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농촌은 사회주의 수호전’

북한 강서구역 청산리에서 모내기를 하고 있다.
북한 강서구역 청산리에서 모내기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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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석: 북한에 계시는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한 주간 북한 선전매체의 보도 내용을 다시 한번 뒤집어보는 ‘북한언론 뒤집어보기’ 시간입니다. 이 시간 진행을 맡은 최민석입니다. 오늘도 정영기자와 함께 합니다. 정영기자, 오늘 나눌 주제는 무엇입니까?

정영: 북한 매체들이 올해 농사를 ‘사회주의 수호전의 전초선’에 비유할 만큼 절박감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노동신문 12일자는 사설에서 “식량해결문제는 단순한 실무사업이 아니라 사회주의 수호전의 전초선을 지키는 치열한 계급투쟁”이라고 농사에 총동원되라고 주민들을 촉구했습니다. 현재 북한에는 최악의 가뭄 때문에 120여곳이 넘는 저수지가 바닥을 드러내는 등 빨간 불이 켜졌습니다. 도대체 어떤 상황이길래 이처럼 북한 매체들이 농사에 급급하고 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최민석: 북한이 올해 또 농사에 사활을 걸었습니다. 내부 상황이 어느 정도 악화되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정영기자, 노동신문이 과거에도 이처럼 농사를 비중 있게 다룬 적이 있습니까,

정영: 북한이 과거에도 5월초만 되면 농사에 총동원하라고 총동원령을 내리곤 했습니다. 하지만, 올해는 내부적으로는 가뭄 때문에 농사준비가 안된데다가 중국과의 관계가 껄끄러운 등 외교적으로 고립되면서 여러 악재가 겹쳤습니다. 그래서 농사를 잘 지어야 한다고 절절하게 호소하다 못해 다급함까지 엿보이는데요, 먼저 노동신문 사설에서 언급된 몇 가지 어려운 점을 꼽아보겠습니다.

우선 가뭄 문제가 꼽혔습니다. 사설은 “계속되는 가물로 하여 나라의 물자원이 심히 줄어들어 모내기에 커다란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있다”면서 “서해곡창지대의 하나인 황해남도만 놓고 봐도 보조수원까지 합하여 모내기에 쓸 물이 대단히 적다”고 지적했습니다.

최민석: 며칠 전 우리 방송에서도 하늘에서 내려다 본 북한, 즉 인공위성에 찍힌 북한의 저수지 수자원 현황을 보도했지요,

정영: 미국 존스홉킨스대학 한미연구소가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북한 전역에서 호수나 저수지 바닥이 드러난 곳은 124곳으로 나타났습니다. 북한이 공식 매체에서 이처럼 물이 턱없이 부족함을 시인하면서 확인된 겁니다.

특히 이 연구소가 공개한 구글 위성 사진을 보면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수상 스포츠를 즐길 때 이용하는 평안북도 창성군 별장에는 2012년 11월 물이 가득했는데, 지난해 3월부터 바닥을 드러낸 면적이 상당히 큽니다.

또 김 제1위원장이 과학자들을 잘 대우해주라고 건설된 연풍과학자 휴양소가 있는 연풍호는 지난해 4∼9월 사이에 250m 깊이의 물이 모두 증발했다고 한미연구소의 커티스 멜빈 연구원은 분석했습니다.

실제로 자유아시아방송이 황해북도 곡창지대를 적시는 서흥호를 찍은 최근 위성 사진을 보니까, 저수지 바닥이 완전히 드러난 상태였습니다. 기존에 물이 차있던 저수지 바닥에 실오라기 같은 물도랑이 째어있을 뿐 물이 없었습니다. 아마 수위가 수십 미터는 내려앉은 것으로 보입니다.

이 지역의 호수들이 서흥호 처럼 말라버렸다면 연백벌과 재령벌 등 북한에서 100만톤 이상 쌀을 생산하던 곡창지대 농사에 빨간 불이 켜졌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최민석: 황해도 곡창지대의 ‘젖 줄기’라 부르던 서흥호가 말라버렸다면 북한이 어떻게 농사를 짓겠는지 우려스럽네요.

정영: 그래서 노동신문은 올해 농사방법을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소위 물절약 영농방법이라는 것인데요, 전국적으로 약 60%의 논밭에 밭벼를 심는 것입니다.

최민석: 원래 물을 대고 모내기를 하던 땅에, 이제는 마른 땅에 모내기를 한다는 소린가요?

정영: 제가 북한에 있을 때 보니까, 모내기는 물을 논밭에 대고 써레를 친 다음 물렁물렁한 감탕 위에 모를 꽂았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너무 물이 없어서 써레도 마른 땅을 갈아엎고 마른 써레를 한다고 하는데 얼마나 물이 없어서 이렇게 하겠습니까, 노동신문은 “마른 논 상태에서 땅을 파고 모를 낸 후 포기포기에 물을 주면서 모내기를 하게 된다”고 언급했습니다.

북한 노동신문은 공식적으로 60퍼센트의 논밭을 이렇게 마른 상태에서 모내기를 한다고 하는데, 이젠 북한의 농사방법이 논벼가 아니라 밭벼 농사로 변하고 있다는 겁니다.

최민석: 논 벼가 아니라 밭벼를 심으면 알곡 소출이 떨어지지 않습니까,

정영: 논벼와 비교해볼 때 밭벼는 소출이 현저히 떨어집니다. 논벼는 물에 뿌리를 내리기 때문에 왕성하게 아지를 치고 쌀알의 풀기도 많고, 포기당 알 수도 훨씬 많습니다. 하지만, 밭벼는 풀기가 없고 소출이 떨어집니다. 하지만, 가뭄에 견디는 힘이 강하다고 합니다.

최민석: 아, 북한이 원래 논벼 농사를 위주로 해왔지만, 가뭄이 닥치면서 이제는 서서히 밭벼 농사로 변하고 있다는 소리군요.

정영: 농업 전문가들에 따르면 논벼를 물이 없이 밭 상태에서 재배하게 되면 키나 수량성이 크게 떨어질 뿐만 아니라 밥맛도 크게 떨어진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북한 주민들도 태국산 안남미를 드셔봐서 알겠지만, 현재 이렇게 밭벼 농사를 짓는 나라 지역은 서아프리카와 라틴아메리카 지역이고 주로 동남아시아지역에서 약 10% 정도 밭벼를 심고 있습니다. 그런데 북한이 약 60퍼센트 면적에 밭벼 농사를 한다고 하면, 동남아보다 더 많다는 소립니다.

최민석: 그러면 같은 지맥인 남한의 저수지, 호수에는 푸른 물이 출렁이는 데 왜 북한의 저수지만 말라버렸을까요?

정영: 북한은 낙후한 농업국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인데요, 반대로 남한은 호수나 저수지를 관광지나 휴양지로 활용하지 않습니까,

그래서 물을 항상 보전하는데요, 북한에서는 농사철만 되면 저수지 물을 대량 뽑아 쓰지요. 그리고 겨울에 물을 잡아두어야 하는데 작년에 가뭄이 들이닥치면서 저수지 물을 채우지 못하게 된 겁니다.

두번째 원인은 산림이 황폐화되면서 샘물과 시내가 물이 말라버리기 때문입니다. 북한 김정은이 산림을 녹화하자고 전체 주민들에게 산림조성을 지시했는데, 나무라는 것은 베어 쓸 때는 순간이지만, 자라기까지는 수십 년이 걸립니다. 때문에 북한의 가뭄은 한두 해로 끝날 것 같지 않습니다.

최민석: 그러면 북한이 당장 취할 수 있는 대책은 무엇일까요?

정영: 북한이 취할 수 있는 방법은 사람을 동원하는 것입니다. 노동신문도 이번에 “밥을 먹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진심으로 모내기 전투에 발벗고 나서라”로 촉구했습니다. 이미 4일전에 전국의 대학생들이 농촌전투에 동원됐다고 합니다. 그리고 중학교 학생들까지 동원되면 또다시 땡볕에 새까맣게 타며 농사일에 동원될 겁니다.

최민석: 그렇습니다. 북한이 가뭄 때문에 식량생산이 떨어질 까봐 전 국민을 농사에 또 내밀고 있습니다. 북한도 농사에만 매달리지 말고 물건을 잘 만들어서 팔아서 쌀을 사다 먹어도 지금처럼 온 나라 국민이 달라붙어 농사짓는 관행을 없애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정영기자 수고했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다음 시간에 다시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