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주민 배 불리는 ‘포전담당제’

북한 황해북도 서흥군에 사는 리봉녀 할머니가 텃밭에서 배추를 가꾸고 있다.
북한 황해북도 서흥군에 사는 리봉녀 할머니가 텃밭에서 배추를 가꾸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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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희: 북한에 계시는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한 주간 북한 선전매체의 보도 내용을 다시 한번 뒤집어보는 ‘북한언론 뒤집어보기’ 시간입니다. 이 시간 진행을 맡은 이원희입니다. 오늘도 정영기자와 함께 합니다. 정영기자, 오늘 나눌 주제는 무엇입니까?

정영: 오늘 시간에는 북한 주민 먹여 살리는 유일한 방법은 ‘포전담당제’ 즉 농민들에게 땅을 나눠주는 방법이 유일하다는 주제로 이야기 해보겠습니다. 북한 노동신문과 조총련 기관지 ‘조선신보’는 지난해 말 기사에서 불리한 날씨 조건에도 불구하고 ‘포전담당제’ 를 실시한 결과 농업생산이 증대되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로써 예년 같으면 흉년이 들 수도 있었던 기후조건에서도 결국 북한 장마당의 쌀값은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는데요. 그래서 오늘 시간에는 북한 주민 살릴 수 있는 방법은 역시 포전담당제가 좋다는 점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고자 합니다.

이원희: 지난해 봄부터 북한에 왕가뭄이 들이닥쳐 농사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북한 보도도 나왔는데요, 그런 불리한 날씨 상황에서도 농사가 괜찮게 됐다니 정말 다행입니다. 북한이 올해 농사 상황을 어떻게 보도하고 있습니까?

정영: 먼저 북한이 올해 기후 조건이 농사에 좋지 않았음을 시인하는 북한 농업관계자의 발언이 나왔습니다.

주철규 북한 농업성 국장: 지난해 농사조건이 얼마나 불리했습니까, 그 속에서도 많은 도시군 협동농장들이 알곡생산에서 자랑찬 성과를 거두지 않았습니까,

이 관계자에 말에서 알 수 있듯이 초봄부터 북한의 전반적 지역에서 지독한 가뭄이 지속됐습니다. 비가 오지 않아 황해남북도 일대의 저수지가 마르고 논 바닥이 쩍쩍 갈라지는 등 벼농사가 거의 실패했다는 실망스런 이야기가 나왔는데요, 그나마 강냉이 영양단지를 심었던 일부 협동농장들도 강냉이가 다 말라 죽었고, 결국에는 직파를 했던 내륙지방 농사가 괜찮게 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원희: 결국 주체농법 방법이 실패했다는 소리군요.

정영: 북한에서 강냉이 영양단지는 주체농법의 주요한 징표로 꼽히지요. 김일성 주석이 강냉이 영양단지를 하라고 하면서 주체농법의 대표적 농법으로 꼽혔는데요, 그런데 올해 가물 때문에 그 영양단지 농사가 망했다는 겁니다. 그나마 농민들이 분여 받은 땅과 뙈기밭에서 농사가 괜찮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즉 포전담당제가 가뭄을 극복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보는 건데요, 노동신문과 조선신보도 이 같은 포전담당제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했습니다.

지난해 12월 27일 노동신문은 올 한해 가뭄이 지속되는 상황에서도 포전담당제, 과학영농, 다모작으로 생산 증대를 이뤘다면서 성과의 덕을 당의 농업정책과 주체농법으로 돌렸습니다. 결국 노동신문은 일반 주민들에게 배포되는 것으로 노동당의 농업정책을 선전하는 데 주안점을 두었다면, 대외 관변 매체인 조선신보는 올해 농업생산이 증대된 것이 포전담당제 덕분이라고 평가하기도 했습니다.

조선신보는 지난해 12월 29일자에 “포전담당제 실시로 알곡생산의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보도하면서 “100년 중 가장 큰 가뭄에도 불구하고 사리원, 룡천 등의 협동농장에서 각기 헥타르당10톤 이상의 알곡이 생산됐다”고 자랑했습니다.

이원희: 북한의 청취자들은 잘 아는 부분이겠지만, 포전담당제를 다시 짚고 넘어가시죠.

정영: 포전담당제는 농민 10∼15명으로 구성된 협동농장 말단 단위인 분조에서 3∼5 명이 하나의 ‘포전’(일정한 크기 밭)을 맡아 경작하게 하는 제도입니다. 중국의 개인농과 틀린 점이 뭐냐면 중국은 매 농가별로 토지를 50년씩 맡겨주었습니다.

그런데 북한은 토지 임대 기간도 정해지지 않았고, 규모도 아주 작습니다. 그런데 중국의 경우에는 그 토지에 뭘 심든 소출이 많이 나고 수익이 좋은 작물을 심어서 돈을 많이 벌어라, 그리고 국가가 정해준 식량 가격에 수매시키고 나머지는 마음대로 처분하라고 풀어주었습니다.

그런데 북한에서 실시하는 포전담당제는 중국의 개인농보다 한 단계 낮은 것입니다. 원래 개인들에게 땅을 나누어주어야 하지만, 그렇게 되면 농민들을 통제할 수 없기 때문에 북한당국은 3명씩 묶어준 것입니다.

그런데도 북한 농민들은 자기가 맡은 토지에서 생산된 곡물 가운데 국가 계획을 뺀 나머지를 마음대로 처분하라고 하니까, 농민들의 열의가 고조됐다는 것입니다.

이원희: 중국처럼 개인농을 실시한 게 아니라, 몇 명씩 짝을 지어 포전담당제를 실시한 것도 결국 생산성을 유발시켜 농사가 괜찮게 되었다는 소리군요. 그러면 올해 북한에서 곡물이 얼마나 생산됐습니까,

정영: 수매양정성의 김지석 부상이 지난해 말 러시아 언론에 밝혔는데요, “가뭄피해에도 불구하고 곡물 수확량이 571만톤으로, 지난해보다 5만톤 가량 증가했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현재 북한 장마당 쌀 값을 보면 식량 가격이 안정됐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원희: 북한 장마당은 일반 주민들의 생활 수준을 알 수 있는 가장 객관적인 현장인데요, 현재 쌀 값은 얼마나 합니까?

정영: 현재 장마당에서 쌀 값은 1.5kg당 6천 원으로, 1kg당 4천원대에 거래되고 있습니다.북한 내부 주민들에 따르면 몇 달 동안 장마당 쌀 가격이 많이 오르지 않아서 일반 도시민들이 사는 데는 큰 부담이 없다고 합니다.

올해 10월에 자유아시아방송에 북한 상황을 전한 한 내부 주민은 “너무 가물어서 황해도 지방의 벌방 농사는 대부분 쭉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러한 주장은 조선신보 보도와 좀 다른데요,

조선신보는 29일 “'100년 중 가장 큰 가뭄에도 불구하고 사리원, 룡천 등의 협동농장에서 각기 1헥타르당 10톤 이상의 알곡이 생산됐다”고 주장했습니다. 1헥타르면 3,025평, 약 1정보 되는데, 거기서 10톤이 나왔다는 소립니다. 이 보도는 황해도 지방 농사가 안됐다는 소식통의 주장과 차이가 있어 보입니다.

아무튼 북한이 이번에 정말 포전담당제 덕분에 숨통이 틔운 것 같습니다. 왜냐면 현재 북한의 전기사정을 보면 당시 얼마나 비가 오지 않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현재 수력발전소 저수지에 물이 없어서 전기를 생산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오죽했으면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신년사를 하는 1월 1일에도 양강도 지방에는 한 시간밖에 전기가 오지 못했다고 하겠습니까,

이원희: 북한이 이처럼 포전담당제 덕분에 식량 문제가 해결됐다고 하는데요, 전면적인 실시인가요?

정영: 북한이 올해 실시한 포전담당제라는 것은 1인당 1천평씩 나누어준 1차 단계였다고 합니다.

다른 지방은 잘 모르겠지만, 평안북도 지방에 사는 한 주민의 말에 따르면 협동농장 체제는 그대로 유지되고 있고, 다만 농장원 1인당 1천평의 토지를 나눠주고 농사 짓고 나온 수확물을 국가에 40%를 바치고 나머지를 60%를 본인이 가지는 식이라고 말했습니다.

농민들은 자기 땅에서 농사를 틈틈이 짓고, 또 협동농장에도 나가 일하고 이렇게 2중으로 일하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해서 가을에 분배를 받았는데, 국가에는 40%를 바치고, 자기는 60%를 가지는 식입니다. 이렇게 농사 지어서 어떤 농가에서는 4인 가족이 옥수수 4톤 정도 확보했다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이원희: 한 사람 앞에 1천평밖에 안 나누어주었는데, 이렇게 많은 알곡을 생산했다는 소린데요. 앞으로 땅이 더 많이 차례지면 소출이 더 많이 나올 수 있다는 말이 되겠습니다.

정영: 북한도 올해에는 농업개혁 2단계로 넘어갈 것이고 당국이 계속 포전담당제를 확대할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이원희: 아무리 북한이 노동당의 농업정책이 옳고, 주체농법의 덕분이라고 하지만, 결국 왕가뭄속에서도 식량생산이 증대되었다는 것. 그래서 장마당 쌀값이 오르지 않은 것도 결국 포전담당제를 실시한 덕분이 아닌가 싶습니다. 북한당국은 이제 더 주민들에게 배 곯리는 협동농장을 고집하지 말고 농민들의 배를 불리는 포전담당제를 전면 실시할 때가 아닌가 싶네요.

정영기자, 수고했습니다. 여러분 안녕히 계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