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김정은 방러 앞두고 ‘러시아’ 예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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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석: 북한에 계시는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한 주간 북한 선전매체의 보도 내용을 다시 한번 뒤집어보는 ‘북한언론 뒤집어보기’ 시간입니다. 이 시간 진행을 맡은 최민석입니다. 오늘도 정영기자와 함께 합니다. 정영기자, 오늘 나눌 주제는 무엇입니까?

정영: 최근 북한 노동신문이 러시아를 집중적으로 두둔하고 있습니다. 지난 10일 노동신문은 러시아와 등지고 있는 우크라이나를 비난하는가 하면, 2일 자 신문에서는 러시아 경제를 파경에 몰아넣은 유가 폭락이 미국의 대 러시아 경제봉쇄 일환이라고 일방적으로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러시아 비호 두둔은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의 러시아 방문과 맞물려 더욱 두드러지고 있는데요, 그래서 오늘 시간에는 그 진상을 한번 알아보겠습니다.

최민석: 최근 북한이 왜 러시아 쪽으로 기울기 시작했는지 원인을 알아보겠습니다. 정영기자, 먼저 북한 매체가 어떻게 러시아를 옹호하고 있는지부터 살펴보시죠.

정영: 북한 노동신문 10일자는 ‘전승의 역사를 고수하기 위한 노력’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우크라이나 총리가 얼마 전 역사를 왜곡하는 발언을 해 러시아의 격분을 자아냈다”고 우크라이나를 공식 비난했습니다.

신문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아르세니 야체뉵 총리가 “소련이 1941년 독일과 우크라이나를 공격했다"고 발언하자, 러시아연방평의회가 “러시아와 유럽을 해방하는 싸움에서 희생된 사람들에 대한 모독”이라고 반박했습니다. 아시다시피 구 소련해체 후 우크라이나는 북대서양 군사조약기구인 ‘나토’에 가입하는 등 서방 편에 섰습니다.

그래서 러시아도 우크라이나와 대립각을 세우다가 작년에는 우크라이나 영토였던 크림을 강제로 합병하면서 관계가 악화되었습니다. 러시아의 크림 합병에 대해 세계 많은 나라들이 반대하고 있지만, 북한은 이를 눈감은 채 러시아를 일방적으로 편들고 있습니다. 이를 두고 한국 언론은 북한이 러시아 정부의 ‘나팔수’ 역할을 하고 있다고 논평했습니다.

최민석: 그러면 북한이 러시아를 두둔하는 이유가 있습니까,

정영: 북한이 러시아를 대놓고 두둔하는 움직임은 김정은 제1위원장의 러시아 방문 가능성이 높아지는 가운데 더 표면화 되고 있습니다.

알려진 바와 같이 북한과 러시아는 외교적으로 고립되었습니다. 김정은 제1위원장은 ‘핵 경제 병진노선’을 내건 다음 중국의 시진핑 주석도 만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김 제1위원장은 집권 4년차인데도 아직 외국수반을 한 명도 만나지 못했습니다.

북한의 이러한 사정을 잘 아는 러시아가 손을 내민 건데요, 북한도 중국과 관계가 별로 좋지 않은 러시아를 건드려서 중국을 움직여보려는 의도로 보입니다. 이러한 외교술은 과거 김일성주석 때부터 써왔던 ‘등거리 외교’ 전술입니다. 중국과 소원해지면 러시아에 붙고, 러시아와 소원해지면 중국에 붙는 식입니다. 이렇게 하여 자신의 몸값을 유지하는 것입니다.

최민석: 그러고 보면 북한의 외교방법을 두고 많은 전술이 나옵니다. ‘등거리 외교’, ‘벼랑끝 전술’ 외교 등 독특합니다. 그러면 김정은 제1위원장이 러시아를 택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정영: 현재 러시아도 미국과 서방으로부터 외면당했습니다. 러시아는 지난해 우크라이나 영토였던 크림반도를 강제 병합하면서 서방세계와 맞서고 있습니다. 거기에 지난해 8월 우크라이나 영공을 지나던 말레이시아 여객기를 격추시켜 네덜란드 과학자들을 비롯한 수백 명의 목숨을 빼앗아갔습니다. 그 이후로 서방과 미국의 제재를 받다가 유가폭락까지 맞으면서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최민석: 그러면 요즘 기름 폭락 때문에 러시아 경제가 어떻게 되었는지 설명을 좀 해주시죠.

정영: 러시아는 전체 수출의 3분의 2가 에너지 수출입니다. 원유와 천연가스를 수출해서 먹고 살았는데, 지난해 하반기부터 유가가 폭락하기 시작했습니다. 배럴당 100달러를 넘었던 기름값이 현재 40달러 선에서 거래되는데, 경제학자들은 앞으로 30달러대까지 유가가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현재 달러 대 루블화 가치는 반 토막 났습니다. 이렇게 되자, 러시아는 모라토리엄, 즉 빚을 갚지 못하겠다고 선언을 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 돈이 없어 빚을 갚지 못하면 러시아 경제는 파산되게 됩니다. 이렇기 때문에 현재 러시아로서는 누구든 붙잡아야 합니다. 그래서 러시아가 북한에 손을 내밀었다는 겁니다. 바로 러시아가 추진 중인 김정은과 푸틴 대통령간 정상회담이라는 겁니다.

최민석: 간단하게 설명해보면 러시아는 석유와 가스를 팔 곳을 찾다가 북한에 접근한다는 것입니다. 북한도 석유와 가스를 얻어올 곳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지요. 과거에는 중국이었는데, 이제는 러시아로 바뀐다는 거죠?

정영: 그런데 러시아가 그걸 공짜로 주면 괜찮은데, 북한에 지금 돈이 없어서 러시아로부터 공짜로 얻어올 수 없다는 거죠.

최민석: 정영기자는 북한이 러시아로부터 에너지를 받는다면 돈을 물어줄 것 같습니까,

정영: 북한이 과거 구소련을 비롯한 공산권으로부터 외상원조를 많이 받았어요. 그런데 빚도 한 100억 달러 정도 되었는데, 그걸 러시아에 물어주지 못했거든요.

최민석: 러시아가 그걸 탕감해주지 않았습니까,

정영: 러시아가 암만 봐도 북한이 돈을 못 갚을 것 같으니까, “그래, 그냥 없었던 일로 하니까 내 말을 잘 들어라”하고 다시 거래를 시작한 것입니다. 러시아가 북한에 100억을 탕감해주는 대신 남한으로 가스 수송관을 설치할 텐데, 너희도 협조하라고 제의를 하라고 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최민석: 참 그러면 북한과 러시아와의 정상회담에 대해 알아보지요. 김정은 제1위원장이 모스크바를 방문할 것으로 보는가요?

정영: 현재로서는 김정은 제1위원장이 러시아를 방문해 푸틴 대통령을 만날 것으로 보입니다. 러시아 언론에 따르면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북측에서 긍정적인 신호를 받았다"고 밝혔습니다.

최민석: 북한에서 긍정적인 신호는 매번 보내지만, 끝에 가서 뒤집는 게 북한이 아닙니까,

정영: 아직까지는 노, 예스는 아니고 “좀 고려해볼게요”라고 한 것 같습니다. 아직 확정하기 어렵다는 것이 뭐냐면 푸틴 대통령이 전승기념일 70주년 행사, 2015년 5월 9일에 모스크바에 많은 국가수반들을 초청했습니다. 이 가운데는 한국의 박근혜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등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거기에 김정은이 가면 지금까지 한번도 본적도 없는 외국수반들이 다 모였는데, 과연 어색하지 않을까, 김정은이 푸틴 대통령만 살짝 만나고 돌아올 건지, 아니면 행사장에서 오바마 대통령과 지나가면서 손을 한번 잡아보고, 박근혜 대통령도 한번 만나볼 지 이게 관심사인데, 북한으로서는 굉장히 부담스러운 외교무대거든요. 왜냐면 아직 김일성이나 김정일도 미국 등 서방 국가 수반들과 다자 외교무대에 나서본 적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최민석: 그렇게 된다면 김정은이 중국보다 러시아를 먼저 방문하게 된다는 소린데요.

정영: 북한은 중국과 국경을 1400km나 맞대고 있기 때문에 앞뒤 집이나 다름없습니다. 그런데 중국의 시진핑 국가주석은 북한이 비핵화하기 전에는 만나지 않겠다는 입장입니다. 북한으로선 절대 핵을 포기할 수 없다는 입장이기 때문에 북중 정상회담이 늦어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중국은 장성택 숙청 이후 김정은 정권에 대해 상당히 실망했습니다. 또 나이가 어린 김정은 제1위원장을 세계 제2의 대국인 중국 주석이 만났다가는 국제적 웃음거리가 될 것이기 때문에 주저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북한 김정은이 진짜 중국 보다 러시아를 먼저 방문한 다면 시진핑 주석을 상당히 곤혹스럽게 만들 거라고 전문가들은 관측하고 있습니다.

최민석: 북한과 러시아가 외교적 고립을 탈피하기 위해 서로 손을 잡으려고 하고 있습니다. 서로가 필요로 해서 만나는 김정은의 첫 외교무대. 앞으로 러시아가 어떻게 변할 지 가늠할 수 없습니다. 정영기자 수고했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다음 시간에 다시 뵙겠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