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썽 많은 ‘백두혈통’ 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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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석: 북한에 계시는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한 주간 북한 선전매체의 보도 내용을 다시 한번 뒤집어 보는 '북한언론 뒤집어보기' 시간입니다. 오늘도 정영기자와 함께 합니다.

정영기자, 오늘 나눌 주제는 무엇입니까,

정영: 최근 북한 선전매체에 새롭게 떠오르는 주목할만한 인물이 있습니다. 바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친여동생 김여정인데요, 얼마 전 노동신문에는 김여정이 강원도 원산시에 새로 건설된 송도원국제소년단 야영소 개관식 주석단에 서있는 모습이 공개됐습니다. 아직 직책도 불분명한 김여정이 최근 들어 김정은 관련 행사에 빠짐없이 얼굴을 보이고 있는데요, 이것은 북한이 주장하는 '백두혈통'의 정통성을 부여하면서 김정은 유일지배체제를 구축하려는 의도로 보입니다.

그래서 오늘 시간에는 북한의 진짜 '백두혈통'과 가짜 '백두혈통'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최민석: 요즘 북한 매체에 얼굴이 많이 보이는 김여정의 등장, 과연 진짜 백두혈통의 정통성이 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정영기자, 요즘 김여정의 모습이 tv에 많이 비치고 있지요?

정영: 예, 지난 5월 3일자 노동신문을 한번 보고 넘어가시죠. 사진을 보면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황병서 총정치국장, 최태복, 김기남 당비서 등 당과 국가 고위간부들과 함께 새로 건설된 송도원 국제소년단 야영소 개관식에 참가했습니다. 그런데 여기 가운데 사진을 보니까, 20대의 한 여성이 눈에 유난히 띄었습니다.

최민석: 20대의 여성인데 여성으로는 한 사람뿐이네요.

정영: 그가 바로 평양의 젊은이들 속에서도 화제가 되고 있는 김정은의 동생 김여정입니다. 중앙텔레비전의 보도를 한번 듣고 이야기 해보겠습니다.

북한 중앙tv녹취: 지금부터 송도원 국제소년단 야영소에 새로 정중히 모신 위대한 수령님과 …

이것을 보고 한국언론과 외신은 앞으로 김여정이 김경희를 대신할 막중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습니다.

최민석: 한동안 김여정은 김정은 제1비서를 뒤에서 보좌하고 있다는 애기는 나오지 않았습니까,

정영: 우리 방송에서도 작년 7월에 보도한 내용인데요, 김여정이 노동당 조직지도부 행사과장을 맡고 있다고 보도했지요. 이 소식은 평양에서 나온 이야기인데요, 그래서 상당히 신뢰성 있는 보도였는데, 소식통에 따르면 김여정은 김정일 사망 이후 김정은의 행사 현장을 직접 챙기고 있다, 바로 1호 행사를 보장하는 그런 역할을 한다고 했는데, 먼저 김여정이 수행하는 일은 김정은이 돌아볼 행사장을 먼저 답사하고 호위총국 경호대원들의 상태를 점검하고, 조명장치 무대장치 같은 것을 먼저 보고 김여정의 눈에 들어야 김정은을 모실 수 있다는 말이 간부들 속에서 돌았다고 합니다.

최민석: 그러니까, 쉽게 말하면 행사장 코디네이터(행사담당자) 역할을 했다는 거네요.

정영: 행사장을 직접 점검하는 일을 했지요. 한번은 어떤 일이 있었는가 하면 지난 2012년 여름에 5월 1일 경기장 옆에 릉라인민유원지가 개관되지 않았습니까?
그때 행사장에 커다란 모래무지가 있었다고 해요. 공사하다 남은 모래겠지요. 그런데 김정은이 나오기 몇 시간 전에 김여정이 그걸 보고 "저 모래무지를 당장 치우라"고 지시하자, 수많은 병사들이 동원되어 그 모래무지를 치우느라 땀을 철철 흘렸다고 하는데요. 그렇게 하부에 대고 지시하는 중요한 위치에 있었다는 겁니다.

최민석: 그러다가 이제는 김정은의 곁에서 당당하게 모습을 드러내고 있군요. 더 이상 음지에 숨어서 움직이지 않겠다는 소린데요. 그러면 언제부터 김여정이 전면에 등장하고 있는가요?

정영: 공식적으로 등장한 것은 지난 3월 9일에 진행된 최고인민회의 제13기 대의원 선거때였는데, 김여정이 그때 김정은 제1비서와 선거장에 나가서 투표하는 모습이 공개됐습니다. 그를 소개할 때 최룡해 총정치국장, 김경옥 노동당 제1부부장, 황병서 부부장 뒤에 호명됐는데, 당중앙위원회 책임일꾼으로 소개됐습니다. 그때부터 전면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최민석: 참 말이 난 김에 김경희 노동당 비서의 거취는 어떻게 되었습니까,

정영: 장성택 숙청 이후에 김경희도 함께 사라졌는데 북한 주민들도 "김경희는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다"라고 단정하고 있습니다.

최민석: 그런데 얼마 전에 북한 중앙 텔레비전에 김경희의 사진이 공개되지 않았습니까,

정영: 김경희는 2013년 9월 9일 장성택과 함께 북한 인민내무군 예술단 공연을 본 다음에 공개 석상에서 사라졌는데요, 내부적으로는 장성택 문제를 두고 김정은과 갈등이 많았다, 김정은과 다투었다는 소문도 있었고요. 남편 숙청에 상처를 받고 운둔 생활을 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있고요.

최민석: 병이 악화되어 사망했다는 이야기도 있었지요.

정영: 그런데 북한 매체에서 언뜻 김경희의 모습이 한번 나오긴 했습니다. 지난 4월 15일 북한 텔레비전에서 김정은이 금수산 기념궁전을 참배하는 모습을 공개했는데, 거기서 김경희의 모습이 빠지고 리설주가 참가한 다른 사진으로 대체되었어요. 원래 그 영상 자료에는 김경희가 있었지, 리설주는 없었거든요. 그래서 한국언론도 아, 김경희는 정치적으로 완전히 사라졌다고 단정했습니다.
그런데 그로부터 보름 뒤에 북한 텔레비전에서 다시 김경희의 영상자료가 나왔는데요, 김경희 비서가 오빠인 김정일과 함께 찍은 사진이 공개됐고, 그리고 김정은을 비추는 화면의 저 쪽 한구석에 김경희가 서있는 모습이 보여지기도 했습니다. 그걸 보면서 아, 북한매체가 남한 언론을 상당히 의식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고요. 남한 언론이 '북한이 지금 김경희 흔적을 지우고 있다'고 보도하자, 그것을 불식하기 위해 김경희를 의도적으로 흘리고 있다는 해석도 나왔습니다.

최민석: 그러니까, 사실상 김경희가 정치적으로 식물인간이 되었지만, 한국을 비롯한 외부에서 자꾸 거론하니까 건재하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 의도적으로 내보내고 있다는 소리군요. 그러면 진짜 북한에서 지금 '백두혈통'인 김경희를 밀어내고 그 자리에 김여정을 세우려고 한다는 말이 어느 정도 설득력이 있어 보이네요.

정영: 사실 김여정이 김경희의 역할을 대신하게 된다면 참, 세대교체라고 볼 수 있는데요. 그런데 보통 세대교체는 전임자가 후배에게 축하해주고, 또 축하도 받으면서 이렇게 좋은 유대 관계에서 이루어지지 않습니까,

최민석: 잘 풀릴 경우 그렇게 되지요.

정영: 그런 모습이 연출되어야 하는데, 북한에서 세대교체는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게 아니라, 힘으로 밀어내고 있다는 그런 말이 되는 거죠. 결국은 김정은에 의해서 고모부 장성택이 숙청당하고, 고모가 정치적으로 매장당하는 위기에 몰린 겁니다. 그래서 북한 주민들도 김경희가 어떻게 되었을까 궁금증이 확산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최민석: 진짜, 김경희가 어떻게 되었을까요?

정영: 북한 주민들이 하는 말이 "작년도 12월 16일 김경희가 이미 사망했다"고 소문이 돈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북한 주민들도 '장성택이 숙청당할 때 과연 아내는 무엇을 했을까'하는, 그것에 대한 궁금증이 많이 생겼거든요. 북한 주민들은 김정일 김경희 일가를 백두혈통이라고 계속 배워왔는데 그러면 백두 혈통의 정통성은 과연 누구한테 있냐, 그렇게까지 의심하고 있다는 거죠.
백두혈통의 정통성으로 보면 김일성, 김정일, 김경희로 볼 수 있지요. 사실 김경희는 김일성, 김정숙의 친 딸이 아닙니까, 그래서 실제로 백두혈통이 맞는데, 하지만, 김정은 대에 와서는 김정은과 김여정은 어머니가 재포 출신이지 않습니까, 일본에서 귀국해 북한에서 무용수로 활동했던 고용희의 자녀거든요. 그런 의미에서는 순수한 의미에서의 '백두혈통' 은 김정은 대에서는 이미 흐려졌다고 봐야 한다는 거죠.

최민석: 그러니까, 김정은 대에서는 더 이상 순수 백두혈통이라고 보기는 힘들다, 백두혈통이 아니고 일종의 혼혈이 라고 볼 수 있겠네요.

정영: 그렇지요. 귀국자하고 했으니까요.

최민석: 그렇습니다. 지금 북한에서는 가짜 '백두혈통'이 진짜 '백두혈통'을 밀어내는 작업이 한창 벌어지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우리가 이야기를 나눈 것으로 봐서는요. 과거 장성택도 자기가 '백두혈통'의 사위라고, 권력의 2인자라고 여기고 있다가 노동당 조직지도부에 숙청을 당했습니다. '백두혈통'의 정통성이 흐려진 김정은 정권, 앞날이 밝아 보이지만은 않습니다.

정영기자 오늘 수고했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다음주에 또 뵙겠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