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 언론이 ‘핵 악동’ 김정은 찬양?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제3차 핵실험에 참가한 유공자들과 노동당 중앙위원회 청사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었다고 조선중앙TV가 지난달 전했다.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제3차 핵실험에 참가한 유공자들과 노동당 중앙위원회 청사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었다고 조선중앙TV가 지난달 전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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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 계시는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북한 매체의 보도내용을 다시 뒤집어 보는 ‘북한 언론 뒤집어보기’ 최민석입니다. 오늘도 정영기자와 함께 합니다.

정영기자, 오늘 다룰 주제는 무엇입니까,

정영: 북한 관영매체들은 최근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서해안 전방부대를 돌며 미국과 한국을 겨냥해 ‘불벼락’ 발언을 했다고 보도했습니다. 또 김정은이 군부대 예술 공연을 관람하고, 양궁 경기와 농구장을 구경하는 등 여유를 부리는 모습도 보도했습니다. 핵전쟁을 하겠다고 위협하는 와중에도 여유만만한 김정은,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아봅니다.

최민석: 요즘 북한이 핵전쟁을 하겠다고 윽윽 벼르고 있지요, 외부에서는 진짜 전쟁이 날 것 같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는데요,

정영: 노동신문은 지난 11일 김정은이 백령도 타격 임무를 맡은 북한군 4군단 산하 월내도 방어대를 시찰했다고 보도했습니다. 그는 거기서 “명령만 내리면 적들을 모조리 불도가니에 쓸어 넣으라”고 지시하는가 하면, “불바다에 잠기고 처참하게 짓이겨지는 적진을 (월내도)방어대장이 직접 사진을 찍어 최고사령부에 전송하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최민석: 김정은이 젊어서 그런지 아버지 김정일 국방위원장 보다 호전적인 언사를 많이 쓰는 것 같아요? “벌초하라”, 뭐 “불벼락을 들씌우라”는 등 폭언들이 많은데요, 그리고 돌아서서는 한가하게 양어장을 구경했다고 보도했는데요, 의도가 뭐라고 봅니까,

김정은은 월내도를 방문하고 인민군 제531군부대 예술선전대 공연을 보고, 황해남도 용연군의 용정양어장도 둘러봤다고 합니다.

지금 김정은의 동향을 보면 철저히 계산된 행동을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김정은이 공연을 보고 양어장을 구경하는 여유를 보이는 것은 “미국과 맞서서도 배짱이 두둑하다”는 것을 주민들과 외부에 보여주려는 의도로 보입니다.

최민석: 그러니까, 정세를 긴장시켰다가, 유화적으로 만들면서 몸값을 올리고 있다고 봐도 되겠네요?

정영: 북한의 김씨 왕조가 소위 ‘배짱’이라고 하는 주장은 할아버지 김일성 주석 때부터 써오던 것입니다.

김일성 주석이 1939년 가을 일본군의 포위 속에서도 중국 동북지방의 올기강에서 낚시질을 했다는 이야기는 지금도 북한 교과서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처럼 김일성이 일제의 포위 속에서도 여유 있게 낚시질을 하면서 포위를 뚫을 구상을 했다고 주장하고, 또 김정일은 1976년 판문점 도끼만행 사건 때 여유롭게 공연관람을 했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니까, 김정은도 핵전쟁을 하겠다고 위협하는 와중에도 공연을 보고 있다는 소립니다. 이런 계산된 행보는 별로 놀라울 게 아니고요. 김씨 일가가 상투적으로 써먹던 심리전입니다.

최민석: 지금 김정은의 행동을 보면 정세가 긴장할 때마다 숨어 다니던 아버지와 좀 다른 면이 있군요.

정영: 김정일은 미국의 압박이 심해질 것 같으면 오랫동안 잠수를 탔습니다. 그러다가 정세가 완화되면 다시 나타나곤 했습니다. 대표적으로 북한에서 1차 핵실험 때나 2차 핵실험을 앞두고 수십 일간씩 언론에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요즘 북한 정세가 핵전쟁으로 치닫고 있는데도 김정은이 최전방을 다니는 것을 보면 아버지와 다르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김정은이 정세가 불안해도 나타나는 이유는 우선 나이가 적어 공세적인데도 있지만, 업적이 없기 때문에 보여주기 식으로 부족한 자신감을 채우려 한다는 지적입니다.

최민석: 북한이 진짜 전쟁을 할 것처럼 소리를 치기 때문에 외국인들도 궁금해합니다. 진짜 북한 김정은이 전쟁할 능력이 있을까요?

정영: 북한이 지금 전쟁을 외치고 있지만, 전쟁은 사실상 어렵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습니다. 우선 미국이나 한국이나 전쟁을 원하지 않습니다. 이 나라들은 발전된 경제와 국민들이 잘 먹고 잘 사는데 왜 전쟁을 하겠습니까,

북한 김정은도 이것을 잘 압니다. 미국이나 한국이 먼저 전쟁하지 않는다는 것을요, 그리고 미국이 진짜 전쟁을 하려면 김정은이 어디 가는지 다 정찰위성으로 보고 있는데, 가만 두고 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최민석: 그럼 내부 주민들도 전쟁연습을 반기고 있을까요?

정영: 인민들은 한마디로 먹고 살아가기도 바쁜데, 전쟁연습에 동원되어 지쳤다는 것입니다.

반항공 대피 훈련에 참가한 평안북도 지방의 주민들은 “등화관제 훈련 때문에 촛불도 새어나가지 못하게 막는다”면서 “촛불을 보고 공습할 비행기가 어디에 있겠는가”고 말했습니다.

또 요즘에는 “핵 전쟁한다고 하는데, 우리나라에서 핵전쟁이 일어나면 삼천리 금수강산이 핵 오염될 것”이라면서 불만을 터놓고 있습니다.

최민석: 그러니까, 전쟁을 하지 못할 것을 뻔히 아는 김정은이 “일촉즉발의 긴장 속에서도 담대한 군사지도자란 인상을 주기 위해서 의도적인 행동을 하고 있다는 말이군요.

<여러분께서는 지금 자유아시아방송에서 보내드리는 북한언론 뒤집어보기와 함께하고 있습니다>

‘핵악동’ 김정은 남한 언론이 찬양한다?

최민석: 다음 소식입니다. 요즘 북한매체들이 요즘 한국과 해외 언론이 김정은을 ‘세계적인 명인’으로 찬양 보도하고 있다고 주장하는데요, 외부세계에서는 김정은을 ‘핵악동’으로 비난하지 않나요?

정영: 최근 북한 매체들의 아전인수식 보도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11일 북한 중앙텔레비전은 “온 남녘 땅에 굽이치는 위인칭송과 흠모의 대화”라는 제목에서 한국과 해외 언론이 김정은을 찬양한다고 보도했습니다.

한번 들어보겠습니다.

북한중앙TV: “지난해 남조선 언론들은 경애하는 김정은 원수님의 혁명활동 업적을 대서특필했습니다”

최민석: 북한 텔레비전을 보니까, 한국의 연합뉴스, 문화일보, 뭐 자주민보 등 거의 다 나왔는데요, 이런 매체들이 진짜 그렇게 김정은을 찬양해 보도한 것입니까,

정영: 한국 언론이 비록 나이 어린 지도자이지만, 김정은을 가리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노동당 제1비서라는 호칭을 그냥 써주고 있는데, 이것은 언론의 윤리문제 때문에 써주는 것이거든요, 하지만, 정작 보도 내용을 보면 김정은을 찬양한 내용은 별로 없습니다. 지난해 6월에 있는 조선소년단 대회에서 김정은이 연설한 것을 두고, 목소리나 걸음씨를 모두 할아버지 흉내 내고 있다, 김일성의 후광을 이용해 3대 세습을 합리화 하려고 한다는 등의 비판적인 보도가 많았습니다.

혹간 김정은에 대해 우호적인 글을 쓴 매체들도 있는데, 이는 대다수 친북 좌파 성향의 매체들입니다. 예를 들어 자주민보, 통일뉴스와 같은 매체들은 노골적으로 북한을 찬양해 한국 국정원으로부터 수시로 검열을 받고 어떤 내용들은 삭제 조치 되고 있는 것들인데, 북한 매체들은 마치 한국언론이 김정은을 광범하게 찬양하는 것처럼 과장 보도하고 있습니다.

최민석: 그렇군요. 요즘 김정은이 핵을 가지고 세계를 위협해서 나쁜 이미지가 양산되고 있습니다. 이런 환경에서 왜 북한 매체들이 김정은 찬양에 열을 올리는지 이유가 분명해지는 것 같습니다.

정영기자, 오늘 애기 잘 나눴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오늘 시간을 마칩니다. 다음 시간에 또 뵙겠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