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남한 공무원 대우 시비할 처지 됐나?

영남권 공무원노동조합원들이 지난해 11월 대구시청에서 열릴 예정이던 '공무원연금제도 개선 국민포럼'에 참여하는 정종섭 안전행정부 장관의 출입을 막고 있다.
영남권 공무원노동조합원들이 지난해 11월 대구시청에서 열릴 예정이던 '공무원연금제도 개선 국민포럼'에 참여하는 정종섭 안전행정부 장관의 출입을 막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0:00 / 0:00

최민석: 북한에 계시는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한 주간 북한 선전매체의 보도 내용을 다시 한번 뒤집어보는 ‘북한언론 뒤집어보기’ 시간입니다. 이 시간 진행을 맡은 최민석입니다. 오늘도 정영기자와 함께 합니다. 정영기자, 오늘 나눌 주제는 무엇입니까?

정영: 북한의 대남 웹사이트 ‘우리민족끼리’ 등 주요 매체가 한국의 공무원연금제도 개혁에 대해 시비를 하고 나섰습니다. 지난 4일 우리민족끼리 웹사이트에는 ‘공무원 및 봉사일군직업동맹 중앙위원회’ 대변인 담화라는 게 실렸는데요, 현 남한 정부가 진행하고 있는 공무원 연금개혁방안에 대해 “남조선의 수백만 공무원들과 그의 가족들이 생존권을 무참히 침해하면서 공무원연금 제도를 개악하려고 하고 있다”고 비난했습니다. 그래서 이 시간에는 남북한 공무원에 대해 한번 알아보겠습니다.

최민석: 예, 북한이 자기네 공무원들을 얼마나 잘 대해주는 지 밝히지 않고 남쪽의 공무원 걱정을 하고 있군요. 자, 그러면 어떻게 비난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정영: 북한 대남웹사이트 우리민족끼리는 지난 4일 대변인 담화를 발표하고 “남조선 당국은 퇴직된 다음에 받던 몇 푼 안 되는 수당금마저 잘라먹으려는 목적에서 공무원 개혁안을 강압 통과시키려고 하고 있다”고 비난하면서 “남조선의 공무원로조원들과 각계층 인민들의 정당한 투쟁에 전적인 지지와 성원을 보낸다”고 반정부 감정을 부추겼습니다.

저는 북한에 무슨 공무원들의 이익을 대변해주는 ‘공무원 및 봉사일군 직업동맹’이라는 것이 있는지도 잘 몰랐는데요, 이렇게 갑자기 불쑥 나타나서 남한 정부를 비난하고 있는데요,

북한에서는 결사의 자유가 보장되지 않아서 공무원의 이익을 대변하는 이익단체가 절대 나올 수 없습니다. 가만 보니 북한의 ‘공무원 및 봉사일군 직업동맹’이라고 하는 것은 남한의 전국 공무원노조나 전교조와 같은 단체와 대등하게 만들기 위해 노동당이 만들어낸 위장 단체 같아 보입니다.

최민석: 우선 청취자들을 위해서 노조라는 게 뭔지를 소개해드릴 텐데요. 노조란 노동자들이나 사무원과 같은 집단의 이익을 위해서, 이익을 대변하는 이익단체이지요. 그러면 북한이 왜 이렇게 남한의 공무원 연금개혁안을 가지고 시비를 거는 겁니까,

정영: 제가 전문가는 아니지만, 최근 언론 보도된 남한의 공무원 연금개혁 뉴스를 보니까, 한국에서는 공무원과 군인들의 연금으로 지출되는 돈이 상당히 많은 것 같습니다.

최민석: 좀 구체적으로 말씀해주시지요.

정영: 공무원 연금제도란 공무원이 퇴직하거나 사망하였을 경우, 그리고 공무로 일하던 과정에 당한 부상이나 질병에 대해 퇴직 후에도 적절하게 급여를 실시하여 공무원과 그 유족들이 안정적인 생활을 보장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이 연금은 국민의 세금으로 충당되는 것입니다.

최민석: 비록 나라마다 차이가 있지만, 공무원 직장은 저마다 가고 싶어 하는 직장이 아닙니까, 안정된 직장이어서 사람들은 공무원을 가리켜 ‘철밥통’이라고 부르지 않습니까,

정영: ‘철밥통’이라는 말은 북한 청취자 분들은 좀 생소하겠지만, 이렇게 눌러도 쭈그러지지 않는다는 의미에서 이렇게 부릅니다. 앞서 최민석 기자도 이야기 했지만, 안정된 수입원이 보장되는 직장이라고 해서 철밥통이라고 부르는데요, 지난해 한국 공무원과 군인들의 연금으로 빠진 돈이 얼마나 되는지 아십니까, (모르겠는데요) 자그마치 미화 450억 달러가 지출되었습니다.

그래서 남한정부는 이대로 가다가는 나라의 재정이 거덜날 것 같다는 위기감에 현재 연금개혁을 하겠다는 것입니다.

최민석: 그래서 현재 남한 정치권에서 이 문제를 놓고 말이 많군요. 그러면 북한 공무원들에게도 연금이라는 것이 있습니까,

정영: 북한에서는 공무원이라고 하면 국가기관 사무원, 교원들을 말하는데요. 북한에선 연금을 은퇴자들에게 다 주는 게 아니라 국가공로자들에게만 연금을 차등 지급하고 있습니다.

최민석: 아, 유공자들에게만 주는 겁니까? 유공자로 등록되지 않으면 못 받는 거예요.

정영: 예를 들어 국기훈장 2급을 포함해 훈장 3개와 메달 5개를 받은 사람은 은퇴한 다음에 연로보장을 받습니다. 식량 600그램과 용돈 60원을 주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도 이 제도를 계속 실시하지 못하고 유명무실해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래서 국가공로자들은 훈장이고 메달이고 다 필요 없다고 불만을 터놓는데요, 국가에 쌀이 없고 돈이 없는데 어떻게 나누어주겠습니까,

제가 최근에 북한의 한 공무원과 전화 통화할 기회가 있었는데요, 그에게 요즘 대우를 어떻게 받는가고 문의했더니 그가 말하기를 월급을 3천원을 받는다고 합니다. 지금 북한 장마당에서 쌀 한 킬로그램은 5천원씩 합니다.

최민석: 한 달에 3천원이면……그걸로 어떻게 살아갑니까,

정영: 너무 보잘것없어서 공무원들은 자꾸 부정부패를 합니다. 뇌물을 받지요.

최민석: 맞습니다. 그럴 수 밖에 없지요.

정영: 그러니까, 대학을 붙는데도 뇌물, 좋은 직장에 가기 위해서도 또 뇌물을 바쳐야 합니다. 그래서 북한에서는 자기가 잘 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 가고 물으면 “고여라”고 말합니다.

최민석: 아, 뇌물을 먹여라는 소리군요. 정영기자, 말이 난 김에 공무원 부정부패에 대해 이야기 좀 하지요. 세계 각국에는 공무원 부패 지수라는 게 있습니다. 여기에 따르면 공무원 봉급이 높은 곳에는 부정부패가 낮지만, 공무원 봉급이 낮으면 부패가 높습니다. 이것은 어느 사회나 다 있습니다.

정영: 공무원은 국가 공무를 보기 때문에 국가 권력을 쥐었지요. 그래서 북한 공무원들 속에는 이런 말이 있습니다. “손에 물기가 있을 때 뭘 좀 해놓자”

최민석: 아, 그렇군요.

정영: 북한 공무원들은 대우가 열악하기 때문에 직위에 있을 때, 한자리 차지할 때 부지런히 끌어들여 감추어둡니다. 뇌물을 쌀로 받든, 금으로 받든, 달러로 받든 몰래 감추어둡니다. 그리고 자식들은 좋은 대학 보내고, 어떻게 하면 좋은 직장에 보낼 것인가를 생각하기 때문에 불법, 비법을 저지르게 됩니다.

최민석: 북한의 공무원들이 처음부터 이렇게 부정 부패한 것은 아니겠지요?

정영: 원래 북한 공무원들도 청렴 결백하게 살았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는 오직 당과 수령에 대한 충실성으로 가득 찼고, 자녀의 미래도 발전도 다 보장해준다고 믿고 있었습니다. 그때 장사를 하거나 부정부패를 하는 사람들을 보면 손가락질했습니다.

최민석: 그 당시는 도덕적 청렴도가 높았다고 봐야겠군요.

정영: 그런데 90년대 식량난을 겪으면서 북한의 군당책임비서가 신발 수리를 하고, 강선제강소의 노력영웅이 돈이 없어 굶어 죽는 참사가 빚어지는 것을 보면서 북한 공무원들은 생각한 게 있습니다. “한 자리할 때 내가 살 궁리를 해야 한다” 이런 의식이 굳어졌습니다.

최민석: 그러니까, 북한이 고난의 행군을 넘기면서 사람들의 사고방식이 많이 바뀌었군요. “가만히 있으면 죽는다!”

정영: 그래서 뭔가 좀 챙겨놓아야 한다고 생각한 겁니다. 이건 공무원들이 나빠서가 아니라 사회적으로 보장이 안되어 병폐가 나타나게 되는 거지요.

최민석: 길바닥에 죽어가는 사람들이 많으면 당연히 그런 생각이 들거라 보입니다. 그렇게 들어보니 북한 공무원들의 생활이 한심하군요. 정작 공무원들이 들고 일어나야 할 곳은 남쪽이 아니라 북쪽인 것 같습니다. 북한도 공무원들과 한 약속을 최소한 지켜줘야 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정영기자 수고했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다음 시간까지 안녕히 계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