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박봉주 카드 경제 숨통 트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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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 계시는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북한 매체의 보도내용을 다시 뒤집어 보는 ‘북한 언론 뒤집어보기’ 최민석입니다. 오늘도 정영기자와 함께 합니다.

정영기자, 오늘의 주제는 무엇입니까,

정영: 4월 2일자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면을 2면이나 더 늘여 최고인민회의 제12기 7차회의 소식을 전했습니다. 여기서 여러 가지 문제가 토의되었는데요, 그 중에서도6년전 실각되었던 박봉주가 다시 총리로 임용되어 눈길을 끌었습니다. 북한이 한 손엔 핵을 들고 경제를 살리겠다고 하는데요, 앞으로 북한경제 사령탑인 박봉주 총리가 경제 숨통을 어떻게 틔울 것인지 북한 주민들도 궁금해 할 것 같아 그에 대해 애기를 나눠보겠습니다.

최민석: 북한 노동신문을 보니까, 최고인민회의 제12기 7차 회의가 진행된 소식이 큼직하게 보도했군요. 도대체 어떤 내용들이 토의되었습니까,

정영: 북한은 이번 회의에서 헌법 수정, 금수산태양궁전법 채택하고, 자위적핵보유국의 지위를 더욱 공고히 할 데 대하여, 북한 우주개발법 등 여러 법들을 채택했습니다. 한번 중앙텔레비전의 보도를 들어보겠습니다.

북한중앙TV: 대의원 동지들, 우리는 오늘 미제와 전면대결전에 떨쳐나선 준엄한 시기에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제12기 제7차 회의를 진행하게 됩니다.

이번 회의에서는 북한주민들이 가장 관심 있는 문제, 즉 경제문제도 언급됐는데요, 6년전에 실각되었던 박봉주 총리가 다시 임용되어 눈길을 끌었습니다.

최민석: 요즘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미국과 전쟁을 하겠다고 정세를 긴장시키다가 왜 갑자기 경제이야기를 꺼내는 겁니까?

정영: “인민들이 허리띠를 졸라매지 않게 하겠다”는 것은 김정은 체제가 출범할 때 인민들과 공식 약속한 것이거든요. 그런데 지난해 평양시에 릉라인민유원지, 만경대 유원지 등 놀이시설들을 대대적으로 건설하다가 인민들이 먹는 문제가 해결 안됐지요.

그러다가 지난해 12월 장거리 로켓을 긴급하게 발사해 국제사회의 초점을 받으면서 근 4개월 동안 전쟁소동에 시달렸는데요, 북한 주민들이 너무 전쟁 연습에 시달리니까, 민생고에 따른 불만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북한 지도부가 주민들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서 경제이야기로 선회하지 않았는가 생각됩니다.

최민석: 그러니까, 흔한 표현으로 보면 ‘사탕발림’에 지나지 않는군요.

정영: 지금 북한 상황으로 봐서는 경제가 상당히 어렵기 때문에 경제통으로 알려진 박봉주를 총리로 다시 기용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최민석: 결국 주민 위로차원이겠군요. 북한 주민들도 박봉주 총리에 대해 잘 알고 있지요, 한국이나 미국에서는 그를 실무형 개혁파다고 인정하고 있는데요, 어떻습니까,

정영: 박봉주 총리는 청취자 여러분들도 잘 아시겠지만, 2003년부터 2007년까지 북한에서 총리를 지낸 분이지요. 그리고 중국과 남한을 두루 방문하면서 현실에서 외국의 경험을 많이 체험한 분인데요,

최민석: 아, 박 총리가 한국도 방문했던 적이 있습니까,

정영: 예, 그는 2002년에 화학공업상의 자격으로, 북한 경제시찰단 일원으로 남한을 방문해 각종 산업현장을 돌아보기도 했습니다. 당시 장성택 노동당 행정부장, 그리고 화폐개혁 때문에 공개 처형당한 박남기 노동당 계획재정부장도 동행했습니다. 그때 남한의 발전상을 보고, 그리고 2005년엔 북한 대표단을 이끌고 중국을 방문해 상하이(上海) 푸둥(浦東)지구 등 경제개혁 현장을 돌아보면서 세계적인 경제발전과 수준에 대해 밝은 사람입니다.

또 박 총리는 2002년 북한에서 7.1경제개선조치를 만들 때 밑그림을 그린 설계자로 알려졌습니다. 그때 평양과 평성 등 전국 각지에 종합시장을 건설했어요, 그리고 주민들에게 종합시장을 통해서 벌어먹도록 시장을 활성화시켰고요, 이게 약간 ‘자본주의형’이라고 비난 받으면서 박 총리가 실각된 이유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공장, 기업소 노동자들에게는 월급을 10배로 올려주고, 공장은 독립채산제를 해서 현금수입을 올려 노동자들에게 나눠주라고 해서 경제 실용가로 알려졌습니다. 그런 그가 근 6년만에 당중앙위원회 정치국 위원, 내각 총리로 다시 일하게 된 것입니다.

최민석: 그러니까 북한에서는 가장 실질적이고 가장 개혁적인 경제파, 경제통으로 되겠군요.

정영: 그는 밑바닥부터 밟았기 때문에 노동자에서 총리까지 오른 입지 전적인 인물로 알려졌습니다.

최민석: 아까 박 총리가 강경파와의 알력으로 좌천되었다고 설명했는데요, 좀 더 구체적인 이야기가 있는지요?

정영: 박 총리가 2002년에 종합시장 활성화, 2004년에 협동농장 개혁 등을 주도하다가 북한 강경파의 눈밖에 나서 실각했었는데요, 그러니까, 2004년에 하려고 했던 개혁조치들이 결국 근 10년 이후에 김정은 체제에서 이어지고 있다는 소립니다.

최민석: 그렇게 본다면 북한이 자력적으로 경제를 살리려면 결국 박봉주 총리의 개혁안밖에는 없다는 소리군요.

정영: 지금 외부에서 북한에 들어가는 돈이나 물자가 없지 않습니까, 10년 이후에 다시 북한이 박봉주 카드를 쓰는 것을 보면 어떻게 해서나 북한 내부적으로 내수를 살려서 주민들을 먹여 살리는 방법은 결국 박봉주 개혁안밖에 없다고 본 것이지요.

최민석: 그러면 박봉주 총리가 경제 실권자라면 북한 경제가 살아날 가능성이 있습니까,

정영: 이렇게 박총리가 시도하는 대로 밀어주면 되는데, 거기에 노동당과 군부가 견제하기 때문에 총리가 어려운 거지요. 외부의 지원은 끊어지고 그래서 내수밖에 돌릴 게 없다. 이제 앞으로 두고 보면은 북한에서 6월~7월까지 농촌지원이 계속 될 거고요. 세포등판 개간, 간석지 개간 등 굵직한 사업에 대규모 인력을 동원시키면서 “조금만 더 참으면 잘살게 된다”고 인민들을 뺑뺑이 돌리면서 끌고 가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최민석: 정말 농사와 대규모 공사에 동원되면 주민들이 고생을 많이 하겠네요.

정영: 요즘 북한 간부들은 이렇게 말한다고 합니다. “이제는 핵무기를 가지고 있으니까, 인민경제에 힘을 쏟아도 된다. 국방에 돈이 조금 들어가니, 경제를 발전시켜서 잘 살 수 있는 날이 온다”고 선전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최민석 기자도 알겠지만, 요즘 북한이 미국과 전면전을 하겠다고 하면서 핵무력을 강화하겠다고 했지요, 오늘 아침에는 영변원자로를 다시 가동하겠다고 보도됐던데요, 그런데 거기에 쏟아야 할 돈이 어마 어마 하거든요. 거기다 또 북한이 미국을 타격하겠다고 장거리 로켓 발사에 돈을 쏟고 있습니다.

북한이 아무리 예산을 인민경제에 돈을 돌리겠다고 해도 사실 쏟을 돈이 없습니다. 그러니까, 결국 박봉주 총리가 어떻게 북한 경제를 살리겠는지 상당히 궁금해지고 있습니다.

최민석: 핵 보유와 경제건설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노리는 북한. 과연 박봉주 총리 카드로 경제회생에 성공할 지 자못 궁금해집니다. 정영기자, 수고했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다음 시간에 또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