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꽁꽁 얼리는 ‘백두의 칼바람 정신’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지난해 11월 말 백두산 천지에 오른 모습.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지난해 11월 말 백두산 천지에 오른 모습. (사진-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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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석: 북한에 계시는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한 주간 북한 선전매체의 보도 내용을 다시 한번 뒤집어보는 ‘북한언론 뒤집어보기’ 시간입니다. 이 시간 진행을 맡은 최민석입니다. 오늘도 정영기자와 함께 합니다. 정영기자, 오늘 나눌 주제는 무엇입니까?

정영: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이 새해 신년사에서 ‘백두의 칼바람정신’이라는 말을 하자, 요즘 북한 전체 주민들이 ‘백두의 칼바람 정신’을 외우고 있습니다. 엄동설한에 체육대회를 벌이는가 하면, 꽁꽁 얼어붙은 땅을 파는 등 한 겨울에 도저히 납득이 되지 않는 어처구니 없는 일들을 수없이 벌이고 있는데요, 심각한 전력난과 연료난 때문에 가뜩이나 추운 이번 겨울에 주민들을 더 얼리고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 시간에는 북한 주민 꽁꽁 얼리는 ‘백두의 칼바람 정신’이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나눠보겠습니다.

최민석: 오늘 시간에는 김정은 제1비서가 한 이른바 ‘백두의 칼바람정신’의 유래와 의미를 한번 뒤집어 보겠습니다. 정영기자, 북한에서 ‘백두의 칼바람 정신’이라는 말을 언제부터 사용했습니까,

정영: 백두의 칼바람정신이라는 구호는 지난 10월부터 등장하기 시작했는데요, 북한 중앙텔레비전은 김정은이 지난해 10월 백두산 정상에 올랐을 때 처음 이 구호를 내놨다고 전했습니다. 자세히 내용을 보면 “백두의 칼바람은 혁명가들에게는 혁명적 신념을 더 굳게 벼려주고 모든 기적과 승리를 가져다 주는 따스한 바람이지만 혁명의 배신자, 변절자들에게는 돌풍이 되어 철추를 내리는 예리한 바람이다”라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백두산의 날씨는 한 겨울에는 영하 30도까지 내려갑니다. 거기다 바람까지 정말 몹시 매섭게 부는데요, 이 바람을 가리켜 '칼바람'이라고 부른 것 같습니다. 이 사진에서 보면 김정은은 뜨뜻한 털모자를 쓰고 외투를 입고 있습니다. 자기는 따뜻하게 몸건사를 하면서 주민들에게는 ‘칼바람 정신’으로 살라고 하자, 노동당 선전선동부는 이걸 주민들에게 강요하고 있는데요,

최민석: 그렇군요.

정영: 김정은이 이 말을 올해 신년사에서도 언급하자, 전체 인민이 또 앵무새처럼 따라하기 시작했는데요, 새해 전투에 나선 북한 흥남비료공장 지배인의 말을 들어보겠습니다.

흥남비료공장 지배인 음성 녹취: 우리들은 백두의 혁명정신, 백두의 칼바람 정신을 가지고 새해 첫날부터 생산을 높은 수준에서 정상화 하고 있습니다.

최민석: 그럼 북한당국이 왜 느닷없이 백두의 칼바람 정신을 꺼낸 겁니까,

정영: 그 배경을 보자면 먼저 외부 환경을 봐야 합니다. 올해 북한은 완전히 고립된 상태입니다. 미국은 소니 픽처스를 해킹한 북한을 테러지원국에 재지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대북제재가 더 강하게 적용될 것입니다. 그리고 북한과 중국관계는 여전히 냉랭합니다. 러시아와 교류해서 지원을 좀 받으려고 했는데, 그만 유가 폭락으로 러시아 경제는 형편없이 주저 앉았습니다. 거기에 혈맹으로 남아 있던 쿠바가 미국과 수교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아무리 둘러봐야 도와주는 나라는 하나도 없고, 그래서 김정은은 또 자력갱생으로 참고 견디라는 소립니다.

최민석: 한겨울 춥고 맵짠 추위 속에서 주민들이 어떻게 일하는지도 궁금합니다.

정영: 북한에서 지금 새해 첫 전투가 진행되고 있는데요, 북한 텔레비전에서도 날씨에 대해 이야기를 합니다. 북한의 기온이 얼마나 추운지 북한 기상수문국 관계자의 말도 한번 들어보겠습니다.

북한 수문관리국 부원: 올해 겨울철에 들어서면서 우리나라에서도 11월말과 12월 초 사이에 여러 차례 양강도 삼지연을 비롯한 북부 고산 지대에서 50cm 이상의 비교적 많은 눈이 내렸으며…

이렇게 양강도 지방에 큰 폭설이 내렸는데도, 북한은 백두산선군청년 발전소 건설장에 돌격대원들을 내몰아 언땅을 까게 하고 있습니다. 북한 중앙텔레비전이 보도한 백두산선군청년발전소 건설장 소식도 한번 보고 넘어가시죠.

북한 동영상 녹취: 백두산선군청년 돌격대원들이 새해에 발전소 건설에서 보다 큰 혁신을 일으킬 드높은 열의를 안고 일떠섰습니다.

최민석: 지금 화면에 나오는 돌격대원들이 무엇을 합니까,

정영: 땅을 뚜지고 있습니다. 북한에서 겨울에 땅은 그야말로 바위돌이나 다름없습니다. 그런데 돌격대원들은 망치를 휘두르고, 그 앞에는 여성들이 정대를 잡고 있습니다. 원래 발전소를 건설하는 데 흙이 뭐 필요하겠습니까, 다만 텔레비전을 찍는다고 하니까, 북한당국이 노동자들을 공터에 몰아놓고 해머로 까라고 지시한 것으로 보입니다.

최민석: 그런데 아무리 해머로 까봐야 일자리가 나겠습니까,

정영: 북한에서 노동자들의 노동력 가치가 거의 제로상태입니다. 미국에서도 하루 저런 노동을 하면 사람들은 100달러는 받겠지만, 북한 노동자들은 돈 안 줘도 되기 때문에 배고픔도 해결하지 못합니다.

최민석: 정말 지도자의 말 한마디가 무섭군요. 주민들은 뻔히 안 되는 줄 알면서도 계속 ‘헛삽질’을 하고 있군요.

정영: 또 다른 현장을 살펴보겠습니다. 요즘 북한에서는 엄동설한에 나무심기를 한다고 하는데요, 그것도 지난해 11월 초 김정은은 북한의 산림훼손 실태를 지적하면서 나무심기 운동을 벌이자고 독려했습니다. 이렇게 나무심기를 지시하자, 수많은 주민들을 산으로 동원시켜 나무심기를 하고 있습니다.

최민석: 북한 김정은이 이렇게 나무심기다, 발전소 건설이다, 하면서 인민들을 내몰고 있는데, 특별히 올해가 더 어렵지 않습니까,

정영: 앞서 언급한 대로 김정은이 외부 원조를 받을 수 없게 되자, 주민들에게 자체로 살아가라고 선포한 겁니다. 그리고 내부 통제를 하기 위해서인데요, 보통 사람들이 춥고 배고프면 어떻게 됩니까, 불만이 나오지요. 그러니까, 다른 생각을 하지 못하게 뺑뺑 돌리고 있습니다. 현재 북한에는 전력사정 때문에 경제가 말이 아닙니다. 국경지역 도시에도 최근 닷새 동안 전기불을 전혀 주지 않았다고 합니다. 밤에는 암흑에 빠지고, 평양과 신의주 간 1열차도 운행을 멈추었겠습니까, 현재 북한에는 물, 불, 쌀 이렇게 3대난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아파트는 난방이 돌지 않아 얼어터지고, 사람들은 추위서 떨고 있습니다. 그리고 아파트마다 판 우물 물을 퍼갈가봐 자물쇠를 잠그어 놓는다고 합니다.

최민석: 어제가 24절기에서 가장 추웠다는 대한이었습니다. 백두산에 올라가 한 김정은의 말 한마디 때문에 온 나라 주민들이 춥고 배고프고 얼어드는 혹한 시련을 겪고 있습니다. 어찌 보면 백두의 칼바람 정신이라는 게 사람을 동태처럼 얼구는 정신이 아닌가 싶습니다. 정영기자 수고했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안녕히 계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