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 계시는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북한 선전매체의 보도내용을 다시 뒤집어 보는 ‘북한 언론 뒤집어보기’ 최민석입니다.
오늘도 정영기자와 함께 합니다. 정영기자, 오늘 북한언론 뒤집어보기 주제는 무엇입니까,
정영: 연말이 가까워 오면서 북한 매체들이 경제관련 기사들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조선중앙통신은 6일, 전국 각지의 공장 기업소들이 10월 계획을 100% 넘쳐 수행했다고 보도했습니다. 특히 전력, 석탄, 철광, 방직, 식료부문, 심지어 잠업 분야에서도 10월 계획을 120%까지 넘쳐 수행한 곳이 있다고 발표했는데요, 하지만, 실제로 북한 내부의 실물 경기를 들어보면 아주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래서 오늘 시간에는 말 따로, 행동 따로 하는 북한 매체의 보도를 다시 뒤집어 보겠습니다.
최민석: 예, 북한 매체가 어떻게 말 따로, 행동 따로 하는지 알아보겠습니다. 북한 텔레비전에도 경제관련 보도가 많군요. 여기 저기서 계획을 넘쳐 수행했다고 하는데, 우선 전기가 없어 텔레비전을 보지 못하는 함경도나 양강도 주민들을 위해서 좀 더 우리가 구체적으로 설명해주는 게 어떻습니까,
정영: 예, 중앙텔레비전 보도를 한번 직접 들어보시겠습니다.
북한 중앙TV: 올해 전투를 빛나게 결속하기 위한 평양양말공장 노동자들 속에서 연간계획 완수자들이 나날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공장 관계자: 이 동무들이 이번에 3년분 인민경제 계획을 완수한 동무들입니다.
기자: 그러면 어떻게 연간계획을 수행할 수 있었습니까?
노동자: 연말이 가까워 올수록 우리 장군님 생각이 더욱 간절해졌습니다. 그래서….
6일자 조선중앙통신의 보도를 보면 강동지구 탄광에서는 석탄 생산을 115% 넘쳐 수행했다고 하고, 김정숙 방직 공장, 신의주, 구성, 사리원 방직공장 등에서는 10월 계획을 122% 넘쳐 수행했다고 하네요.
최민석: 이렇게 생산이 잘된다고 보도하는 것을 보면 북한 상점에 물건이 많이 넘쳐 날 것 같습니다. 그런데 북한 내부에서는 반응은 어떻습니까,
정영: 글쎄요. 북한 매체들의 보도를 보면 북한 상점에 물건이 넘쳐 날 것 같은데요. 그런데 정작 북한을 다녀온 해외동포들의 말에 의하면 “장마당에는 중국산 물건이 넘쳐난다”고 합니다.
대부분 해외방문자들은 평양과 나선지방에 많이 가는데, 평양의 경우, 부촌으로 불리는 창전거리 아파트에는 전깃불이 번쩍이지만, 조금만 나가면 농촌은 아직도 까막 세상이라고 합니다. 김정은 체제 들어 뭔가 약동하는 것 같지만, 이는 평양만 변하고 일반 지방까지 변하기는 어렵다, 부익부 빈익빈이 격차만 벌어졌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합니다.
실제로 북한 내부 주민들의 말을 들어보면 지난 7~8월에 쌀kg당 6천원, 7천원까지 올랐습니다. 조선중앙통신은 6일자에 보건성 산하 제약공장에서 년간 생산 계획을 10월까지 126% 수행했다고 하는데, 정작 병원에는 약이 없고 장마당에만 중국 약이 차고 넘친다고 합니다.
최민석: 아니, 그러면 북한 매체가 발전소에서 전기가 꽝꽝 나온다고 하는데, 정작 농촌에 나가면 아직 전깃불이 들어오지 않는 곳이 많고, 제약공장에서 약이 팡팡 나온다고 하는데 정작 장마당에 가면 중국제가 천지라고 하는데, 그러면 북한에서 생산된 제품들이 다 외국에 수출되는 겁니까?
정영: 북한 매체들이 경제관련 성과를 부풀려 보도하는 것은 오래 전부터 있어왔습니다. 김정은 체제 들어 “인민들에게 사회주의 부귀영화를 마음껏 누리게 하겠다”고 공약한 만큼 뭔가 많이 생산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의도입니다.
요즘 김정은 1비서가 평양시 인민야외빙상장, 류경원 등 새로 건설되는 시설들을 돌아보고 있는데, 북한매체의 의도는 “이제 조금만 더 참으면 배부르고 등 따스할 날이 온다”는 것을 주민들에게 각인시키기 위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최민석: 참, 북한 공장 기업소들에서 계획을 넘쳐 수행했다고 하면 계획 경제가 잘 돌아간다는 소린데, 그런데 왜 얼마 전에는 이런 계획 경제를 뜯어고친다는 애기가 나옵니까,
정영: 북한이 하는 계획경제라는 것은 사회주의 국가들에서 실시하던 경제시스템인데요, 예를 들어 한 개 신발공장에 지표별 계획과 액상계획이 있습니다. 그 지표별 계획은 한 달에 신발 10만 켤레 만들라고 하면, 꼭 10만 켤레를 생산해야 합니다. 계획을 넘쳐 수행하면 좋은데, 계획을 미달하지 말라고 하지요.
자본주의 나라 회사들을 보면 물건이 너무 많아 팔지 못해서 야단 아닙니까, 그러니까 판매처들을 계속 알아보고 있고요, 그렇게 많이 파는 회사는 발전하고, 그렇지 못하면 부진한 데, 반대로 북한에는 시장은 있는데 물건이 없습니다.
이것이 계획경제의 약점인데요, 그래서 북한은 이러한 계획 경제보다는 기업들이 자율적으로 선택해서 생산량을 늘리는 쪽으로 뜯어고친다고 합니다.
<여러분께서는 지금 RFA, 자유아시아방송에서 보내드리는 북한언론 뒤집어보기를 듣고 있습니다>
정영: 북한이 새로운 경제조치를 취한다고 하면서 공장 자체로 돈을 벌어서 노동자들에게 배급도 주고 월급도 주라고 한다고 합니다. 노동자들의 월급을 10배로 올리라고 지시했다는데요, 그러니까 공장 측에서는 부담이 클 것으로 보입니다.
최민석: 북한이 요즘 경제개선조치를 한다고 하는데, 지금의 계획 경제와 어떤 차이가 있습니까?
정영: 북한 내부에서 들리는 말에 의하면 공장, 기업소에 경영권을 주어서 그 공장이 자체로 물건을 만들어서 노동자들도 먹여 살리고, 국가에 이익금을 일부 바치게 한다고 하는데요,
사회주의 계획경제라는 것은 국가가 기업관리에 참여해서 자재와 원료, 전기를 공급해주고 공장은 노동당 위원회의 지도하에 기업활동을 벌인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 계획경제라는 것은 국가에서 자재와 원료를 대주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지, 거기에 당비서가 너무 요것 저것 따지다 보니 지배인들의 권한이 없어져 기업활동을 할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김정은 체제는 기업활동가들의 수족을 옭아매는 그런 행위를 자제시키고, 좀 더 자율권을 주어서 더 많은 생산물을 내게 하려는 의도로 풀이되고 있습니다.
최민석: 북한이 최근에 경제 시스템을 대폭 고친다고 하는데요. 요즘 한다는 경제구조 개혁은 어떻게 되어갑니까,
정영: 요즘 북한의 경제 개선조치 움직임을 보면, 중앙의 방침에 따라 배급제를 실시하는 공장과 배급제를 폐지하는 공장으로 나뉘고 있습니다. 특급공장, 1급공장처럼 큰 공장은 국가가 여전히 관리하고, 중소규모 공장들은 독립채산제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국가에서 계획을 할당 받는 큰 공장들은 기존처럼 계속 배급제가 유지되고요, 그리고 독립채산제를 하는 생산단위는 생활비 체계로 바뀐다고 합니다. 생활비는 6~10배로 올리게 되어 있다고 합니다.
최민석: 그러면 이게 실현 가능성이 있습니까, 결국은 소규모 공장들은 가내부업 공장으로 전환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겠군요.
정영: 어떤 방법이든 이익을 창출하라는 소리지요. 지금 북한에는50~100명짜리 공장들 중에 노는 공장들이 많습니다. 이런 구실 못하는 공장들은 없애고, 하나로 합치는 구조조정을 하는 것 같습니다.
최민석: 북한 텔레비전이 이렇게 성과가 있다고 보도하는데, 주민들이 북한 언론이 거짓말 한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까?
정영: 북한 당국이 계속 이런 선전을 하고 있지만, 주민들은 알고도 또 그런다 하고 별로 신경을 안 씁니다. 인민경제 계획을 100%수행했다고 보도하는 것은 김일성 시대에도 그렇고, 김정일 시대에도 그렇고, 김정은 시대에도 여전히 달라지지 않는군요.
최민석: 요즘 무역을 서로 잘하는 나라들도 경기침체로 해서 연간 경제 성장률이 굉장히 낮습니다. 그래서 많이 걱정하고 있는데, 하물며 폐쇄된 북한에서 경제성장이 웬 말인가 했더니 그런 숨은 의도가 있었군요.
정영기자, 오늘 소식 잘 들었습니다.
북한의 청취자 여러분, 다음 시간에 또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