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에 의지해야 통치되는 북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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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석: 북한에 계시는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한 주간 북한 선전매체의 보도 내용을 다시 한번 뒤집어 보는 '북한언론 뒤집어보기' 시간입니다. 오늘도 정영기자와 함께 합니다.

정영기자, 오늘 나눌 주제는 무엇입니까,

얼마 전 북한 중앙텔레비전은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어린 시절 군복 입은 모습을 공개하면서 우상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지도자가 어려서부터 군복을 입었다는 것. 이것은 군복을 입어야만 통제되는 북한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단면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또 현재 북한을 실질적으로 움직이는 노동당 간부들도 대부분 군복을 입고 통치하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그래서 오늘 시간에는 군대가 움직이는 북한의 공포 정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보겠습니다.

최민석: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어려서부터 군대에 의존해야 나라를 통치할 수 있다는 교육을 받으며 성장했다고 볼 수 있겠는데요, 정영기자, 그 영상이 공개된 시점은 언제입니까,

정영: 북한 중앙텔레비전은 지난 21일 저녁시간에 김정은과 부인 리설주가 제1차 비행사대회 참가자들과 모란봉악단 공연을 함께 봤다고 보도했습니다. 그런데 공연 배경화면에 비행사 군복을 입은 네댓살 나이의 김정은의 사진 두 장이 공개됐습니다. 별이 몇 개인지는 잘 식별되지 않는데, 2012년에 공개된 김정은 제1위원장이 군복을 입은 유아시절 사진에는 별이 네 알, 대장군복을 입고 있었습니다.

한번 직접 들어보시겠습니다.

북한 중앙tv: (김정은 동지께서) 부인 리설주 동지와 함께 4월 16일 조선인민군 제1차 비행사 대회 참가자들을 위한 모란봉 악단의 축하공연을 관람하시었습니다.

최민석: 중앙텔레비전에 공개된 내용을 보니까, 북한 공군에 대한 김정은의 업적을 과시하기 위한 영상으로 보이는 데요?

정영: 영상에는 김정은이 어려서부터 공군복을 입은 모습, 그리고 10대에는 비행기 조종간을 잡은 뒷모습도 보입니다. 이번에 4월 15일 맞아 김정은이 전국의 비행사들을 평양에 불러다가 제1차 비행사 대회를 진행하지 않았습니까, 그러니까 자신은 어려서부터 북한 공군을 지도했다는 걸 보여주는 과시라고 보입니다. 우상화의 일환으로 볼 수 있겠지요.

최민석: 리설주의 아버지도 공군비행사 출신 아닙니까,

정영: 그렇지요. 순안비행장 비행사로 근무하고 있다고 알려지기도 했습니다.

최민석: 그전에 북한 매체에 공개된 것을 보니까, 김정은이 후계자 시절에 탱크병 모자를 쓰고 탱크를 몰고 60도 경사지를 올라갔다는 우상화 내용이 포함되어 있던데요, 이번엔 비행기를 몰았다는 내용은 없습니까?

정영: 김정은이 고소 공포증이 많았던 아버지 김정일과는 달리 비행기를 타고 다니는 모습도 중앙텔레비전에 공개되기도 했는데요. 아직까지 비행기를 몰았다는 우상화 내용은 없습니다.

최민석: 왜요? 어려서부터 비행기까지 몰았다고 하면 남들이 안 믿을까 봐 그러는가요?

정영: 그렇게도 봐야겠지요.

최민석: 이 사진을 보면 김정은은 네 살 때부터 대장이 되게끔 되어 있었다는 소리네요.

정영: 그때부터 이미 대장이 되어 있었다고 볼 수 있지요. 뭐가 부족하겠습니까, 대장도 마음대로 달고 붙이고 하는 권력을 가졌는데. 단지 2010년에는 대장칭호를 수여한다는 형식적인 절차만 거쳤다는 겁니다. 발표만 했을 뿐이지요.

최민석: 김정은 제1위원장이 군복 입는 모습. 정상적인 국가 지도자라면 책을 좋아하는 게 훨씬 좀더 나아 보이지요. 보통 다른 나라 대통령들의 경우에는 대학에서 공부했던 모습을 많이 볼 수 있지 않습니까, 그런데 김정은의 경우에는 대학교나 학교에서 책을 보는 사진은 볼 수 없습니다.

정영: 지금 북한인민들에게는 먹고 사는 게 시급합니다. 왜냐면 중국이 발전도상국 나라인데도 중국에 나온 북한 주민들은 중국이 정말 천당과 같은 나라라고 부러워하고 있습니다.

최민석: 정영기자, 그러면 중국에 대해서 좀 더 말씀해주시죠.

정영: 지금 중국 국민들의 소득을 보면 일년에 약 6천 달러 정도 됩니다. 그런데 미국 국민소득의 경우에는 4만 5천 달러 정도 되고요. 그리고 한국의 경우에는 2만 6천 달러 수준이고요. 그러면 중국보다는 4배 많게는 10배 가까이 앞선 나라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북한 주민들이 중국에 나와서 느끼는 것은 "중국에서는 정말 개도 이밥을 먹는 나라구나" 그리고 집에서 수돗물이 콸콸 나오고, 가스를 마음대로 쓰고, 샤워를 할 수 있다는 게 얼마나 행복한가 하고 부러움을 금치 못하고 있습니다. 사실 중국을 방문하는 북한 주민들은 세계에서 잘사는 나라라고 생각하는데 중국도 아직 발전을 더해야 할 나라입니다.

최민석: 아직 더 많이 가야지요. 결국 북한 주민들이 보는 중국은 잘사는 나라는 아닙니다. 특히 한국과 비교해볼 때 그렇습니다.

정영: 북한 주민의 입장에서 볼 때 시급한 것은 경제를 빨리 발전시킬 수 있는 지도자, 세계적인 발전추세를 잘 아는 지도자가 경제를 책임지고 이끌어야 하는데 보시다시피 어려서부터 군복을 입고 있는 모습, 비행기를 타는 모습을 보여주면 이게 북한 주민들의 생활과는 동떨어진 모습입니다.

최민석: 예전에 했던 선군정치 한 모습이라고 볼 수 있지요. 그래서 북한이 공포정치를 하고 있는 거라고 볼 수 있는데요, 말로는 통제가 안되니까 장성택을 처형하고, 또 군복을 입혀서 인민을 통제한다 이렇게 볼 수 있지 않습니까,

정영: 현재 북한 주민들은 외부정보를 접하고 외부세계의 발전상을 깨닫기 시작했습니다. 또 젊은 층을 중심으로 정권에 대한 불신감이 확산하는 상황입니다. 그래서 북한은 주민들을 통제하기 위해서 권력기관에 군복을 입히는 것입니다.

최민석: 그래서 북한이 공포정치를 하고 있는 거군요.

정영: 주지하다시피 북한의 지도부도 대부분 군복을 입었습니다. 그건 뭐냐, 바로 북한이 군대에 의지해서 주민들도 통제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최민석: 대부분 독재국가들이 군복을 참 좋아하지요.

정영: 그렇습니다. 미얀마 군부나 쿠바의 피델 카스트로도 일생 군복을 입고 있습니다. 그런 나라들을 보면 사회가 발전하지 못하고 폐쇄적입니다.

최민석: 지금 자기들만 전투하고 있습니다. 다른 나라들은 다 발전하고 있는데…

정영: 북한 김정은도 김정일 사망 이후 군복에 집착하는 모습을 노골적으로 보여주고 있는데요, 그것은 그만큼 북한 사회가 군대가 움직일 수 없는 그런 취약함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지금 김정은 제1위원장이 원수이지요. 그리고 그 밑에 노동당 간부들, 국가안전보위부, 인민보안부 이런 권력 기관들을 보면 전부 군복을 입고 통제하고 있습니다.

최민석: 자, 그러면 이 참에 북한에서 군복 입은 간부들을 한번 꼽아보시죠. 도대체 얼마나 되는지...

정영: 우선 김정은 제1비서가 27살 나이에 벼락같이 대장 군사칭호를 달았지요. 당시에 김경옥, 김경희, 최룡해가 함께 대장 군사칭호를 달면서 세상을 놀래 왔습니다. 아무 이름도 없던 사람들이 불쑥 낙하산처럼 타고 내려와서 대장별을 달았는데. 그것도 60이 넘은 할머니가 대장을 단 것은 그야말로 세계적인 코미디가 되었습니다.

최민석: 여기다 김여정도 대장을 달았다면 정말 코미디가 되었겠죠?

정영: 아마 김여정도 군사칭호가 있을걸요. 지금 당중앙 위원회 부부장급이 되었으면 중장이나 상장급으로 내정되어 있을 겁니다.

최민석: 아, 그러니까, 집안식구가 모두 대장 상장입니다. 군 경험이 하나도 없는데 정말 대단합니다. 자, 그런데 정영기자, 군 경험이 하나도 없는 27살짜리가 대장칭호를 받았을 때 북한 주민들의 반응은 어땠습니까,

정영: 북한 내부 주민들 속에서는 아닌 밤중에 홍두깨였다는 반응을 보였는데요.

최민석: 왜요?

정영: 군 장령들은 우리는 '쪽줄(한 줄짜리 하전사)'부터 시작해서 50대 60대가 되어서야 겨우 큰 별을 달았는데, 이건 20대의 젊은 김정은이 대장을 달고 나오니까, "야, 대장이 누구네 맥주집 간판이냐"라고 너무하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최민석: 그런데 정영기자, 이런 것들은 이미 김정일 시대부터 쭉 이어졌던 하나의 관행처럼 되어 왔는데, 백두가문에서 누가 대장이 된다고 해서 별 문제가 없지 않습니까,

정영: 그래도 북한 주민들도 보는 눈은 다 있거든요. 단지 말을 못할 뿐이지요. 혹시 최민석 기자도 대장별을 달고 한국군에 가면 상장이나 소장 이런 사람들이 뭐라고 할 것 같습니까,

최민석: 아마 저를 잡아서 뒤로 묶어서 정신병원에 보내겠지요. 그게 정상이지요.

정영: 그렇지요.

최민석: 북한 주민들도 말도 안 되는 것들을 다 알고 있다. 하지만 말을 못하고 있다. 그렇습니다. 인민들이 먹고 살자면 군대보다는 경제 중시형 지도자가 필요합니다. 그러나 군복을 입고 자란 김정은이 지도자가 되었으니, 경제 건설은 물 건너 간 것이나 다름 없습니다. 정영기자 오늘 수고했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안녕히 계십시오. 다음 시간에 다시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