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민석: 북한에 계시는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한 주간 북한 선전매체의 보도를 다시 한번 뒤집어보는 ‘북한언론의 겉과 속’ 시간입니다. 오늘 진행을 맡은 최민석 입니다. 오늘도 정영기자와 함께 합니다. 정영기자, 오늘 우리가 나눌 주제는 무엇입니까?
정영: 13명의 북한 식당 종업원들이 집단 탈출한 사건이 세상에 알려진 지 닷새 만에 북한은 “남조선 정보기관에 의한 유괴랍치 행위”라고 주장했습니다. 대남웹사이트 우리민족끼리는 이날 조선적십자회 대변인 담화를 싣고 이같이 주장했는데요, 때를 같이해 북한의 입장을 대변하는 미국의 친북매체도 이 사건은 총선을 노린 남한당국의 ‘북풍’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번 13명 탈북 사건은 북한 내부적으로 충격이 클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오늘 시간에는 이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최민석: 북한이 13명의 해외식당 종업원들이 집단적으로 남한으로 귀순했다는 사실을 이례적으로 공식 인정했습니다. 정영기자, 먼저 북한의 공식 반응부터 전해주시죠.
정영: 12일 북한은 탈북사건을 적십자회 대변인 담화 형식으로 발표했는데, 논조는 ‘유괴납치’였습니다.
북한 적십자회는 “전대미문의 유인납치행위”이자 “공화국에 대한 중대도발”이라고 맹비난했습니다. 그러면서, “남조선 괴뢰패당이 오래 전부터 해외에 나가 있는 우리 식당들을 표적으로 삼고, 집요한 추적전을 벌리며 종업원들을 남조선으로 끌어가기 위해 얼마나 비렬하고 교활하게 책동해왔는지 우리는 다 알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한국에 입국한 13명 탈북 종업원들이 중국 절강성 녕파(닝보)에서 식당을 운영하던 북한 사람들임을 시인했습니다.
최민석: 한국 정부가 중국에서 탈북한 사람들이라고 밝히지 않았는데, 결국 북한이 이를 시인한 셈이군요.
정영: 그렇습니다. 한국통일부는 지난 7일13명의 북한 식당 종업원들이 집단적으로 한국에 입국했다고 밝히면서, 그들이 일했던 주재국을 밝히지 않았지요. 하지만, 한국 언론이 나중에 탐사 보도하면서 중국 절강성 닝보에 있던 북한 식당이라고 보도하기는 했지만, 북한이 확인해 준겁니다. 먼저 한국 통일부 대변인의 말을 잠깐 들어보고 넘어가겠습니다.
정준희 통일부 대변인 : 같은 식당에서 일하던 종업원들이 한꺼번에 탈북하여 입국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통일부 대변인은 “이들 종업원들은 해외에서 생활하며 한국 TV, 드라마, 영화, 인터넷 등을 접하면서 북한 체제선전의 허구성을 알게 됐고, 최근 집단 탈북을 결심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리고 남한 정부는 이들의 의사를 존중해 인도적인 차원에서 받아들이게 됐다고 밝혔지요. 저도 이 뉴스를 보면서 어떻게 13명의 종업원들이 한국으로 들어 올 수 있었는지, 깜짝 놀랐습니다.
최민석: 보통 여러 명이 탈북할 경우 한두 명 정도는 부담스러워 하거나, 주춤할 텐데요. 그런데 13명은 모두 의견이 맞았다는 겁니까, 의기투합이 되었다는 소리군요. 이들은 지금까지 탈북한 규모로 볼 때 가장 크지 않습니까?
정영: 지금까지 외국에 파견됐던 북한 식당에서 한두 명씩 이탈하는 사건은 아주 가끔씩 발생했지만, 이번에 13명이 함께 탈북한 사건은 규모가 큰 것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특히 북한에서 잘 나가는 평양 핵심 계층의 자녀들이 탈출했다는 점에서 북한 핵심계층이 흔들리고 있다고 한국 언론은 보도했습니다.
최민석: 예견했던 대로 북한이 이번 탈북 사건도 납치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신속하게 공개했는데, 그 이유는 어디 있을까요?
정영: 북한은 이 사실을 12일 대남웹사이트 우리민족끼리에 공개했습니다. 하지만, 노동신문이나 조선중앙통신은 아직 이를 공개하지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은 공식매체를 통해 조만간 공개할 것으로 보입니다.
왜냐면 이 13명 종업원들이 평양 특권층의 자녀들이고, 그리고 또 한 두 명도 아니고 집단적으로 탈북했기 때문에 북한 내부에 퍼지는 것은 시간문제다, 그래서 그럴 바에는 아예 좀 더 진공적으로 앞으로 치고 나가면서 여론을 조성하는 선전을 할 것으로 보입니다.
최민석: 먼저 이야기를 꺼내놓고 여론 조성을 할 것이다. 북한이 남한 정보당국이 자기 주민들을 납치했다고 주장하는데, 북한이 이를 시비할만한 상황이 아니지 않습니까,
정영: 북한은 과거 남한과 일본 국민들을 수 차례 납치한 사건이 들통나 ‘납치국가’라는 아주 나쁜 간판을 오랫동안 떼지 못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1978년 김정은 국방위원장의 지시로 남한의 영화배우 최은희와 그의 남편이었던 영화감독 신상옥을 납치한 사건입니다.
그리고 최근에는 중국 동북지방에서 선교활동을 하던 기독교 선교사들인 김정욱씨와 김국기, 최춘길 씨 등을 북한으로 유인해 납치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또 북한은 일본인도 십여명을 납치해 일본과의 관계가 나빠졌는데요. 1977~1983년까지 요코다 메구미를 비롯한 일본인 15명을 몰래 납치한 사건이 드러나면서 국제사회의 규탄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또 북한은 미국인도 여러 명을 부당하게 억류하고 있는데요. 재미동포 김동철(62) 씨를 간첩혐의로 억류하고 있고, 미국 UVA(버지니아 종합대학) 학생인 오토 웜비어 씨도 북한관광을 갔다가 호텔의 현판을 떼냈다는 혐의로 체포되어 ‘국가전복음모죄’로 15년형을 선고 받았습니다.
최민석: 정영기자, 제가 탈북 종업원 13명 사진을 텔레비전을 통해 보다가 깜짝 놀랐습니다. 모습들이 연예인 같았고 옷도 멋있었습니다.
정영: 지금까지 일반 탈북자들은 생계형, 그러니까, 먹고 살기 어려워 탈북한 사람들로 알려지지 않았습니까, 하지만, 이 13명 종업원들은 북한에서 괜찮은 집안 자녀들이기 때문에 장철구 상업대학과 한덕수 경공업대학 등에 다니던 학생들로 알려졌고, 키도 160센티미터 이상 되어야 외국에 나올 수 있습니다. 그리고 노래도 부르고 춤도 출 줄 아는 재간을 가져야 외국에 나올 수 있습니다.
최민석: 정영기자, 이번에 탈북 종업원들의 나이대가 남자 지배인 빼고는 20대 초반입니다. 꽃다울 때 신날 때 나왔기 때문에 아마 한국에서 많은 주목을 받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이번 탈북 사건이 중국에서 벌어졌기 때문에 북한이 중국에 대한 비난도 있었을 텐데요.
정영: 북한 적십자회는 중국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은 하지 않고, ‘해당나라의 묵인 하에’ 라고 탈북했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중국은 사실상 13명이 합법적인 여권을 가지고 합법적으로 중국을 떠났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니까, 일반 탈북자 사건과는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최민석: 이거 매우 중요한 이야기입니다. 앞으로 탈북자가 중국 공안에 걸릴 경우, 합법적인 증명서를 가지고 있으면 북한으로 돌려보내지지 않겠다는 신호로 보입니다. 정 기자, 북한이 앞으로 어떤 전략으로 나올 것 같습니까,
정영: 북한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북한 내부가 흔들리는 것을 막기 위해서 계속적으로 ‘유인납치’라고 끌고 갈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 매체를 총동원해 주민들에게도 ‘유인납치’라고 계속 주장할 것으로 보이고, 노동당 제7차대회를 맞아 김정은 체제 결속을 위해 주민단속을 강화할 것으로 보이고 있습니다.
지난 4월 11일에도 황병서 북한군 총정치국장은 북한군 육해공군 장병들의 충성맹세 모임을 가지고 김정은에게 충성하자고 다짐했습니다.
최민석: 이 사람들은 시대의 유감입니다. 지금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파악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봐야지요. 그렇습니다. 지금 북한의 장마당 세대가 변화의 새로운 장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 장마당 세대가 앞으로 북한을 변화시키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정영기자, 수고했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다음 시간에 다시 뵙겠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