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 계시는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한 주간 북한 선전매체의 보도 내용을 다시 한번 뒤집어 보는 ‘북한언론 뒤집어보기’ 시간입니다. 이 시간 진행에 최민석입니다. 오늘도 정영기자와 함께 합니다.
최민석: 정영기자, 오늘 나눌 주제는 무엇입니까,
정영: 오늘 시간에는 북한의 ‘국제소식’을 가지고 이야기를 나눠보겠습니다. 북한 중앙텔레비전에서 ‘국제소식’이라는 것을 전해주고 있는데요, 이 시간에는 세계 전염병 소식, 반미시위 소식, 기아소식, 폭발사고 등 어두운 뉴스만 골라서 방영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 시간에는 자기 맛대로 외부 소식을 전해주는 북한 판 국제소식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최민석: 자, 오늘은 왜 북한이 세계적으로 어두운 소식만 다루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정영기자, 북한이 주민들에게 외부소식을 전혀 알려주지 않고 있다고 지금까지 알려졌는데요. 텔레비에서 국제소식을 알려줍니까?
정영: 북한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보면 국제소식이라는 코너가 있습니다. 보도 마지막 부분에 단신으로 다루고 있는데요, 하는 내용을 보면 아주 고리타분하고, 제한적이고 자기 맛대로 보도하고 있어 사람들 속에서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습니다.
최민석: 바깥세상 소식인데 왜 주민들로부터 환영을 못 받습니까,
정영: 특히 평양시민들은 외부소식에 상당히 관심이 많습니다. 그래서 텔레비전 보도 마지막에 하는 국제소식을 눈 여겨보는데요, 전염병 소식이나 기아소식, 반미시위 같이 별 관심 없는 것만 방영합니다. 요즘 북한 당국이 ‘사상전’을 벌인다고 외국 드라마나 노래 같은 것을 일체 감상하지 못하게 해서 주민들은 혹시나 바깥 세상에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궁금해하는데 별로 들을 게 없다고 주민들은 반응하고 있습니다.
최민석: 그러면 하나씩 실례를 들면서 살펴 볼까요?
정영: 북한이 국제소식에서 비중 있게 다루고 있는 보도는 이른바 반미시위 소식입니다. 지난 3월 4일자 중앙텔레비전 국제소식을 잠시 들으시겠습니다.
북한 중앙tv: 최근 필리핀의 수도에서 반미집회가 벌어졌습니다. 미국 대사관 앞에서 진행된 집회에는 수백 명의 각 계층 군중이 참가했습니다.
최민석: 네, 이건 북한 당국이 제일 관심 있고, 또 바라는 주제이겠네요.
정영: 예, 지금 북한에서는 내부적으로 반미선전 깜빠니아(캠페인)를 벌이지 않습니까, 케리 미국무 장관을 승냥이에 비유해서 욕을 하는가 하면 요즘 유엔인권조사위원회 발표를 놓고 미국이 북한 정권을 전복하려고 한다느니 하면서 캠페인을 벌이고 있습니다. 이와 때를 같이해 필리핀에서 반미시위가 열렸다고 툭 터쳐놓으면 주민들로 하여금 “아, 세상에 미국을 반대하는 나라가 우리 말고 또 있구나” 하는 착각을 가지게 만든다는 것입니다. 북한은 필리핀, 이란, 베네수엘라 등 몇몇 반미 국가들의 시위를 소개하면서 마치 반미기운이 전세계를 덮고 있는 양 보도하고 있습니다.
최민석: 요즘 세계적으로 반미시위 하는 나라가 그리 많지 않지요? 그런데 작은 걸 가지고 크게 부풀리기를 하고 있다는 소리군요, 그럼 다음 내용은 또 무엇입니까?
정영: 북한이 국제소식 시간에 아주 빈번하게 보도하는 내용은 바로 세계적인 전염병과 질병 소식입니다. 지난 3월 14일 보도된 내용인데요, 이것도 한번 들어보시죠.
북한 TV: 그리스에서 최근 신형독감이 퍼져 인명피해가 확대되고 있습니다.
최민석: 독감은 원래 계절이 바뀔 때마다 나타나는 병이긴 하지만, 북한이 이걸 보도하는 이유가 궁금합니다.
정영: 세계 다른 나라에서 독감과 전염병이 도졌다는 보도는 북한 주민들의 불만을 막기 위한 보도행태입니다. 왜냐면 지금 북한에는 결핵과 특히 돼지 구제역이 발병해서 난리도 아닙니다. 그런데 다른 나라에도 전염병이 돌고 있다는 걸 보여주면서 주민들의 불만을 희석시키기 위한 일환인데요, 주민들로 하여금 “자, 봐라, 다른 나라는 무상치료제가 아니어서 병에 걸리면 병원에 가지도 못하고 꼼짝 못하고 죽고 있다”고 선전하고 있습니다.
최민석: 방금 정영기자가 언급했는데요, 북한에 지금 어떤 전염병이 돌고 있습니까,
정영: 요즘 북한에 이른바 수족병이라고 하는 돼지 구제역이 발병해서 보건 당국에 난리가 났다고 합니다. 북한 당국은 곳곳에 검역초소를 만들고 차량 이동과 주민들의 여행을 전면 중단시키고 구제역 방역에 안간힘을 쓴다고 합니다.
최민석: 북한에서 이거 빨리 보도하고 방역해야 할 텐데 이런 게 전혀 보도되지 않고 있네요.
정영: 북한은 유엔에 대고는 ‘구제역 피해가 크다’고 지원을 요청하면서도 정작 한국에서 도와주겠다고 하니까, 아무런 답변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최민석: 아니, 바쁜 불을 꺼주겠다고 하는데도 도움을 받지 않고 있습니까,
정영: 예, “얼어 죽으면 죽었지 곁 불은 안 쬔다”는 거지요. 결과 한국의 신세는 안 진다는 소린데, 대신 북한 현지에서는 구제역 예방주사약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합니다. 현재 주사약 한 대 값이 15만원까지 올랐다고 합니다. 지금 쌀이 한 킬로그램에 4천원까지 하는데, 돼지 주사약 값이 많이 오른 셈입니다.
최민석: 많이 올랐네요. 나라에서 이거 주사약을 해결해줘야 하는데 없으니까, 값이 많이 올라갔네요. 남북관련 사안은 북한 최고 지도부까지 보고되겠는데, 아마 김정은의 최종 결론이 나지 않은 모양이군요. 또 다른 주제는 무엇입니까,
정영: 북한 보도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게 바로 세계적인 식량부족 현상입니다. 이 내용도 한번 듣고 넘어가죠.
북한 TV 3월 4일자보도: 서아시아와 북아프리카 나라들에서 계속되는 분쟁과 급속한 인구장성 문제로 하여 식량부족 현상이 심각한 문제로 제기되고 있습니다.
정영: 북한은 이렇게 세계적으로 못사는 나라, 질병으로 고생하는 나라들을 골라서 보도하고 있습니다.
최민석: 지금 텔레비전에서 나온 가난한 나라들, 저렇게 못 사는 모습만 보여주면 바깥 세상에 대해서 궁금해 하는 주민들은 저걸 다 곧이곧대로 믿을 거 아니겠습니까,
정영: 그래서 북한 주민들은 동조의식을 갖게 됩니다. 왜냐면 장마당에 나가면 텔레비전에서 보았던 영양실조에 걸린 북한 아이들이 볼 수 있지 않습니까, 또 꽃제비들을 보면서 주민들은 “아, 세상 사람들이 다 이렇게 못 먹고 못사는 구나”하고 생각하게 됩니다.
최민석: 아, 그러니까, 그런걸 보여줌으로써 자신들이 목 먹고 못사는 것을 어느 정도 국가에서 정당화시켜버리는 격이네요. 속된말로 하면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를 흉본다”고 꼭 자기 나라와 비슷한 나라들을 보도하고 있는데, 국제사회가 지원해주고 있다는 내용은 왜 보도하지 않습니까,
정영: 유엔이 세계적으로 가난과 기아에 직면한 국가들을 추려서 매년 식량과 의약품 등을 지원하고 있지요. 그 중 북한도 지원대상국으로 꼽혀 근 20년째 외부 지원을 받고 있습니다. 그러나 북한은 유엔에서 지원하는 내용에 대해서는 주민들에게 절대 보도하지 않습니다. 식량과 의약품이 북한에 들어오면 “장군님 덕분”이라고 특권층끼리 다 나눠가지고 아예 보도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최민석: 얼마 전 우리 방송에서 보도했는데, 유엔 식량농업기구에서 올해도 북한을 식량지원 대상국가로 선정하지 않았습니까,
정영: 유엔농업기구 FAO는 매년 식량이 부족해 고생하는 나라들 명단을 발표하고 있는데요, 올해 북한은 외부 지원이 필요한 식량부족 국가 33개 나라 중 하나로 꼽혔습니다. 지원이 필요한 나라들은 아프리카에 26개 나라와 아시아에서는 북한과 이라크, 시리아, 예멘, 아프가니스탄 등 7개 나라입니다.
최민석: 그러면 세계에서 가장 못사는 나라들 가운데 북한이 속했다는 거군요.
정영: 그렇지요. 현재 북한의 경제 수준이 어느 정도이냐면 한국의 현대경제 연구원이 며칠 전 밝힌 자료인데요, 북한의 1인당 국내총생산은 지난해 854달러였습니다. 한국은 2만 3천838달러인데 비해 3.6% 수준이라고 합니다.
최민석: 한국에 비해 10%도 못 미치네요. 세계에서 가난한 나라들을 보면 자본주의 나라들은 거의 없고 사회주의 나라 아니면 후진국이라고 볼 수 있겠네요.
정영: 지금 세계를 경제적 발전에 따라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저개발국, 후진국으로 분류를 하고 있는데요, 국민소득이 1년에 1천 달러 미만이면 대체로 저개발국 또는 후진국이라고 봅니다. 그러면 북한은 후진국 범주에 속하게 되는데요, 미국이나 일본 등 선진국이나 중국과 같은 개발도상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훈훈한 소식을 전하지 않고 유독 꼭 못살고 못 먹는 나라만 골라서 보도하니, 북한 주민들은 온 세상이 어두운 것처럼 착각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최민석: 예, 그렇군요. 북한은 자기네가 못사는 이유를 자연피해 탓으로 돌리고, 또 미국 탓으로 돌리고 있습니다. 나라의 경제가 낙후한 원인이 사실상 제도적인 문제에 있음을 애써 숨기고 있습니다. 정영기자 오늘 수고했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다음시간에 다시 뵙겠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