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마식령 스키장 ‘인민에 개방’ 과시

강원도 원산 인근 마식령 스키장에서 '청소년 학생들의 스키 야영'이 시작됐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7일 보도했다. 이번 야영에는 김일성종합대학, 평양건축종합대학, 평양제4소학교(초등학교) 학생들이 참가했다.
강원도 원산 인근 마식령 스키장에서 '청소년 학생들의 스키 야영'이 시작됐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7일 보도했다. 이번 야영에는 김일성종합대학, 평양건축종합대학, 평양제4소학교(초등학교) 학생들이 참가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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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 계시는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한 주간 북한 선전매체의 보도 내용을 다시 한번 뒤집어 보는 '북한언론 뒤집어보기' 최민석입니다. 오늘도 정영기자와 함께 합니다.

최민석: 정영기자, 오늘 나누게 될 주제는 무엇입니까

얼마 전 북한 노동신문은 세계 일류급으로 건설된 마식령 스키장에서 평양시 대학생들과 중학교 학생들이 '스키야영'을 즐겼다고 보도했습니다. 거액을 들여 투자한 이 스키 리조트가 민간에도 개방됐다고 선전하고 있는데요, 한편 마식령 스키장을 취재한 영국 방송은 이 곳을 '지구상에서 아주 낯선 곳'이라고 평가했습니다. 그래서 오늘 시간에는 외국인들의 반응을 토대로 마식령 스키장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최민석: 북한이 세계 일류급이라고 자랑하는 마식령 스키장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정영기자, 북한 매체가 얼마 전 대학생을 동원해 마식령 스키장에서 '스키야영'까지 조직했다고 하는데, 그럼 민간에도 개방됐다는 소린가요?

정영: 노동신문은 17일 청소년 학생들의 스키야영이 시작됐다고 보도했습니다. 이 스키야영에는 평양시내 여러 대학들과 소학교 학생들까지 참가했어요. 그런데 면면을 보니까 김일성 종합대학, 평양건축종합대학, 평양 제1소학교 등 특권층 자녀들이 다니는 학교들입니다. 북한은 이렇게 민간 대학생들에게 스키장이 개방됐다는 것을 보여주고, 김정은 제1위원장의 업적을 과시하기 위해서 이런 이벤트를 만든 것으로 보입니다.

최민석: 방금 스키야영을 했다는 것은 무슨 호텔이나 모텔에서 숙식한 게 아니라, 천막을 치고 밖에서 야영을 했다는 겁니까,

정영: 그것까지는 정확히 나오지 않았는데요, 거기가 지금 영하 한 20도 정도 되는데 밖에서 묵기는 어려웠겠지요. 그래서 오래간만에 굉장히 비싼 호텔에서 묵었겠지요.

최민석: 북한 언론이 민간인에게 개방됐다고 하는 것은 결국 특권층 자녀들이 거기에 있다는 소리군요. 정영기자, 북한이 원래 외국인들을 유치하기 위해 이 스키장을 건설하지 않았습니까,

정영: 옳습니다. 기본 고객은 외국인들인데, 현재 마식령 스키장을 찾는 외국인들이 별로 없다고 이곳을 방문했던 외국인들은 말하고 있습니다.

최민석: 방문하는 외국인들이 별로 없으니까, 우선 대학생들과 중고생들을 참관시키는 것이군요. 그러면 마식령 스키장을 갔다 온 외국인들의 반응은 어떻습니까,

정영: 먼저 마식령 스키장을 다녀온 외국인들을 취재한 영국의 BBC의 반응인데요, BBC는 "마식령 스키장은 지구상에서 가장 낯선 곳'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최민석: 마식령 스키장이 왜 낯선 곳이라고 하나요?

정영: BBC는 미국 AP통신사 전 평양 지국장이었던 Jean Lee(한국 이름 이진희)기자를 통해 마식령 스키장에 대해 소개했는데요, 먼저 마식령 스키장을 다녀온 리 전 지국장은 스키장까지 가는 데 열악한 도로상태나 군사 검문소를 통과해야 하는 등 불편함이 있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스키장 안은 지금까지 봤던 북한의 풍경과는 전혀 딴판이었다고 BBC에 설명했습니다.

최민석: 아니, 풍경이 어땠길래 딴판이었다고 합니까,

정영: 마식령 스키장안에는 슬로프 방향 표지판들이 영어로 되어 있었고, 고급스런 호텔과 온천 목욕도 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최민석: 휴양지로 건설한 것 맞네요.

정영: 그리고 양주, 그리고 미국산 탄산 콜라까지 있었다고 하는데요, 이런 현대적인 시설을 불과 10달동안 지었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북한인력의 저력을 느낄 수 있었다고 합니다. AP전 지국장은 이런 사치스런 시설에도 어울리지 않게 산 정상까지 올라가는 리프트, 즉 북한말로 삭도라고 하는데, 이 설비가 좀 이상했다고 전했습니다. 바닥에서 산 정상까지 올라가는데 약 40분정도 엉금엉금 올라가는 데 내내 기분 나쁜 소리가 났다고 합니다.

최민석: 아, 40분동안이요?

정영: 한 겨울에 공중에서 40분 동안 올라간다는 게 좀 무리가 있을 것 같습니다.

최민석: 조금이 아니라, 다른 외국의 휴양지, 보통 스키 리조트에서 리프트를 40분동안 못 탑니다. 보통 리프트는 약 10분 이상을 타지 않습니다. 추워요. 너무 춥습니다.

정영: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도 전번에 마식령 스키장에 가서 리프트를 탄 모습이 나오긴 했는데, 개방형이었지요. 담배를 들고 찍은 사진이요.

최민석: 그런 것을 타고 40분 동안이나요? 아마 내릴 때쯤이면 동상을 입을 거예요.

정영: 동상을 입으면 스키를 탈 때도 위험하지요.

최민석: 저도 스키를 좀 즐기는 편인데, 한번은 리프트가 고장 난 적이 있었어요. 공중에 한 15분 정도 매달린 적이 있었는데, 정말 욕이 나왔습니다. 온 욕이 다 나왔어요. 그런데 제가 갔던 곳은 북한의 마식령보다는 덜 추웠으리라 봅니다.

정영: 아마, 유럽 등지에서 스키장비를 들여가지 못하게 하자, 북한이 중고품 리프트를 수입해다 설치했다는 보도가 있지 않았습니까, 그러니까, 아마 다른 곳에 있던 리프트를 가져다 옮기면서 장비가 노화되지 않았는지 생각됩니다.

최민석: 중고 리프트 라면 이걸 타시는 분들은 주의해야 할 겁니다. 이건 한눈 팔면 바로 사고입니다.

정영: 1월 중순 마식령 스키장을 다녀왔다는 또 다른 외국인은 사이먼 카커렐 고려여행사 대표인데요, 그는 한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스키장에서 느꼈던 또 다른 이채로운 풍경은 리조트에서 북한군가가 울려 나왔다고 말했습니다.

최민석: 그러면 스키장을 찾는 외국인들은 많다고 합니까,

정영: 이 고려여행사 대표의 말에 의하면 하루 평균 200명의 이용객이 찾았다고 하는데요, 원래 북한은 마식령 스키장이 완성되면 하루에 약 5천명을 예상하고 있었지만, 생각보다는 작다는 게 스키장을 다녀온 외국인들의 반응입니다. 5천명을 계획하고 있는데, 200명 정도가 왔으면 고객이 4%밖에 차지 않는다는 소린데, 그래서 북한이 마식령 스키장에 손님들이 많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 북한 학생들을 '스키야영' 형식으로 채워 넣는 겁니다.

최민석: 아, 그러니까, 외국인들에게 보여주기 위해서 학생들을 데려오고 있다는 소리군요. 스키장 이용 가격은 어떻습니까,

정영: 마식령 스키장 가격은 이미 우리 방송에서 여러 번 방송했는데요, 다시 한번 상기시키면 스키를 타자면 하루 입장료가 34달러입니다. 스키를 빌리는 가격도 포함되겠지요. 지금 북한에서 34달러면 한 사람의 한달 식량 가격과 맞먹습니다.

최민석: 그렇지요. 미국 스키장에 가서 스키장비나 스노우보드 장비를 얻자면 50~80달러는 줘야 합니다.

정영: 거기다 스키장까지 이동하는 게 문제입니다. 평양에서 마식령 스키장까지 가는데 약 400리가 넘습니다. 개별적인 사람들이 가자면 평양에서 버스나 벌이차를 타고 가야 되지요. 그런데 그것도 돈이 많이 듭니다. 그리고 스키장에 가면 스키만 타는 게 아니라 잠자리와 식사도 해결해야지요,

최민석: 그렇지요. 또 먹고 자야지요.

정영: 마식령 스키장에는 일반 여관이 없기 때문에 국가에서 운영하는 호텔에 들어야지요. 이게 가격이 만만치 않습니다.

최민석: 마식령 스키장 호텔 숙박비는 어떻게 됩니까?

정영: 호텔은 일반용과 특별실이 있는데, 달러로 약 150~300달러 사이로 알려졌습니다. 그래서 한번 스키장에 가려면 한 사람이 200~300달러는 써야 한다는 관측입니다.

최민석: 그걸 민간인에게 개방했다. 일반 주민이 스키를 타기 위해 200~300달러를 쓸 수 있습니까, 한국이나 미국의 리조트 시설과 비슷한 가격입니다. 뭐 잘사는 나라들이나 웬만큼 사는 나라 사람들은 스키가 특권층을 위한 시설은 아닙니다. 그냥 민간인을 위한 스포츠 시설이지요.

정영: 그렇지요. 일반 서방 세계 사람들은 생활 수준이 비교적 높지 않습니까, 그런데 북한 주민들의 수준으로 봐서는 어림도 없지요. 지금 장마당에서 쌀 1kg에 1달러라고 쳐도 300달러면 한 사람이 1년 먹고 살수 있는 돈입니다. 그러니 하루 하루 살아가는 일반 주민들은 스키장에 갈 엄두를 못 내는 거죠. 한달 월급 1달러도 못 받는 북한 주민들이 이용하기에는 '그림에 떡'에 불과하다고 외부에서 평가하고 있습니다.

최민석: 마식령 스키장을 처음 시작할 때부터 외부 사회에서 우려했던 게 있습니다. 고립된 북한에 찾아갈 외국인이 과연 몇 명이나 될까, 또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북한이 스키장을 지으면 과연 경제적으로 타산이 맞을까 하고 고민했는데요, 그걸 어기다 보니 처음부터 삐걱대고 있습니다.

정영기자, 오늘 수고 많았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안녕히 계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