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민석: 북한에 계시는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한 주간 북한 선전매체의 보도 내용을 다시 한번 뒤집어보는 ‘북한언론 뒤집어보기’ 시간입니다. 이 시간 진행을 맡은 최민석입니다. 오늘도 정영기자와 함께 합니다. 정영기자, 오늘 나눌 주제는 무엇입니까?
정영: 얼마 전 북한 매체에 보도된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의 사진이 또 조작되었다는 의혹을 받고 있습니다. 지난 19일에 노동신문은 백두산 정상에 오른 김 제1위원장이 북한군 전투비행사들 속에 둘러싸인 모습을 공개했는데요, 그 중 한 무리의 비행사들이 공중 부양한 듯한 모습이 노출되면서 조작의혹을 받고 있습니다. 요즘 북한이 김정은 우상화에 과도하게 집착하다 보니 이런 우를 범하는 것 같은데요, 이에 관해 과거 사례를 들어 이야기 해보겠습니다.
최민석: 북한에서 김씨 일가 하면, 이른바 최고 존엄으로 우상화되고 있는데, 또 사진이 조작됐다면 비상사건이 아닐 수 없는데요, 왜 이런 일이 빈번히 발생하는 지 알아보겠습니다. 정영기자, 구체적으로 어떤 사진이 그런 의혹을 받고 있습니까,
정영: 지난 4월 19일자 노동신문에 난 사진인데요, 청취자 분들도 노동신문을 볼 수 있으리라고 보이는데요, 김정은 제1위원장이 4월 18일 새벽에 백두산 정점에 올랐다고 합니다. 거기서 백두산 답사행군에 오른 북한군 전투비행사들과 만났다고 하는데요, 이상한 모습이 발견됐습니다.
사진 속 16명의 비행사들이 무슨 기중기차에 탄 것처럼 허공에 매달려 있습니다. 주변 군인들보다는 2~3미터 정도 높게 떠보였습니다. 이들은 김정은을 바라보며 환호하는 모습이었는데요, 군인들이 사진에서처럼 떠 있으려면 분명 어떤 지지대에 올라가던가, 아니면 기중기차의 팔에라도 매달려야 하는데, 뒤에 지지대가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
오히려 멀리 배경으로 백두산 천지가 보이는데요, 군인들이 백두산 천지를 타고 앉을 수도 없지요. 한국의 한 사진전문가는 십중팔구 조작된 사진이 틀림없다고 고증했습니다. 그리고 조작 의혹을 받은 비행사들의 바지가랑이도 잘린 듯한 모습인데요 북한 노동신문에 이렇게 조작된 사진이 올리자 세상 웃음거리가 되고 있습니다.
최민석: 북한이 이렇게 왜 유치한 방법으로 사진을 조작하는 지 모르겠습니다.
정영: 북한이 사진을 조작하는 것은 ‘최고 존엄’인 김 제1위원장이 참가한 행사 참가자 수를 부풀려서 인민들의 적극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는 것을 내외에 과시하려는 것으로 보입니다.
인민들 속에 들어가면 ‘인민의 지도자’, 군대들 속에 들어가면 ‘병사와 고락을 같이 하는 최고사령관’이라는 이미지를 구축하려고 하는데요, 그런데 사진 조작을 아주 매끄럽게 하지 못하다 보니 담당자가 무사치 못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제 주민들이 이 사실을 알게 되면 김정은의 위상을 올리기는커녕 오히려 깎아먹는 역효과를 가져오거든요.
최민석: 이외에도 북한 매체에 김정은의 조작된 사진이 나온 게 여러 번 되지 않습니까,
정영: 대표적으로 조작된 사진은 2013년 미국의 전 프로농구선수 출신 대니스 로드먼이 북한에 갔을 때 찍은 사진입니다. 노동신문은 대니스 로드먼이 김정은 제1위원장과 대화하는 사진에서 통역의 모습을 지워버렸는데요, 통역의 얼굴을 지워버렸는데, 그만 팔을 지워버리지 못한 사진을 전송했습니다. 아마 김정은이 로드먼과 통역 없이 영어를 능숙하게 구사한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 그렇게 한 것으로 보입니다만, 그래서 웃음거리가 되었는데요, 외부사회에서는 이런 조작이 더는 통하지 않지요. 이젠 북한 지도자도 좀 깨달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또 다른 사진조작 의혹은 2013년 10월 김정은 제1위원장이 평양 문수지구 아동병원을 시찰할 때 사진입니다.
당시 김정은은 장성택, 마원춘 등과 뭔가 이야기 하는 모습이었는데요, 건설장에 서있는 김정은의 발은 공중에 약간 떠있는 듯 했고, 김정은의 오른 손에 이상한 그림자가 나타나 조작의혹을 받았습니다. 미국의 한 인터넷 매체는 “ 사진이 겉보기엔 그럴듯하지만 완벽한 조작엔 실패했다”고 비평했습니다.
또 마식령 스키장에서도 조작 흔적이 발견됐는데요, 비록 김정은의 사진은 아니었지만, 스키장에서 스키를 타는 사람들의 숫자를 일부러 많이 보이도록 여러 군데 스키 타는 사람들을 박아 넣었는데 이것도 좀 어색했습니다.
최민석: 북한의 권위 있다는 매체들이 이렇게 사진 조작을 하는데, 주민들이 이걸 알까요?
정영: 요즘이 어떤 세월입니까,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가지고 사진을 자체로 찍고, 또 합성하고 그런 시대가 아닙니까,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척 보면 사진이 가짜인지, 진짜인지를 구별하는 시대입니다.
북한주민들도 이제는 스마트 폰이나, 디지털 카메라를 보유한 사람들이 적지 않기 때문에 사진에 대해서는 제법 잘 알고 있습니다.
북한당국이 주민들은 알아보지 못할 것이라고 단정하고, 사진 조작을 하지만, 이제는 외부를 의식해서라도 그런 작업은 그만 두어야 하지 않을까, 봅니다. 웃음거리가 되거든요.
최민석: 김정은 제1비서가 백두산에 갔던 김에 백두산선군청년 발전소에도 들린 것 같습니다. 이 발전소가 몇 년째 건설되고 있지요?
정영: 4월 20일자 노동신문을 보니까, 김정은 제1위원장이 백두산선군청년발전소를 시찰했다고 보도됐습니다. 이 발전소는 약 20년 가까이 건설되고 있는데요.
최민석: 와, 규모가 대단한 큰 모양이지요.
정영: 이 발전소는 발전량 5만kw밖에 안 되는 공사입니다. 처음에 민간에서 10년 가까이 짓다가 부진을 면치 못하자, 청년동맹이 자기네가 짓겠다고2004년에 떠맡았다고 합니다.
청년동맹은 황토발전소라는 이름대신 ‘백두산선군청년 발전소’라는 다소 요란한 명칭을 달고 8천명이라는 인력을 동원해 공사에 달라붙었으나, 아직까지 끝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최민석: 이렇게 지지부진한 공사장을 김 제1위원장이 방문했는데, 이 발전소 나이가 거의 김정은 나이와 비슷하지 않습니까,
정영: 김정은의 나이가 30대초이니까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아무튼 공사가 20년 되었다는 점에서 볼 때 상당히 거북이 걸음입니다. 그런데 북한의 청년동맹이 이 공사를 끝내지 못하는 이유가 북한이 이 주변에서 지하핵실험을 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최민석: 아, 지하핵실험이요?
정영: 예, 북한이 지금까지 핵실험을 여러 번 했는데, 핵실험할 때 충격파 때문에 바위에 금이 가서 물이 샌다고 합니다. 또 공사에 동원된 청년들이 배가 고파 주변 주민들의 재산을 로략질해서 주민들의 원성이 높다고 하는데요,
발전소 공사에 동원된 돌격대원들이 주민들의 재산을 로략질하기 때문에 주민들은 “발전소 건설이고 뭐고 제발 이 지역에서 나갔으면 좋겠다”는 바램을 갖고 있다고 합니다.
최민석: 예, 청년들도 그렇지 배고프고 추운데 언제 일할 생각이 나겠습니까, 북한도 청년들에게 적절하게 지원만 해줘도 발전소가 완공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정영기자, 수고했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다음 시간에 또 뵙겠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