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민석: 북한에 계시는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한 주간 북한 선전매체의 보도를 다시 한번 뒤집어보는 ‘북한언론의 겉과 속’ 시간입니다. 오늘 진행을 맡은 최민석 입니다. 오늘도 정영기자와 함께 합니다. 정영기자, 오늘 우리가 나눌 주제는 무엇입니까?
정영: 북한이 5월에 치를 예정인 노동당 제7차대회가 외국 손님 없이 치러지는 ‘집안행사’ 가 될 전망입니다. 국제적인 제재가 가동되는 속에서 리수용 외무상이 현재 미국 뉴욕을 방문해 대화국면을 모색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북한이 5차 핵실험 움직임을 보이면서 자칫 빈손으로 돌아갈 가능성도 커졌습니다. 그래서 오늘 시간에는 노동당 7차대회를 맞는 북한의 대외적 환경, 그리고 당대회에서 어떤 주제가 논의될지 한번 미리 들여다보겠습니다.
최민석: 북한이 36년만에 치르게 될 7차 당대회를 맞아 다른 나라 인사들을 초청한다는 애기가 없습니까,
정영: 북한 김정은 정권 2기 막을 열 당 제7차 대회가 하루 하루 다가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 매체에서는 외국손님을 초청한다는 보도는 없고, 단지 폴란드(뽈스까)의 한 협회가 노동당을 찬양하는 글을 홈페이지에 올렸다는 영양가 없는 보도만 했습니다. 한번 들어보고 넘어가겠습니다.
북한 중앙tv보도 녹취: 조선노동당 제7차대회에 즈음하여 조선과의 친선협회 뽈스까 지부가 3월 29일 인터네트 홈페이지에 “불패의 조선노동당” 이런 제목의 글을 올렸습니다.
최민석: 이런 글은 인터넷 상에서 떠다니는 정말 영양가 없는 것인데, 그걸 관영매체가 비중 있게 보도하는 것을 보면 정말 북한이 외국 친구가 없긴 없는 것 같습니다.
정영: 그것도 사람들이 가장 많이 보는 9시 정규보도시간에 보도했는데요, 한국이나 미국에서는 황금시간이라고 하지요. 그 귀한 시간에 인터네트에 쓴 글이나 인용하는 것을 보면 고립됐다는 것을 엿볼 수 있는데요, 올해 초에 북한은 4차 핵실험, 장거리 미사일 발사해서 국제적인 제재를 당하고 있는데, 지금 또 5차 핵실험을 하겠다고 하지 않습니까? 그래서 노동당 7차 대회는 ‘초라한 잔치’가 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습니다.
최민석: 외국인들을 초청하려면 북한 관리들이 먼저 움직여야 하지 않습니까,
정영: 예, 지난 2월 중순에 김영철 노동당 대남비서가 라오스를 방문한 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현재 리수용 외무상이 파리기후변화 협정 서명식 참석을 위해 미국 뉴욕을 방문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외신들은 리 외무상의 방문 목적이 미국과의 대화물꼬를 트는데 있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북한이 지금 5차 핵실험을 하겠다고 풍계리 핵실험장에 트럭들이 왔다 갔다 하지 않습니까, 그러니까, 리 외무상이 빈손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는 것입니다.
최민석: 북한이 진짜 외무상을 보내서 미국과 대화를 원한다면 최소한 도발을 자제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정영: 북한이 리 외무상을 보내 미국과 대화를 하고 싶다고 하면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같은 도발을 뒤로 빼고 방문 목적에 충실해야 하는데, 도발적으로 나가기 때문에 전 세계가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습니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리 외무상이 북한에 있으면 골치 아프니까, 머리를 식히기 위해 외유를 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있습니다.
최민석: 어차피 안될 거 그럴 바에는 밖에 나가 바람이나 쐬자, 이거군요. 중국도 이번에는 안 갑니까,
정영: 대북제재 여건상 중국도 공산당 대표단을 파견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중국은 지난해 북한 노동당 70주년 행사에 권력서열 6위인 류윈산 중국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을 파견했지요.
하지만, 북한이 올해 4차 핵실험을 단행하고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하면서 양국관계는 또다시 냉각기를 맞고 있습니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4월 초에 워싱턴 DC에서 에서 열렸던 핵안보정상회의에 참가해 대북제재를 철저히 이행하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최민석: 자, 이젠 북한의 내부 여건을 한번 알아보죠.
정영: 현재 북한은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누가 뭐래도 나는 내 갈 길을 간다”는 독선주의에 따라 강한 제재와 압박을 받고 있는데요, 유엔결의 2270호의 영향으로 북한의 무역짐배들은 다른 나라 항구에 정박하지 못해서 공해상을 떠다니고, 2년째 멕시코 항구에 억류되어 있던 무역짐배 무두봉호는 멕시코 정부에 의해 강제 몰수당했습니다.
또 며칠 전에는 2명의 북한일꾼들이 달러뭉치를 몰래 가지고 베이징으로 가다가, 경유지인 스리랑카 공항에서 적발되어 전부 몰수당했습니다. 그리고 지난 7일에는 중국에 파견됐던 북한 식당 종업원 13명이 남한으로 집단 귀순하는 사태가 발생했습니다. 그래서 북한은 내부적으로 북한 주민들이 외부로 눈길을 돌리지 못하게 ‘70일 전투’로 뺑뺑이 돌리고, 부족한 외화를 채우기 위해 ‘마른 수건 쥐어짜듯’ 세부담을 늘리고 있습니다.
최민석: 야, 이 말을 누가 만들었는지 정말 와 닿습니다. 북한 사람들은 정말 마른 수건이 맞습니다. 나올 게 없는데 자꾸 쥐어 짜는 겁니다. 정기자, 그런데 당대회 날짜를 보니 농사철인데, 시기도 적절치 않아 보이는데요,
정영: 북한에서는 농사가 안되면 안되지 않습니까, 그런데 북한이 5월에 당대회를 하겠다고 발표해서 적절한지 논란이 많습니다. 북한에서는 “농사철에는 부지깽이도 뛴다”는 속담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 바쁜 농사철에 근 3천명이 넘는 대표들을 평양에 불러다 놓고 큰 잔치를 하려고 한다? 이게 시기적으로 적절하냐는 것입니다.
최민석: 그러면 북한이 이번 당대회에서 어떤 문제를 중점적으로 다룰 것으로 보입니까,
정영: 이번에 당 대회는 “김정은 정권의 제2기 막을 연다” 이렇게 볼 수 있지 않습니까, 장성택이나 김경희 등 원로들의 섭정이 없이도 김정은이 혼자 갈 수 있다는 것을 선포하는 의미가 큽니다. 그래서 대대적인 세대교체도 예상되고 있고요. 일단 노동당 총비서를 선출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고요. 그리고 노동당 비서국, 정치국 위원과 후보위원들, 18개 노동당 전문부서도 재정비할 것으로 보입니다.
김정은을 노동당 총비서로 추대할 수 있다는 관측도 있지만, 2012년에 자기 아버지인 김정일을 영원한 총비서로 만들지 않았습니까, 그래서 가능성은 낮다고 한국 언론은 보도했습니다.
이 과정에 세대교체 문제인데요. 지금 30대인 김정은이 나이 때문에 나이 많은 사람들과 맞지 않는다는 관측도 있지 않습니까, 그래서 나이 많은 사람들을 배제하고, 젊은 층으로 대폭 물갈이 할 것으로 보는 견해도 있지만, 김정은의 입장에서는 여전히 오랜 경험을 가진 원로들의 조언도 필요하기 때문에 노중청을 결합한 인사교체가 이뤄질 것으로 한국의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습니다.
최민석: 정기자, 노동당 규약에 대한 수정 가능성도 있지 않은가요?
정영: 이번 7차 당대회에서는 북한 노동당 규약에 핵보유국을 명시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진단하고 있습니다. 이미 2012년 북한 헌법에 핵보유국을 명문화 했고, 북한을 김일성 김정일 조선 등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이번 7차 당대회에서 당규 수정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최민석: 인민생활 개선과 관련한 혁신적인 대책도 나오지 않을까요?
정영: 북한 주민들이 가장 관심 많은 부분이 바로 먹고 사는 문제, 경제문제이거든요. 하지만, 이번 7차 대회에서는 경제문제보다는 정치 군사적 측면을 집중 강조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 이유는 김정은 정권은 핵과 경제 병진 노선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외부의 압박을 피할 수 없습니다.
왜냐면 할아버지인 김일성 주석은 노동당 6차 대회 때 사회주의경제건설의 ‘10대 전망목표’를 거창하게 세웠다가 수행하지 못해 쩔쩔맸습니다. 지금도 기억에 생생한데요. 10대 전망목표는 알곡 1천만톤, 석탄 1억 5천만톤, 천 (옷감) 15억m 등 10개 경제목표를 달성하겠다는 것인데, 36년이 지난 지금도 실현 불가능한 목표가 됐습니다.
이걸 달성하지 못해서 김일성주석은 7차 당대회를 못하고 있었고, 아버지인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당대회 같은 것은 생각지도 않았고, 그런데 김정은 제1비서가 36년만에 7차 당대회 문을 열려고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은 이렇게 경제 목표를 세웠다가 노동당이 신뢰를 잃느니 아예 세우지 않는 편이 낫다고 생각할 수 있다는 겁니다. 그래서 경제문제와 관련해 무리수를 두지 않고“자력자강이 제일이다”는 원론적인 구호에만 머물 것으로 관측되고 있습니다.
최민석: 그렇습니다. 북한은 병진노선이라고 하지만, 경제는 포기할 것이라는 주장이군요. 김일성 주석도 “이 밥에 고깃국을 먹이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못해 7차 당대회를 못했습니다. 손자 대에 36년만에 치러지게 되었지만, 인민들에게는 핵보다도 이밥이 더 귀하다는 것을 김정은 정권은 외면하고 있습니다.
정영기자 수고했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다음 시간에 다시 뵙겠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