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 계시는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한 주간 북한 선전매체의 보도 내용을 다시 한번 뒤집어 보는 ‘북한언론 뒤집어보기’ 시간입니다. 이 시간 진행에 최민석입니다. 오늘도 정영기자와 함께 합니다.
최민석: 정영기자, 오늘 나눌 주제는 무엇입니까
정영: 오늘 시간에는 한 주간 북한 주요매체의 동향을 알아보겠습니다. 북한 매체들은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거가 진행된 지 이틀 만에야 당선된 후보자 명단을 공개했습니다. 놀랍게도 전체 유권자 99.97%가 투표에 참가해100% 찬성표를 던졌다고 발표했는데요, 기네스북에 오를만한 북한의 선거 이모저모를 한번 뒤집어보겠습니다.
최민석: 이번 주는 북한에서 선거가 진행되어 아주 흥미로웠는데요, 벌써 반세기 가까이 되었지요, 북한에서 선거만 하면 세계적으로 100%찬성표가 나오는 나라인데요, 정영기자, 이번에도 역시 100%가까이 나왔지요.
정영: 그렇습니다. 이미 외부에서 예상했습니다. 선거가 이뤄지기 전에 이제 북한에서 이렇게 나올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아니라 다를까, 바로 그대로 이뤄졌습니다.
북한 텔레비전 보도를 한번 들어보시죠.
북한 중앙tv: 전체 선거자의 99.97%가 선거에 참가하여 해당 선거구에 등록된 최고인민회의 후보자들에게 100%찬성투표하였다.
최민석: 아니, 어떻게 후보자 687명 가운데 반대 당한 사람 한 사람도 없습니까, 주민들이 전원 다 통과시켰다, 누구 하나 반대하지 않았다는 소리 아닙니까, 그러면 기권한 유권자도 없습니까,
정영: 북한에서 100% 찬성표가 나올 수 밖에 없는 구조인데요, 왜냐면 후보자 한 사람밖에 없습니다. 원래 북한에서는 과거 공산주의 정권이 서기 전에 그때만해도 북한 선거장에는 한 3명 정도 후보자가 나왔다고 합니다.
최민석: 북한에도 그런 때가 있긴 있었네요.
정영: 예, 노동당, 사회민주당 대표가 나와서 한국처럼 유권자들이 투표를 했습니다. 유권자들이 마음에 드는 후보자들에게 투표를 하면 선거에 그대로 반영이 되었는데요, 그때는 민주주의 형태가 적으나마 남아 있었는데, 그런데 노동당이 집권당이 되면서 공산정권으로 넘어가면서 다른 당 후보들은 없고, 노동당에서 추천한 사람만이 후보자로 각 선거구에 내려가는데요.
최민석: 후보자 687명은 어떤 사람들인가요?
정영: 대의원 687명 전원이 노동당원이고, 당원이 아닌 사람은 후보자가 될 수 없습니다. 이 사람들은 노동당 중앙위원회에서 비준해서 각 선거구에 내려 보낸 사람들입니다. 여기 한국이나 미국 같은 곳에서는 시장 후보자가 나오지 않습니까,
최민석: 여러 명이 나오지요.
정영: 서울시장 선거 때는 최고 8명까지 나오는 것으로 봤는데요, 거기서 득표율이 가장 높은 사람이 시장이 되는데, 북한에서는 노동당 후보 한 명밖에 없기 때문에 한 사람에게 몰표를 주는 거지요. 몰표를 줘서 100% 찬성표를 받았다고 하는 거지요.
최민석: 그래도 아무리 당이 하나라고 해도 그 당 안에서 만약 나도 위원장을 해보겠소, 라고 하는 사람이 있으면 여러 사람과 경쟁을 해서 나오는 게 상식이지 않아요? 그런데 북한에서는 그런 제도가 없는가 봅니다.
정영: 그러니까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시장이 될 수 있다고 자신하는 사람은 후보로 나서지 않습니까, 하지만, 북한에서는 그렇게 나설 수가 없지요. 간부사업을 모두다 노동당에서 모두 하는 시스템이지요.
최민석: 결국은 누가 될지를 다 뽑아놓았지만, 그래도 주민한테 찬반 투표를 얻겠다, 그거네요. 형식적으로나마, 그런 뜻이네요. 결국 이 투표가…
정영: 그렇습니다.
최민석: 그런데 북한의 발표하는 것 중에 의문되는 것이 좀 있습니다. 어떻게 투표율이 99.97%가 나옵니까,
정영: 원래 100% 참가해서 100%찬성투표했다고 말해야 정상입니다. 그런데 그 100%라는 숫자가 민주주의가 아니다라는 외부의 비난도 있을 거 같으니까,
최민석: 공평성이 없다고 할까 봐요.
정영: 그래서 0.3%만 못 참가했다고 발표하는 거죠.
최민석: (웃음)
정영: 그러니까, 바다에 고기잡이 나가는 사람들은 한 달씩 나가있을 수 있지 않습니까, 이런 사람들은 부득이하게 못 참가했다. 그래서 3%도 아니고 0.3%만 못 참가했다고 보도하는 거지요.
최민석: 그러니까 100%라고 하면 부담스러우니까, 좀 깎아보자……그래서 0.3%만 줄였다. 북한매체의 보도를 보니까, 투표에 참가한 사람들의 숫자가 없고요. 퍼센트만 나오는데요, 인구의 숫자가 공개되지 않나요?
정영: 북한에서 선거 때마다 투표자 숫자가 보도되지 않는데요, 18세 이상 유권자들은 다 나와야 되지 않습니까, 서울서 선거를 한다고 하면 서울시 인구가 얼마인데, 투표자 몇 명인데, 지금 몇 명이 투표했다는 식으로 숫자가 공개되는데 북한에서는 숫자가 공개되지 않습니다.
최민석: 왜 그렇습니까,
정영: 일단 숫자가 공개되면 18세 이상 노동 가용인력의 정보가 나가는 것으로 되거든요. 18세 이상이면 벌써 젊은 사람의 숫자가 공개되지 않습니까, 그러니까, 북한매체는 그냥 얼렁뚱당 몇 퍼센트 중에 몇 퍼센트가 찬성했다고 보도하는데, 주민들은 그냥 위에서 다 알아서 하겠지, 백성들이야 시키는 대로 하면 그만이다, 이렇게 생각하고 선거장에 나가서 나눠주는 종이 조각을 선거함 통에 넣고 나오는 겁니다. 오히려 빨리 집에 돌아가서 쉬는 게 더 낫다고 유권자들은 생각합니다.
최민석: 북한에서 선거를 하는 것을 보니까, 완전히 형식주의입니다. 선거통도 하나밖에 없고, 또 사람들이 저고리를 입고 나가서 춤을 춥니다. 왜 저렇게 춤을 춥니까?
정영: 선거가 좋아서 춤을 추는 사람이 없지요. 노동신문 사진을 보니까, 사람들이 외투를 입고 선거장에 나왔던데요. 날씨가 좀 쌀쌀했던 모양인데요, 선거장 밖에 나가면요. 투표장 밖에는 당, 청년동맹, 농근맹 이렇게 조직 별로 다 대기하고 있습니다. 이 조직들은 선거를 마친 유권자들이 집으로 가지 못하게 잡습니다.
그리고 “우리 조는 몇 시부터 몇 시까지 여기서 춤을 춰야 하니까 한 시간 동안 춤을 추라”고 시킵니다. 그 조가 끝나면 또 다른 조가 사람들을 잡아서 또 춤을 추게 합니다. 이렇게 조직적으로 춤을 추게 하니까, 사람들이 흥에 겨워 춤을 추는 게 아니라 반강제적으로 춤을 추는 것입니다.
최민석: 그러니까 이 사람들이 투표가 끝나고 홀가분한 마음에 좋아서 춤을 추는 게 아니라 시켜서 춤을 추는군요. 그러면 왜 북한은 춤을 추게 하는가요?
정영: 김정은 체제, 북한 체제가 지금 굳건하다. 인민의 손으로 대표를 뽑았으니까, 우리는 기쁘다는 의사표시인데요, 주민들의 입장에서는 빨리 집에서 가서 술도 한잔 해야지요.
최민석: 그러면 좋지요.
정영: 그리고 한가지 주의할 것은 이날 싸우면 절대 안됩니다.
최민석: 왜 그렇습니까,
정영: 이날은 선거 날이지 않습니까, 이날 싸우면 정치범에 걸립니다. 왜냐면 정치적으로 아주 중요한 날에 술을 먹고 난동을 부렸다고 하면 체제에 대한 반항으로 보고요. 잘못 걸리면 강제노동, 또는 감옥에 갈 수도 있습니다.
최민석: 만일 이날 술을 마시고 부인하고 부부싸움을 심하게 하면 정치범에 걸리는가요?
정영: 꼭 그런건 아니고요. 예를 들어 술을 마시고 길을 가다가 사람을 때렸다든가, 재수없이 보기 싫은 사람을 만나서 싸웠다든가 하면 ‘당신은 선거 날 체제에 불만을 가진 사람이다’고 걸면 정치범에 걸리는 거지요.
최민석: 싸움의 이유가 어떻게 되었든 피해자가 ‘당신은 선거 날 사람을 때렸소’ 라고 고소하면 정치범이 되는 거군요.
정영: 그렇게 되는 거지요.
최민석: 정말 억울하겠군요. 그래서 선거 날에는 어떤 일이 있어도 절대 싸우면 안되겠군요.
정영: 그래서 부모들이 자녀들에게 하는 말이 있습니다. 선거 날에는 술을 마셔도 집에서 먹고 밖에 절대 나가지 말아라, 왜냐면 선거 날 걸리면 아이만 걸리는 것이 아니라, 부모가 자녀교양을 잘못했다고 비판을 받게 됩니다.
최민석: 연좌제로 집안 식구 전부 다 걸리겠군요. 그러니까 북한에서 제일 무서운 것은 호랑이가 아니라 선거 날이군요.
정영: 예.
최민석: 그러니까, 호랑이보다 무서운 게 곶감인줄 알았는데, 더 무서운 것은 선거 날이었습니다. 정영기자, 수고했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다음 시간에 다시 뵙겠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