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서양인 석방하고 한국인 인질로 잡아

북한에 억류 중이던 호주 선교사 존 쇼트 씨가 억류된 지 약 보름만에 석방돼서 지난 3일 중국 베이징에 도착했다.
북한에 억류 중이던 호주 선교사 존 쇼트 씨가 억류된 지 약 보름만에 석방돼서 지난 3일 중국 베이징에 도착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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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 계시는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한 주간 북한 선전매체의 보도 내용을 다시 한번 뒤집어 보는 ‘북한언론 뒤집어보기’ 시간입니다. 이 시간 진행에 최민석입니다. 오늘도 정영기자와 함께 합니다.

최민석: 정영기자, 오늘 나눌 주제는 무엇입니까,

정영: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3일 호주, 즉 오스트랄리아 출신의 선교사인 존 쇼트 씨를 체포한 지 약 보름 만에 석방했다고 보도했습니다. 그리고 지난해 12월 초에도 억류됐던 미국인 메릴 뉴먼(85) 씨도 42일 만에 풀어주는 등 서양인들에게는 비교적 관대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비슷한 혐의로 체포된 한국계 미국인 선교사나 한국인 선교사는 억류시키고 대내 선전에 활용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 시간에는 북한이 왜 서양인들에겐 관대하고 같은 민족인 한국 사람한테는 야박하게 인질로 잡고 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최민석: 북한이 왜 서양인들을 빨리 풀어주고, 같은 민족인 한국 사람들은 장기간 억류하면서 2중 기준을 적용하는 지 알아보겠습니다. 정영기자, 얼마 전 호주 출신의 존 쇼트씨가 북한에 억류됐다가 풀려났습니다. 보름 만에 풀려난 것을 보면 이례적으로 빠르다는 생각이 드는데, 북한 중앙통신은 어떻게 보도했습니까,

정영: 3일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관광객으로 입국한 쇼트 씨가 광명성절(김정일 생일·2월16일)에 평양의 불교 절간을 참관하는 기회를 이용해 종교선전물을 몰래 뿌려 체포되었다”고 밝혔습니다.

최민석: 광명성 절이면 김정일 위원장의 생일날인데, 북한 당국도 깜짝 놀랐겠군요. 대놓고 종교활동을 한 것 아닙니까,

정영: 존 쇼트씨가 아마 북한을 한국이나 미국처럼 잘못 생각한 것 같습니다. 사람들이 많이 왕래하고 복잡하기 때문에 슬쩍 뿌려도 잡지 못할 것이라고 잘못 타산한 거 같은데요. 북한 말로 하면 쇼트씨는 1급 정치범으로 몰릴 수 있습니다.

최민석: 왜 1급 정치범이 되지요?

정영: 김정일의 생일은 북한에서 가장 신성시 되는 날이지 않습니까, 그날에 종교 유인물을 뿌렸다는 것은 정말 중대사건으로 됩니다. 그래서 ABC등 호주 언론은 쇼트씨가 최고 15년 형을 받을 것이라고 보도했습니다만, 보름 만에 풀려난 것입니다.

최민석: 그러니까, 15년이 15일이 되었습니다. 참, 굉장히 빠릅니다. 그럼 북한 중앙통신이 정확히 밝히지 않은 쇼트 씨의 체포과정을 애기해보지요?

정영: 호주 국적의 선교사인 존 쇼트씨는 올해 75살입니다.

최민석: 얼마 전에 붙잡혔던 미국인 방문자도 85세지 않았습니까, 북한은 주로 나이 많은 사람들을 목표로 삼는 군요.

정영: 지난 2월 15일 평양에 들어간 쇼트씨는 지난 16일 어느 한 사찰에 갔을 때 한국어로 된 선교 전단지를 몰래 뿌렸는데, 꼬리가 밟힌 것 같습니다.

최민석: (웃음) 대단하네요. 그 분이 북한에 대해서 잘 모르고 들어갔습니까?

정영: 중국처럼 생각했을 수도 있지요. 중국은 너무 사람이 많고 또 외국인들도 많지 않나요?

최민석: 북한을 방문할 때는 사전에 대사관이나 영사관에서 교육을 취하지 않습니까?

정영: 요즘 북한에 들어갔다가 붙잡힌 사람들을 보면 대부분 기독교 선교단체 쪽인데요, 선교사들은 워낙 과감하게 접근하는 방법을 택하지 않습니까, 다른 나라처럼 생각하고 북한에 들어가 몰래 전단지를 뿌리면 못 잡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날 저녁으로 잡혔습니다.

최민석: 그리고 북한에는 워낙 감시가 심하지 않습니까,

정영: 이 호주인도 북한을 잘 모르고 들어갔다가 잡힌 것 같습니다.

최민석: 제 생각에는 원래 기독교가 해외 전도를 많이 하지 않습니까, 그리고 또 선교사들은 거기에 대한 책임감이 있고, 도전적으로 일하고 있고요, 그래서 아마 그런 모험을 하지 않았을까 생각되네요.

정영: 그렇지요.

최민석: 그런데 이렇게 쇼트씨가 비법적인 종교활동을 했는데도, 이외로 빨리 나오지 않았습니까,

정영: 북한법대로 한다면 쇼트씨는 반국가적 범죄 항목으로 기소될 수 있는데요, 비슷한 실례의 대상이 바로 2012년 11월 북한에 들어갔다가 아직까지 나오지 못하고 있는 케네스 배씨의 경우입니다.

그는 중국 훈춘시에서 나진 선봉시로 관광객을 이끌고 들어 갔다고 잡혔습니다. 들어가서 꽃제비를 촬영했다고 합니다. 그게 반국가적 적대행위로 재판 받고 현재 15년형을 구형 받고 아직도 구류되어 있습니다.

최민석: 현재 한국인 선교사도 한 명 북한에 들어갔다가 억류되지 않았습니까,

정영: 현재 북한은 김정욱씨라고 하는 한국인 목사도 구금하고 있습니다. 그는 최근 기자회견에서 반공화국 종교활동을 했기 때문에 앞으로 자기 처지가 어떻게 될 것인지 기약할 수 없다고 아주 막연하게 말했습니다.

최민석: 그러면 북한이 왜 서양인들에게 관대합니까, 북한이 항상 말하는 것 있지요. 우리민족끼리라고 하면서 왜 차별을 하는가요?

정영: 북한은 원래 서양인들을 좀 어렵게 대합니다. 상대가 백인이고, 또 미국과 서방 어떤 나라에서 왔다고 하면 국제적 비난 때문에 조심성을 보이고 있습니다. 특히 미국을 가장 증오하면서도 미국 사람에게는 호의적인 측면도 있습니다.

만일 미국인을 박해했을 경우, 더욱이 신변에 문제가 생기면 더 큰 골치거리가 되기 때문입니다. 메릴 뉴먼씨는 85세였는데요, 그리고 존 쇼트 씨의 경우 75세였습니다. 이들이 북한에 갔다가 신변에 이상이 생기거나 만일 사망이라도 됐다고 하면 그때는 북한은 더욱 큰 인권침해 국가라는 압박을 받기 때문에 빨리 내보낸 것으로 보입니다.

최민석: 두 서양인의 경우에는 고령인 점이 감안이 되었다고 볼 수 있지만, 케네스 배씨는 지금 당뇨병과 고지혈증 등 각종 질병으로 건강이 악화되었지 않습니까,

정영: 북한도 현재 세계 질서가 미국을 중심으로 돌아간다는 것쯤은 알기 때문에 될수록 이면 미국인들에 대해 조심스럽게 대합니다. 또 그 사람들을 위해서 서양음식을 대접해야 하고 잠자리도 제공해야 하기 때문에 부담이 클 것입니다. 오히려 미국이나 호주 등 서방국가에서 국민들을 빨리 데려가지 않으면 북한 으로서는 더 큰 골치거리가 되는 거죠.

북한은 서양인들에게는 이처럼 관대한 석방을 하면서도 특히 한국인이나 한국계 미국인은 인질 못지 않게 잡아두고 내놓지 않고 있는데요. 케네스 배씨의 경우에는 미북관계의 어떤 미끼로 이용하고 있다는 겁니다. 왜냐면 미 국무부 로버트 킹 북한인권 특사가 두 번이나 그를 데리러 북한에 들어가겠다는 것을 수락했다가 모두 취소했습니다.

그 이유를 보면 뭐 미국 전략폭격기 B-52폭격기가 한반도 상공에 떴기 때문에 안 된다, 이런 구실을 대고 무산시켰습니다.

사실 로버트 킹 특사가 들어가면 북한 인권문제가 다뤄질 것이기 때문에 북한으로서는 이해관계가 별로 없습니다. 북한은 정치적으로 케네스 배씨를 이용하려고 하고 있고요. 그래서 별 영양가가 없다고 봐서 로버트 킹 특사의 방북을 허락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래서 케네스 배씨의 건강이 악화되었는데도 불구하고 북한은 여전히 풀어주지 않고 있습니다.

최민석: 쉽게 얘기하면 케네스 배씨를 이용해 미국과 어떻게든 뭘 좀 건져 내겠다는 소린데요, 제가 볼 때 북한은 강한 자에게 약하고, 약한 자에게 강한 것 같습니다.

정영: 케네스 배씨의 어머니가 평양에 한번 갔었지요. 케네스 배씨는 지금까지 자기가 했던 ‘적대행위’에 대해서 다 반성한다, 선처를 부탁한다고 어머니와 상봉하면서 울기까지 했는데요. 북한은 여전히 내보내주지 않고 있습니다.

최민석: 아이, 세상에, 약한 사람은 어떻게든 우려먹고 말이 통하는 한국 사람은 어떻게든 이용해 먹겠다, 참, 다른 나라에서는 북한보고 깡패국가라고 하지 않습니까, 깡패보다 더 한 것을 양아치라고 합니다. 이건 완전히 탈레반이나 아프가니스탄의 테러범들과 하는 짓과 똑 같습니다. 아파하는 사람은 자기 부모 형제가 기다리는 곳으로 보내는 게 옳지 않습니까, 북한은 주구장창 우리민족끼리를 외치면서 왜 같은 민족끼리를 박대하고 있습니다.

정영기자, 오늘 수고했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다음 시간에 다시 뵙겠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