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언론의 겉과 속] 북 권력 군부집단체제 암투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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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한 주간 북한 매체의 내용을 되짚어 보는 북한 언론의 겉과 속 시간입니다.

37년간 북한을 철권 통치했던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영결식이 28일 끝났습니다. 이날 김 위원장의 영구차를 북한의 후계자 김정은과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 등 7명이 직접 호위하고 나와 앞으로 '김정은 시대'를 이끌 북한 지도부의 윤곽이 구체적으로 드러났습니다.

이에 따라 김정은을 중심으로 한 북한 권력실세간에 충성경쟁이 가열 차게 벌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얼마 전 서울대학교에 일부 학생들이 김정일 위원장 분향소를 차렸다가 학교 측으로부터 강제 철거당했습니다. 북한 매체가 '속통이 좁은 자들의 망동'이라고 비난했는데, 김정일 위원장 사망에 대해 남한 대학생들은 무덤덤한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상 북한 매체 내용을 가지고 알아보겠습니다.

첫 번째 주제입니다. 28일 진행된 김정일 위원장 영결식장은 향후 '김정은 시대'의 핵심실세가 누군지를 분명히 했습니다.

김정은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이 영구차 오른쪽 앞에 서고, 그 뒤에는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 김기남·최태복 당 비서들이 따랐습니다. 영구차 왼쪽 맨 앞에는 리영호 군 총참모장이 앞에 서고 그 뒤로 김영춘 인민무력부장, 김정각 군 총정치국 제1부국장, 우동측 국가안전보위부(보위부) 제1부부장이 따랐습니다.

한국 언론의 보도입니다.

<녹취: 북한 중앙 TV> "조선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김정은 동지께서 위대한 장군님의...>

북한은 이번 영결식을 당과 군부의 핵심실세들이 김 위원장에게 3대 세습완성을 위한 충성맹세를 다지는 장으로 장식했습니다.

김정은이 장성택 부위원장과 등 이 7명과 함께 자신의 권력입지를 다지고, 국정을 운영해나갈 것으로 예견되고 있습니다.

특히 김정은의 '후견인'으로 알려진 장성택 부위원장의 지위가 급상승해 앞으로 북한 군부 실세들 간 힘겨루기가 본격화 될 것으로 예견되고 있습니다.

김정일 사망이후 장 부위원장은 예고 없이 대장 군복을 입고 권력 핵심부에 섰습니다.

<녹취: KBS> "이번 참배에서는 특히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이 대장 군복을 입고 나와 눈길을 끌었습니다. 장 부위원장은 리영호 군 총참모장 바로 옆에 자리해 군부내 권력서열도 급상승했음을 보여줬습니다. 지난 해 당대표자회에서 당중앙군사위원에 그친 장성택 부위원장이 대장 계급장을 단 모습이 처음으로 공개되며 앞으로 김정은의 확고한 후견인으로 나설 것임을 확실히 했습니다"

지금까지 군사칭호가 없던 것으로 알려졌던 장 부위원장이 대장 군복을 입고 나서면서 궁금증이 확산됐습니다. 북한에서 장령군사칭호를 최고사령관 명령에 따라 수여되는 관례가 있었지만, 최고사령관이 공석이 되면서 편제 없는 대장 군복을 입고 나온 셈이 됐습니다.

이로써 김정일 위원장 사망 이후 북한의 지도체제가 군부 중심의 집단지도체제라는 분석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습니다.

앞으로 이 군부 핵심 실세들 사이에서는 권력투쟁이 신랄하게 벌어질 것으로 한국 언론은 분석하고 있습니다.

<녹취: KBS> "후계자 김정은과 함께 참배에 나선 당과 군, 국가기구의 핵심일꾼들, 이들 가운데 누가 김정은의 지근거리에서 핵심 권력을 쥘 지가 관심입니다. 김정은 체제를 이끌어갈 권력 핵심은 크게 두 부류로 나뉩니다. 먼저 친인척 그룹입니다. 고모 김경희와 고모부 장성택은 김정은의 가장 믿을만한 정치적 후견인입니다. 특히, 최근 대장 칭호까지 달게 된 장성택은 당과 군을 아우르는 막강한 권력을 행사하며 후계체제 안착에 견인차 역할을 할 전망입니다. 리영호 군총참모장이 주축이 된 군부 세력은 김정은의 또 다른 권력축입니다"

현재 후계자 김정은을 중심으로 북한에는 두개의 권력구도가 짜였습니다. 하나는 김정은의 친인척을 중심으로 하는 군부 대장그룹이 있습니다. 김정은의 고모인 김경희 당 경공업 부장과 고모부인 장성택 부위원장, 그리고 장성택의 측근인 최룡해 비서도 사민 출신의 대장입니다. 군 장성들의 간부사업을 틀어쥔 김경옥 노동당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도 사실상 군 경력이 없는 대장으로 구별됩니다.

장성택의 최측근인 최룡해, 김경옥 등은 군대복무를 거치지 않고 대장계급을 달면서 이들은 모두 "낙하산 대장", 즉 하늘에서 떨어진 대장들입니다.

또, 다른 군부 실세 그룹으로는 리영호 총참모장, 김영춘 인민무력부장, 김정각 총정치국 제1부국장 등 군부 실세그룹이 있습니다.

앞으로 김정은의 유일적 영도체계를 세우기 위해서는 북한 군부 실세들에 대한 인사 조정이 불가피한 만큼 자리를 둘러싼 권력 암투가 심각하게 벌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우선 군사복무 경험이 없는 김정은, 김경희, 장성택 부부가 인민군 대장계급을 달고 군 실세들에 대한 인사권을 총괄하면서 실제로 군에서 잔뼈가 굵은 원로들의 반발이 예상되고 있습니다.

군 실세로 알려진 이영호 총참모장, 김영춘 인민무력부장, 김정각 총정치국 제1부국장 등은 비록 김정은의 최측근으로 분류되지만, 야전에서 신병생활을 거쳐 한 단계씩 밟아 올라간 군부 핵심인사들은 민간 출신의 소위 '8.3대장'들에 의해 인사조처 되는 데 대해 강한 불만을 품을 수 있다는 소립니다.

그러면 장성택 부위원장이 어떻게 갑자기 대장별을 달고 나왔을까요,

일단 장 부위원장이 상대적으로 강한 북한 군부를 통제할 수 있는 명분이 필요했다는 것입니다.

한 대북 전문가는 "비록 김정은이 겉으론 당 총비서, 최고사령관 직책을 수행하고 있다고 하지만, 나이와 경험이 부족한 상태에서 고모부인 장 부위원장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한 상황"이라며 "장 부위원장이 강력한 힘을 동원하기 위해서는 사복보다는 군복을 입는 편이 훨씬 유리하다고 타산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즉 나이 어린 김정은의 집사 역할을 하고 있는 장 부위원장이 북한 군부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서는 군사칭호가 필요했다는 지적입니다.

이로서 북한 내부에서는 김정은을 중심으로 하는 친인척 군부 세력과 야전 군부 세력 간에 암투가 한층 점화될 것으로 분석됩니다.

대북 전문가들은 "앞으로 북한 권력층들 속에서는 김정은에게 충성경쟁을 하면서 동시에 권력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물밑 경쟁도 치열하게 벌일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습니다.

우선 김정일 위원장 추모행사 참가 여부를 척도로 간부들에 대한 일대 검열 숙청 작업이 시작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향후 '별들의 보이지 않는 전쟁'이 전개될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남한 대학생, “김정일 사망보다 취업이 먼저”

다음 주제입니다. 지난 26일 한국의 서울대학교에서 몇 명의 대학생들이 고 김정일 위원장 분향소를 차렸다가 학교 측으로부터 강제 철거당했습니다. 북한 웹사이트 ‘우리민족끼리’는 이에 대해 “속통이 좁은 자들의 추악한 행위”라고 비난했습니다.

한국 언론의 보도입니다.

<녹취: SBS> “어제(26일) 낮 12시. 서울대생 박선아 씨가 6.15 정상회담 사진을 들고 학생회관으로 들어와 분향을 시도하다가 학교 측 제지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분향소는 대학 사무실의 허가를 받지 않았다는 이유로 10분 만에 달려온 경비원들에 의해 철거됐습니다. 분향소 설치를 주도했던 박씨는 “한반도 평화를 위한 대화 파트너로서 최소한의 예우라고 생각을 한다”며 이유를 댔지만, 다른 학생들은 냉담한 반응을 보였습니다.

<녹취: 서울대 학생> “서울대 학생들이 전부 다 그렇게 생각하는 것처럼 비춰지는 것 같아서 그게 제일 불쾌하고, 개인적으로도 김정일 위원장이 추모의 대상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이처럼 남한 대학생들 속에서는 김정일 위원장 사망에 대해 설렁한 반응을 보였습니다. 이미 김정일이 ‘88 서울 올림픽’을 방해하기 위해 KAL기 폭파사건이나, 아웅산 폭탄 테러사건, 강릉잠수함 침투사건 등 남한을 상대로 테러를 감행했기 때문에 한국 국민들은 조문하는 행위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도리머리를 하고 있습니다.

더욱이 작년 3월 천안함 폭파 사건이나, 11월에 있은 연평도 포격 사건으로 인해 김정일에 대한 남한 국민들의 원한은 고조에 달했습니다.

서울대 교수와 학생들은 "김정일 사망에 대한 대학가의 분위기가 지난 1994년 김일성 사망 때와 180도 다르다"고 반응하고 있습니다.

김일성 사망 당시에는 주사파운동권 학생들이 주도권을 잡고 있던 전남대학교를 비롯한 일부 대학들에서는 김일성의 분향소가 마련되고, 북한을 찬양하는 유인물까지 나돌았습니다.

하지만, 김정일 위원장 사망 때는 다른 분위기입니다.

텔레비전에서 김정일 사망 보도가 나오자, 20대의 젊은 대학생들 속에서는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어떤 학생은 심지어 김정일의 사망조차 모르는 학생이 있는가 하면, 외국에 가서 어학연수를 준비하던 한 대학생은 김정일 사망으로 환율이 폭등하자, “외국에서 쓸 돈을 바꿀 걱정이 먼저 앞선다”고 말했습니다.

탈이념 시대를 거쳐 남한의 대학생들 속에서는 주체사상이나, 선군정치 같은 정치이념보다는 오히려 어떻게 하면 취업을 더 잘 할 수 있겠는가에 더 관심이 높습니다.

한국의 전문가들은 요즘 대학생들이 이념적인 문제보다는 실리주의에 기초해 의식이 변했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정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