<녹취: SBS>“유명 팝가수 에릭 클랩튼의 싱가포르 공연장에 나타난 김정철. 김정일의 차남이자 김정은의 친형입니다. 검은색 바지에 깃 없는 티셔츠 차림. 귀에는 피어싱까지 한 자유분방한 모습입니다. 옆자리에서 함께 공연을 지켜본 여성은 친여동생 김여정으로 추정됩니다.”

자본주의 문화에 빠져들기는 김정일의 장손인 김한솔이가 한 수 더 강한 것 같습니다.

머리를 노랗게 물들이고, 단추 한 개짜리 회색 양복에 까만 나비넥타이를 맸습니다. 서양 여학생과 함께 포즈를 취하며 사진을 찍은 김한솔은 옆머리를 짧게 깎고, 윗머리는 젤을 발라 위로 세웠습니다. 요즘 한국에서 뜨고 있는 아이돌 가수 빅뱅을 연상케 합니다.

한국 언론의 보도입니다.

<녹취: MBN> “염색한 머리에 뿔테 안경을 쓰고, 목걸이로 한껏 멋을 뽐낸 소년. 평범한 신세대 청소년 같지만,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손자로 추정되는 16살 김한솔입니다. 김정일의 차남 김정철과 후계자 김정은이 미혼이라는 점에서 김정남의 아들 김한솔은 김일성 일가의 장손이기도 합니다.”

이처럼 김정일의 자녀들은 해외에서 생활하며 일찍이 외부 문명을 만끽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겉에만 노랑물이 든 게 아닙니다. 김한솔은 자유민주주의를 동경하는가 하면 못 먹고 굶주리는 북한주민들을 동정하기도 합니다.

한국 언론의 보도입니다.

<녹취: MBN> “김한솔이 3년 전, 유튜브에 단 댓글을 통해 북한 주민들에 대한 미안함을 드러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지난 2007년 김한솔은 다른 사람들이 올린 북한에 대한 댓글 질문에 ‘나는 북한 사람으로, 지금 마카오에 살고 있다’며 북한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밝혔습니다. 당시 13살이던 김한솔은 댓글을 통해 자신은 북한 주민들에게 정말 미안하기 때문에 ‘좋은 음식이 있어도 먹을 수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또 ‘나는 우리 국민이 굶주리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그들을 돕기 위해 뭔가를 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당시 김한솔의 댓글에는 북한의 최고 금기사항이었던 김정일의 건강문제도 노출됐습니다. 2008년경 김정일이 뇌졸중으로 위독하다는 보도가 나오자 “그는 여전히 살아있다. 잠시 현기증이 왔을 뿐”이라고 반박하기도 했습니다.

누리꾼들이 “돼지 같은 지도자를 가진 북한 사람들이 불상하다”는 댓글을 남기자, 김한솔은 “나도 북한 주민이 굶주리는 걸 안다. 그들을 돕기 위해 무엇이든 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더욱이 놀라운 것은 인터넷에 노출된 김한솔의 사진에는 기독교를 뜻하는 십자가가 목에 걸려 있습니다. 그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자신을 ‘기타 기독교 교파(Christian-other)’라고 소개했습니다.

최고 지도자의 손자가 기독교 신자라는 것은 기독교를 철저히 탄압하는 북한에서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입니다. 이처럼 인민들을 밖에 나가지 못하게 꽁꽁 붙들어두고 있는 김정일은 자기 자식들에게는 해외 유학의 길을 열어주고, 최고 향락의 누릴 수 있게 돈을 대주고 있는 셈입니다.

그러나, “가지 많은 나무 바람 잦을 날 없다”고 김정일도 현재 왕자난에 직면해 있습니다.

북한에서 3대 세습이 한창이던 지난해 김정남은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개인적으로 3대 세습을 반대한다”는 의사를 표현해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았습니다.

<녹취: YTN>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장남인 김정남은 일본의 민영방송인 '아사히TV'와 가진 인터뷰에서 동생인 정은이 위원장의 후계자로 공식화된 것과 관련해 작심한 듯 자신의 의견을 거침없이 털어놓았습니다. ‘개인적으로 3대 세습에 반대한다’면서 그러나 ‘3대 세습을 한데는 북한 나름대로 내부적 요인이 있었을 것’이라면서 ‘내부적 요인이 있었으면 그에 따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김정은이 후계자가 된 것은 부친의 결단이며 동생 정은이 북한 주민들을 위해 윤택한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주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만약 정은으로부터 도와달라는 부탁을 받는다면 어떻게 하겠느냐는 질문에 대해, ‘해외에서 언제든지 동생이 도와달라면 동생을 도울 용의가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김정남의 아들 김한솔도 “사실 난 평범한 사람처럼 먹고 있다. 좋은 음식이 있어도 먹지 못한다. 왜냐하면 우리 인민들에게 미안하기 때문이다(cuz like i feel sorry for my ppl)”라는 글을 인터넷에 남겼습니다. 김정일의 자손들도 밖에서 봤을 때 못 먹고 못사는 북한인민들이 불쌍하다고 이해하고 있다는 소립니다.

특히 김정남은 ‘조선’이라는 단어를 쓰지 않고 한국에서 쓰는 ‘북한’이란 단어를 쓰고, 3대 세습을 반대한다고 밝힌 것은 형제간에 권력 투쟁 모습으로 비춰지고 있다고 한국 언론은 전했습니다.

북한 전문가들은 김정은의 입지가 아직 북한에서 완전히 굳혀지지 않은 것으로, 북한의 권력 세습 문제는 김정일의 수명과 관련되어 있다고 진단하고 있습니다.

유교사상이 강한 북한에서 장자승계 원칙대로 한다면 김정남이 후계자 1순위라는 명분을 갖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김정남이 어느 때든 북한 권력에 도전할 수 있다는 소립니다.

앞으로 왕자의 난은 북한의 3대 세습에서 가장 큰 변수로 작용할 전망입니다. 더욱이 이복 형제간인 김정남과 김정은 사이에는 권력투쟁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북한 선전매체들은 이처럼 외국에서 누릴 것 다 누리고, 자본주의 물에 젖은 김정일의 가족을 백두산 혈통이요, 혁명적 가정이요 하면서 겉과 속이 다른 선전을 하고 있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최민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