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경제보도 ‘죽지 않으면 살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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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 계시는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한 주간 북한 선전매체의 보도 내용을 다시 한번 뒤집어 보는 ‘북한언론 뒤집어보기’ 최민석입니다. 오늘도 정영기자와 함께 합니다.

최민석: 정영기자, 오늘 나누게 될 주제는 무엇입니까

오늘 시간에는 북한의 경제보도 내용을 가지고 이야기 해보겠습니다. 조선중앙텔레비전은 2월 24일자 보도에서 경제관련 분야에서 성과가 있었다고 선전하면서 순천세멘트 공장에서는 종전에 비해 시멘트 생산이 3배로 증산되었다고 하는가 하면 김정숙 방직공장에서는 올해 상반년 계획 완수자들이 벌써 나타났다고 보도했습니다.

그래서 오늘 시간에는 ‘죽지 않으면 살 소리’를 하는 북한 텔레비전의 보도를 짚어보겠습니다.

최민석: 예, 김정은 체제 들어 북한이 경제 살리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습니다. 그런데 정영기자, 방금 한 말 있지요? ‘죽지 않으면 살 소리’라는 건 무슨 말입니까?

정영: 예, 이 말은 ‘들어 봤자 죽을 소리 아니면 살 소리’라는 뜻으로, 들으나마나 한 소리를 비꼬는 북한식 속어입니다.

최민석: 아무것도 건질 게 없는 그런 이야기를 말하는 군요. 저도 2년전부터 이 방송을 시작하면서 북한 텔레비전 보도를 가끔 들어보았는데요, 텔레비전 보도 내용이 똑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떻습니까,

정영: 북한 중앙텔레비전은 김정일 시대나 김정은 시대나 똑 같은 보도 방식을 취하고 있는데요. 뉴스 분량이 10~15분 정도 됩니다.

보도 전반에 약 2분 동안은 김정일 김정은 부자의 우상화 선전을 합니다. 그리고 중간에 2분 정도는 경제관련 소식이 나오는데, 한다는 소리가 전부 공장, 기업소, 농장들에서 “인민경제 계획을 100% 넘쳐 수행했다”고 합니다.

24일자 북한 텔레비전보도를 한번 듣고 넘어가죠.

최민석: 예, 한번 들어보고 넘어가죠.

북한 중앙tv: 김정숙 평양방직공장 노동자들 속에서 상반년 계획과 일사분기 인민경제 계획을 앞당겨 수행한 혁신자들이 많이 배출되었습니다.

(공장 간부 발언)우리 공장에서는 10여명의 상반년 계획 완수자들과 70여명이 일사분기 계획을 수행하는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최민석: 지금 이 공장 간부가 하는 말이 자기네는 벌써 상반년 계획을 넘쳐 수행했다고 하지 않나요? 그런데 지금이 2월 말인데, 상반년 계획을 어떻게 벌써 끝낸단 말인가요?

정영: 아직 4개월이나 남아 있는데, 저도 믿기지 않습니다. 진짜 상반년 계획을 끝낸 것을 끝냈다고 하는지, 아니면 못하고도 했다고 하는지 알 수 없습니다. 저도 이렇게 말하는 간부들의 심정을 알만합니다.

최민석: 왜요?

정영: 공장 간부들도 중앙텔레비전에 한번 나오는 것이 영광이니까, 중앙 텔레비전 기자들이 현장에 취재를 가면 잘 대접을 해줍니다. 그러면 기자들은 이러이러한 내용으로 이야기 해달라고 간부들에게 주문을 하지요. 그러면 간부들은 공장에서 생산이 되든 안되든 무조건 계획을 초과 수행했다고 방송하는 것입니다.

최민석: 이게 텔레비전 방송에 나가는 거니까, 계획을 하든 안 하든 무조건 잘했다고 말하는 군요.

정영: 북한 공장 간부들은 무조건 성과 위주로 선전해야 하니까, 아무 거리낌이 없고, 또 노동자들도 그 선전을 이상하게 생각 안 합니다. 왜냐면 그런 관행이 오랫동안 내려왔기 때문에 당연한 공장을 자랑하는 데 잘한다고 받아들입니다.

최민석: 거짓말이라도 쉽게 공감하고 쉽게 납득해버리는 분위기군요.

정영: 공장 간부들도 인터뷰할 때 고정된 격식이 있는데요, 한 2월쯤에 텔레비전에 나올 때면 “상반년 인민경제 계획을 100%완수했다”고 말을 하고요, 8월이나 9월쯤에 텔레비에 나가면 “연간계획을 넘쳐 수행했다”고 말하는 것입니다.

최민석: 제가 볼 때는요. 북한이 방송에서 나오는 것처럼 되면 정말 잘 사는 나라가 될 것 같아요.

정영: 그렇지요. 계획을 100~120%로 넘쳐 수행했다고 하면 정말 잘살아야 하는데, 북한 내부 주민들의 말을 들어보면 생활이 한심합니다. 우선 전기가 없어서요. 전기기관차가 혜산시에서 평양까지 나가는데, 한 주일 동안 걸렸다고 합니다.

최민석: 기가 막히는 일이군요.

정영: 이 거리가 한국으로 치면 서울에서 부산까지 거리인데, 이 구간 고속열차가 3시간 정도 걸리나요?

최민석: 지금은 한 2시간 반 정도 걸립니다.

정영: 그런데 그걸 북한 열차는 한 주일 동안 간다고 합니다. 그리고 평양 주민들의 말을 들어보면 지금 주민용 전기를 하루 5시간 밖에 못 준다고 합니다. 그런데도 공장, 기업소에서 인민경제 계획을 어떻게 100%완수하냐, 이거 말이 안되지요. 얼마 전 인공지구위성에서 찍은 북한의 밤 사진을 봤지요?

최민석: 예 봤습니다. 이거 아시는 분들은 다 아실 겁니다. 10년 째 북한의 하늘이 까맸습니다. 지금 북한 텔레비전을 보니까, 시멘트 공장에 시멘트는 안보이고, 또 방직공장에는 천도 안 보이는데, 무슨 생산계획을 했다는 건지 이해가 안 됩니다. 북한의 계획이 그렇게 호락호락한 가요?

정영: 북한의 특징이 하나 있어요.

최민석: 무슨 특징이 있습니까,

정영: 계획을 100% 넘쳐 수행했다고 하는데, 진짜 얼마나 생산했는지 숫자가 없어요. 예를 들어 시멘트 몇 톤 중에 몇 톤을 생산했으니까, 몇 프로 수행했다고 말할 수 있는데, 절대 숫자를 공개하지 않습니다. 그냥 말로만 ‘넘쳐 수행했다’고 합니다.

최민석: 그러니까 결국 숫자를 말 못하는 것은 ‘뻥’이예요. 진실이 아니라 과대 선전이라고 볼 수 밖에 없어요.

정영: 한국은 정부나 기업이 계획을 세우면 국민들에게 공개하지 않습니까, 이걸 언제까지 어떻게 하겠다는 것을 공개해야 하는데, 북한에서는 자그마한 공장의 생산 계획 자료까지도 모두 비밀이니까 외부에 공개된 게 없지요.

최민석: 제 생각에는 북한에는 주식회사라는 개념이 없으니까, 이런 걸 공개하지 않는 거 같습니다. 주식회사들은 자기네가 투자를 받으려면 공개해야 되지 않습니까,

정영: 북한은 하도 계획을 달성해본 지 오래됐기 때문에 또 공개했다가 수행 못하면 쪽 팔린 거지요. 북한은 1980년대 10대전망목표라고 한번 계획을 공개했다가 완전히 수행하지 못하고 쑥 들어갔지요.

30년 전 계획을 아직 수행하지 못해서 폐기가 됐습니다. 그러니까, 다시 계획을 세워봤자, 어차피 수행하지 못할 바에는 아예 숫자를 공개하지 않는 겁니다.

최민석: 그러면 북한주민1인당 소득은 얼마나 됩니까,

정영: 그것도 북한 당국이 절대 공개하지 않는 부분이니까, 북한의 자료를 통해서 얻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자료를 좀 검색해보았는데요, 한국의 통계청이 지난해 말에 발표한 자료가 있었습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북한 주민 1인당 국민총소득(GNI)은 미화로 1300달러 정도 되었습니다. 이에 비해 한국 국민의 1인당 소득은 약 2만 5천 달러가 되었습니다. 남북간 1인당 국민소득 격차는 19배 차이가 났습니다.

최민석: 1년동안 한 사람의 수익을 말하는 거지요.

정영: 한국의 통계청은 국가기관이기 때문에 한국의 자료는 신뢰가 갑니다. 하지만, 북한의 수입이 1천 300달러라는게 맞지 않습니다.

최민석: 아니 왜요?

정영: 북한 주민 한 사람 소득이 1천 300달러라는 것은 북한이 최고인민회의에서 보고하는 전체 국민총생산액을 인구숫자로 나눈 것입니다. 이제 오는 3월 9일에도 북한이 최고인민회의를 하지 않습니까, 거기서 국가 총 예산은 얼마라고 발표하는데 그러면 북한 주민의 소득이 얼마라는 게 대충 나옵니다.

사실 한 주민이 일년에 1천 달러만 있어도 굶어 죽는 사람이 없거든요. 그래서 이것 역시 신뢰가 안가는 겁니다.

최민석: 한국의 총 국민생산액이 얼마나 됩니까,

정영: 전체 국민총소득으로 보면 남한은 1조2천억 달러 정도 되는데, 북한은 약 300억 달러 정도 됩니다. 남과 북의 국민총생산액 차이는 약 38배나 됩니다.

최민석: 남북차이가 약 38배이면 한국이 훨씬 부유하네요. 그러면 경제지표에 있어서는 어떻습니까,

정영: 남한의 자동차는 1,880만대였고, 북한은 26만대로 약 70배 이상 차이가 났습니다.

최민석: 아유, 정말 징그럽게 많네요.

정영: 그러니 남한에 자동차가 70대이면 북한은 1대다는 말이 되겠습니다.

최민석: 어제 박근혜 대통령은 앞으로 3년 내에 국민소득 4만 달러로 가는 시대를 열겠다고 발표하지 않았습니까?

정영: 그렇습니다. 박 대통령은 국민소득 4만 달러로 가는 이른바 경제혁신 474 비전도 언급했습니다. 한번 들어보겠습니다.

박근혜 대통령: 꺼져가는 성장엔진을 다시 한번 힘차게 점화해서 모든 국민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겠습니다.

지금 한국 국민의 연간수입이 2만 5천 달러인데 앞으로 4만 달러 시대로 가자면 약 1만 5천 달러가 더 증대된다는 애기인데요, 박근혜 대통령이 야심 차게 하나하나 잘하고 있습니다. 또 한국민들의 저력도 대단한데요, 한국이 거의 섬나라와 같은 상황에서도 이렇게 경제 10위권내 강국으로 되지 않았습니까,

최민석: 예, 북한이 경제를 살리겠다고 하고도 석탄이나 철광석을 중국에 팔아 김정은 체제나 겨우 연명하는 수준입니다. 북한 매체도 좀 납득이 가는 신뢰할 수 있는 사실을 주민들에게 알려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정영기자 수고했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안녕히 계십시오. 다음 시간에 다시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