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언론 뒤집어 보기] 앞뒤 안 맞는 노동신문 우상화 조작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 1일자 1면에 실린 김정은 신년사.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 1일자 1면에 실린 김정은 신년사. (사진-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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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 계시는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북한 선전매체의 보도내용을 다시 뒤집어 보는 ‘북한 언론 뒤집어보기’ 최민석입니다. 오늘도 정영기자와 함께 북한 매체의 이모저모를 알아보겠습니다. 정영기자, 오늘 다룰 주제는 무엇입니까,

정영: 북한 노동신문이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생일을 맞아 장문의 정론을 하나 발표했습니다. 그런데 거기 보면 김정은이 ‘고난의 행군’ 때 풋강냉이 한 이삭으로 끼니를 에웠다는 이야기도 있고, 매일 같이 줴기밥과 죽으로 끼니를 에웠다는 발언이 나옵니다. 또 “인민군 초병들이 어떤 담배를 피우는지 알고 싶어서 담배를 피운다”는 등 북한 매체들이 김정은의 ‘인민애’를 부각시키다 못해 조작까지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 시간에는 노동신문에 실린 몇 가지 사실을 가지고 애기하는 시간으로 준비했습니다.

최민석: 북한 속 북한 뉴스, 어떤 내용들이 실렸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정영: 노동신문 7일자에 실린 정론은 ‘우리가 사는 시대’라는 제목으로 되어 있는데, 총 8,547자에 달합니다. 올해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생일을 맞아 노동신문사가 쓴 일종의 헌납글 같은 것인데, 여기서 앞뒤가 맞지 않는 우상화 조작 글이 나와 또 한번 사람들을 아연케 하고 있습니다.

최민석: 아니, 어떻게 앞뒤가 안 맞길래 사람들이 놀라는 것입니까,

정영: 정론의 구구절절이 김정은 찬양글인데요, 여기서 눈에 띄는 대목은 김정은이 직접 언급했다는 발언 내용인데, 이렇게 썼습니다.

“나는 고난의 행군시기 풋강냉이 한 이삭으로 끼니를 에울 때도 있었고, 거의 매일 같이 줴기밥과 죽으로 끼니를 에웠다”라고 썼습니다.

최민석: 고난의 행군시기라면 1990년대 중반이겠는데요, 그러면 김정은 제1비서가 13~16살쯤 되는 중학생 나이인데요, 그 나이에 외국에 있었던 걸로 알려졌는데, 뭔가 좀 맞지 않네요.

정영: 그 나이가 바로 김정은의 스위스 유학나이와 맞물려지는데요, 지금 해외 동영상 사이트 Youtube에도 김정은이 스위스 공립학교에서 유학하는 모습이 나옵니다. 10대 중반의 소년(김정은)이 백인 학생들과 함께 악기를 치는 모습이 나옵니다. 당시 김정은과 함께 유학했던 한 동창생의 말을 들어보겠습니다.

CNN녹취: 김정은의 스위스 유학시절 단짝 친구였던 학생도 김정은이 조용한 편이었지만, 승부욕이 강했다고 전합니다.

조엘 미카엘로: “그는 아주 조용한 편이지만, 그는 절대 지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김정은이 10대 나이에 스위스에서 유학했다는 사실을 온 세상이 다 알고 있는데, 왜 북한 매체가 눈감고 아웅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최민석: 훗날 김정은이 스위스에 유학했다는 사실을 북한 주민들이 알면 거짓말로 드러날 텐데, 그때는 김정은이 했다는 발언도 삭제하기도 어렵지 않나요.

정영: 노동신문 정론에는 또 이런 문구도 나오는데요, “후날에 력사가들이 고난의 행군시기 김정은은 어떻게 지냈는가고 물으면 나는 그들에게 떳떳하게 말해줄 수 있다. 고난의 행군시기 나는 호의 호식하지 않았다. 나는 인민들과 같이 어렵게 살았다”이렇게 김정은이 말했다고 썼는데요.

최민석: 그러면 김정은이 그때 고난의 행군 때 무엇을 했는가를 알려면 목격한 증인이 있어야 할 텐데요, 이 발언을 뒷받침 하려면요……

정영: 그게 바로 방금 언급한 스위스 유학 동창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개인 요리사로 13년동안 일했던 일본인 요리사 후지모토 겐지씨가 있지요.

그는 1988년부터 2001년까지 김정일의 전속 요리사로 13년간 일했는데요, 그러니까, 고난의 행군 시절은 모두 북한 김정일 위원장의 요리사로 일했다는 소린데요,

그가 북한을 탈출해 나와 쓴 책 ‘김정일의 요리사’에는 김정은의 어린 시절 애기가 나오는데, 당시 후지모토는 김정은과 수상스키를 타고, 요트, 롤러브레이드, 테니스, 농구 등의 스포츠를 함께 하고 담배도 피웠다고 했습니다.

최민석: 그러니까, 원산별장에서 수상스키를 즐기면서 줴기밥과 죽을 먹었다, 이런 말이 되겠네요. 그게 말이 좀 안 맞지요.

정영: 그렇지요, 한 나라의 지도자, 북한처럼 왕족 통치자가 뭐가 모자라서 죽을 먹겠는가, 그 당시 후지모토도 김정일 가족이 죽을 먹었다는 애기는 안 했습니다.

최민석: 그렇다면 김정은이 스위스에 죽을 먹었다는 소린데, 그러면 스위스가 세계적으로 잘사는 나라로 알려졌는데요, 거기서는 강냉이 죽을 팔지 않습니다. 그러면 북한에서 강냉이 죽을 날라다 먹었다는 소린가요,

정영: 지금 잘사는 나라에서는 살이 찌는 것을 피하기 위해 죽을 영양식으로 먹지요, 그러나 북한에서 먹는 죽은 다르지요. 먹을 것이 없어 강냉이 타개죽이나 쌀겨 죽을 먹는데, 김정은이 그런 죽을 먹었다는 게 믿기가 어려운 그런 이야기지요.

<지금 여러분께서는 자유아시아방송에서 보내드리는 북한언론 뒤집어보기를 듣고 계십니다>

최민석: 자 그럼 이번에는 담배를 좋아하는 김정은의 흡연에 대해 이야기 해보겠습니다. 노동신문에도 담배에 얽힌 김정은의 일화를 전했는데요.

정영: 앞서 소개한 노동신문 정론에서는 담배를 피우는 김정은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자기는 애연가가 아니지만, 우리 전초병들이 어떤 담배를 피우는지 알고 싶어 피운다”고 김정은이 이런 말을 했다고 전했는데요, 사실 김정은은 담배를 어려서부터 피운 골초로 알려졌다고 한국언론이 보도했습니다.

실제로 김정은이 담배 피우는 모습이 가끔 텔레비전에 나오군 하는데, 어떤 때는 임신한 것으로 보이는 부인 리설주 앞에서 담배를 피우는 모습이 나왔습니다. 대표적으로 조선중앙통신이 작년 10월 29일 보도한 사진에 김정은이 리설주 옆에서 담배를 피우는 사진이 공개됐습니다.

최민석: 좀 이상한 모습이네요. 선진국에서는 좀 배웠다고 하는 사람들은 절대 임산부 앞에서 담배를 안 피웁니다.

정영: 간접흡연을 하면 임산부의 태아가 유산될 확율이 높다고 하거든요. 담배 연기 속에 있는 니코틴이 태반 혈관을 수축시켜 태아성장에 필요한 산소 공급을 방해한다고 엄청 반대하고 있습니다.

최민석: 그렇지요, 그래서 절대 담배 안 피우는데, 왜 피웠을까, 참 궁금하네요, 잘 배운 사람들은 안 피웁니다.

정영: 김정은이 10대부터 담배를 피웠다는 재미나는 일화가 있는데요, 후지모토 겐지씨는 김정은이 어렸을 때 “V 하자”라고 하면서 몰래 담배를 요구했다고 썼는데요, 그래서 몰래 담배를 같이 피웠다고 합니다.

최민석: 그러면 V하자고 하면 손가락을 이렇게 벌이고요(손가락을 벌려 보면서)?

정영: 북한에서는 손가락을 이렇게 벌리면 여기에 담배를 끼운다는 암시거든요. 그래서 후지모토와 김정은이 담배를 피우고 들어왔다는 후일담도 있습니다.

최민석: 아, 그러니까, 후지모토가 어린 김정은을 데리고 나가 담배를 피우고 돌아왔다는 것이군요.

정영: 지난 12월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 때도 김정은이 초조한 지 담뱃대를 들고 있는 모습이 나오는데요, 또 어떤 사진에는 분명히 김정은의 팔 주변에서 담배연기가 보이는데, 손에는 담뱃대가 보이지 않습니다.

최민석: 아, 포토샵을 했군요.

정영: 그래서 북한 전문가들은 북한 매체가 김정은의 손에서 담배를 지웠는데, 연기만을 지우지 못했다, 이렇게 보고 있습니다.

최민석: 분명이 김정은이 담배를 좋아하는데, 북한 매체들은 왜 자꾸 이렇게 없는 소리를 지어냅니까,

정영: 북한에서 요즘 김정은 우상화를 위해서 창작가, 예술분야에서 많은 머리를 쓰는 것 같습니다. 작가, 기자들은 김정은의 신격화와 관련된, 신화적인 글을 써내야 하는데 김정은의 나이가 서른도 안됐겠다, 또 출신 성분도 왕자신분에 업적이 없지 않습니까, 집안에서 고이 자라서 외국에서 유학을 하며 자랐는데, 무슨 고생이고 업적이 있어야 쓰지요.

그러니까, 김정은의 업적을 만드느라 북한 매체의 작가, 기자들이 김정은이 대여섯 살부터 이미 자동차를 운전했고, 또 3살 때부터 총을 쏜 명사수라는 믿기 힘든 영웅담을 쓰고 있습니다.

최민석: 그런 거짓말은 과거에는 통했지요, 그런데 지금은 정보통신 시대라, 인터넷에 검색해보면 다 나오는 데, 그렇게 거짓말을 했다가 훗날 어떻게 책임을 지려고 합니까,

정영: 김정은도 지금 지식경제강국이라는 구호를 내걸고 정보통신 사업을 발전시키려고 시도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 미국의 세계적인 인터넷 회사 구글 회장도 북한을 방문하고 있지 않습니까, 그 정보통신 발전이라는 게 바로 세계적인 인터넷 망에서 필요한 정보를 얻는 것인데요,

그 인터넷에는 김정은이 고난의 행군 때 호의호식하면서 원산별장에 가서 수상스키를 타고, 말을 타고 놀았다는 기사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그걸 보면 북한 주민들이 어떻게 반응할지 궁금합니다.

최민석: 세상에 “진실만큼 더 위력 한 것이 없다”는 말이 있지요. 그리고 북한 매체들이 그렇게 쓸 수 밖에 없다는 사실도 압니다. 하지만, 진실은 역사를 평가합니다. 정영기자 수고했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다음 시간에 또 찾아 뵙겠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