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언론의 겉과 속] “남한은 환경파괴 박물관” 비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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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9일, 북한이 ‘환경보호법’이 채택된 날을 맞아 자신들은 ‘맑은 아침의 나라, 공해를 모르는 나라’에서 산다고 자랑하면서 남한 인민들은 ‘생태환경의 불모지’에서 살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습니다.

진행에 정영기자입니다.

세계인구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면서 오늘 지구는 이산화탄소의 대량 배출, 산림황폐화 등으로 온도가 증가하는 지구온난화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래서 요즘 세계는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한 공동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이러한 때 북한이 4월 9일, 그러니까 1986년에 채택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환경보호법’의 날을 맞아 자연환경 보호에 대해 언급했습니다.

북한 웹사이트 ‘우리민족끼리’는 8일자 ‘자연환경을 통해 보는 북과 남’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우리 조국은 백두산 위인들의 손길아래 ‘맑은 아침의 나라’, ‘공해를 모르는 나라’로 세상 사람들의 부러움을 자아내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즉 김일성 주석이 생전에 ‘환경보호법’을 마련해주면서 북한 인민들이 깨끗한 자연환경에서 살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되고, 그 뒤를 이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지도아래 환경보호가 잘 되고 있다는 내용입니다.

실례로 김정일 위원장이 어느 한 화학공장을 현지지도 하다가 공장 굴뚝에서 나오는 미세한 유해가스를 보고 0.01%도 허용해서는 안 된다고 지시할 만큼 세심함을 보였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이 매체는 “남조선은 생태환경의 불모지”라고 비난하고 그 이유는 주한미군이 오염물질을 대량 방출하고, 이명박 정부가 ‘4대강 개발’을 추진하면서 악화되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남과 북의 자연환경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자연하면 먼저 산림이나 공기를 떠올리게 되는데요, 제가 중국과 한국을 거쳐 미국에 오면서 아주 인상 깊게 느낀 것이 있는데 산에 나무가 많은 것이었습니다.

얼마 전 미국 워싱턴 시내에 있는 조지타운 대학에서 탈북자 관련 좌담회(세미나)를 할 때였는데 어떤 미국 학생이 미국에 와서 가장 인상 깊은 것이 무엇이냐고 물었습니다. 저와 같이 참석했던 한 탈북자는 자신은 미국에 자동차가 너무 많아 놀랐다고, 장을 보러 갈 때도 자동차가 없으면 갈 수 없다는 데 놀랐다고 말했습니다.

저는 이미 ‘자동차의 왕국’이라고 할 수 있는 한국을 거쳐 왔기 때문에 미국에 자동차가 많은 데 대해서는 별로 놀라지 않았지만, 미국에 나무가 많고 환경정리가 잘되어 놀랐다고 말했습니다. 정말 미국은 워싱턴시에서 버지니아주로 나가는 도로 옆에는 수십 년, 많게는 수백 년 묵은 나무가 즐비하고 워싱턴 도시 한 가운데도 녹음이 우거져 청서와 다람쥐 같은 짐승들을 볼 수 있습니다. 제가 살고 있는 아파트 단지는 울창한 수림에 싸여 있는데, 아침에는 새소리가 진동하고, 주변 공기는 풀과 나무 냄새로 신선합니다. 미국에 자동차가 아무리 많다고 해도 공기가 맑은 이유를 알 수 있었습니다.

한국도 녹화가 잘 되어있는데요, 도로주변이나 고속도 도로 옆에는 산림이 우거졌습니다. 남한은 박정희 대통령이 주도한 '새마을 운동'과 70~80년대 치산녹화를 국가의 주요사업으로 추진한 결과 산림녹화에서는 세계적으로 모범국가 대열에 들어섰습니다.

특히 한국은 도로포장과 화장실 문화가 잘 되어 있어 중국 사람들이 이걸 배워가느라고 난리입니다. 제가 중국에 있을 때 한국을 다녀온 한 조선족 노인이 “한국에 나가보니 논판으로 나가는 길까지 모두 아스팔트 포장이 되었다”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당시에는 설마 그러랴하고 말았는데, 진짜 한국에 나와 보니 논판은 물론 산에 올라가는 등산로 입구까지 모두 도로 포장이 되어 있었습니다. 현재 한국에 1,600만대 가량의 자동차가 있다고 하지만 도로에 먼지를 날리는 모습은 거의 찾아볼 수 없습니다.

그러나 북한의 산은 어떻습니까, 70년대 산비탈을 개간해 새 땅을 찾는다면서 다락 밭을 만들어 약 20만 정보의 산림이 훼손된 결과, 해마다 산사태를 초래해 많은 농경지들이 떠내려갑니다. 게다가 90년대 초에 소련과 동구권이 무너지면서 에너지와 식량부족으로 사람들이 무작위로 산림을 훼손해 전체 산림면적의 약 20% 이상이 황폐화됐습니다.

겨울만 되면 북한 나무들은 홍역을 치릅니다. 손에 낫과 도끼를 든 주민들이 산에 올라가 야금야금 땔감을 마련하느라 찍어 들어가 해마다 산림면적이 줄어듭니다. 아마 만성적인 식량난과 에너지난을 해결하지 않고 지금처럼 북한체제가 흘러간다면 몇 십 년 뒤에는 북한 땅 전체가 민둥산이 될 만큼 심각합니다.

온실가스 배출 또한 심각합니다. 비교적 녹화가 잘 되었다는 평양시를 제외한 함흥시나 신의주와 같은 큰 도시의 주민지구에 공장들이 들어앉아 하늘에 유해가스를 뿜고 있습니다.

대표적 화학공업지구인 함흥시에는 도시 전체의 약 70%가 공장입니다. 흥남비료연합기업소와 흥남제약공장, 2.8비날론 연합기업소, 함흥 모방직공장 등에서 나오는 염소가스, 일산화탄소 등 유해가스 때문에 아침 새벽에 달리기를 하면 오히려 기침과 재채기를 하게 된다고 함흥이 고향인 탈북자들은 말하고 있습니다.

남한에서는 공장들을 주민지구와 멀리 떨어진 바닷가에 공업단지를 조성하고 짓지만 북한은 도시 가운데 공장을 짓고 돌리는 재래식 구조를 아직도 극복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재가동하기 시작한 2.8비날론 공장에서 나오는 유해가스는 여전히 오존층을 파괴하고 이산화탄소를 배출해 지구온난화를 부추기고 있습니다.

세계는 이러한 환경오염 피해로부터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해 1992년에 '유엔기후변화협약'이라는 국제기구를 만들어 공동대처하고 있습니다. 남한은 이 기구의 정식회원국이 되어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한 국제 활동에 주도적인 역할을 하면서 북한의 산림 황폐화를 막기 위한 양묘장 건설과 병해충 방제를 위한 약제 공급 등을 해주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상한 것은 북한 매체들은 이렇게 남한이 도와준다는 이야기는 일절하지 않고 마치 남조선 인민들이 ‘생태환경의 불모지’에서 사는 것처럼 내부 주민들에게 선전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