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해당화관’ 외화소비 세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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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 계시는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북한 매체의 보도내용을 다시 뒤집어 보는 '북한 언론 뒤집어보기' 최민석입니다. 오늘도 정영기자와 함께 합니다.

정영기자, 오늘은 다룰 주제는 무엇입니까,

- 김정은, "해당화관 사회주의 부귀영화의 표본" 칭찬

- 철판구이 코스 요리 미화 30~70달러

- 일반 북한 주민 월급으로 철판구이 요리 엄두 못내

- 평양의 특권층만 해당화관 이용가능

- 북, 특권층 겨냥해 외화 쇼핑 일체화 노려


정영: 평양시 대동강 기슭에 있는 종합적인 편의봉사망인 해당화관이 지난 5월 3일 개관됐다고 조총련 기관지 조선신보가 얼마 전 보도했습니다. 지난 노동신문 28일자에도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해당화관 안에 있는 철판구이 요리를 보고 활짝 웃으며 '만 점짜리'라고 치켜세우기도 했는데요, 오늘은 이 해당화관의 실체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최민석: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사회주의부귀영화의 표본"이라고 내세운 해당화관의 실체를 알아봅니다. 정영기자, 북한에서 한참 전쟁위협이 고조되다가 김정은 제1비서가 갑자기 해당화관을 찾으면서 정세가 수그러들었는데요, 해당화관은 구체적으로 어떤 시설입니까,

정영: 전쟁한다고 위협하던 김 제1비서가 올해 들어 처음으로 방문한 민생현장인데요, 김 제1비서가 지난 4월 27일 고위간부들을 대동하고 해당화관을 찾아 모든 것이 '만 점짜리'라고 치하했는데, 북한 중앙텔레비전의 관련 보도를 한번 들어보겠습니다.

북한 중앙TV: 지하 1층 지상 6층으로 된 해당화관의 부지 면적은 1만 평방 미터이며 연 건축면적은 만7천7백평방미터입니다.

이 해당화관에서 여기서 특별히 주목되는 곳은 바로 철판구이요리인데요, 북한에서 참 보기 드문 것입니다. 그런데 그 철판구이 가격이 소개됐던데, 그걸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최민석: 이 철판구이 요리 가격이 얼마길래 놀랐습니까,

정영: 해당화관의 철판구이 요리는 새우, 도미를 비롯한 해산물들과 소고기, 돼지고기 등도 있는데요, 손님들이 먹고 싶은 데로 요리를 코스로 주문한다고 합니다. 이 코스 요리는 3가지인데, 가격이 일본 돈으로 3천엔, 5천엔, 7천엔짜리가 있다고 합니다. 즉 달러로 환산하면 30달러, 50달러, 70달러 정도 됩니다.

최민석: 그러면, 이 요리가격이 미국이나 한국의 철판구이 가격보다 별반 차이가 없어 보이네요. 잠시만, 정영기자, 북한 주민들의 한달 봉급이 얼마나 됩니까, 이 요리를 사먹을 수 있습니까,

정영: 북한 주민이 공식적으로 받는 월급은 노동자는 2천원 정도이고요, 대학 졸업생은 직장마다 다른데, 3천원 정도, 개성공단 노동자는 7천원 정도입니다. 이걸 달러로 환산하면 북한의 공식 환율이 1달러당 100원 정도 이니까, 20달러~70달러는 될 것 같습니다.

최민석: 20~70달러요, 그러면 일반 북한 노동자 한달 월급 가지고 철판구이 요리를 한끼 맛볼 수 있다는 거군요.

정영: 아닙니다. 북한 근로자들이 명목상 20~70달러의 외화를 받는다고 환산할 수 있지만, 국가가 정한 비율로 외화를 바꿀 곳이 없습니다.

최민석: 그러니까 외화 환전할 곳이 없다는 소린가요?

정영: 그렇지요. 주민들이 외화를 바꾸려면 암시장으로 나가야 하는데요, 암시세 환율로 보면 1달러 대1만원입니다. 그러면 노동자의 한달 월급은 20센트가 된다는 애깁니다.

최민석: 그렇다면, 북한 노동자가 해당화관에 가서 철판구이를 먹자는 100달 이상 먹지 않고 꼬박 모아야 겨우 30달러짜리 철판구이를 먹을 수 있다는 말이군요.

정영: 그렇습니다. 그런데 사실상 북한 주민들은 월급에 매달려 생활을 못합니다. 다른 장사를 해야 살아갈 수 있는데, 요즘처럼 장사가 잘 안될 때는 하루에 쌀 1kg정도 번다고 합니다. 지금 쌀 1kg이 북한 돈 6천원 정도 합니다.

최민석: 북한 장마당 상인 하루 수입이 6천원이면 미화로는 50센트 정도 되는데, 그럼 장사를 한 돈으로 해당화관의 철판구이를 맛보자면 한 보름 정도 꼬박 벌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오는 군요. 정말 북한 주민의 실정으로 봐서는 해당화관에서 한끼 식사를 한다는 것 자체가 쉽지는 않을 텐데요. 그런데 이렇게 비싼 것을 먹는 주민들이 있습니까,

정영: 평양의 특권층들은 아무래도 먹지요. 이른바 '뺑급'이라고 하는 부유층인데요, 여기서도 좋은 것은 A급, B급, C급 이렇게 분류하지 않습니까, 북한에도 소득격차에 따라, 빈부격차에 따라, 사람들을 이렇게 부릅니다. 외국에 친척이 있거나, 북한의 외무성, 무역성에 다니는 사람들, 또 높은 당간부들은 '뺑급'이라고 볼 수 있는데, 이런 철판구이를 먹을 수 있습니다.

최민석: 아, 그래서 북한의 고위 간부들이 저렇게 모여서 좋아하는 군요. 지금 제가 한 4천달러 버니까, 평양 해당화관에 가서 철판구이를 맛볼 수 있겠네요. 그런데 북한에서는 일반 주민들이 외화를 자유롭게 쓸 수 있습니까?

정영: 중요한 질문인데요, 북한이 외화사용 금지 포고령을 내린다, 보안원들을 동원해서 주민들이 골목에서 외화를 바꾸는 행위를 단속한다고 하지만, 주민들은 기를 쓰고 외화를 사용합니다. 지금은 장마당에서도 외화로 장을 보고 있다고 합니다.

최민석: 일반 장마당에서도 외화를 쓴다고요?

정영: 얼마 전에 북한 함경도 지방 주민과 전화로 통화하다가 "쌀 1kg가격이 얼마인가?" 물어보았더니 쌀 1kg은 인민폐 5원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조선 돈 5원인가고 물었더니 정신 나간 소리를 한다고 하면서 어디 5원짜리 쌀이 있는 가"고 반문했습니다. 그러면서 인민폐 5위안이고, 나무 한 달구지 가격도 인민폐 100위안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렇게 모두 달러와 위안화로 거래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왜 조선 돈을 안 쓰는 가고 물어보니까, 화폐개혁 때 너무 많이 손해를 봤기 때문에 "이제는 원화를 믿지 못하겠다, 오직 믿을 것은 미국 돈이나 중국 돈이다"라는 생각이 팽배했답니다.

최민석: 참, 궁금한 것이 있는데요, 북한 암시장에 도는 달러가 얼마나 있는지 참 궁금합니다. 혹시 알 수 있을까요?

정영: 현재 북한의 지하경제, 그러니까, 암시장에서 도는 달러, 주민들의 손과 손으로 오가는 달러 규모가 얼마나 되는지는 모르겠는데요, 탈북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암시장에 약 10억달러의 외화가 도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또 일부 외국의 연구기관에서는 북한의 암시장 규모는 약 20억 달러의 잠재적 가치가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최민석: 엄청난 양이군요.

이게 북한당국의 공식적인 자료통계는 아니고요. 지금도 탈북자들이 가족들에게 보내는 돈도 중국 돈과 달러로 들어가기 때문에 주민들에게는 달러가 많아졌고, 대신에 북한당국은 개성공단을 폐쇄하는 등 조치를 취해 달러가 모자라는 '달러부족사태'를 겪고 있습니다.

최민석: 그러니까 북한당국이 암시장에서 도는 달러를 확보하기 위해 해당화관과 같은 비싼 식당을 운영하고 있겠군요.

정영: 북한이 작년에 새로운 경제조치를 취한다고 하다가 지지부진하지 않았습니까, 이게 결국은 달러가 없기 때문인데요, 그래서 북한당국은 주민들로부터 강압적으로 달러를 회수하려고 하다가 안되니까, 이제는 가격이 좀 비싼 업소를 만들어놓고 달러를 수거하려는 것으로 파악됩니다.

해당화관만 봐도 손님들은 6층에 올라가서 물놀이도 하고, 4층에서 머리도 깎고, 또 2층으로 내려와서는 푸짐하게 식사도 하고, 돌아갈 때는 1층에서 필요한 물건을 사가지고 돌아가게 하는, 일종의 외화소비 세트장으로 만들어 놓았습니다.

최민석: 북한이 외화를 끌어들이기 위해 또 해당화 관을 만들었다는 소리인데, 그러면 인민을 위한 게 아니라 특권층을 위한 것이겠네요. 김정은이 해당화관을 찾고 "사회주의부귀영화의 표본"이라고 치켜세웠다고 하는데, 진짜 인민이 사용하는 시설과는 거리가 먼 것 같군요.

정영기자 오늘 이야기 잘 나눴습니다. 감사합니다. 청취자 여러분 다음 시간에 또 뵙겠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