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 계시는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북한 매체의 보도내용을 다시 뒤집어 보는 '북한 언론 뒤집어보기' 최민석입니다. 오늘도 정영기자와 함께 합니다.
정영기자, 오늘 아침 워싱턴 D.C의 날씨가 쌀쌀해졌지요? 북한도 아침에는 쌀쌀하고, 낮에는 반대로 따뜻해 일교차가 크다고 하는데요, 청취자 여러분도 봄철 건강 조심해야 하겠습니다.
자, 오늘은 어떤 주제를 가지고 나왔습니까,
- 북한 분조관리제 소규모 집단제,
- 중국 농민 개인 30년 토지 장기임대
- 북 당국 분조장 역할 주문
- 북, 수령우상교육 때문에 개인농 반대
- 북, 농장간부 여전히 존재, 한 농장 40~50명 놀고먹어
- 중국 농민 농기계 소유, 북 농민 개인소유 없어 전부 빌려야
- 북 농민 군량미, 수도미, 농장 간부 식량 3대 수탈
정영: 북한이 올해 초부터 토지를 분조단위로 나누어주고 농장 원이 일한 몫과 실적에 따라 현물을 분배하는 분조관리제를 도입했다고 합니다. 북한 노동신문과 조총련 기관지 조선신보도 분조관리제에 대한 기사를 다루었는데요, 그러면 북한의 분조관리제가 중국식과 어떻게 다른지, 비교해보겠습니다.
최민석: 북한이 식량 생산을 높이기 위해서 도입한 분조관리제. 먼저 북한이 분조관리제를 실시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정영: 북한은 지난해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인민들에게 허리띠를 조이지 않게 하겠다"고 공약한 이후에 나온 후속조치입니다. 일종에 김정은 시대의 농업정책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농촌에서 기존의 작업반 위주의 경영관리가 분조제로 바뀌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북한매체의 글을 보면 분조가 가족단위인지, 아니면 과거에 있었던 분조를 좀더 작게 나누었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습니다.
최민석: 글쎄요, 중국의 경우에는 개혁개방을 할 때 개인에게 땅을 다 나누어주어 농민들의 근로의욕이 증대되지 않았습니까, 하지만 북한의 경우에는 아직도 집단형태인 것 같은데요, 중국과 비교를 좀 해주시죠.
정영: 중국이 실시한 농업개혁은 농민들 가정에 토지를 장기 임대, 그러니까, 30년 동안 장기 적으로 빌려주어 거기서 농사를 짓게 한 다음 국가에 수매시키는 방법입니다.
하지만, 북한은 3~5명 규모로 분조를 쪼개고 거기에 분조장까지 있는 것 같습니다. 북한 노동신문 18일자에 이런 글이 실렸습니다. 노동신문은 '분조관리제를 더욱 강화하자'는 제목의 글에서 "분조장 대열을 잘 꾸리고 지대적 특성에 맞게 분조수와 노력자수(인원), 토지면적을 바로 규정해주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중국은 개인농이지만, 북한은 여전히 집단농이라는 지적입니다.
최민석: 그러면 북한이 왜 중국처럼 개인에게 땅을 나눠주지 않고 분조제를 고집하는 것입니까,
정영: 북한은 수령중심제이기 때문에 주민들을 절대로 놓아주면 안됩니다. 중국엔 수령숭배가 없기 때문에 "자체로 알아서 벌어먹으시오"라고 하면 주민들은 자체로 잘 벌어 먹습니다. 그러나 북한은 김씨 일가의 우상화 교육도 시켜야 하고, 당의 지시도 내려 먹여야 하기 때문에 개인주의를 절대 허용하지 않습니다. 농민들을 조직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분조제를 고집하는 것입니다.
최민석: 그러면 협동농장 시절에 존재하던 농장 간부들도 그냥 그대로 남아 있는가요?
정영: 노동신문은 이날 '분조관리제를 더욱 강화하자'는 제목의 글에서 "농업부문 일꾼들은 분조관리제에 대한 관점을 바로 가지고 이 사업에 품을 들여야 한다"고 강조해 농장 간부들이 그대로 유지될 것으로 보입니다.
최민석: 그러면 농사를 국가가 계속 통제한다는 소리인데요, 그러면 한 농장에 놀고먹는 간부가 얼마나 됩니까,
정영: 협동농장 산하에 관리위원장, 리당비서, 기사장, 관리부위원장 등 협동농장 간부들이 40~50명 정도 존재합니다. 거기에 연구실 관리원, 선전 선동원, 농촌 기동예술 선전대 등 일하지 않고 사는 사람들이 수두룩합니다. 특히 농장 간부들은 농사철에 일하지 않고 뒷짐을 지고 다니면서 지도를 하기 때문에 농민들이 정말 눈꼴 사나 와서 일을 못하겠다고 불만하곤 했습니다. 대북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에서 농업개혁을 한다고 하니까, 농장간부들이 반대했다고 합니다.
최민석: 그건 왜요?
정영: 농장 간부들은 평생 일 안하고 대접받으며 살아왔는데, 만약 농업개혁이 되면 이 사람들도 농사를 해야 합니다. 그래서 격렬하게 반대했다고 합니다.
최민석: 아, 편하게 놀고 먹으면서 관리만 하다가 자신들도 땅을 파고 일해야 하는 수고가 싫다는 거군요.
<여러분께서는 지금 RFA 자유아시아방송 북한언론 뒤집어보기와 함께하고 있습니다>
최민석: 그러면 중국에도 협동농장이 있습니까,
정영: 중국의 경우에는 80년대 초에 생산대라는 협동농장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80년대 초에 개혁개방을 하면서 다 없앴습니다.
중국의 농촌구조는 향, 진, 촌 이런 식으로 되어 있는데, 촌장도 농사를 직접 하고 있습니다. 똑 같은 농민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이 촌장의 농사를 대신해주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촌에 공산당 서기들도 있는데, 그들도 손에 호미를 잡고 일하고 있었습니다. 중국에서는 개혁개방 이후에 농민들의 권리는 올라가고, 농촌 간부들의 권위주의가 상당히 많이 제한됐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북한매체의 기사 내용을 보면 농장일꾼들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말이 나옵니다. 그래서 분조제가 되어도 농장간부들이 밭에 가서 이거 해라, 저것을 하라고 지시할 것입니다.
최민석: 북한 농민들이 국가에 쌀도 바치고, 군량미도 바쳐야 하고, 또 농장 간부들도 먹여 살려야 하는데, 과연 일할 의욕이 나겠습니까,
정영: 제가 중국에 있을 때 중국에서는 한 가구에서 보통 7~10정보 땅을 다루고 있었습니다. 중국 농민들은 자체로 소를 2~3마리 정도 거느리고 있고, 트랙터(뜨락또르), 모내는 기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 농민들은 일년에 10~20톤의 식량을 생산하는 데 개한테도 이밥을 먹이고 있었습니다. 또 어떤 농민은 토지 외에도 소와 양을 자체로 방목하고 있는데, 이걸 처분하면 1년에 중국 돈 10만위안 정도, 미화로 하면 2만 달러 정도는 벌었습니다.
최민석: 그러니까, 중국에서는 농민들이 재간 껏 수익을 올리고 있군요.
중국에서는 소도 개인 소유기 때문에 팔기도 하고, 일도 시킬 수 있지만, 북한 농민들은 소도 국가 것을 빌려야 하고, 트랙터나 비료, 모내는 기계 등도 모두 빌려야 합니다. 그래서 앞으로 자기 궤도에 오르려면 시간이 많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최민석: 북한이 시행하는 분조관리제가 과거에 운영하던 협동농장 체계가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그러면 북한이 이런 농업개혁을 도입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정영: 지금 내부적으로 쌀이 모자라서 매년 고생하고, 또 꽃제비들은 늘고, 군량미가 부족해 군인들 속에서는 영양실조자가 많아졌습니다. 그래서 김정은 체제는 어떻게 해서나 내부에서 생산된 식량으로 주민들을 먹일 수 있을까 하고 시도한 것이 분조관리제 같은데요, 과연 북한 매체가 선전하는 대로 농민들의 수입이 올라가겠는지는 오는 가을이 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최민석: 결국 이번 분조관리제는 농민들에게 조금이라도 일을 더 시켜보려는 북한당국의 꼼수라고 볼 수 있겠군요. 놀고 먹는 관리일꾼들, 사사건건 참견하는 당비서들이 있기 때문에 또 도루묵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고요. 더 이상 북한 농민들 속에서 배가 고파서 일을 못하겠다는 하소연은 사라졌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청취자 여러분, 다음시간에 또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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