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2010년 3월 13일 ‘북한 언론의 겉과 속’ 시간입니다. 북한이 해외자본을 끌어들이기 위해 국가주도의 개발은행을 만들고 외자유치를 꾀하고 있지만, ‘모기장식’ 개발이어서 성공할 가능성이 적다는 지적입니다.
정영기자입니다.
이번 시간에는 북한의 해외자본 끌어들이기 열풍에 대해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자력갱생을 선동하는 북한에서 해외자본 유치에 대한 보도를 거의 하지 않는데 조선신보와 같이 북한의 입장을 대변하는 해외 언론들은 곧잘 합니다.
3월 11일자 조선신보는 평양에서 ‘국가개발은행’리사회 제1차 회의가 진행됐다는 소식을 전하면서 국가개발은행 이사장으로 전일춘 노동당 39호실 실장이 선출되고, 부이사장에는 사업가인 재중동포 박철수씨가 임명됐다고 보도했습니다.
이번에 구성된 북한 국가개발은행의 면면을 보면 최고 지도기관인 국방위원회를 필두로 노동당 대남사업부(조선아세아태평양평화위원회)와 내각(재정성), 그리고 조선대풍국제투자그룹(대풍그룹) 등으로 이루어졌습니다.
이 대풍그룹은 작년 12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지시로 설립된 북한의 공식외자 유치 창구입니다. 박철수 총재는 지난 3월 2일 조선신보와의 인터뷰에서 “대풍그룹은 국가예산 외에 국제금융시장을 이용해 국가개발의 목표를 실현하자는 것으로 자본주의 나라의 여느 회사와 다르다”고 말했습니다. 즉 대풍그룹이 일개 개인 회사가 아니라 국가주식회사라는 것입니다.
북한은 대풍그룹을 통해 해외자본 유치에 본격적으로 나섰습니다. 박철수 총재는 한국 언론들과 회견에서 “(외자유치를 통해) 먹는 문제와 철도, 도로, 항만, 전력, 에너지 등 6가지 사업을 동시 추진한다”면서 국가개발은행의 1차 등록자본을 100억 달러로 설정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해외동포들에게 국가개발에 힘껏 이바지하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습니다.
박철수 총재는 북한이 목표로 하는 외자유치 총액은 최대 4천억 달러라고 했습니다. 4천억 달러면 북한 국민총생산액(GDP)의 약 20배에 달하는 천문학적 숫자입니다.
문제는 북한이 계획하는 규모가 너무 방대한데도 있지만 과연 이 많은 돈을 빌릴 수가 있겠는지 의문시 되고 있습니다. 한국의 경제전문가들은 북한이 세계경제질서를 잘 모르고 하는 소리라고 말합니다. 지금 국제사회는 철저하게 신용으로 이루어졌습니다. 어떤 대상의 장점이나 보고 무턱대고 돈을 투자하던 시기는 이미 지났습니다. 미국만 보더라도 개인이 은행에서 돈을 빌리자면 은행은 그 사람의 신용을 철저하게 검사하고, 신용이 없으면 돈을 빌려주지 않습니다. 만약 신용이 낮은 사람이 돈을 빌리자면 신용이 좋은 사람의 담보를 받아야 하는데 이럴 경우에는 높은 대출이자로 돈을 빌려야 하고, 원금과 이자를 제 기일에 갚지 못하면 곧바로 그의 재산이 압류되며 경매에 넘겨 처분하게 됩니다. 제때에 돈을 갚지 못하면 심지어 대출담보를 서준 사람도 2중 피해를 당하게 됩니다. 이런 이유 때문에 돈을 빌리기도 어렵거니와 담보를 잘 서려고 하지 않습니다.
개인들 사이에서도 이렇게 신용을 따지는데, 과연 북한의 신용이 좋습니까,
우선 북한이 보유하고 있는 핵이 첫 번째 신용불량 대상입니다. 그 핵 때문에 대북제재가 이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대북투자는 거의 불가능한 것입니다. 그리고 초강대국인 미국이 세계금융권을 쥐고 있기 때문에 미국의 동의 없이는 투자 받기가 어려울 것입니다.
요즈음에 외국자본을 빌리러 뛰어다니는 모습을 보면 70년대까지 북한이 남한을 비난할 때 써먹던 ‘식민지 예속경제’가 생각납니다. 60~70년대 박정희 대통령은 외국자본을 끌어들이기 위해 서독에 광부와 간호사를 파견하고 그들의 임금을 담보로 돈을 빌려 경부고속도로를 건설하고 포항제철소를 건설했습니다.
당시 이렇게 외국자본을 끌어들인다고 북한은 남한을 가리켜 ‘식민지예속경제’라고 비난하고 자신들의 ‘자립적 민족경제’가 우월하다고 선전했습니다. 그런데 근 40년 만에 그 ‘자립적 민족경제’는 실패했고, ‘식민지예속경제’라고 비난받던 한국경제는 근 2천억 달러의 외화를 보유한 세계 경제 10위권의 발전된 국가가 됐습니다.
이렇게 남한에서 해외자본 유치가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시장경제에 외자를 결합시킨 것이지만, 북한의 방식은 시장경제를 배제하고 체제유지를 위한 외자유치이기 때문에 성공할 가능성이 적다고 경제전문가들은 보고 있습니다. 즉 북한처럼 시장경제는 막고 돈만 벌겠다는 ‘모기장식 개방’은 성공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북한에 세워진 국가개발은행과 대풍그룹도 노동당의 영향 하에 있기 때문에 여러 가지 혼란이 예견되고 있습니다. 우선 북한에 투자하겠다는 사람이 나타나도 계약 당사자와의 관계, 계약당사자와의 신뢰관계 유지 등이 문제되고 있습니다.
과거에 북한에 투자했던 사람들은 북한의 계약 당사자가 수시로 바뀌기 때문에 시끄럽다고 말합니다. 계약은 투자자와 회사 사이에 맺어지는데 노동당이 경제를 독점했기 때문에 지배인이나 사장을 문제 삼아 바꿔치우면 계약 당사자를 찾을 수 없어 신뢰가 깨진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북한에는 외국의 투자자가 돈을 투자했다가 잃으면 찾을 수 있는 법 조항도 허술합니다. 이렇게 위험부담이 크기 때문에 외국의 투자가들은 투자를 꺼립니다.
북한이 아무리 외국의 자본가들을 향해 손짓해도, 이미 여러 차례 낭패를 본 대북투자자들은 이번 조치도 실패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워싱턴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정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