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과시욕에 드러난 ‘핵심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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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석: 북한에 계시는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한 주간 북한 선전매체의 보도를 다시 한번 뒤집어보는 ‘북한언론의 겉과 속’ 시간입니다. 오늘 진행을 맡은 최민석 입니다. 오늘도 정영기자와 함께 합니다. 정영기자, 오늘 우리가 나눌 주제는 무엇입니까?

정영: 최근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북한의 핵심 군사기밀을 자주 공개하고 있습니다. 지난 9일에는 북한 텔레비전이 김정은 제1비서가 핵탄두 모형을 관찰하는 사진을 공개했고, 15일에는 핵탄두의 대기권 재진입 모의시험 등을 관찰하는 사진을 방영했습니다. 이 영상을 보고 한미 핵미사일 분야 전문가들은 북한의 핵심군사기술을 적지 않게 파악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그래서 오늘 시간에는 왜 김정은이 자기의 핵심기술을 고스란히 노출하고 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최민석: 김정은 제1비서가 북한의 핵능력과 미사일 기술을 과시하느라 주요 기밀을 지나치게 노출시키고 있다는 내용입니다. 정영기자, 그러면 먼저 북한 매체의 보도부터 알아보실까요?

정영: 김 제1비서가 지난 3월 초부터 시작해서 핵탄두 모형 참관, 탄두의 대기권 재진입 모의시험, 북한군의 상륙작전 모습, 그리고 신형 방사포 발사 등 많은 사진을 공개했습니다. 먼저 지난 9일 북한 텔레비전이 방송한 핵탄두 모형 참관 영상부터 보시겠습니다.

북한 tv녹취: 김정은 동지께서 핵무기 연구 부문의 과학자 기술자들을 만나시고, 핵무기 병기화 사업을 지도하시었습니다.

김정은이 돌아본 것은 핵탄두 내폭형 기폭장치로 추정되는 구형물체였습니다. 이는 쉽게 말하면 북한이 지금까지 발사한 대륙간탄도미사일 탄투 앞부분에 들어가는 핵폭탄 기폭장치라고 볼 수 있습니다.

최민석: 그 동그란 게 터지는 겁니까, 그러면 북한이 공개한 그 동그란 물체가 진짜 핵 탄투가 맞습니까,

정영: 김정은 제1비서가 공장을 언제 방문했는지, 또 공장의 위치를 정확히 밝히지 않았지만, 북한 보도매체에 공개된 김정은 뒤편으로 길게 늘여놓은 것이 KN-08계열의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들입니다.

특히 김정은 등 뒤편으로는 미사일 탄두 조립 설계도면까지 공개됐습니다. 비록 북한 매체가 일부러 사진을 선명하게 보이지 않게 흐리터분하게 뭉개놓았지만, 대충 봐도 탄두의 설계도면임을 알 수 있습니다.

최민석: 연출된 사진처럼 보여도 귀한 정보가 보인다는 거죠? 그런데 다른 나라들은 자기네 핵심 군사비밀을 잘 공개하지 않지 않습니까,

정영: 북한이 이렇게 막 언론에 공개하기 까지는 국제사회여론이 한몫 했다고 볼 수 있는데요, 미국과 한국의 대북전문가들은 북한이 올해 핵실험을 했을 때 “아직 북한이 탄두에 핵을 넣을 만큼 작게 만들지 못했다”는 평가를 내리지 않았습니까,

최민석: 핵을 소형화 하지 못했다?

정영: 물론 이것이 북한에 대한 정보부족으로 오는 예측이긴 했지만, 북한의 의향을 슬쩍 떠보는 측면도 있었습니다. 그랬더니 김정은이 덜컥 핵을 소형화했다고 핵탄두로 추정되는 회색 구형물체를 공개했는데요. 직경이 60cm의 이 물체가 바로 미사일 탄두에 들어가는 핵폭탄 기폭장치라는 겁니다. 그래서 한미정보당국은 뜻밖의 소득(?)을 얻었다고 합니다. 아마 그 자료를 대북정보망을 통해 입수하려면 엄청난 노력과 위험이 따랐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평가하고 있습니다.

최민석: 북한이 지난번에도 미사일 탄두의 대기권 재진입 기술도 획득했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이런 것들을 다 까발려서 공개하면 한국이나 해외에서는 거저 먹는 거 아니겠습니까,

정영: 한미 당국이 얻은 또 다른 소득은 북한의 핵심 기술이라고 하는 탄도 미사일 탄두의 대기권 재진입 기술입니다. 북한 텔레비전은 지난 15일에도 이 기술을 공개했는데요, 이것도 한번 직접 들어보고 넘어가시죠.

북한중앙 TV: 탄도 로케트 대기권 재돌입 환경모의시험에서 성공! 경애하는 김정은 동지께서 탄도로케트 대기권 재돌입 환경모의시험을 지도 하시였습니다.

우리가 지난 시간에 소개한 바 있지만, 핵을 장착한 탄두가 대기권을 뚫고 다시 진입할 때 높은 열이 발생하는 데, 그 고열에 견딜 수 있는 탄두의 재질이나 내구성을 시험한 것입니다.

최민석: 그러니까, 북한이 지난 한두 달 사이에 자기네 핵심기술을 전부 보여준 셈이군요.

정영: 대체로 다른 나라들은 핵심 군사기술을 절대 공개하지 않는데, 북한은 아주 너무 쉽게 공개하고 있다는 겁니다. 이걸 다시 정리해보면 북한은 올해 1월6일 수소탄 시험이라고 하는 4차 핵실험을 진행하고 “완전성공”이라고 발표했지요. 그런데 핵만 만들면 그걸 어떻게 보냅니까,

그래서 미국까지 날려보낼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야겠지요? 그래서 진행한 것이 바로 2월 7일 쏜 장거리 미사일입니다. 그리고 15일에 공개한 탄두의 재진입 기술확보, 이렇게 차례 차례 보여주는 겁니다.

최민석: 자기네가 지금까지 인공위성이라고 우기던 것을 “자, 내가 사실은 대륙간 탄도 미사일을 개발하고 있었다”고 인정한 셈이 되었지요. 그러면 그 핵심기술을 공개한 이유는 어디 있을까요?

정영: 우선 김정은이 언론을 이용해 자신을 알리려고 하는 마음이 크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김정은은 서방 문화를 경험했기 때문에 미디어의 위력을 잘 알고 있습니다. 때문에 언론을 통해 자신이 대범하고 위대한 사람이라는 것을 과시하고 싶어한다는 것인데요.

이는 아버지인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차별화되는 것인데요. 김정일은 한미군사연습이 시작되면 은둔했습니다. 하지만, 김정은은 공개활동을 활발하게 하고 있습니다. 이는 측근들과 주민들에게 자기는 숨어 다니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는데요, 김정일은 핵과 미사일 제작도 비밀리에 했는데, 김정은은 숨기지 않고 있습니다.

최민석: 그렇지요. 김정일은 뭐든 몰래 하는 스타일이었지요?

정영: 그렇습니다. 김정일 위원장은 1983년도 있은 버마 아웅산 묘소 폭발사건이나, 1987년에 있었던 대한항공기 폭파사건 등을 뒤에서 지시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그리고 핵무기 프로그램도 앞에서는 하지 않는 척하면서 뒤에서 몰래 추진해왔지요. 하지만, 김정은은 젊어서 그런지 다 내놓고 자랑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해서 분명 내부와 외부에 주는 메시지가 있습니다. 핵능력을 보여주어 주민들로부터 지지를 얻고, 외부에 대고는 “우리도 핵을 가지고 있으니 함부로 대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주려는 의도에서 언론 플레이를 하는 것 같습니다.

최민석: 그런데 북한이 공개하는 자료들이 신빙성이 있습니까,

정영: 물론 북한이 공개하는 목적이 과시성이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우선 핵탄두 사진을 보면 의심스러운 것들이 있습니다. 과연 김정은이 방사능 노출지역을 버젓이 방문할 수 있었을까 하는 것입니다.

최민석: 저도 그 부분이 제일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었습니다.

정영: 당시 방문에는 김정은, 김여정 등 김씨 일가가 동행했습니다. 한 대북소식통은 “김정은이 핵무기 연구소를 방문했다는 것 자체가 상당히 말이 안된다”고 말했습니다.

왜냐면 북한에서 김씨 일가는 ‘최고 존엄’으로 떠받듭니다. 그런데 과연 이들이 생명을 잃을 수도 있는 방사능 노출지역을 찾을 수 없다는 게 그의 주장입니다. 사진에서 보듯이 그 흰 구형물체 안에 핵이 들어가 있지 않겠습니까,

최민석: 그런 물체를 다룰 때는 전부 다 방사능 방호복을 입어야 합니다. 일반적인 옷을 입고 그 근처에 가지 않습니다. 핵 기폭제라면 그곳에서 방사능이 계속 나오고 있다는 소린데, 그게 방사능 덩어리인데, 그런데 그 옆에서 아무런 보호복도 입지 않고 있었다? 그것도 ‘백두혈통’ 인 김씨 일가가 그러고 있었다는 게 말이 되지 않습니다.

정영: 과거 김일성 김정일은 영변 핵단지나, 황해도 평산군에 있는 우라니움 광산을 한번도 찾은 적이 없습니다.

최민석: 김정은의 할아버지, 아버지는 단 한번도 핵 근처로 간 적이 없군요.

정영: 때문에 북한이 보여준 사진들은 모두 상대를 겁주기 위한 허풍에 지나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최민석: 김정은 제1비서가 대범함을 과시하느라 북한의 핵심 기술을 공개하고 있지만, 그것이 진짜인지 눈 여겨볼 필요가 있다는 소리군요. 정영기자 오늘 수고했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다음 시간에 다시 뵙겠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