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언론의 겉과 속] 말뿐인 ‘세금없는 나라’

국세청 '학생세금문예작품 및 UCC 공모전' 포스터 부문 고등부 금상을 수상한 부산디자인고등학교 3학년 김진주 학생의 작품.
국세청 '학생세금문예작품 및 UCC 공모전' 포스터 부문 고등부 금상을 수상한 부산디자인고등학교 3학년 김진주 학생의 작품. (사진-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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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서 세금이 폐지된 날을 맞아 “지구상에서 세금이 완전히 없어진 첫 번째 나라”라고 자랑하면서도 주민들에게 이름만 바꾼 각종 ‘세부담’을 들씌우고 있습니다.

진행에 정영기자입니다.

‘ 요즘 북한 선전매체들이 세금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합니다. 3월 22일 조선중앙통신은 김일성 주석이 1974년 3월 21일 “세금제도를 완전히 없앨 데 대하여”라는 법을 채택하면서 세금이 완전히 없어졌다면서 “(조선은)세계 200여개 나라 중에 유일하게 세금이 없어진 나라”라고 자랑했습니다. 70년대에는 “세금 없는 우리나라”라는 노래까지 불렀지요.

3월 2일자 북한 웹사이트 ‘우리민족끼리’도 “세금이라는 말조차 모르는 우리인민들의 생활이 낙원이라면 세금에 짓눌리고 일생 세금에 시달리다 죽어가는 남조선 인민들의 생활은 지옥”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세금에 대해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세금하면 북한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자본주의 착취의 온상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치 “자본주의 사회가 인민들을 착취하기 위해 만든 반인민적인 정책”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세금은 원래 나쁜 말이 아닙니다. 세금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운영에 필요한 자금을 얻기 위해 국민으로부터 의무적으로 받아내는 소득의 일부를 말합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세금은 필수인데요, 한국은 헌법 제38조에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납세의 의무를 진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세금은 자기 소득의 일부를 내는 것을 원칙으로 합니다. 예를 들어 삼성이나 현대와 같은 큰 기업들은 영업이익을 낸 것만큼 세금을 많이 내고, 작은 식당이나 상점을 운영하는 사람들은 판매이익만큼 세금을 냅니다. 심지어 월급쟁이들도 소득 수준에 따라 세금을 냅니다.

미국에서는 연방세금, 주 세금 등 2중으로 내는데 근로자의 수입의 약 30%가 세금으로 빠집니다. 그리고 자동차를 사면 자동차세를 내야하고, 고속도로를 이용하면 도로비용을 내는데 여기에도 세금이 포함됩니다.

그러면 이렇게 걷은 세금을 어떻게 쓸까요? 국가나 지방정부는 그 세금을 예산으로 쓰는데, 구체적으로 보면 국가, 기관 공무원들의 월급으로 지출되고, 나라를 방위하기 위한 국방비로도 쓰이고, 학교, 병원 등 공공건물을 짓고 운영하는데도 씁니다.

그리고 퇴직을 한 노인들이나 장애인들에게 필요한 시설이나 복지관을 짓는데 지출됩니다. 소득이 적은 장애인이나, 노인들, 소년소녀 가장들은 납세에서 제외됩니다. 그러니 이들은 국민의 세금으로 살아가는 셈입니다. 그리고 국가가 어떤 큰 계획을 두고 자금을 조성하는데도 들어갑니다. 예를 들면 남한에서는 남북한 인적교류 및 경제협력을 촉진하기 위해 ‘남북협력기금’이라는 기금을 만들었습니다. 여기에 있는 돈으로 한국 정부는 지난 10년 동안 북한에 매년 40만 톤가량의 쌀을 보내주었습니다.

그러면 세금이 없다는 북한은 어떻습니까, 북한에는 개인 재산이 없기 때문에 원래 세금이라는 게 없습니다. 공장도 농장도 모두 국가 것이고, 기계도 집도 모두 국가재산이기 때문에 세금을 걷을 이유가 없습니다. 요즘처럼 물가가 치솟는데, 한 달에 2,000원씩 받는 노동자들이 세금 바치면 뭘 먹고 살겠습니까,

그러나 명목만 세금이 없을 뿐, 이름을 바꾼 세금이 너무 많습니다. 농민들이 1년에 한 마리씩 길러내야 하는 ‘인민군대 돼지지원’은 정말 농민들의 허리를 휘게 합니다. 80년대 김일성이 군대들이 고기를 먹지 못한다고 하자, “농민 한 가정이 1년에 한 마리씩 길러 바치라”고 지시하면서 농민들은 자기 아이들에게 돼지고기 구경도 못시키면서 군대들에게 꼬박꼬박 길러 바쳤습니다.

그리고 요즘에는 희천발전소 건설이요, 10만 세대 살림집 건설이요 하면서 각종 세부담을 들씌웁니다. 10만 세대 건설장에 삽과 곡괭이가 없으니 한 세대에서 하나씩 내라고 합니다. 그러면 평양시 아파트 위에서 사는 사람이 어디 가서 삽을 구합니까, 그러면 인민반장은 “현물을 내지 못하면 돈으로 내라”고 합니다. 그 돈을 모아서 장마당에 가서 집체적으로 사서 낸다는 것입니다.

북한이 개인들에게 부담시키는 이유는 국가에 돈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북한은 이번에 화폐개혁을 통해 국가에 텅 빈 금고를 채우려고 했습니다. 북한은 새돈을 찍어 주민들에게 월급으로 주고 다시 그 돈이 국고에 들어와야 하는데 물건이 없다보니 화폐개혁이 하나마나한 일이 됐습니다.

국고에 돈을 채워 넣자면 세금으로 걷어야 합니다. 그런데 북한이 세금을 폐지했으니, 어떻게 합니까, 결국 인민들이 시장터에서 피땀 흘려 번 돈을 강탈하는 방법을 썼습니다.

국가에 돈이 없으니 오늘은 인민군대 지원이요, 내일은 희천발전소 건설지원이요, 모레는 10만 세대 살림집 건설 지원이요 하는 식으로 인민들의 호주머니를 털고 있습니다. 그리고는 자기네는 세금이 없다고 말합니다. 북한은 이런 세부담을 없애고 나서 진짜 세금이 없다고 말해야 되지 않겠습니까,

세계에서 제일 잘사는 북구라파의 스웨리예(스웨덴), 단마르크(덴마크)와 같은 국가들은 높은 생활수준과 무상치료, 무료교육을 실시합니다. 그리고 근로자가 실직을 해도 1년 동안 원래 직장에서 받던 월급을 그대로 받고, 직장을 얻지 못하면 국민 평균 소득에 준하는 실업급여를 평생 동안 받을 수 있습니다. 이러한 비용은 모두 국민들의 세금으로 충당되는데, 어떤 나라는 개인 소득의 약 55~60%를 세금으로 바쳐야 합니다.

이 나라 사람들은 세금을 많이 내고도 이밥에 고기 먹는 걱정을 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세금을 완전히 없앴다는 북한 인민들은 여전히 그 소원을 이루지 못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