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언론의 겉과 속] 평양에 전문 술집 잇따라 개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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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2월 26일 ‘북한언론의 겉과 속’ 시간입니다. 술풍을 강력하게 통제해오던 북한이 올해 초부터 술을 전문으로 판매하는 식당을 평양의 여러 곳에 내와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이에 관해 정영기자가 알아봤습니다.

오늘은 평양시 한가운데 전문 술집이 생겼다는 조선신보 기사를 놓고 이야기 해보려고 합니다. 지난 2월 18일 조총련 기관지 조선신보 인터넷판은 “올해 들어 평양시에 술과 안주만 판매하는 전문술집들이 처음 등장해 애주가들의 호평을 받고 있다”고 평양발로 보도했습니다.

평양 고려호텔과 연결되는 중구역 창광음식점거리에 등장한 이 술집들은 ‘봄빛술집’과 ‘금강술집’ 2곳입니다. 이 술집들에서는 ‘메기샤브샤브’와 ‘돼지고기 전골’ 같은 안주를 쓰는데 이미 북한주민들 속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고 합니다.

또 서성구역의 유명한 대중식당이었던 ‘연못관’도 최근 전문술집으로 탈바꿈을 해 앞으로 이 같은 술집들이 평양에 여러 군데 생길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에 이런 전문술집들이 생기기는 처음입니다. 속담에 “지고는 못 가도 먹고는 간다”는 말처럼 북한에는 술 하면, 사족을 못 쓰는 사람들이 많지요. 결혼잔치, 환갑잔치, 생일잔치는 물론 아이들 돌 생일날에도 술이 빠지면 안 됩니다. 그만큼 북한에서 술은 기호품이 아니라 ‘애호품’이 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술을 좋아하기는 남한 사람들도 마찬가집니다. 남한에는 조선음식(한식)집과 맥주집, 그리고 술을 전문으로 하는 식당 등 음식점들이 많습니다. 이러한 식당들은 모두 개인들이 운영하는 것들로, 자기의 음식을 더 많이 팔기 위해 여러 가지 료리도 만들고 손님들도 끌기 위해 서비스도 잘해줍니다.

요즘은 경기가 어려워 술자리를 길게 하는 사람들이 적지만, 예전에 경기가 좋을 때는 회식자리도 1차에서 시작해서 4차까지 가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저도 처음 입사해서 참가한 회식자리가 저녁 7시에 시작해서 새벽 4시가 되어서야 끝나 집에 들어갔던 기억이 있습니다.

이런 음주문화는 아마 술을 즐기는 조선 민족의 태생적 습성에 바탕을 두고 있는 것 같습니다. 북한 사람들도 술을 친척이나 친구의 집을 다니면서 많이 마시지 거리의 술집에서는 거의 마시지는 않았습니다. 더욱이 국가가 직접 전문 술집을 차려준 적은 없었지요.

오히려 “술이 귀중한 식량을 낭비하게 하고, 술풍은 적들의 반공화국모략책동에 동조하는 부르주아생활풍조를 끌어들인다”고 경계해왔습니다.

대표적으로 지난 2005년에 발행되었던 군중강연 자료에는 술풍을 없애기 위한 전군중적 투쟁을 벌일 것을 선동하기도 했습니다. 작년 10월에만 해도 주민들이 밀주를 제조하는 현상을 막기 위해 보안원들이 집집마다 돌면서 밀주를 담군 독을 부수고 제조자들을 잡아들이기도 했습니다.

그때 보안서에서는 ‘장군님 방침’이라고 하면서 “매년 밀주로 허실되는 밀주와 건식품으로 허실되는 알곡이 100만 톤이 넘는다”며 밀주를 막는 것이 애국애민 사업이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평양 한 복판에 버젓하게 술집이 생겼다는 것은 뭔가 이례적입니다. 더욱이 요즘처럼 쌀 가격이 폭등해 사람들이 굶어죽는다고 난리인데, 그것도 국가 기관인 인민봉사총국이 술집을 차려놓고 음주를 허용한다는 게 상식적으로 맞지 않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 의미는 올해 인민생활 개선이 주요 화제가 되고 있는 북한에서 “우리도 인민들이 마음 놓고 술을 마실 수 있는 술집이 생겼다”는 것을 대외에 선전하려는 의미로 해석됩니다.

북한은 올해 신년공동사설에서 “당 창건 65돌을 맞는 올해에 다시 한 번 경공업과 농업에 박차를 가하여 인민생활에서 결정적 전환을 이룩하자”고 인민생활을 향상을 주요목표로 삼았습니다.

그리고 김정일 위원장은 새해벽두부터 “아직도 인민들에게 강냉이밥을 먹이는 게 가슴이 아프다”는 발언도 하고, 2.8비날론 공장을 찾아가서는 비날론을 보면서 눈물을 흘리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김 위원장은 평양 용성식료공장에 가서는 막걸리를 많이 만들어 인민들에게 주라고 지시하기도 했지요. 사실 막걸리도 찹쌀, 멥쌀, 보리, 밀가루 등을 쪄서 누룩과 물을 섞어 발효시킨 술의 일종으로 그걸 빚는데도 곡물이 많이 들어갑니다.

그래서 지도자가 직접 나서 인민생활을 챙긴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북한은 평양 가운데 술집을 만들고 선전한다는 것입니다.

한때는 식량을 낭비한다고 술을 못 마시게 하고, 이제는 술을 마셔도 된다는 식으로 술집이 등장했다는 것은 일관성이 없어 보입니다만, 어쨌거나 오래간만에 생긴 평양 술집에서 북한 주민들도 따끈한 소주 한잔 마시면서 인생사를 나눌 수 있는 공간이 되기를 바라면서 오늘 순서를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