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미국 달러 붕괴론 떠드는 이유

사진은 서울 을지로 외환은행 본점 위변조대응센터에서 달러화를 정리하는 모습.
사진은 서울 을지로 외환은행 본점 위변조대응센터에서 달러화를 정리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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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석: 북한에 계시는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한 주간 북한 선전매체의 보도 내용을 다시 한번 뒤집어보는 ‘북한언론 뒤집어보기’ 시간입니다. 이 시간 진행을 맡은 최민석입니다. 오늘도 정영기자와 함께 합니다. 정영기자, 오늘 나눌 주제는 무엇입니까?

정영: 노동신문 지난달 31일자는 “딸라제국의 종말은 력사의 필연”이라는 기사에서 미국 달러화가 세계 곳곳에서 배척당하고 있으며, 심지어 “개밥의 도토리 신세”가 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현재 중국 주도로 설립되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이나 브릭스(BRICS) 국가들의 신개발은행도 초기 자본금을 미국 달러로 하고 있는데요, 북한만이 유난히 달러의 붕괴론을 떠들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 속내를 한번 알아보겠습니다.

최민석: 왜 북한이 미국 달러 붕괴론을 확산시키는 지 살펴보겠습니다. 정영기자, 북한매체의 내용을 좀 더 구체적으로 알아보겠습니다.

정영: 노동신문 3월 31일자 국제정세를 논평하는 기사에서 “《유일초대국》으로 자처하는 미국에 멸망의 어두운 그늘이 던져지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브릭스 은행, 즉 브라질, 러시아, 중국, 남아프리카, 인도 5개 나라가 공동 출자해 세우는 신개발은행에 대해 거론했는데요,“지금 신흥경제국들로 불리우는 여러 발전도상나라들은 국제통화기금의 통제에서 벗어나 새로운 금융통화체계를 세우기 위한 독자적인 기구들을 내오고 있다”고 소개했습니다.

노동신문은 이 같은 움직임들은 미국의 주도로 현재 운영되고 있는 국제금융체계에 대항하기 위한 또 하나의 시도라고 평가하면서 “미국 스스로가 달라제국의 붕괴를 몰아오고 있다”고 야유했습니다.

아시는 바와 같이 중국과 브라질 등 신흥발전도상국들이 새 금융기구를 만드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미국달러가 하락하고 있거나, 달러가 붕괴될 것이라는 위험은 감지되지 않고 있습니다. 그런데 북한이 저렇게 노동당 기관지에서 자꾸 미국 달러의 위기에 대해 반복적으로 떠드니까, 현재 달러를 보유하고 있는 북한 주민들도 상당히 불안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최민석: 그렇겠습니다. 현재 북한에서 달러 사용이 자유로워지면서 웬만한 사람들은 달러나 위안화를 가지고 있다고 하는데, 이런 불안을 자꾸 조성하면 사람들은 속이 덜컥할 것 같습니다. 왜 북한이 이런 불안심리를 조성하는 것 같습니까,

정영: 약 두 가지로 관찰할 수 있다고 보여집니다. 우선 북한의 내부 요인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현재 북한당국은 심각한 외화난에 직면해 있습니다. 외화가 무엇입니까, 달러와 유로 등 외국화폐가 아닙니까, 그래서 북한은 주민들 속에 있는 달러를 끌어내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습니다.

북한이 과거 유로화를 사용하라고 장려했지만, 최근 몇 년간 유럽의 경제 상황이 안 좋아지면서 엄청난 손해를 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래서 북한의 상인들은 물론, 국가 무역기관들도 대부분 달러로 결제하고 있습니다. 최민석기자, 만약 당신에게 10만달러 가치의 돈이 있다면 어떤 종류의 돈으로 건사하겠습니까,

최민석: 아마 달러로 하지 않을까, 제일 안전한 자산이 아닙니까,

정영: 북한의 부자들도 마찬가지로 알짜 재산은 미국 달러로 건사하고 있습니다. 북한 외환은행을 믿지 못하니까, 바람벽에 구멍을 뚫고 건사하든가, 아니면 구들 바닥을 뜯고 거기에 집어넣거나, 천장에 구멍을 뚫고 건사하고 있습니다.

최민석: 그러다가 물난리나 불이 나면 큰 일 나겠군요.

정영: 그래서 북한의 부자들은 수백 달러짜리 금고를 사다가 거기에 돈을 넣고 땅에 묻어놓습니다. 왜냐면 화재가 나면 달러가 다 탈수 있기 때문인데요, 이렇게 북한 주민들은 달러를 목숨보다 더 귀중하게 보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북한당국이 이렇게 달러가 곧 붕괴될 것이라고 여론몰이를 하면 사람들은 불안한 것입니다. “야, 이거 달러를 위안화로 바꾸어놓을까, 유로로 바꾸어놓을까?”하고 고민할 것입니다.

최민석: 자기는 아니라고 해도, 자꾸 옆에서 떠들면 마음이 불안하겠지요.

정영: 북한이 이렇게 여론몰이를 하는 것은 “미국이 망하고, 달러도 휴지조각이 되겠는데, 가지고 있지 말고 국가은행에 예금시켜라”이런 소리로 들린다는 겁니다.

최민석: 아, 그러니까, 옛날 이솝 우화의 ‘양치기 소년’처럼 승냥이가 온다고 위기감을 조성하는 군요. 사실은 그렇지 않은데도요.

정영: 북한이 달러를 비난하는 다른 원인은 미국의 약을 올려주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왜냐면 지금 북한은 핵문제와 장거리 로켓 개발 때문에 미국으로부터 제재를 받지 않습니까, 중국 조차도 북한을 제재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북한은 미국이 보기 싫으니까, 자꾸 “미국이 조금 있으면 망할 것”이라고 선전을 하고 있는데, 최근에 중국의 주도로 설립된 아시아인프라투자 은행도 초기자본금이 미화 500억달러이거든요. 그리고 회원국들이 출자해 조성하는 자금도 1천억달러 수준인데요. 이렇게 지금 전세계가 달러를 기축통화로 사용하고 있는데, 왜 북한 매체가 사실과 맞지 않는 허튼소리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렇다고 중국을 대놓고 비난을 못합니다. 이웃국가이니까요. 그래서 북한이 바라는 것은 뭐냐, 빨리 러시아나 중국의 힘이 커져서 미국과 맞장을 뜨기를 바라는 거지요. 하지만, 미국은 여전히 강한 나라이고, 중국이나 러시아도 달러를 기축통화로 사용하고 있지요.

최민석: 그렇습니다. 중국이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에 가입하겠다는 북한의 요구를 거절했다는 보도가 있었는데요, 어떻게 된 일입니까,

정영: 자유아시아방송이 얼마 전 보도한 내용인데요, 북한이 중국이 주도하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에 가입하려고 했으나 중국이 이를 거절했다고 영국의 경제 매체가 얼마 전 보도했습니다.

매체에 따르면 중국이 북한에 대고 국가재정상황을 한번 보자고 했다고 합니다. 쉽게 말해서 가계부 좀 보자고 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두 번째, 돈을 빌리면 어디에 쓰려고 하는지 용도를 물었다고 합니다. 그러자, 북한은 이에 답하기를 거부했다고 합니다. 돈을 빌려주는 쪽은 그 대상의 신용을 보지 않습니까, 과연 이 사람이 돈을 제대로 갚았는지….

그런데 북한이 아직도 다른 나라에서 돈을 꾸어가고 갚지 않은 것이 140억 달러 정도 된다고 합니다.

최민석: 더 될 거예요. 솔직히…

정영: 이렇게 되자, 중국은 이거 뭐 내 주머니에서 주는 것도 아니고, 나도 이젠 세계 여러 나라에서 얻은 돈을 가지고 운영하는 입장인데, 마음대로 꾸어주지 못한다고 피력을 했겠지요.

최민석: 돈을 빌려주는 쪽에서는 당연히 그 돈이 어디에, 어떻게 쓰이는지를 알고 싶어하고, 돈을 빌리는 쪽은 그걸 당연히 밝힐 것을 생각하고 돈을 꿀 생각을 해야 하지요. 그거 못하면 아예 돈 빌릴 생각을 하지 말아야지요.

정영: 그런데 북한은 노동당 중심 체계의 경제 구조입니다. 만약 북한이 국제금융기구에서 돈 백만 불을 빌려오면 당에서 김 부자 우상화 건설에 30%를 쓴다고 칩시다. 그러면 그 돈이 비는 거지요. 북한은 국제은행에 이자와 원금을 상환하지 못하면 신용불량자가 되는 거지요. 그래서 중국도 북한이 자기 얼굴에 먹칠을 할까 봐 아직까지는 두고 봐야 한다는 입장으로 보입니다.

최민석: 북한이야 미국이 약해지고 달러 주도의 국제금융체제가 바뀌기를 원하겠지만, 미국 달러는 여전히 주도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이솝 우화의 양치기 소년처럼 허튼 정보로 사람들을 놀래 우지 말고 국가의 공식매체 기관답게 사실을 전달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정영기자 수고했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다음 시간에 다시 뵙겠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