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언론의 겉과 속] 주민 굶주리는데 ‘곱등어관(돌고래 수족관)’ 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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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매체의 진상을 알아보는 북한 언론의 겉과 속 시간입니다. 내년도 4월 강성대국 선포를 앞두고 평양시는 요즘 온통 건설판입니다.

만수대 지구에 45층짜리 고층아파트를 두 달 만에 뚝딱 세우는가 하면, 대동강 한 가운데 있는 능라도에는 유희장과 곱등어관이 건설되고 있습니다.

북한 노동신문은 지난달 24일 "풍치 수려한 릉라도에 현대적인 유희장과 곱등어관이 건설되고 있다"면서 "인민들에게 이 세상 가장 좋은 것을 안겨주려는 김정일 위원장의 덕분"이라고 치켜세웠습니다.

굶어죽는 사람들이 많다는 북한 내부 주민들의 말이나, 또 외국 언론사의 보도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북한에선 요즘 '건설붐'이 일고 있는데요.

그래서 오늘 시간에는 심각한 굶주림에 허덕이고 있는 북한에서 세계적인 볼거리인 곱등어관이 건설되는데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한국에서는 곱등어를 가리켜 돌고래라고도 하는데요, 그래서 곱등어관을 돌고래관이라고 부릅니다.

북한에 건설되는 곱등어관은 전체 면적이 5천900평방미터로, 실내에는 곱등어들이 재주를 부릴 수 있는 공연수족관이 꾸려지고, 또 훈련과 안정을 취할 수 있게 안정수족관도 여러 개 건설됩니다. 관람석은 한 번에 천명이 구경할 수 있게 설치됩니다.

곱등어는 바다동물이니 당연히 바다물이 필요하겠지요. 그래서 현재 남포시에서 평양시 릉라도까지 바닷물을 끌어오는 공사도 병행하고 있습니다.

24일 조선중앙텔레비전에 보도된 건설 책임자의 말입니다.

"지금 진행하고 있는 남포-평양 사이 바다물 수송관 2단계 공사는 바닷물 공급소에서부터 수원지들과 릉라도에 있는 곱등어관, 중앙동물원까지 수송관을 늘이는 공사입니다."

북한 텔레비전에서 소개됐듯이 바닷물 수송관은 주철관으로 되어있습니다. 평양에서 남포까지 약 100리 구간이라고 보면 여기에 투입되는 주철관도 결코 작은 량이 아닙니다.

그러면 곱등어관을 건설하는데 얼마나 많은 돈이 들까요?

북한에선 인건비, 즉 노력비용이 들지 않으니 월급 줄 걱정은 안하겠지만, 그래도 곱등어를 사오자면 외화가 만만치 않게 듭니다. 북한 웹사이트 '우리민족끼리'에는 군인들이 곱등어관을 건설하는 모습이 나옵니다.

야생 곱등어를 잡는 것은 국제포경규제협약(ICRW)에 따라 불법으로 금지되어 있어 아무래도 돈을 주고 사와야 합니다.

곱등어는 대부분 일본에서 길들여져서 해외에 판매되는데, 잘 훈련된 곱등어는 한 마리당 미화 7만 달러를 줘야 합니다.

일부 곱등어 전문가들은 "만약 정상적인 방법으로 들여오자면 한 마리에 30만~50만 달러를 줘야 한다"고 말합니다.

한국에는 이런 돌고래(곱등어)관이 몇 군데 있는데요, 서울대공원과 울산시 고래생태체험관, 제주도에 있는 제주 퍼시픽 랜드 등입니다.

울산시 남구에서도 돌고래관을 꾸린다고 하는데 예산은 한국 돈 약 600억 원, 미화로 약 5천만 달러 이상 들인다고 합니다.

그러면 잠간 곱등어의 재주를 보고 넘어가겠습니다.

<녹취: 한국의 서울 대공원 돌고래관>

"조련사: 여러분들이 기다리는 돌고래 친구들을 만나보도록 하겠습니다."

경쾌한 음악에 맞춰 곱등어 몇 마리가 수족관을 헤엄칩니다. 조련사의 구령에 따라 곱등어가 재주를 부리기 시작합니다. 일부는 물속에서 솟구쳐 오르고, 일부는 꼬리만 물에 반쯤 잠그고 몸 전체가 허공에 바로 섭니다. 또 일부는 배를 뒤집고 누워 헤엄치기도 하고, 또 노래도 부릅니다.

돌고래는 170kHz의 초음파를 내보냅니다. 그 초음파를 다시 수신해 앞에 있는 물체나 먹이감을 감지합니다. 사람은 20kHz가 넘으면 듣지 못하기 때문에 돌고래가 내보내는 주파수를 감지할 수 없습니다. 곱등어의 뇌는 아주 발달되었기 때문에 사람이 훈련을 시키면 잘 따라합니다. 이런 장점 때문에 곱등어는 동물원에서 관상용으로 이용됩니다.

이처럼 돌고래는 구입에서부터 사육에 이르기까지 돈이 많이 들 뿐 아니라, 품도 많이 듭니다. 그런데 어떻게 김정일 위원장이 북한에다 곱등어관을 지을 영감을 얻었을까요?

곱등어 재주는 김 위원장의 자녀들이 좋아하는 볼거리로 소문났습니다. 지난 2월 14일 김정일의 차남 김정철이 싱가포르에서 돌고래쇼, 즉 곱등어 재주를 보다가 해외 언론에 들통이 났습니다.

영국의 록 가수이자 기타리스트인 에릭 클랩튼의 연주를 보기 위해 김정철이 싱가포르에 나타났는데요, 언더워터월드(Underwater World)라는 수족관에서 돌고래의 재주를 보며 좋아하는 모습이 일본과 한국 언론에 포착됐습니다.

<녹취: KBS 뉴스> "김정일 위원장의 둘째 아들 김정철이 싱가포르를 방문했습니다. 팝스타의 콘서트를 보기 위해서입니다. 그처럼 한가하기 때문일까요, 아니면 다른 뭐가 있을까요?"

당시 김정철은 귀에는 피어싱, 즉 귀고리를 하고 영국 가수를 새긴 까만 T셔츠를 입었습니다. 자기 부인과 팔짱을 끼고, 수십 명의 젊은 북한 특권층 자녀들 속에 에워싸인 채 돌고래를 보았습니다. 한국의 젊은 청년과 전혀 다를 바 없는 자유분방한 모습이었습니다.

이때도 김정철은 굶주리는 북한 주민들이 무색할 만큼 하룻밤에 수백 달러나 하는 고급호텔방에서 묵었고, 좌석표 한 장에 수백 달러나 하는 영국 가수의 공연을 봤습니다. 돌아갈 때는 아버지의 선물을 마련하느라 고급백화점에서 쇼핑도 했다는데요,

싱가포르에 나타난 김정철의 모습은 한마디로 북한이 선전하는 김 씨 왕조의 정체가 무엇인지를 온 세계에 드러내는 결과가 됐습니다.

평양에 곱등어관이 건설되는 이유도 아마 김정일의 자녀들이 좋아하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여러분들은 아마 '소년장수'라는 북한 아동영화를 잘 알 것입니다. 평양 4.26아동영화촬영소에서 50부작으로 만든 북한 최고의 만화영화였습니다.

평양 아동영화 제작소에 대해 잘 아는 한 고위층 탈북자는 "원래 소년장수는 10부까지 제작하기로 되어 있었지만, 김정일이 자기 아들이 너무 좋아한다고 더 늘리라고 해서 50부까지 제작됐다"고 말했습니다. 당시 평양시 일대에서는 "장군님의 아들이 소년장수가 재미있다고 해서 100부까지 만들게 된다"는 소문이 파다하게 난 적이 있었습니다.

80년대 말에 소년장수를 좋아한 김정일의 아들이라면 80년대 초에 태어난 김정은이나 김정철로 추정됩니다. 이렇듯 아들의 취미가 일찌감치 김정일의 마음을 움직이는 키잡이 역할을 했던 셈입니다. 결국 나라의 법보다 더 센 김정일의 말 한마디 때문에 방대한 공사가 진행된다는 소립니다.

물론 조선 사람이라고 해서 곱등어 구경을 하지 못한다는 법은 없습니다. 또, 자라고기나 철갑상어 요리를 먹어선 안 된다는 법도 없습니다.

요즘 북한 내부 주민들과 평양주재 외국 언론사는 북한의 식량난이 아주 심각하다고 우려하고 있습니다.

평양에 최초로 특파원을 둔 미국의 AP통신도 북한 농촌의 식량 사정이 지난 몇 년 사이 최악의 수준으로 악화돼 올해 큰 위기에 직면했다고 진단했습니다.

<녹취: YTN> "AP는 즉각적인 식량 지원이 없을 경우 6백만 명이 굶주릴 위기에 놓여 있다는 세계식량계획의 전망을 평양 인근 순안발로 보도했습니다. 스위스 개발협력청의 평양사무소장인 카타리나 젤베거 씨는 농촌 지역 주민들이 나무뿌리나 약초 등 먹을 만한 것들을 닥치는 대로 가방에 담는 장면을 흔히 목격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평양에서 멀리 떨어진 농촌일수록 식량 사정은 훨씬 다급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세계식량계획(WFP)이 최근 북한당국으로부터 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북한은 7∼9월 어른배급을 하루에 200g씩 공급했습니다. 원래 기준치 7백 그람에 비하면 턱없이 작습니다.

유엔 인도주의 업무조정국(UNOCHA)이 올해 북한의 식량을 전망한 결과 "북한은 매년 필요한 식량 530만t 가운데 100만t이 부족한 상태"라고 밝혔습니다.

국제사회는 현재 북한에서 굶주리는 사람의 수가 600만 명을 웃돌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북한은 최근 주민들에게 "강성대국의 문이 열리는 내년에는 식량배급을 정상적으로 준다"고 얼리고 있지만, 북한의 식량 전망을 보면 또 눈가림에 지나지 않습니다.

이처럼 북한 주민 30%이상이 기아선상에서 헤매고 있을 때 평양의 특권층들은 곱등어 재주를 보기 위해 100리 밖에서 바닷물을 끌어오고 야단입니다.

한쪽에선 굶주리는 사람들이 천지인데, 한쪽에선 진수성찬을 먹고 곱등어 구경을 하는 건 평등을 외치는 북한에서 지나친 사치가 아닐까요?

RFA 자유아시아방송 정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