팝송 즐기는 김정은, 주민엔 군가 강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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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 계시는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북한 매체의 보도내용을 다시 뒤집어 보는 '북한 언론 뒤집어보기' 최민석입니다. 오늘도 정영기자와 함께 합니다.

정영기자, 오늘 다룰 주제는 무엇입니까,

- 북, 전쟁위기 주민에게 전쟁가요 부르라 지시
- 평양시 수만 명 청년학생 전시가요경연대회 진행
- 북 젊은이 한국의 팝, 대중가요 인기
- 김정은, 미국 스포츠와 디스코 음악 좋아해
- 김정은, 로드먼에게 전쟁 원치 않고 오바마와 전화하고 싶다


정영: 최근 북한 당국이 전쟁분위기를 고조시키면서 60년전 불렀던 전시가요를 부르라고 주민들에게 지시했습니다. 하지만, 얼마 전 북한을 방문했던 데니스 로드먼은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미국 스포츠를 시청하고, 1980년대 디스코 음악을 더 즐겨 듣는다고 말해 지도자와 주민간의 음악적인 괴리를 보였습니다.

지도자는 미국식 팝음악을 좋아하고, 주민들에게는 60년전 전쟁가요를 부르라고 하는 김정은, 왜 그런 지시를 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최민석: 서구 음악을 좋아하는 지도자, 전쟁가요를 불러야 하는 북한 주민의 고통, 재미있는 주제네요.

정영: 지난 17일 북한 중앙텔레비전은 평양시 청년학생들이 전시가요경연대회를 벌였다고 보도했습니다. 북한 중앙텔레비전을 한번 들어보고 다음 애기로 넘어가겠습니다.

최민석: 예, 직접 들어보겠습니다.

북한 중앙TV: 혁명적 열의가 온나라에 차넘치고 있는 가운데, 평양시 청년학생들의 전시가요경연대회가 17일 김일성 광장에서 진행되었습니다. 열혈청년들의 불타는 맹세가 어린 조국보위 노래, 진군 또 진군, 해안포병의 노래 등 전시가요들을 힘차게 합창하면서 광장을 누벼갔습니다.

최민석: 정말 김일성 광장에 모인 학생들을 보니까, 몇 만 명은 족히 될 것 같은데요, 이거 자발적으로 나온 것입니까, 아니면 강제적으로 동원된 것입니까,

정영: 김일성 광장은 약 10만명을 수용할 수 있는 큰 광장인데요, 여기에 모인 학생들이 몇 명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아마 평양시내 청년학생들을 다 모아놓은 것 같습니다. 북한은 신년사 관철 궐기대회나 시기에 따라 정치행사를 할 때는 대학생들에게 쩍하면 김일성 광장에 모이라고 합니다. 요즘 전쟁 분위기를 고조시키면서 학생들과 주민들에게 전시가요를 부르게 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여기에 모인 학생들은 거의 강제적으로 동원된 학생들이지요.

최민석: 요즘 북한에서는 전쟁 난다고 야단 법석인데, 오히려 한국에서는 대학생들이 전시훈련은 고사하고 평화롭게 공부도 하고 남녀가 손을 잡고 연애도 하는데요, 북한과는 아주 딴판이 아닙니까,

정영: 이제 4월이 되면 전국에서 개학이 시작되는데, 지금쯤이면 대학생들이 개교준비를 해야 하는 때거든요. 책도 사고 교복도 손질해야 하는데 저렇게 적위대 복을 입고 모자에는 위장막을 씌우고 행진하는 것을 보면 북한만 전쟁한다고 긴장시키고 있습니다.

그것도 지금 요즘 북한 대학생들이 좋아하는 한국의 발라드나, 팝음악이 아니라, 60년전 아주 오래된 전쟁가요나 부르고 있으니 얼마나 괴롭겠습니까,

최민석: 요즘 평양 대학생들 속에서 한국 가요를 즐겨 부른다는 애기는 이미 우리방송에서도 많이 보도했는데요,

정영: 지금 평양 대학생들 속에서는 '사랑의 미로', '이등병의 편지', '아파트'등 즐겨 부릅니다. 특히 평양의 고위층 자녀들은 아버지들을 본떠 생일놀이나 비밀파티에 끼리끼리 모여서는 미국영화 '타이타닉'에서 나오는 'My heart will go on (내 사랑 영원하리)'도 감상하고, 디스코 춤도 추거든요. 그런데 저런 군가를 좋아하겠습니까?

최민석: 그러고 보니까, 노래를 부르는 청년 대학생들의 표정이 밝지 않아 보이네요, 눈을 내리 깔고 노래도 억지로 부르는 것 같은데요?

정영: 저도 대학생 때도 저런 군가를 불렀는데요, 저게 행진곡이나 대열합창곡으로 부릅니다. 하지만 대열합창이 끝나면 다시는 안 부르는데, 요즘 젊은이들이 과연 부를 맛이 나겠습니까,

최민석: 그러면 북한 당국이 왜 저렇게 옛날 군가들을 부르라고 지시하고 있습니까,

정영: 아시다시피 요즘 북한에서 전쟁한다고 법석대고 있지요. 모든 것을 군대식으로 규율을 세우고, 전쟁분위기를 고조시키자고 보니까, 다른 생각을 하지 못하게 막아야 하거든요. 주민들이 미국의 팝송을 부르면 전쟁을 하겠습니까,

최민석: 참, 오늘 아침에 미국 방송을 보니까, 김정은이 서구 팝음악을 좋아한다는 애기가 나왔던데요, 그것도 북한을 방문했던 전 NBA농구선수 데니스 로드먼가 말했던데요?

정영: 로드먼은 얼마 전 영국의 '선'이라는 언론과 인터뷰를 하면서 자기가 평양에 갔을 때 김정은을 만난 소감을 애기했습니다. 여기서 로드먼은 "김정은은 서방을 전멸시키는 방안을 꿈꾸기보다는 미국 스포츠를 시청하고, 1980년대 디스코 음악을 듣는데 시간을 많이 할애하는 사람"이라고 소개했습니다.

최민석: 김정은이 스위스에서 유학을 하면서 미국의 농구스타 마이클 조던을 좋아하고, 또 이번에 평양에 간 로드먼과 포옹을 하면서 좋아했는데요, 이처럼 자기는 서양음악과 미국 스포츠를 좋아하면서 주민들에게는 전쟁가요를 부르게 하는 게 뭔가 괴리가 있는데요?

정영: 요즘 북한의 젊은이들의 세계관도 많이 바뀌었습니다. 요즘 젊은이들은 머리가 좋아서 세상 돌아가는 이치를 알만큼 다 알거든요.

1980년대 만해도 북한에서는 "우리는 조국통일세대"라고 하면서 군대 나갈 때는 전시가요를 불렀어요. 하지만, 지금은 한국 가요 '이등병의 편지'를 부른다고 합니다.

80년대에는 북한 청년들이 끼리끼리 다니면서 패싸움 하고, 친구를 위해 싸움판에서 한 몸 내대는 친구들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90년대 들어서는 여자친구를 사귀고, 연애하는 것을 유행으로 여겼습니다. 그때 싸우는 사람은 한 수 뒤떨어진 미개한 사람으로 취급 받았습니다. 지금은 한국 드라마가 들어가고 한국 가요가 유행하면서 머리가 많이 변하고 세련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60년 전 노래를 부르라고 하니까, 힘들겠지요.

최민석: 로드먼이 하는 말을 보니까, 김정은이가 더 전쟁을 싫어한다고 하던데요, 그런데 왜 주민들을 동원해서 전쟁한다고 긴장시키는 것입니까,

정영: 로드먼은 영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김정은이 핵전쟁을 일으키기보다는 팝 뮤직을 즐기고 놀기를 좋아하는 젊은이"라고 언급했습니다. 로드먼이 김정은과 만난 애기를 했는데, 김정은은 오바마 대통령과 전화를 하고 싶다고 속내를 비쳤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김정은이 오바마 대통령과 전화하고 싶다는 사실을 우회적으로 로드먼에게 흘린 격이 되었는데요, 로드먼이 김정은과 친구라고 하면서 오는 8월에 북한에 또 들어가겠다고 하는 걸 보면 김정은이 그때 잘 해준 것 같습니다.

사실 말해서 김정은이 왜 미국과 전쟁을 하겠습니까, 옆에 예쁜 부인을 두고, 북한에서 최고 권력자로 마음대로 하고 있는데, 전쟁을 시작했다가는 그 순간 모든 것을 잃겠는데요.

참, 요즘 북한의 전쟁 위협이 강해지자, 미국의 전략폭격기 B52가 한반도 상공을 날고 있지요. 북한 지도부는 한번 뜨면 모든 것을 초토화시키는 미국의 전략폭격기 B52를 아주 두려워하고 있습니다.

최민석: 북한의 젊은 지도자는 자기는 서구 음악을 좋아하면서도 같은 젊은 청년들에게는 전쟁가요를 부르게 하고 있습니다. 결국 자기 기득권과 이익을 위해서 다른 주민들을 기만하고 있군요, 그 통에 고생하는 것은 주민들 밖에 없다고 봅니다. 지금까지 군가에 얽힌 지도자와 주민들 사이의 괴리를 들어보았습니다.

정영기자, 오늘 소식 잘 들었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다음 시간에 또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