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 계시는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한 주간 북한 선전매체의 보도 내용을 다시 한번 뒤집어 보는 ‘북한언론 뒤집어보기’ 최민석입니다. 오늘도 정영기자와 함께 합니다.
최민석: 정영기자, 오늘 나누게 될 주제는 무엇입니까
정영: 지금 전세계 사람들의 관심이 2014 소치동계올림픽에 쏠려있습니다. 아쉽게도 북한은 출전권을 따지 못해 한 명의 선수도 출전시키지 못했는데요, 그런데 김정일 국방위원장 생일을 맞아 평양에서 ‘국제피겨축전’을 연다고 합니다.
세계 최고 선수들이 소치로 달려가 금메달을 놓고 다투는데, 북한이 어떤 선수들을 ‘모셔다’가 우상화 기념행사를 할 지 궁금해집니다. 그래서 오늘 시간에 이에 관해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최민석: 예, 소치 동계올림픽에 선수 한 명도 보내지 못한 북한이 ‘꿩 대신 닭’이라고 할까요. 안방에서 빙상피겨축전을 왜 하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정영기자, 먼저 북한에서 열리는 ‘국제피겨축전’이 어떤 것인지 말씀 좀 나눠볼까요?
정영: 우선 축전이라는 것은 어떤 기념일이나 사람을 축하하기 위해 행하는 의식이나 행사를 말합니다. 그래서 경기와 축전은 엄연히 다릅니다. 북한 중앙통신은 11일 “조선에서 제23차 ‘광명성절’(김정일 생일) 경축 백두산상 국제휘거(피겨)축전 준비사업이 적극 추진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북한은 지난 1992년 김정일 국방위원장 생일 60돌부터 백두산상 국제피겨축전을 해오고 있는데요, 그때부터 정례화가 되었습니다.
최민석: 올해가 23번째 축전이면 역사가 짧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북한의 피겨축전은 언제 진행됩니까,
정영: 백두산상 국제피겨축전은 15일부터 17일까지 진행됩니다. 이 시기가 공교롭게도 동계올림픽 대회가 열리는 시기인데, 겹치게 됩니다.
최민석: 소치 올림픽이 7일 개막해서 23일까지 진행되는데, 지금 빙상선수들은 물론 빙상애호가들은 전부 소치에 관심이 쏠렸겠는데, 누가 평양으로 가겠는지 궁금합니다.
정영: 하지만,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정반대의 예상을 했습니다. 북한 축전준비위원회 관계자는 “올해 피겨축전의 규모가 지난해보다 더 커질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현재 러시아, 벨라루시, 이탈리아, 우즈베키스탄 등 여러 나라에서 선수들이 축전 참가를 요청해왔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국내외 이름 있는 휘거 경기 대회들에서 순위 권에 입선한 전적을 가진 선수들이 참가하게 된다고 했는데 구체적인 이름을 찍지 않았습니다.
최민석: 글쎄요. 그러면 이 축전에 오는 외국선수들은 항공료나 체류비 같은 것은 다 자체로 해결하는가요?
정영: 앞서 언급한대로 축전과 경기가 다른 점이 바로 이런 것인데요. 축전 참가자들은 상대국의 초청을 받아가지고 가기 때문에 항공료와 체류비용 같은 것을 본인이 부담하지 않습니다.
최민석: 모두 초청한 국가에서 부담하는 군요.
정영: 북한은 이번에 러시아나 이탈리아에서 오는 선수들에게 여행경비를 다 제공해야 하고, 선수들의 잠자리와 먹는 것까지 다 보장해야 합니다. 그런 혜택이 없다면 왜 외국인들이 그 먼데를 가겠습니까,
더구나 이번에 소치 올림픽 대회를 위해 러시아 정부가 근 500억달러를 투자했다고 합니다. 어마어마하게 크게 벌려놓은 올림픽 잔치인데요. 거기 가면 최정상 빙상선수들을 다 볼 수 있는데, 그걸 마다하고 평양으로 간다는 것은 좀 말이 안되지요.
최민석: 북한은 이렇게 국가의 돈을 써서 개인 우상화를 하는데 도대체 주민들은 이 사실을 알고 있습니까,
정영: 일반 주민들은 잘 모릅니다. 조선중앙통신이 11일 보도했듯이 “여러 나라에서 선수들이 축전 참가를 요청해왔다”고 보도하기 때문입니다.
최민석: 그러면 북한이 초청한 게 아니라, 외국인들이 자진해서 찾아온다고 선전하는 군요? 그런데 실제로 외국의 대표단이나 빙상선수들을 초청하는 게 쉽습니까,
정영: 보통 어렵지 않다고 합니다. 북한당국은 외국선수들이나 축하 단이 김씨 일가가 위대해서 찾아온다고 하지만, 사실 외국선수들을 초청하는 데 숨겨진 이야기가 있습니다.
최민석: 어떤 이야기가 있습니까?
정영: 북한이 외국인들을 초청해야 할 때쯤이면 외국에 나가 있는 북한대사관에 과제를 떨군다고 합니다. 이번에는 어떤 행사를 진행하는데 외국의 거물급을 초청하라는 지시를 내립니다. 그러면 대사나 그 아래에 있는 외교관들은 주재국에서 영향력이 있는 사람들에게 접촉해 평양으로 가도록 유도합니다.
“평양에서 이러 이러한 축전이 있는데, 참가하지 않겠느냐?”는 식으로 부탁한다고 합니다.
최민석: 아, 축전을 위해 초청보다는 사정을 하는 군요. 혹시 그 과제를 실천하지 못하면 어떻게 되나요?
정영: 비판을 받지요. 그래서 외국에 나가 있는 북한 외교관들은 어떻게 하나 할당된 초청인원을 맞추기 위해 바람처럼 뛰어다닌다고 하는데요, 북한에서 제일 크게는 4월이 되면 ‘4월의 봄 친선예술축전’이 있습니다. 이게 한때는 1천 명 가량 모이곤 했는데, 그래서 돈도 많이 깨졌다고 이 사정을 잘 아는 외교관출신 탈북자들이 말했습니다.
최민석: 저는 일면에서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대사관 직원들이 1천명을 모으느라 너무 고생 많았겠다. 사실이 그렇다면 북한 매체가 주민을 향해 잘못된 방송을 하는 겁니다.
정영: 그뿐이 아니라, 김씨 일가 생일 때마다 보내는 축전과 축하편지라는 것도 사기가 많다고 합니다. 이것도 북한 대사관에서 외국에 나가 공부하는 북한 유학생들에게 과업을 줍니다. 축전 문에 서명을 받아오라고 몇 개씩 과제를 준다고 말입니다. 그러면 북한 대학생들은 머리가 아프다고 합니다.
어떤 일화가 있느냐하 면 한 북한 대학생이 외국학생에게 사인을 받으러 갔다고 합니다. 그런데 외국인들은 사인에 아주 민감하지 않습니까? 책임을 져야 하니까요.
최민석: 그렇지요. 그게 인장 수준이지요.
정영: 사인을 좀 해달라고 하니까, 외국인 학생은 “내가 왜 여기에 해야 되는 가?”고 물었다고 합니다. 그러자 북한 학생은 “너는 우리 수령님이 얼마나 위대한지 모르는가?”고 물어보자, 그 외국학생이 “나는 그런 거 모른다고 하자”, 북한 학생은 밥을 사 먹이고 겨우 사인을 받았다고 합니다. 그걸 대사관에 바치면 북한 매체는 “위대한 수령님 탄생일을 기념하여 어디, 어디서 축전과 축하편지를 보내왔습니다”고 보도하는 겁니다.
이번에 평양국제피겨축전에 초청된 외국선수들도 모름지기 이렇게 북한당국으로부터 여행경비와 모든 편의를 제공받는 조건으로 참가할 것입니다.
최민석: 소치 올림픽에는 단 한 명의 선수도 출전시키지 못한 북한이 고인이 된 수령 우상화를 위해서 국고의 돈을 펑펑 쓴다는 소리군요. 지금 지구상 어느 나라가 국고를 털어 외국선수들을 불러다가 파티를 엽니까,
정영: 한국에서 대통령이 이랬다가는 당장 검열이 붙고 수많은 사람들이 광화문에 촛불을 들고 나와 퇴진하라고 시위를 벌릴 것입니다. 지금 북한에 굶주리는 사람들도 천지인데, 외국 선수들을 초청해다 잔치를 벌인다는 게 외부에서 볼 때는 정상은 아닌 듯합니다.
최민석: 지금 세계 많은 나라들은 올림픽에서 우승해 국가 위상을 올리기 위해 분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은 개인우상화를 위해 외국선수들을 초청하고 있습니다. 이것만 놓고 봐도 북한은 세계에서 완전히 혼자 따로 논다는 말이 딱 맞을 것 같습니다.
정영기자 오늘 수고 했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다음 시간에 다시 뵙겠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