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쟁이가 움직이는 ‘김일성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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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석: 북한에 계시는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한 주간 북한 선전매체의 보도 내용을 다시 한번 뒤집어 보는 ‘북한언론 뒤집어보기’ 시간입니다. 이 시간 진행에 최민석입니다. 오늘도 정영기자와 함께 합니다. 정영기자, 오늘 나눌 주제는 무엇입니까

정영: 요즘 북한이 밖에서 자본주의 사상문화가 들어오는 것을 막자고, 모기장을 단단히 치고 있습니다. 그 가운데 노동신문 20일자는 “미신은 사회악을 낳는 온상의 하나”라는 기사에서 “미신을 믿으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머저리가 되고, 한치 앞도 가려보지 못하고 자기 운명은 물론 사회의 운명까지도 망치게 된다”고 믿지 말라고 강조했습니다.

지금 북한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은 물론, 아래 간부들까지 전부 점을 보는 등 미신을 믿고 있는데, 왜 주민들에게만 믿지 말라고 하는지 파헤쳐 보겠습니다.

최민석: 오늘은 미신에 의존하는 북한당국이 왜 반대하는지 이야기를 좀 해보겠습니다. 요즘 북한에서 사상전의 바람이 불었다고 하지 않습니까,

정영: 북한이 장성택 처형 이후 전국적으로 사상전을 벌인다고 대규모 사상투쟁을 벌이고 있는데요, 현재 공장 기업소 노동자, 대학생들은 공부나 일이 끝난 다음 집에 가지 못하고 김정은의 혁명사상을 배운다고 합니다. 거기다 미신을 믿지 말라고 요구하는 거지요.

최민석: 북한당국이 우려할 만큼 사람들이 미신을 많이 믿습니까,

정영: 북한은 연극 ‘성황당’이라는 것을 만들고 거기서 “미신은 비 과학이니 믿지 마시오”라고 교육했습니다. 하지만, 지금 김씨 3대가 점을 보고 있다고 합니다.

최민석: 우선 김씨 가족부터 점을 보고 있다고요?

정영: 복수의 평양 시민들의 말에 따르면 김일성은 유명한 점쟁이들을 곁에 두고 국정에 관한 조언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왜냐면 당시 열린 당대회나 큰 국가적 행사 날짜를 보면 어김없이 ‘손 없는 날’에 택해졌다는 것입니다.

최민석: 그러면 점이 이번에 진행된 최고인민회의 선거와도 관련이 있습니까.

정영: 이번에도 북한은 해외동영상 사이트 Youtube에 이번 선거와 숫자가 관련된 기막힌 풀이를 소개했습니다. 한번 들어보고 넘어가시죠.

북한중앙TV: 길수란 즐겁고 좋은 징후를 알리는 숫자라는 뜻이다. 이번에 북에서는 3월 9일날 제13기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거를 진행하였다. 숫자 3이 두 번씩이나 들어갔고, 숫자 3이 세 번씩 겹친 9라는 숫자도 들어갔다.

최민석: 아, 그러니까 북한이 왜 3월 9일을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거날로 정했는지를 보여주는 동영상이군요.

정영: 이 동영상을 미국에 있는 어느 재미목사가 만들었다고 하는데, 올린 주체는 우리민족끼리(uriminzokkiri)라는 아이디를 가진 관리자입니다. 결국 북한이 만들고 재미교포의 이름을 빌려서 올린 것으로 보이는데요, 북한은 이렇게 길흉을 따져 딱 맞게 행사 날짜를 정하는 것을 보면 상당히 미신적이라는 것입니다.

최민석: 그렇군요. 주체국가라는 북한에서 미신이 결국 김씨 일가의 결정권을 좌우지 한다는 말이군요.

정영: 예, 미신이란 사전적 용어는 팔괘ㆍ육효ㆍ오행 따위를 살펴 과거를 알아맞히거나, 앞날의 운수, 길흉 따위를 미리 판단하는 일을 말하는데 북한에서 점쟁이가 하는 바로 이런 일입니다.

북한의 관영매체들도 공공연히 이러한 숫자놀음을 많이 하는데요, 지난 2009년 3월 북한의 통일신보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후보로 등록한 제333선거구는 만사성공의 길수인 3으로 이루어졌다”고 주장했습니다. 북한 매체가 숫자 3을 좋아하는 저들의 속내를 공식적으로 매체에 발표까지 했습니다.

‘숫자 3은 하늘과 땅, 사람으로 이뤄진 3대 요소가 만물의 기틀’이라고 추어올리고, ‘시간도 과거 와 현재, 미래 이렇게 3시로 되어 있고, ‘어떤 물체도 안전하자면 지지점이 3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3은 모든 것이 다 잘 풀리는 길수라고 하고 있습니다.

최민석: 3을 굉장히 좋아하는군요. 마치 이 소리를 들어보면 내가 무슨 점을 보는 것 같은데요, 숫자를 말해도 무슨 길수, 흉수라고 하면서 마치 무당 앞에 서있는 것 같습니다. 우리도 점을 한번 쳐볼까요? 어떻게 될지요.

정영: 특히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숫자 3을 믿는 데는 타고난 귀재였다고 합니다. 김정일 위원장은 2009년 있은 최고인민회의 12기 선거 때도 자기는 제333선거구에서 후보자로 나섰고요, 그리고 김정은 제1위원장은 제111백두산 선거구에 나가지 않았습니까, 이것도 숫자를 합치면 3이 됩니다.

최민석: 북한은 지금 3대째 김씨 일가의 정권을 세습하고 있는데, 미신도 3대가 세습을 하는 것 같습니다. 그러면 북한 주민들도 미신을 어느 정도 믿습니까,

정영: 북한 주민들은 미신을 정말 많이 믿는데요, 왜냐면 믿을 곳이 없으니까요?

최민석: 왜 없어요? 김일성교가 있지 않습니까?

정영: 김일성교를 믿었다가는 굶어 죽기 쉽다고 생각하고, 진심으로 믿지 않습니다. 왜냐면 김일성 교를 지금까지 믿었다가 계속 낭패만 보지 않았습니까,

예를 들면서 한번 볼까요?

우선 화폐개혁 때 그렇게 돈을 좀 벌어놓았더니 갑자기 휴지조각으로 만들어놓았지요. 그리고 이밥에 고기밥을 먹여주겠다고 했다가 근 반세기 동안 지키지 못하지 않았습니까, 그래서 인민들은 이젠 콩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노동당의 선전은 잘 안 듣습니다. 그리고 3년내로 강성대국이 된다고 2009년에 법석 떠들었는데, 아직도 강성대국 열차가 오고 있다는 맥 빠진 소리만 하지요. 그리고 양어장을 하라고 했다가 안되고, 염소를 기르라고 했다가 안되고, 뭐든 시키면 안되니까, 주민들은 실망했습니다.

최민석: 그런데 북한이 요즘 사상전을 한다고 미신을 믿지 말라고 하는데, 주민들이 그래도 안 믿겠습니까?

정영: 장성택 처형 이후에 북한에서 간부들이 특별히 점을 많이 본다고 합니다.

최민석: 아니 왜요?

왜냐면 앞날이 안보이기 때문이지요. 점쟁이가 좀 유명하다고 소문나면 간부 아내들은 점쟁이들을 찾아 다니면서 “우리 남편이 좀 무사하게 해달라”고 이렇게 액 막음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최민석: 그렇지요. 충분히 이해가 갑니다. 간부들은 하루 아침에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지요. 결국 북한의 점쟁이가 김일성교를 움직이고 있습니다.

2. 반미주의자 김정은, 미국 컴퓨터 애용

자, 다음 주제로 넘어가겠습니다. 북한이 한쪽에서 자본주의 사상문화를 막아라고 계속 사상전을 벌이고 있는 때에 김정은 위원장은 미국제 컴퓨터 모니터를 들여다보고 있는 사진이 공개됐다고요?

정영: 북한 중앙텔레비전이 20일 보도한 사진인데요, 김정은 제1위원장이 강태호가 사업하는 기계공장을 방문하는 자리에서 미국산 hp컴퓨터 모니터를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새세대 ‘지도자’답게 요즘 가는 곳마다 과학기술을 발전시키라, 세계 최첨단을 돌파하라는 등 많은 주문을 하고 있지 않습니까, 하지만, 과학과 기술은 맨주먹으로 발전시키는 게 아니라, 컴퓨터가 하지 않습니까, 그래서 북한 매체의 사진을 보면 가끔씩 미국 컴퓨터나 한국의 엘지 상품이 나오기도 합니다.

최민석: 예, 저도 보았던 적이 있습니다.

정영: 아무리 주체를 떠드는 북한도 미국제 컴퓨터를 감추고 사진촬영을 하기 어려웠던 것 같습니다.

최민석: 그러면 인민들에게는 미제 상품을 쓰지 말라고 하면서도 자기는 미국제 컴퓨터를 버젓이 놓고 쓰는 거 그건 뭡니까? 저거 컴퓨터가 미제인 줄을 김정은 지도자도 모를까요?

정영: 왜, 모르겠습니까, 좋아서 쓰는 거지요. 김정은 제1위원장이 좋아하는 컴퓨터가 어느 제품인 줄 아세요?

최민석: 글쎄요. 삼성제품인가요?

정영: 바로 미국 애플사에서 나오는 Mac 컴퓨터입니다. 작년에 3월이었지요. 미국본토를 타격한다고 김정은 제1위원장이 호언장담할 때 있지 않았습니까,

최민석: 그때 미국 뉴욕을 타격한다, 뭐 동부를 타격한다, 아주 신나댔지요.

정영: 그때 김정은의 집무실 탁자 앞에 있는 컴퓨터도 애플회사에서 제작된 데스크톱이었습니다. 그리고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사망한 다음 사용한 운구차도 미국에서 70년대 생산된 링컨콘티넨탈차였습니다. 그만큼 미제가 튼튼하고, 제품도 좋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는 셈입니다.

최민석: 북한도 반미를 하겠으면 앞뒤가 좀 맞게 하든가, 김씨 일가는 미국 제품을 사다 쓰면서 반미를 하라고 하면 인민들이 말을 듣겠습니까, 정영기자 오늘 소식 감사합니다. 청취자 여러분 지금까지 북한 언론 뒤집어보기 시간이었습니다. 다음 시간에 또 뵙겠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