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세월호’ 시비할 자격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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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석: 북한에 계시는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한 주간 북한 선전매체의 보도 내용을 다시 한번 뒤집어 보는 '북한언론 뒤집어보기' 시간입니다. 오늘도 정영기자와 함께 합니다.

정영기자, 오늘 나눌 주제는 무엇입니까,

정영: 최근 북한 선전매체가 한국에서 뜻하지 않게 일어난 대형 여객선 침몰 사고를 한국 정부의 책임으로 돌리는 여론을 확산시키고 있습니다. 북한 대남 웹사이트 '우리민족끼리'는 사고의 본질을 정부의 잘못으로 보도하고, 얼마 전에 발표한 '남조선인권백서'라는데서는 "세월호의 대형사고는 전적으로 괴뢰정권의 반인민적 정책이 빚어낸 결과"라고 비난했습니다. 그래서 오늘 시간에는 북한에서 일어난 대형 사건 사고에 대해서는 일절 보도도 하지 않고 덮어두는 북한이 과연 세월호를 시비할 자격이 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최민석: 북한 매체들이 북한에서 일어나는 대형 사건 사고에 대해 일절 보도하지 않고 있는데요, 어떤 사고가 있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정영기자, 북한 매체가 요즘 세월호 사고 소식을 어떻게 보도하고 있습니까,

정영: 북한은 사고가 발생하자 마자 정부 책임론을 흘리면서 이 사건을 남남 갈등, 반정부 감정을 부추기는 그런 선동을 하고 있습니다. 지난 4월 27일과 28일, 29일 연이어 세월호 사고와 관련한 동영상을 해외 웹사이트 Youtube에 올리고 반 정부 감정을 적극 유발시키고 있습니다. 한번 직접 들어보시죠.

북한 동영상 녹취: 구조대책을 제대로 세우지 못한 데 대한 유가족들과 남조선 사회각계의 슬픔과 분노의 목소리가 얼마나 거세고, 세계 언론의 비난 여론이 얼마나 높은지 잘 알았습니다.

최민석: 세월호 침몰 사건으로 대한민국이 슬픔에 빠져있는데 북한은 대남 선동에 나서고 있군요.

정영: 심지어 북한은 노동신문 19일자에서 "남한의 정치 정세가 반독재 민주화 불길이 타올랐던 4.19 전야를 방불케 하고 있다"라고 전하면서, "남한 인민들은 제2의 4.19로 독재정권의 반역통치를 끝장내야 한다"고 이렇게 선동했습니다.

최민석: 아니 사고를 당한 가족들을 위로는 못할 망정 사회를 더 혼란스럽게 반정부 선동을 부추긴다는거, 이거 정말 인륜에 어긋나는 행위가 아닙니까?

정영: 북한은 사고가 발생한 이후 위로전문을 보내서 한국 내 여론을 다소 잠재우기도 했는데요, 23일 조선적십자회 중앙위원회 위원장 명의로 "세월호 침몰로 수많은 승객들이 사망하거나 실종된 데 대해 위로를 표한다"고 전하기는 했습니다.

최민석: 그런데 한쪽에서는 사고를 위로한다고 전문을 보내고, 다른 한 쪽에서는 남한 정부를 비난하고 있군요. 결국 두 가지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정영: 북한이 이처럼 위로전문을 보낸 것은 남한 주민들의 민심은 사는 한편, 남한 정부를 고립시키고 혼란에 빠뜨리려는 의도가 다분하다는 겁니다. 북한을 경험했던 탈북자들은 대형 사건사고를 덮어두고 있는 북한이 과연 남한 정부를 시비할 자격이 있는지 할말을 잃었습니다.

최민석: 탈북자분들이 이런 식으로 북한 정부를 좋지 않게 생각하는 것은 뭘 숨기고 있는 거 아니겠습니까,

정영: 북한에서 대형사고는 잘 알려지지 않아서 그러지 이보다 훨씬 많습니다. 한국은 자유민주주의 사회이니까,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기 위해 언론이 경쟁적으로 보도하지 않습니까,

최민석: 이런 것을 덮어두었다가 앞으로 터지면 정치적으로 큰 손실을 입게 되지요.

정영: 그러니까, 한국에서는 사회적으로 발생하는 여러 사건사고나 문제들에 대해 언론이 앞장서서 다 파헤치지 않습니까,

최민석: 요즘에는 인터넷이 발달되어서 자질 자질한 것까지 다 나옵니다.

정영: 북한은 한국 언론을 실시간으로 감시하면서 이것을 오히려 한국 정부를 비난하고 한국이 혼란스럽고 반 인민적인 사회라는 것을 북한 주민들에게 호도하는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최민석: 그리고 북한 정권이 이전에 한국에서 대규모 시위가 일어날 때 요런 식으로 재미를 좀 봤지요.

정영: 그런데 북한이 너무 써먹다 보니까, 한국 국민들도 이젠 잘 속지 않지요.

최민석: (북한의 꼼수를) 파악도 된데다가 최근에 있는 여러 북한의 도발이 한국 사람들의 마음을 완전히 돌려놓았어요.

정영: 북한의 대형사고는 잘 알려지지 않아서 그러지 이보다는 훨씬 많은데요. 북한은 원래 사회간접 시설, 즉 철도가 노후하고 자동차, 버스 등 교통수단이 너무 열악하기 때문에 대형사고가 끊이지 않고 일어납니다. 하지만, 사고가 일어나면 절대 보도를 하지 못하게 막습니다. 그래서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것들이 많지요.

최민석: 정영기자, 지금까지 일어난 사고가운데 전혀 보도되지 않은 것들이 있지 않습니까, 좀 소개를 해주시죠. 어떤 대형사고가 있었는지……

정영: 한가지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지난 2003년 12월 22일 평양시 옥류교에서 발생했던 버스 추락사고가 대표적인 예가 되겠습니다.

최민석: 버스 추락사고요? 그런 사고가 있었습니까,

정영: 이젠 11년 전 일인데요. 지난 2003년 12월 22일 평양시에서 사람들을 빼곡히 태운 버스가 통째로 대동강으로 들어간 사건이 있었습니다. 당시 12월 24일은 김정일의 생모 김정숙의 생일이었는데요. 그러니까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할머니가 되지요. 그때를 맞아 행사준비에 동원됐던 사람들이었습니다. 행사가 끝나고 귀가하던 수백 명의 시민들이 버스에 탔다고 합니다. 사실 버스 정원이 45~50명 정도인데, 170여명이 탔다고 합니다.

최민석: 워낙 교통편이 없으니까, 사람들이 많이 몰렸군요.

정영: 당시 평양시 사동구역을 떠난 버스가 동대문으로 가댔는데요, 그때 밤늦고 날씨가 춥고 하니까 사람들이 빨리 집에 가려고 빼곡히 탔거든요. 그런데 버스가 대동강 옥류교를 건너다가 난간을 들이받고 대동강에 떨어졌다고 합니다.

최민석: 아이고~ 쯧쯧

정영: 그래서 이 버스에 탔던 150여명의 사람들이 대부분 익사했다고 하는데요, 북한당국은 옥류교의 앞 뒤를 막고, 구조작업을 벌인다고 했는데, 모든 자동차와 버스가 다니지 못하게 막았지요. 그리고 주민들에게 입막음을 시켜서 몇 명이 죽었는지 통계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최민석: 그 150여명이 탔던 버스가 추락했는데, 한 명도 산사람이 없다는 소린가요?

정영: 문가에 탔던 학생 여러 명은 살았다고 하는데요, 신통이 이때 사망한 학생들은 굉장히 똑똑하고, 공부도 잘하고 가정적으로도 아주 아끼던 학생들이었다고 하는데요, 참, 사망자 가족들은 억장이 무너지는 상황이었지요.

최민석: 이런 대형사고 현장에, 그때 당시 김정일 지도자가 현장을 방문했나요?

정영: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방문했으면 노동신문에 크게 났겠는데, 보도자체가 없었으니까, 다녀가지 않았다고 봐야지요. 그런데 세월호의 경우에는 남한의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현장을 방문하지 않았습니까, 그리고 실종자 가족에게 전화번호를 받아가지고 돌아가서는 진짜 실종자 구조상황을 설명해주지 않았습니까, 그리고 위로를 했지요.

최민석: 그리고 실종자 가족들과 유가족들에게 사고 대처에 대한 확실한 약속을 하고 갔지요.

정영: 그런데 북한의 경우에는 나라의 지도자가 사건 사고현장이나 자연재해 현장에 다니는 역사가 없습니다. 이것이 남과 북의 큰 차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최민석: 그러면 그 옥류교 교통사고 당시 그 실종자 가족들이나 피해자들에게 보상 같은 것은 있었습니까,

정영: 남한으로 나온 탈북자들 가운데는 그때 사망한 사람의 친구도 있습니다. 그 친구의 말에 따르면 그때 실종자 가족, 사망자 가족에게 아무런 보상도 없었다고 합니다.

최민석: 그렇군요. 그 당시 사고를 당한 실종자와 사망자 가족들은 정말 어처구니 없고 억장이 무너졌겠군요.

정영: 그런데 가관인 것은 다음날이 김정숙 생일이거든요. 그러니까, 북한당국은 그 대형 사고가 발생한 다음날에도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대학생들과 가족들을 행사장으로 불러내 무도회를 벌였다고 합니다.

최민석: 아니 그건 무슨 말입니까, 그 행사장으로 사람들을 불러냈다고요?

정영: 그렇습니다. 정치행사니까, 보장은 해야겠다, 그래서 사람들에게 춤까지 추게 했다고 합니다.

최민석: 이것은 정말, 아~ 제가 억이 막혀 특별히 할 수 말이 없습니다. 이건 말이 안됩니다. 정치행사 때문에 억울하게 죽은 150여명의 영혼들을 달래주지 못했다, 그 가족들을 위로하지 못했다, 국가가 가지고 있는 책임 자체를 회피한 것이고, 북한은 이미 1990년대 중반에 수백만의 주민을 굶겨 죽였습니다. 김정일호가 이끄는 배였습니다. 그 많은 형제 친지 자매를 잃은 유족들에게 단 한마디 사과도 하지 않은 김정일 호. 과연 세월호의 유족들을 위로할 자격이 있을까요?

정영기자, 수고했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감사합니다. 다음 시간에 다시 뵙겠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