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민석: 북한에 계시는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한 주간 북한 선전매체의 보도 내용을 다시 한번 뒤집어보는 ‘북한언론의 겉과 속’ 시간입니다. 오늘 진행을 맡은 최민석입니다. 오늘도 정영기자와 함께 합니다. 정영기자, 오늘 우리는 어떤 주제로 이야기를 나눠볼까요?
정영: 북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4차 핵실험을 단행한 다음에 발사 시험에 기여한 핵과학자들을 당중앙위원회 청사로 불러 기념 사진을 찍었습니다. 이 자리에는 빠진 사람들이 있는 반면에 새로 등장한 인물들도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한국언론은 북한이 핵실험을 앞두고 권력층 내부에서 갈등 내지는 인사조치가 있지 않았냐는 추정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오늘 시간에는 이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최민석: 요즘 북한 김정은 제1비서가 수소탄인지 핵실험인지 하고 성공했다고 막 자화자찬하고 있어요. 그리고 사람들을 당중앙 위원회로 불러 사진을 찍었지요. 그런데 이 사진 속에는 있어야 할 사람이 사라졌다고요?
정영: 김정은 제1비서가 “수소탄 발사 시험성공에 기여한 핵과학자들과 기술자, 군인건설자 등을 당중앙위원회 청사로 불러 기념사진을 찍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1일 보도했습니다.
청취자분들도 노동신문 11일자를 보면 확인할 수 있을 텐데요. 김정은 제1비서가 리만건, 리병철, 박도춘 등 이번 핵실험에 기여한 간부들과 기념사진을 찍었다고 노동신문이 보도했습니다.
그런데 사진을 보고 한국 언론이 의혹을 제기했는데요, 남한의 연합뉴스는 북한이 핵실험을 전후해 노동당 군수공업부장을 김춘섭에서 리만건으로 바꾸는 등 군수공업부 간부들을 전격적으로 교체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보도했습니다.
실제로 리만건은 지난해 11월말까지 평안북도 당 책임비서를 했습니다. 원래 군수공업부장은 김춘섭이었는데, 리만건으로 바뀐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그러면 김춘섭은 어디로 갔는가? 그의 이름이 없는 것으로 봐서는 무슨 일이 있지 않았는가 하는 추측이 가능합니다. 리병철도 과거 공군 및 항공군 사령관을 하다가 노동당 제1부부장으로 되었지만, 이번에 북한 매체에 두 번째로 거명되어 핵실험을 주도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은퇴한 것으로 보였던 박도춘 전 당 군수공업부장이 다시 등장했습니다.
최민석: 그러니까, 북한이 핵실험을 앞두고 핵개발 지도인물을 교체했다는 분석인데요, 북한에서 대표적인 핵개발 주역들은 누구인가요?
정영: 북한에서 핵과 미사일 제작을 지도하는 부서는 노동당 군수공업부입니다. 여기에 군수공업부장은 리만건, 그리고 부부장들은 홍영칠과 홍승무 등인데, 이들은 기본 실무를 맡고 있습니다.
리만건의 경우, 두달 전만해도 평안북도당 책임비서였지만, 군수공업부장으로 된 것으로 보이고요. 그래서 북한이 핵실험을 앞두고 간부들 사이에 어떤 갈등이 있지 않았냐 이렇게 추정을 해볼 수 있는 겁니다.
최민석: 이번에 북한이 진행한 핵실험을 두고 북한 내부에서도 권력 암투가 있지 않았는가, 하는 분석도 있는데, 어떻습니까,
정영: 김정은 제1비서가 핵실험을 통해 일단 국제적인 관심을 끄는 데는 성공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제 앞으로가 문제입니다. 미국과 중국이 동참하는 제재가 어느 정도인가 따라서 북한에 큰 타격이 될 수 있습니다. 과연 북한이 국제적 제재와 압력을 어떻게 피해갈까,
최민석: 미국과 중국에서 가하는 제재 정도에 따라서 북한이 나갈 길이 보인다는 소리군요.
정영: 그렇기 때문에 김정은 제1비서가 막무가내식으로 핵실험을 하겠다는 것을 김양건 대남비서를 비롯한 온건파들이 만류하지 않았는가 하는 것입니다.
미국이 지금 군사적 시위를 하지 않습니까, 핵폭탄을 탑재한B-52 전략폭격기를 한반도에 보내 무력시위를 했고요. 이제 미 항공모함 로날드 레이건 호가 한반도 수역으로 들어올 예정입니다.
최민석: 이 B-52 전략폭격기가 핵무기를 탑재했다는 데 문제가 있지요.
정영: B-52전략폭격기는 김일성, 김정일 국방위원장도 상당히 두려워했던 폭격기입니다. 이 비행기의 길이가 48미터로 크고, 6,400㎞ 이상의 거리를 날아가 대규모 폭격작전을 수행할 수 있는 장거리 폭격기입니다. 폭탄은31톤을 한번에 탑재할 수 있습니다.
최민석: 고도 5만피트 이상(1만5천미터 이상 )으로 비행기가 날기 때문에 북한에 이 비행기를 떨어뜨릴만한 대공미사일이 많지 않다는 거죠.
정영: 이 비행기가 평양을 폭격하면 완전 쑥대밭이 된다고 군사전문가들은 평가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로널드 레이건호는 배수량이 10만2천톤으로, 항공기만해도 약 80여대를 탑재하고 다닙니다.
이 배의 승조원은 약 5천400명에 달하고, 문제는 로널드 레이건 호가 한반도 수역에 들어오면 중국이 거세게 반발합니다. 왜냐면 이 배의 레이다망에 중국 베이징까지 감시되기 때문에 중국 인민해방군의 작전행동이 모두 드러나게 되어있습니다.
북한이 핵실험을 할 때마다 미국의 항모가 조선서해 수역에 들어오기 때문에 중국은 북한에 대고 핵실험 하지 말라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중국도 단단히 화가 나서 제재에 동참할 태세인데요,
최민석: 북한이 핵실험을 하든가, 보유하게 되면 중국만 손해보게 되어 있습니다. 중국당국자들 말대로 자기네 앞마당이 굉장히 시끄럽게 됩니다.
정영: 북한의 핵실험은 김정은의 몸값을 올리는 데는 이로울 지 몰라도 북한 인민들에게는 좋지 않다는 겁니다. 왜냐면 중국의 제재는 북한 경제에 치명적입니다. 지금까지 북한은 중국에서 원유와 생필품 등을 받아 살아왔기 때문에 중국이 제재에 동참하는 날에는 북한은 고사 상태에 이르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서해바다에서 이뤄지던 밀무역이 중단되면 북한 권력기관들에게는 상당히 큰 타격이 됩니다. 지금 핵실험을 해놓고 북한 간부들은 좋아할 지 모르지만, 당장 먹고 하루하루 살아가야 하는 일반 주민들은 추운 겨울을 보내게 될 것입니다.
최민석: 마지막 돈 들어오는 구멍이 막히게 되는 거죠.
정영: 그래서 북한의 김양건 대남비서를 비롯한 일부 간부들이 자제를 권유했지만, 김정은 제1비서는 막가파 식으로 핵실험을 했고, 지금 국제적인 제재에 직면하게 된 겁니다.
김양건 대남비서가 원인 모를 차사고로 급사한 것을 두고 타살이 아니냐는 추측도 나왔는데요, 왜냐면 그가 대남관계를 잘 알고, 더욱이 강석주 국제비서 와병 후에는 사실상 중국 외교도 관할했기 때문에 핵실험의 자제를 요청했을 지도 모릅니다.
최민석: 북한의 유명한 고위 간부들이 문제가 생기면 꼭 차사고로 사망합니다. 좀 신기합니다.
정영: 김양건 대남비서가 상당히 노련한 사람으로 알려졌습니다. 대남사업만 약 30년 정도 했고요 서울도 여러 번 왕래했고, 한국이나 중국, 미국에 대해 너무 잘 아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김정은을 위시한 북한의 수구세력들, 예를 들어 노동당 조직지도부나, 보위부가 교통사고로 위장해서 김양건을 타살하지 않았는가 하는 겁니다.
최민석: 그럴듯합니다만, 정확히는 모르지요.
정영: 앞으로 사실 관계는 밝혀지게 되겠지요.
최민석: 그리고 진짜 며칠 전에 북한이 공개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영상이 조작됐다는 분석도 나오지 않았습니까,
정영: 북한 중앙텔레비전은 8일 기록영화를 통해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 수중 사출 시험을 공개했습니다.
북한 영상을 보면 잠수함에서 발사된 미사일이 30~40미터 공중으로 솟구쳐 오른 뒤, 점화되어 상공을 비행하는 모습이 나왔습니다. 하지만 영상을 본 미국의 전문가는 이 영상이 조작되었다고 밝혔습니다. 미국 싱크탱크인 제임스마틴 비확산센터(CNS)의 멜리사 해넘 연구원인데요, 로켓이 사출되고 점화가 시작된 다음 미사일발사가 실패하고 말았다고 11일(현지시간) 밝혔습니다.
그런데 북한이 공개한 잠수함 탄도 미사일은 30~40미터 올라간 다음에 점화 되요. 그런데 북한은 이전에 찍었던 단거리 미사일 발사체를 짜깁기해서 수준탄도미사일이 구름을 뚫고 올라갔다고 선전했습니다.
최민석: 북한이 우리는 잠수함 탄도미사일도 가지고 있다는 것을 과시하기 위해서 서둘러 동영상을 조작했군요.
정영: 심하게 조작해서 공개했는데, 외국의 전문가들이 보고 밝혀낸 거죠.
최민석: 아무리 북한 주민들이 보지 못한다고 이렇게 심하게 조작하면 오히려 안한 것만 못하지 않을까요? 정영기자, 수고했습니다. 여러분 다음시간에 다시 뵙겠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