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정잡배’ 도 안 쓰는 북한매체 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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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석: 북한에 계시는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한 주간 북한 선전매체의 보도 내용을 다시 한번 뒤집어 보는 ‘북한언론 뒤집어보기’ 시간입니다. 오늘도 정영기자와 함께 합니다. 정영기자, 오늘 나눌 주제는 무엇입니까

정영: 요즘 북한의 관영매체들이 박근혜 남한 대통령을 향해 차마 입에 담기 어려운 원색적인 비난을 퍼붓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한국 정부는 ‘시정잡배도 꺼릴 표현’이라고 일일이 대응할 가치를 못 느낀다고 반응하고 있는데요, 상식 밖의 표현을 쓰는 북한 언론 매체, 왜 북한이 이토록 저속한 표현을 남한 대통령을 향해 쓰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최민석: 예, 시정잡배도 안 쓴다는 북한매체의 저속한 표현. 그 속내를 알아보겠습니다. 정영기자, 북한 매체가 왜 갑자기 이렇게 한국 대통령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비난하고 있습니까,

정영: 지난 28일 한국의 박근혜 대통령은 동서독 통일의 상징인 드레스덴 공대에서 ‘한반도 평화통일을 위한 구상’을 밝혔습니다.

한번 직접 들어보시겠습니다

박 대통령 음성 녹취: 독일 국민이 베를린 장벽을 무너뜨리고 자유와 번영 평화를 이루어냈듯이, 이제 한반도에서도 새로운 미래를 열어가기 위해 장벽을 무너뜨려야 합니다.

최민석: 동서독이 1989년 통일을 이루고 그야말로 ‘대박’을 맞았지요. 한반도 통일을 위해서 남북이 같이 협력하자고 하는데, 어디가 못마땅해서 저렇게 북한이 비난하는 걸까요?

정영: 여기서 주목할 것은 바로 북한을 향해 한 박 대통령의 ‘3대 제안’인데요, 우선 이산가족 상봉을 정례화하자, 그리고 북녘의 임신부와 영유아 보건 지원을 국제사회와 함께 하겠다고 밝혔고요, 또 북한의 농업, 축산, 산림 녹화를 도와주겠다, 즉 벌거숭이 산을 푸르게 하고, 요즘 북한이 떠드는 축산, 농업을 발전시켜서 같이 잘 먹고 잘 살아가자는 의미였습니다. 하지만, 북한의 심기를 건드린 것은 아마 박 대통령이 지적한 북핵포기로 보입니다.

박 대통령 음성 녹취: 진정 북한 주민들의 삶을 돌보기 바랍니다. 북한이 핵을 버리는 결단을 한다면 이에 상응하여 북한에 필요한 국제금융기구 가입 및 국제투자유치를 우리가 나서서 직접 지원하겠습니다.

북한도 박 대통령이 이번에 어떤 보따리를 풀지 주목했던 것 같습니다. 그전에는 박 대통령에 대한 비난을 자제해왔지요.

최민석: 북한도 어느 정도 기대감은 있었다는 소리군요.

정영: 박 대통령이 독일에 가서 연설 할 때 금강산 관광이나, 지금 대북교역을 제한하고 있는 5.24 조치 같은 제동고리를 풀 것으로 기대했었는데요, 원칙적인 대북 정책을 내놓으니까 한마디로 화가 난 거지요.

최민석: 아, 자기들이 원하는 것, 금강산 관광이나 5.24조치 해금 같은 것을 기대했는데, 그게 안 나오니까, 바로 저렇게 돌변해서 비난하고 있군요.

정영: 그런 감정이 어떻게 표현됐냐 면, 북한은 박근혜 대통령의 독일 방문시기를 전후해 서해상에다 500발의 포탄을 퍼부었습니다.

최민석: 500발이요. 아, 좀 많이 부었군요.

정영: 그러자, 한국 측에서는 300발의 포탄을 북한을 향해 쏘았지요. 대응사격이지요. 그리고 지금 노동신문을 비롯한 북한 매체를 동원해 박 대통령을 비난하는 온갖 잡설을 올리고 있는데요,

한번 실례를 들어보겠습니다.

우선 우리민족끼리 웹사이트에 올라온 글 제목을 보면 이게 입에 참 담기 거북한 표현들인데요, “화를 부른 푼수 없는 입방아 질” “나이가 아깝다”느니 이렇게 수십 건이 올라왔습니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이 북한의 경제난과 아이들의 배고픔에 대해 언급한 부분에 대해서는 “노망이 들었다”느니, “제 집안에서나 조잘대며 횡설수설하는 아낙네의 수준”이라고 비난했습니다.

최민석: 북한이 전형적으로 여성을 낮게 보는 그런 표현들이 밑바탕에 깔려 있군요.

정영: 대남웹사이트 우리민족끼리에 올라온 4월 1일자 글을 보면 ‘동심에 못을 박는 악녀’라는 글에서는 박 대통령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따귀를 때려야 할 것 같다”는 그런, 함흥시 애육원 원장의 기고문을 실었습니다.

최민석: 한국언론이나 미국언론에서는 이런 저속한 말을 안 쓰지요? 혹시라도 저희 방송에서 “김정은의 따귀를 한대 갈겨야겠다”고 말하면 방송 책임자가 추궁을 받습니다. 저속한 표현을 썼다구요.

정영: 그러면 또 자기네 ‘최고존엄’을 모독했다고 또 온 나라 인민을 동원시켜서 성토를 하겠지요, 2011년에 이명박 대통령을 모형으로 한 ‘최고존엄’ 사수대회가 얼마나 가열차게 벌어졌습니까,

최민석: 솔직히 저는 그 동영상을 보면서 유치했습니다. 그것도 한 나라를 대표한다는 관영방송에서 보란 듯이 그런 걸 방송하는지…

정영: 북한은 언론인, 특히 작가들에게 글을 쓸 때는 이렇게 지시합니다. 인민들에게는 혁명적이고 전투적인 표현을 쓰고, 적들에게는 비수와 같이 예리하고 날카로운 표현을 골라서 써야 한다고 교육시키고 있습니다.

최민석: 정영기자, 그러면 좋은 말로도 충분히 날카롭고 예리하게 표현할 수 있지 않습니까,

정영: 그런데 북한의 작가, 기자들은 어떻게 하면 적들에게 자극을 주고, 불쾌감을 주겠는가 하고 고르다 보니까, 항간에 도는 쌍소리, 비속어 저질스런 표현까지 다 동원해서 쓰는 거지요.

최민석: 그러니까, 작가들도 욕 같은 도발적인 표현을 써야 되는 데, 새로운 것을 만들다 보니까, 더 저질스러워지고, 더 욕처럼 표현이 변하는 거군요. 정말 말도 쓰면 쓸수록 늘지요. 욕도 쓰면 쓸수록 늡니다. 그런데 일반 주민들은 박 대통령이 독일에서 한 연설을 볼 수 없지 않습니까, 그런데 어떻게 저렇게 나올 수 있을까요?

정영: 북한매체는 이런 박대통령 비난을 평양시민이나, 애육원 원장 등 일반 주민들의 반영인양 내보내고 있는데, 사실 북한 주민들은 박 대통령이 독일에 가서 무슨 말을 했는지 전혀 접할 수 없거든요.

그런데 이렇게 다 아는 것처럼 쓰는 것은 북한 당국이 가운데서 사주를 했다고 볼 수 있는데요. 이는 당국차원에서 책임을 피하기 위한 꾀임으로 보입니다.

최민석: 그럼 그 함흥 애육원 원장의 눈에는 지금도 북한의 장마당과 역전에서 떠도는 꽃제비 아이들이 보이지 않는다는 겁니까,

정영: 저도 며칠 전에 북한 내부 장마당을 찍은 동영상을 본 적이 있어요. 2013년 5월 17일 찍은 영상인데요, 5~10살 나는 북한 어린이들이 발가락이 드러난 꿰진 신발을 신고 장마당을 헤매고 있었습니다. 거기서 5살 나는 아이는 겉옷도 걸치지 못한 채 뭔가 먹고 있던데요, 그걸 보면서 북한은 20년 전이나, 10년 전이나 지금도 북한에서는 굶주리는 애들이 사라지지 않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최민석: 그럼 그 어린이들을 남한 정부가 돕겠다고 했으면 북한은 그 도움을 진심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거 아닙니까,

정영: 박근혜 대통령은 이번에 북한의 임산부와 영유아 지원을 국제사회와 함께 벌여가겠다고 밝히면서 ‘모자패키지 1000days’라는 제안을 했습니다.

최민석: 그럼 그 ‘모자패키지 1000days’란 무슨 말입니까?

정영: ‘모자패키지 1000days’ 프로젝트란 산모와 유아에게 태어나서 1000일간, 즉 3년 가까이 영양과 보건을 지원하는 것을 말합니다.

최민석: 북한의 산모와 유아가 3년 동안 어느 정도 건강하게 살 수 있도록 꾸준히 지원해주겠다는 제안이군요.

정영: 이 사업이 현재 유엔의 주도로 진행되고 있는데, 반기문 한국인 출신 유엔 사무총장이지요. 반기문 총장의 구상에 따라 구체화되고 있습니다. 왜냐면 아이가 태어나서 3년이 굉장히 중요한 시기입니다. 영양상태로 볼 때요. 그러니까 그때만이라도 집중적으로 지원해주겠다는 것입니다.

최민석: 이것만 제대로 시행 되도 북한의 영유아 사망률이 많이 줄어들 것 같은데요. 북한 주민들은 정말 쌍수를 들어서 환영할만한 내용인데요, 북한 어린이들은 태어나자 마자 영양실조에 걸려 죽거나 질병으로 고생 많이 하지 않습니까,

그런데 얼마 전 언론에 난 기사를 보니까, 김정은을 비롯한 특권층들은 스위스에서 기저귀와 우유 등을 배달해서 먹인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러면 최소한 주민들 한데는 모자패키지는 꼭 필요한 지원정책이라고 볼 수 있겠네요.

정영: 얼마 전 한국의 조선일보가 보도한 내용입니다. 유엔의 북한무역자료를 분석해 보도했는데요, 지난해 초에 북한이 스위스에서 최고급 분유를 600만 달러 가까이 사갔다고 전했습니다. 한국 언론이 분석한 데 따르면 그때가 북한 김정은의 부인 리설주가 아이를 낳던 시기와 맞물린다고 했습니다.

최민석: 아, 그런 이유가 있었군요.

정영: 그래서 김정은을 비롯한 특권층들은 최고급 우유와 영양분을 섭취하고, 일반 주민들은 먹지 못하는 빈부의 차이가 극심화 되고 있습니다.

최민석: 이걸 보면 북한의 김정은 제1비서를 비롯한 특권층들은 자녀에게 중국 분유도 싫고, 그래서 스위스산 고급 분유를 먹인다는데 장마당에서 헤매는 꽃제비 어린이들은 분유라는 것을 맛보았겠습니까?

정영: 예 그렇지요.

최민석: 박대통령의 연설은 구구절절 진정 북한을 위하고, 북한의 주민들을 도우려는 진심이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북한정부는 앞뒤 다 잘라내고 무작정 실명을 거론하면서 서로 비방 중상하지 말자는 남북한 기본 합의를 또 어기고 있습니다.

정영기자 오늘 수고했습니다. 청취자 다음 시간에 다시 뵙겠습니다. 여러분 안녕히 계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