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선거날 싸우면 ‘정치범’ 걸려

북한에서 9일 한국의 국회의원 총선거에 해당하는 제13기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거가 실시, 주민들이 투표용지를 받는 모습을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북한에서 9일 한국의 국회의원 총선거에 해당하는 제13기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거가 실시, 주민들이 투표용지를 받는 모습을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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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 계시는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한 주간 북한 선전매체의 보도 내용을 다시 한번 뒤집어 보는 ‘북한언론 뒤집어보기’ 시간입니다. 이 시간 진행에 최민석입니다. 오늘도 정영기자와 함께 합니다.

최민석: 정영기자, 오늘 나눌 주제는 무엇입니까

정영: 오늘 시간에는 한 주간 북한 주요매체의 동향을 알아보겠습니다. 북한 매체들은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거가 진행된 지 이틀 만에야 당선된 후보자 명단을 공개했습니다. 놀랍게도 전체 유권자 99.97%가 투표에 참가해100% 찬성표를 던졌다고 발표했는데요, 기네스북에 오를만한 북한의 선거 이모저모를 한번 뒤집어보겠습니다.

최민석: 이번 주는 북한에서 선거가 진행되어 아주 흥미로웠는데요, 벌써 반세기 가까이 되었지요, 북한에서 선거만 하면 세계적으로 100%찬성표가 나오는 나라인데요, 정영기자, 이번에도 역시 100%가까이 나왔지요.

정영: 그렇습니다. 이미 외부에서 예상했습니다. 선거가 이뤄지기 전에 이제 북한에서 이렇게 나올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아니라 다를까, 바로 그대로 이뤄졌습니다.

북한 텔레비전 보도를 한번 들어보시죠.

북한 중앙tv: 전체 선거자의 99.97%가 선거에 참가하여 해당 선거구에 등록된 최고인민회의 후보자들에게 100%찬성투표하였다.

최민석: 아니, 어떻게 후보자 687명 가운데 반대 당한 사람 한 사람도 없습니까, 주민들이 전원 다 통과시켰다, 누구 하나 반대하지 않았다는 소리 아닙니까, 그러면 기권한 유권자도 없습니까,

정영: 북한에서 100% 찬성표가 나올 수 밖에 없는 구조인데요, 왜냐면 후보자 한 사람밖에 없습니다. 원래 북한에서는 과거 공산주의 정권이 서기 전에 그때만해도 북한 선거장에는 한 3명 정도 후보자가 나왔다고 합니다.

최민석: 북한에도 그런 때가 있긴 있었네요.

정영: 예, 노동당, 사회민주당 대표가 나와서 한국처럼 유권자들이 투표를 했습니다. 유권자들이 마음에 드는 후보자들에게 투표를 하면 선거에 그대로 반영이 되었는데요, 그때는 민주주의 형태가 적으나마 남아 있었는데, 그런데 노동당이 집권당이 되면서 공산정권으로 넘어가면서 다른 당 후보들은 없고, 노동당에서 추천한 사람만이 후보자로 각 선거구에 내려가는데요.

최민석: 후보자 687명은 어떤 사람들인가요?

정영: 대의원 687명 전원이 노동당원이고, 당원이 아닌 사람은 후보자가 될 수 없습니다. 이 사람들은 노동당 중앙위원회에서 비준해서 각 선거구에 내려 보낸 사람들입니다. 여기 한국이나 미국 같은 곳에서는 시장 후보자가 나오지 않습니까,

최민석: 여러 명이 나오지요.

정영: 서울시장 선거 때는 최고 8명까지 나오는 것으로 봤는데요, 거기서 득표율이 가장 높은 사람이 시장이 되는데, 북한에서는 노동당 후보 한 명밖에 없기 때문에 한 사람에게 몰표를 주는 거지요. 몰표를 줘서 100% 찬성표를 받았다고 하는 거지요.

최민석: 그래도 아무리 당이 하나라고 해도 그 당 안에서 만약 나도 위원장을 해보겠소, 라고 하는 사람이 있으면 여러 사람과 경쟁을 해서 나오는 게 상식이지 않아요? 그런데 북한에서는 그런 제도가 없는가 봅니다.

정영: 그러니까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시장이 될 수 있다고 자신하는 사람은 후보로 나서지 않습니까, 하지만, 북한에서는 그렇게 나설 수가 없지요. 간부사업을 모두다 노동당에서 모두 하는 시스템이지요.

최민석: 결국은 누가 될지를 다 뽑아놓았지만, 그래도 주민한테 찬반 투표를 얻겠다, 그거네요. 형식적으로나마, 그런 뜻이네요. 결국 이 투표가…

정영: 그렇습니다.

최민석: 그런데 북한의 발표하는 것 중에 의문되는 것이 좀 있습니다. 어떻게 투표율이 99.97%가 나옵니까,

정영: 원래 100% 참가해서 100%찬성투표했다고 말해야 정상입니다. 그런데 그 100%라는 숫자가 민주주의가 아니다라는 외부의 비난도 있을 거 같으니까,

최민석: 공평성이 없다고 할까 봐요.

정영: 그래서 0.3%만 못 참가했다고 발표하는 거죠.

최민석: (웃음)

정영: 그러니까, 바다에 고기잡이 나가는 사람들은 한 달씩 나가있을 수 있지 않습니까, 이런 사람들은 부득이하게 못 참가했다. 그래서 3%도 아니고 0.3%만 못 참가했다고 보도하는 거지요.

최민석: 그러니까 100%라고 하면 부담스러우니까, 좀 깎아보자……그래서 0.3%만 줄였다. 북한매체의 보도를 보니까, 투표에 참가한 사람들의 숫자가 없고요. 퍼센트만 나오는데요, 인구의 숫자가 공개되지 않나요?

정영: 북한에서 선거 때마다 투표자 숫자가 보도되지 않는데요, 18세 이상 유권자들은 다 나와야 되지 않습니까, 서울서 선거를 한다고 하면 서울시 인구가 얼마인데, 투표자 몇 명인데, 지금 몇 명이 투표했다는 식으로 숫자가 공개되는데 북한에서는 숫자가 공개되지 않습니다.

최민석: 왜 그렇습니까,

정영: 일단 숫자가 공개되면 18세 이상 노동 가용인력의 정보가 나가는 것으로 되거든요. 18세 이상이면 벌써 젊은 사람의 숫자가 공개되지 않습니까, 그러니까, 북한매체는 그냥 얼렁뚱당 몇 퍼센트 중에 몇 퍼센트가 찬성했다고 보도하는데, 주민들은 그냥 위에서 다 알아서 하겠지, 백성들이야 시키는 대로 하면 그만이다, 이렇게 생각하고 선거장에 나가서 나눠주는 종이 조각을 선거함 통에 넣고 나오는 겁니다. 오히려 빨리 집에 돌아가서 쉬는 게 더 낫다고 유권자들은 생각합니다.

최민석: 북한에서 선거를 하는 것을 보니까, 완전히 형식주의입니다. 선거통도 하나밖에 없고, 또 사람들이 저고리를 입고 나가서 춤을 춥니다. 왜 저렇게 춤을 춥니까?

정영: 선거가 좋아서 춤을 추는 사람이 없지요. 노동신문 사진을 보니까, 사람들이 외투를 입고 선거장에 나왔던데요. 날씨가 좀 쌀쌀했던 모양인데요, 선거장 밖에 나가면요. 투표장 밖에는 당, 청년동맹, 농근맹 이렇게 조직 별로 다 대기하고 있습니다. 이 조직들은 선거를 마친 유권자들이 집으로 가지 못하게 잡습니다.

그리고 “우리 조는 몇 시부터 몇 시까지 여기서 춤을 춰야 하니까 한 시간 동안 춤을 추라”고 시킵니다. 그 조가 끝나면 또 다른 조가 사람들을 잡아서 또 춤을 추게 합니다. 이렇게 조직적으로 춤을 추게 하니까, 사람들이 흥에 겨워 춤을 추는 게 아니라 반강제적으로 춤을 추는 것입니다.

최민석: 그러니까 이 사람들이 투표가 끝나고 홀가분한 마음에 좋아서 춤을 추는 게 아니라 시켜서 춤을 추는군요. 그러면 왜 북한은 춤을 추게 하는가요?

정영: 김정은 체제, 북한 체제가 지금 굳건하다. 인민의 손으로 대표를 뽑았으니까, 우리는 기쁘다는 의사표시인데요, 주민들의 입장에서는 빨리 집에서 가서 술도 한잔 해야지요.

최민석: 그러면 좋지요.

정영: 그리고 한가지 주의할 것은 이날 싸우면 절대 안됩니다.

최민석: 왜 그렇습니까,

정영: 이날은 선거 날이지 않습니까, 이날 싸우면 정치범에 걸립니다. 왜냐면 정치적으로 아주 중요한 날에 술을 먹고 난동을 부렸다고 하면 체제에 대한 반항으로 보고요. 잘못 걸리면 강제노동, 또는 감옥에 갈 수도 있습니다.

최민석: 만일 이날 술을 마시고 부인하고 부부싸움을 심하게 하면 정치범에 걸리는가요?

정영: 꼭 그런건 아니고요. 예를 들어 술을 마시고 길을 가다가 사람을 때렸다든가, 재수없이 보기 싫은 사람을 만나서 싸웠다든가 하면 ‘당신은 선거 날 체제에 불만을 가진 사람이다’고 걸면 정치범에 걸리는 거지요.

최민석: 싸움의 이유가 어떻게 되었든 피해자가 ‘당신은 선거 날 사람을 때렸소’ 라고 고소하면 정치범이 되는 거군요.

정영: 그렇게 되는 거지요.

최민석: 정말 억울하겠군요. 그래서 선거 날에는 어떤 일이 있어도 절대 싸우면 안되겠군요.

정영: 그래서 부모들이 자녀들에게 하는 말이 있습니다. 선거 날에는 술을 마셔도 집에서 먹고 밖에 절대 나가지 말아라, 왜냐면 선거 날 걸리면 아이만 걸리는 것이 아니라, 부모가 자녀교양을 잘못했다고 비판을 받게 됩니다.

최민석: 연좌제로 집안 식구 전부 다 걸리겠군요. 그러니까 북한에서 제일 무서운 것은 호랑이가 아니라 선거 날이군요.

정영: 예.

최민석: 그러니까, 호랑이보다 무서운 게 곶감인줄 알았는데, 더 무서운 것은 선거 날이었습니다. 정영기자, 수고했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다음 시간에 다시 뵙겠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