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민석: 북한에 계시는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한 주간 북한 선전매체의 보도 내용을 다시 한번 뒤집어 보는 ‘북한언론 뒤집어보기’ 시간입니다. 오늘도 정영기자와 함께 합니다.
정영기자, 오늘 나눌 주제는 무엇입니까,
정영: 얼마 전 북한 노동신문이 한국을 방문했던 오바마 미국 대통령을 잡종, 아프리카 원숭이에 비교하는 상식 이하의 인종차별적인 비난을 했습니다. 미국도 이에 대해 “추하고 무례하다”고 일축했는데요, 웬만한 북한 매체의 수사에 대해 무시해오던 미국이 강도 높게 비난했습니다. 앞으로 미국과 북한 관계는 더 악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오늘 시간에는 인종차별을 국가차원에서 자행하는 북한. 또 미국에서 인종차별을 얼마나 심각하게 보는지 북한 주민들에게 소개 하는 시간을 마련했습니다.
최민석: 북한의 상식 이하의 막말을 두고 미국이 제대로 화가 났지요. 북한이 공식 매체에서 이런 비인간적인 표현을 쓰고 있는데, 우선 출처부터 알아보시죠.
정영: 지난 5월 3일자 노동신문에 이런 기사가 하나 실렸어요.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불량아 오바마에게 천벌을!” 이라는 기사였는데요, 여기에 4명의 북한 주민이 썼다는 글이 실렸습니다.
맨 처음 글은 천리마제강연합기업소 노동자가 쓴 것이라고 하는데, 처음부터 오바마 대통령을 싸잡아 비난하는 원색적인 문구가 가득했습니다. 내용은 ‘까무잡잡한 상통에 재빛눈깔’ ‘휑하니 뚫린 코구멍’ 이렇게 사람의 생김새를 가지고 인신모욕을 퍼부었습니다.
최민석: 정말 상식 이하의 표현입니다. 아니 사람이 가장 입에 담지 말아야 할 욕 중에 하나가 남의 생김새나 피부색을 가지고 비난하는 거 아닙니까, 저는 이런 사람과 마주칠 때 마주 설 가치도 못 느낍니다. 아예 말종이라고 여기고 돌아서고 말지요. 그리고 정말 심하다 싶으면 법에다 고소를 해버리고 말 겁니다.
정영: 사람의 생김새는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나오는 것 아닙니까, 천부적으로 부모가 준 것인데요. 예를 들어 피부색이 검은 사람, 장애자 이런 사람들을 모욕 하는 것은 배우지 못한 사람들이나 하는 것이지요.
최민석: 기본적으로 인간은 모두 평등하다, 같다라는 기본적인 상식이 안 깔려서 그러지요.
정영: 미국에서는 상상도 못할 욕인데, 그걸 북한 매체가 버젓이 공개하고 있어 비정상이라는 욕을 먹고 있습니다. 계속해서 노동신문은 오바마 대통령을 "혈통마저 분명치 않은 잡종" "아프리카 원시림 속의 잰내비(원숭이)"라고 비하했습니다.
최민석: 참, 너무 심한 발언이지요. 이것은…
정영: 이는 오바마 대통령이 흑인 출신이고, 부친이 아프리카 케냐출신이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 이런 표현을 쓴 것 같은데요, 이를 두고 미국의 백인들도 아주 격한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최민석: 그렇다면 흑인이나 아프리카 사람들은 자기들 보다 못하다, 자기들이 더 뛰어나다는 우월감이 아니겠습니까, 그러면 미국은 어떤 반응을 보이고 있죠?
정영: 미 국무부 부대변인은 8일 기자회견에서 “한마디로 혐오스럽다”고 반응했습니다. 그 기자회견을 하는 국무부 부대변인은 백인 여성인데요, 그의 목소리는 높았고 표정은 굳어져 있었다고 외신들은 전했습니다.
미국 백악관도 성명을 통해 북한 정부에 의해 통제되는 언론치고, 추하고 무례하다고 반응했습니다. 지금까지 북한의 억지 주장을 대체로 무시해오던 백악관은 이번만큼은 인내할 수준을 넘어섰다고 보고 일제히 공세를 취하고 있습니다.
최민석: 북한이 이렇게 막말을 하는데 무슨 원인이라도 있습니까?
정영: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12일 성명을 발표하고, 오바마 대통령이 한국을 방문했을 당시 ‘자기 국민을 굶기’고 ‘외로운 길을 가’는 나라 ‘비정상적인 국가’라고 북한을 비난했기 때문에 개별적 주민들이 격분을 표시했다고 해명했는데요,
최민석: 오바마 대통령의 발언이 틀린 말이 있습니까, 다 사실이지 않습니까,
정영: 근 70년 가까이 할아버지 때부터 아버지, 아들에 거쳐 3대 째 권력을 세습하는 데, 이게 정상적인 나라입니까, 옛날 봉건 왕조시대도 아니고, 지금같이 21세기 개명천지에 소왕국을 차려놓고, 그걸 지킨다고 수백만 주민을 굶겨 죽이고, 핵을 만들어 주민들을 배 곯리는 게 지금 북한의 모습이 아닙니까,
최민석: 그렇지요. 정상적인 나라라고 볼 수 없지요,
정영: 그래서 오바마 대통령이 북한을 향해 자국민들의 인격과 존엄을 존중하라는 발언에 대해 아주 원색적인 인종차별 비난을 퍼붓고 있지요. 이는 국제언론의 윤리 기준으로 봐도 전혀 성립이 될 수 없는 상식 이하로 보고 있습니다.
최민석: 유치원에 가도 이런 비난은 하지 않지요. 미국 언론이나 한국 언론이나 비록 북한과 적대국 사이지만, 김정은을 지칭할 때는 공식 명함을 붙여주지 않습니까,
정영: 우리 방송의 경우에도, 설사 자기 고모부를 처형하는 김정은에 대해서도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라고 꼭꼭 붙여주지 않습니까. 그런데 북한은 국가가 관리하는 공식매체에서 국가원수를 향해 인신공격을 하는 것은 상식 밖이지요.
최민석: 그러면 북한 외무성이 개별적 주민들의 반향이라고 발뺌하고 있는데, 일반 주민들이 오바마 대통령을 본 적은 있습니까,
정영: 비난 글을 쓴 사람들을 보면 강선제강소 노동자, 북한군 군관들인데, 이들은 사실 오바마 대통령의 사진을 볼 수 없습니다. 아마 한국에서 들여보낸 삐라를 봤으면 몰라도요. 북한 매체에서 오바마 대통령이나 박근혜 대통령의 사진을 볼 수 없지요.
최민석: 북한의 텔레비전에서도 적성국 국가 대통령의 사진을 보여주지 않는군요.
정영: 미국 사람의 얼굴에도 승냥이 모습을 만들어 비화하고 있습니다.
최민석: 인간이 정상적인 상상으로 그려내는 것이 아니라, 동물과 비유를 해서 비화시키는 그런 교육을 하네요. 그러면 사람들이 정상적인 교육을 받았다고 볼 수 없지요.
정영: 이것은 사실 조차도 접근하지 못하게 하는 북한의 언론통제 때문인데요, 사실 제가 북한에 있을 때도 레이건 대통령이나 부시 대통령의 실물 사진을 본 적이 없습니다.
최민석: 그렇습니까,
정영: 그래서 북한 노동자나 하급 군관들이 오바마 대통령의 연설을 가지고 분석이나 논평할 위치에 있지 않다는 소립니다. 이것은 아무래도 북한 작가들, 특히 노동당 지시를 받은 통일전선부 작가들이 글을 쓰고, 그것을 노동자나 군관의 반향인양 발표하고 있습니다.
최민석: 그러니까, 북한 주민들이 자기 의사대로 발언하고 표현한 게 아니라, 북한 당국이 뒤에서 사주하고 있다는 말이군요.
정영: 그렇습니다.
최민석: 그러면 북한 주민들이 미국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습니까,
정영: 북한은 상당히 2중적인 나라입니다. 북한 당국자들은 미국에 한번 와보는 것이 소원이고, 북한 간부들이 달러를 제일 사랑하지요. 아마 미국에서 근무하다가 북한으로 돌아간 유엔주재 북한대표부 사람들도 미국이 얼마나 자유롭고 또 선진국가인지 잘 알 텐데요. 그들의 말을 들어서 북한 간부들은 미국에 한번 와보는 게 꿈입니다.
최민석: 그렇게 욕을 하면서도요?
정영: 그리고 간부들은 미국을 죽어라 욕합니다. 주민들에게 반미를 하라고 요구를 하지요. 그리고 미국을 가리켜 일등 가는 인종차별 국가라고 비난하고 있습니다. “흑인들이 아직도 백인들의 노예로 살고 인종차별을 받고 있다”고 욕을 하는데, 사실상 미국에서 인종차별은 가장 엄격하게 통제되고 흑인들이 백인들과 똑같이 권리를 보장받는 나라가 드물지 않습니까,
최민석: 인종차별이 없어지기까지는 오랜 역사가 흘렀는데요, 200년 전에 미국의 백인 대통령 아브라함 링컨이 노예폐지를 선언했고, 1960년대에는 흑인 지도자 마틴 루더 킹이 흑인들의 동등한 권리를 위해서 시위를 벌이고, 지금은 그 권리를 얻어내서 미국에서 인종차별이 상당히 엄격합니다.
아마 북한처럼 미국에서 아프리카 원숭이라고 흑인을 향해 비난하면 당장 고소당하고 법적 조치를 당합니다. 지금은 지구상에서 인종차별은 저속하고 저급하고, 상식 이하의 말도 안 되는 행위라고 보고 있습니다. 그런 행위를 북한은 국가 차원에서 거리낌 없이 자행했습니다. 막말 국가, 비정상적인 국가, 아니 집단이라는 오바마 대통령의 말에 공감이 되네요.
정영기자, 오늘 수고 많았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다음 시간에 또 뵙겠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