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북한 언론매체들이 새로 건설된 만수대 거리 살림집을 부자들도 부러워하는 호화주택이라고 자랑하면서도 집 없어 고생하는 일반 인민들의 생활은 외면하고 있습니다.
2010년 3월 18일 ‘북한 언론의 겉과 속’ 시간입니다. 따뜻한 봄은 일명 ‘이사의 계절’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요즘 봄을 맞아 북한에서도 이사를 하는 가정들이 많은데, 특히 평양의 만수대 거리에 새로 입주한 북한 주민들이 새집을 마련해준 당과 국가의 은덕을 고마워하고 있다고 북한 언론매체들이 전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주택에 관해 북한 매체들이 어떻게 선전하는지 이야기 하겠습니다. 지난 3월 13일 북한 웹사이트 우리민족끼리는 평양 한 가운데 건설된 만수대 거리를 소개하면서 “만수대 거리의 살림집들은 주체건축 예술의 걸작이며 강성대국에서 인민들이 살게 될 본보기 집”이라고 소개했습니다.
그러면서 만수대거리 살림집을 텔레비전으로 본 남조선 주민들이 “저렇게 좋은 아파트를 그냥 나누어준다니 놀랍다”며 인민을 하늘처럼 떠받드는 북녘을 동경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평양시 중구역에 위치한 만수대 거리는 보통문과 만수대 의사당 사이에 있는 거리로, 이곳에는 6.25전쟁이후 60년대에 지은 낡은 아파트들이 올망졸망 있었던 곳입니다. 그러던 것을 2008년에 이곳에 있던 600세대의 집들을 헐고 불과 1년 만에 800여세대의 살림집을 새로 지었습니다.
북한은 속도전으로 지은 이 집들을 전쟁노병들과 모범노동자들에게 ‘공짜’로 배정하고 ‘강성대국 인민들의 보금자리’라고 선전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남조선에 제집 없이 사는 세대가 806만 세대 이상이나 된다”며 사람 못살 세상이라고 비난했습니다.
물론 한국이나 미국이 발전했다 해도 모든 사람들이 다 자기 집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렇지만, 열심히 일하고 벌면 자기 집도 마련할 수 있고 먹고 사는 데는 별로 큰 지장이 없습니다. 집을 살만한 능력이 되는 사람은 집을 사고, 돈이 좀 모자라는 사람은 전세주택에서 살고, 아주 생활이 어려운 사람들은 국가가 제공하는 임대주택에서 삽니다.
한국에 나온 탈북자들도 정부가 제공하는 임대주택에서 삽니다. 임대주택이란 주택이 없는 사람들을 위해 공공기관이나 민간업자가 임대를 목적으로 지은 주택을 말합니다. 서유럽에서는 사회주택, 또는 공영주택이라고 말합니다. 탈북자들도 이런 임대주택에서 살다가 집을 살만한 돈이 생기면 임대주택을 국가에 반납하고 주택을 구입합니다.
다른 민족과 달리 한민족, 즉 조선 사람들은 자기 집에 대한 집착이 대단히 강합니다. 워낙 국토가 작은데다가 농경사회에서 오래 살다보니 자기 땅에, 자기 집을 쓰고 사는 것이 소원이 됐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한국에서는 자기 집을 마련하려는 사람들의 열의가 아주 높습니다.
한국에는 집값이 아주 높은데, 강남구나 서초구의 아파트 한 채 가격은 수십만 달러에서 수백만 달러가 넘는 것도 있습니다. 남한에서는 부동산의 가치가 높기 때문에 집은 재산 1호에 속합니다.
요즘 한국정부는 주택이 없는 사람들을 위해 보금자리 주택을 공급합니다. 보금자리 주택이란 무주택자들에게 주변시세의 약 절반 값에 팔아주는 아파트인데, 한국정부는 앞으로 10년 동안 이런 보금자리 주택을 150만 가구를 지을 계획입니다. 주택공급도 계속 늘고 있는데, 남한의 대한주택건설 협회에 따르면 매해 15~16만 가구의 집을 지어 분양합니다. 이는 북한이 자랑하는 만수대 거리 살림집 800세대에 비해 200배 가까운 숫자입니다.
한국의 주택 소개는 이만 줄이고 이제는 북한의 주택상황에 대해 보겠습니다. 엄밀하게 따지면 북한 주민들은 자기 집이 없습니다. 개인소유가 허용되지 않기 때문에 집을 가질 수가 없습니다. 이번에 입주한 만수대 거리 살림집도 국가집이지 개인집이 아닙니다.
즉 국가가 빌려준 집, 남한으로 비유하면 임대주택에 해당됩니다. 때문에 쓰고 살 권리는 있어도 마음대로 사고 팔 수 없습니다. 간부들의 경우 전용 주택에서 살다가도 퇴직하거나 과오를 범하면 집을 내놓거나 추방되기도 합니다.
90년대 초반에 북한에서 집을 거의 짓지 못했습니다. 평양시의 통일거리가 지어진 다음에 주택건설은 중단됐습니다. 세대는 자꾸 늘어나는데, 집이 모자라자 주민들 속에서는 국가 집을 사고파는 암거래가 생겼습니다. 원래 주인은 아니지만, 사용권을 넘기는 방법으로 웃돈을 받고 집을 내줍니다. 인민위원회 주택담당자에게 돈을 먹이면 명의 이전도 가능합니다.
결과적으로 평양시 대동강변의 어떤 아파트는 1만 달러를 줘야 살 수 있었고, 중국과 마주하고 있는 신의주시의 아파트 가격도 웬만한 것은 1만 달러가 넘습니다. 어떤 허름한 집도 4천~5천 달러 이상 줘야 하는데, 이는 집보다도 집터 값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2002년 이후에는 개인들이 돈을 출자하여 아파트를 짓고 팔아주는 이른바 부동산업도 생겨났지만, 당국이 비사회주의 현상이라고 다 없애버렸습니다.
지금도 북한에서는 개인들은 집을 지을 수 없고, 국가는 경제적 여력이 없어 집을 짓지 못합니다. 특히 당장 아들, 딸 들을 시집장가 보내야 하는 집 부모들은 시름만 깊어갑니다. 집이 없어 아들 결혼을 미루고, 집이 없어 부모는 아랫방에서, 큰 아들은 윗방에서, 작은 아들은 작은 방에서 밥을 따로 해먹으며 온 가족이 동거하는 집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국가에서 공짜로 집을 받는다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입니다. 이번에 만수대 거리에 입주한 사람들은 정말 운이 좋은 사람들일 것입니다. 작년 12월 조선화보에 소개된 만수대 거리의 살림집을 본 남한의 건설 전문가들은 그 집의 시설이 80년대 남한의 살림집 수준이라고 말합니다. 특히 더운물을 중앙 보일러에서 공급 받지 못하고 벽에 설치한 전기 가열식 온탕기로 덥혀서 쓰는 것은 중국식을 도입한 것으로 보입니다.
아무튼 북한 언론매체는 제 집이 없어 다른 집에 동거하며 살아가는 어려운 사람들의 소식은 전하지 않고 당국이 보여주기 식으로 지은 평양의 집들만 보여주면서 “우리 인민들은 당의 배려로 자본주의 부자들도 부러워하는 자기 집에서 살고 있다”고 선전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워싱턴에서 자유아시아방송 정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