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언론의 겉과 속] 민둥산 없어지지 않는 이유

MC:

2010년 3월 5일 '북한 언론의 겉과 속' 시간입니다. 식수절(한국의 식목일)을 맞아 북한이 매해 나무를 심고 있지만, 먹는 문제와 땔감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민둥산을 없앨 수 없다는 분석입니다.

정영기자입니다.

오늘은 식수절을 맞아 북한이 나무심기에 나섰다는 조선중앙텔레비전 보도를 놓고 이야기 하려고 합니다. 지난 3월 2일 조선중앙텔레비전은 “식수절을 맞아 전국이 떨쳐나 나무심기를 했다”며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비롯한 당과 국가의 간부들이 모란봉 주변에서 나무 심는 모습을 공개했습니다.

원래 북한에서 식수절은 4월 6일이었습니다. 1947년 4월 6일 고 김일성 주석이 문수봉에 올라 나무를 심었다는 날을 기리기 위해 전통으로 내려왔는데 1999년 부터 3월 2일로 식수절이 바뀌었습니다. 김일성, 김정숙, 김정일이 함께 1946년 3월 2일 모란봉에 올라 나무를 심었다는 날을 기리기 위해 변경된 것입니다.

북한의 식수절을 두고 일부에서는 요즘 지구 온난화 영향으로 땅이 해동되는 시기가 좀 빨라져 적기라는 견해도 있지만, 아무래도 3월초에도 양지를 제외한 음지가 얼어있는 북쪽에서 나무심기에는 좀 이른 감이 있습니다.

이번에 텔레비전에 나온 김영남 위원장도 눈속을 파고 나무 심는 모습이 나옵니다. 식수절조차도 김부자 찬양에 이용되는 북한의 슬픈 현실에 대한 이야기는 여기서 줄이고, 이제부터는 왜 북한에서 매년 나무심기를 하는데도 불구하고 민둥산이 없어지지 않는지 살펴보겠습니다.

북한에서는 해마다 봄이 오면 당, 정권기관, 공장, 기업소, 학생, 가두 인민반원들까지 나무심기에 동원됩니다. 이깔나무, 잣나무, 수삼나무 등 다양한 묘목들을 산에 심습니다. 이렇게 해마다 심는 나무도 만만치 않습니다. 북한이 원래 집체 사회다보니 전국의 수백만 명이 동원되는데, 한 사람이 100대를 심는다 해도 수억 그루가 넘습니다.

실제로 지난 2005년 5월 조선중앙통신은 나무심기를 총화하면서 “4월말 전국적으로 15만여 정보의 산림에 10억여 그루의 나무를 심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2007년에도 북한은 홍수피해가 컸던 평안북도와 평안남도 등지에 수억 그루의 나무를 심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렇게 매년 수억 그루의 나무를 심는데 왜 민둥산이 많을까요?

원인은 간단합니다. 식량과 땔감이 모자라기 때문입니다. 전체 국토면적의 80%가 산지인 북한은 남한보다 산림이 더 무성했습니다. 80년대 만해도 제가 자라던 지방에는 “여우귀신이 나온다”던 산골짜기들이 많았습니다. 원시림과 같이 우거진 산속에는 다래와 머루 등 산과실도 많았습니다. 그래서 “산에 들어갔다가 길을 잃고 호랑이를 만나 줄행랑을 놓았다”는 옛말도 많았습니다.

그러던 북한에서 지금은 그 옛말들이 사라져가고 있습니다. 북한의 황폐화를 꼽으라면 당연히 90년대 중반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여기저기서 아사자가 발생할 때 뙈기밭을 가진 사람들은 굶어죽지 않았습니다. 비록 국가 산림이었지만, 말뚝을 박고 관리를 하면 주인이 되던 시절이었지요.

국가가 배급을 주지 못하자 주민들은 이젠 산밖에 믿을 게 없어 대대적으로 나무를 찍었습니다. 그래서 옛날 여우귀신이 나온다던 울창한 수림은 강냉이 밭으로 변했고, 샘줄기도 다 말라버렸습니다. 나무 한그루가 약 2톤의 물을 안고 있다는 말도 있는데 진짜 산에 나무가 없으니 샘물도 다 말라버렸습니다.

땔감을 얻기 위한 남벌도 시작됐습니다. 원유가 모자라자 휘발유차를 목탄차로 바꾸고 나무를 마구 잘라 숯으로 만들었지요. 그리고 먹을 것이 없어 나무를 베어 중국에 팔았습니다. 가뜩이나 작은 땅에서 이렇게 마구 산림을 훼손하다보니 이제는 전국이 벌거숭이가 될 만큼 황폐화 되었습니다.

올해 초 미국항공우주국(NASA) 지구관측위성의 자료를 분석해본 결과 북한에 시급히 나무를 심어야 할 민둥산 면적은 서울면적의 약 23배에 달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습니다. 이런 결과는 북한이 나무심기를 안 해서 생긴 게 아닙니다. 나무를 심는대로 한쪽에서는 계속 뽑아버리는 악순환이 계속되기 때문입니다.

지금도 봄철이 되어 자기 뙈기밭에 나무를 심으면 주인들은 눈살을 찌푸립니다. 그 땅을 이미 십년 넘게 소유해왔기 때문에 암묵적으로 주인이나 마찬가집니다. 그런 땅에 나무를 심겠다고 하니 반가울 리 없습니다. 그래서 나무심기가 끝나면 주인들은 밤에 올라가 묘목을 모두 뽑아버립니다.

올해도 소토지를 빼앗으면 사생결단해보겠다는 농민들이 많습니다. 이런 악순환이 반복되다보니 북한의 산은 15년 가까이 민둥산으로 남아있습니다. 이런 이유 때문에 북한은 국제사회나 남한에서 식수지원을 하겠다는 데 대해 별로 관심이 없습니다. 얼마 전 남한에서 나무를 심어주겠다고 하자, “나무 심게 해줄 테니 대규모 식량을 지원해달라”고 오히려 요구했습니다. 여러 국제단체들도 나무를 심어주겠다고 권유하고 있지만, 북한은 잘 협조하지 않고 있습니다. 산성화된 토지와 벌거숭이산을 외국인들에게 구경시키는 게 싫었던 모양입니다. 북한 주민들도 산림이 왜 황폐화 되었는지 잘 알지만 당국의 지시니 매해 언 땅을 뚜져가며 나무 심느라 고생합니다.

그러면 어떻게 하면 민둥산을 없앨까요. 그건 간단합니다. 땅을 농민들에게 빌려만 줘도 북한은 3년 안에 먹는 근심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땔감 문제는 원자력 발전소 몇 개만 지으면 됩니다. 그러면 거기서 나오는 폐연료를 이용해 전기를 생산하고 그것을 난방으로 이용하고 가스화를 하면 됩니다. 북한이 핵무기 생산을 중단했어도 미국 주도로 건설되던 100만KW 규모의 원자력 발전소 2기를 공짜로 받을 수 있었지만 핵무기를 만드는 바람에 그것도 없던 일로 돼버렸습니다.

북한은 자기네 산이 벌거숭이가 된 것도 다 미국의 봉쇄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미국이 경제봉쇄를 해서 남한 등 외국이 식량지원을 하지 않아 벌거숭이가 되었다는 거죠.

아무튼 지금 북한의 전 국토가 민둥산으로 변해가는 것보다 더 심각한 것은 북한 사람들이 갈수록 ‘공공재산의 소중함’에 대해 무심해지는 것입니다. 북한이 진정으로 산에 나무를 심고 푸르게 하려면 먹는 문제와 땔감문제를 풀어야 합니다. 나무도 한 20년 자라야 홍수를 방지할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러니 이제부터 산에 나무를 심는 다해도 30년이 가야 한국만큼 푸르러집니다.

그러니 한 세대가 지나야 가능하다는 소립니다. 아마 북한의 다음 세대들은 나무 한그루 제대로 없는 황폐한 국토를 물려받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