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자라공장서 왜 ‘버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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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희: 북한에 계시는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한 주간 북한 선전매체의 보도 내용을 다시 한번 뒤집어보는 ‘북한언론 뒤집어보기’ 시간입니다. 오늘 시간에는 최민석 기자를 대신해 이원희 기자가 진행합니다. 오늘도 정영기자와 함께 합니다. 정영기자, 오늘 나눌 주제는 무엇입니까?

정영: 최근 대동강 자라공장을 찾은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이상해졌다는 평가를 한국언론으로부터 받고 있습니다. 19일 북한매체들은 김정은 제1위원장이 대동강자라공장을 현지시찰하고 맹렬하게 질타했다고 보도했습니다. 김 제1위원장이 아랫사람들에게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고 대노해 이곳 간부들이 어떤 불이익을 당했는지도 궁금합니다.

그래서 오늘 시간에는 이상해진 김정은 제1위원장의 통치 스타일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이원희: 정영기자, 김 제1위원장이 대동강자라공장에 가서 대노했다고 하는데요, 이쯤 되면 이곳 간부들이 무사했을지 걱정이 됩니다. 이 보도에 대해 좀더 구체적으로 알아보시죠.

정영: 19일 노동신문은 김정은 제1위원장이 대동강 자라공장을 찾았다고 보도했습니다. 잠시 이 내용을 들어보겠습니다.

조선중앙TV 녹취: 대동강 자라 공장의 여러 곳을 돌아보시면서 장군님의 영도 업적을 통한 교양 사업도 바로 하지 않고 있는 이런 곳이 생산을 정상화 할 수 없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라고 격하신 어조로 지적하셨습니다.

김정은 제1비서는 현지시찰 과정에 부족점을 발견한 게 아니라, 아예 잡으려고 찾아간 것 같습니다. 노동신문에 따르면 김 제1위원장이 “이 공장에서 생산을 정상화하지 못하고 있다는 보고를 받고 실태를 요해하기 위해 찾아왔다”며 조목조목 맹렬한 질타를 가했습니다.

먼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눈물겨운 사연이 깃든 이 공장이 왜 이런 한심한 지경에 이르렀는지 억이 막혀 말이 나가지 않는다”고 지적했는데요, 이렇게 되면 유일사상체계에 걸립니다.

이원희: 이정도 질타를 했으면 이 공장 기업소 당비서 지배인들이 무사치 못할 것 같은데요?

정영: 북한에서 과오 중에 가장 큰 엄중한 과오가 바로 김씨 일가 지시를 받들지 않은 이른바, 유일적 영도 거부 인데요, 김정은이 이정도 화가 났다면 이곳 간부들은 무사치 못할 것은 뻔합니다. 지금까지 김정은이 현지지도 하면서 비판한 단위 간부들이 처형되거나 혹독한 숙청을 당했거든요.

이원희: 그러면 어떤 대상이 그렇게 질타를 당했습니까?

정영: 지난해 9월이었지요. 평양 순안국제공항 2청사 건설장을 둘러본 김 제1위원장은 “세계적인 추세와 다른 나라의 좋은 것들을 받아들이면서도 주체성, 민족성이 살아나게 마감하라고 과업을 줬는데 그렇게 하지 못했다”고 질책했습니다. 결과 마원춘 국방위원회 설계국장이 떨어져나갔는데요,

그리고 2013년 9월이었지요, 김정은이 미림 승마구락부 건설현장을 시찰하다가 마구간 타일 바닥이 “내가 지시한 설계안과 다르다”고 비판했는데, 단순히 비판에 그친 줄 알았는데, 후에 북한 내부 주민들의 말에 따르면 공사 담당자가 처형됐다고 합니다.

그리고 2012년 5월에는 김정은이 평양 놀이공원인 만경대 유희장을 찾아가 관리일꾼들에게 관리가 허술하다고 질책했습니다. 당시 놀이공원 관계자는 머리도 들지 못하고 꾸중을 들었는데요, 이후 어디론 가 사라졌다고 합니다.

이 때문에 북한 김정은 제1위원장의 눈에 거슬리면 혁명화 정도가 아니라 목숨을 잃게 된다는 공포가 감돌고 있습니다.

이원희: 현영철 인민무력부장도 회의장에서 졸았다는 이유 때문에 불경죄에 걸려 총살당했다고 하는데, 대동강 자라공장 간부들은 무사한지 모르겠네요.

정영: 김정은은 “공장에서 위대한 장군님의 업적을 말아먹고 있다”고 질타하지 않았습니까, 이 정도 비판됐다면 ‘유일적 영도체계’에 걸어서 처형당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대동강 자라공장은 2011년 10월경에 김정일 김정은이 함께 갔던 적이 있습니다. 그때 한 해에 10만 마리씩 생산한다고 했는데, 지금은 거의 폐사직전에 놓인 것으로 보입니다.

이원희: 북한 간부들도 걱정이 많을 것 같습니다. 무시무시해서 견디겠습니까,

정영: 최근 김정은 제1비서가 공포정치를 하고 있다고 하지 않습니까, 나이가 어리다고 나이 많은 간부들로부터 무시당한다는 선입견 같은 것이 있는지, 고위 간부들을 대대적으로 숙청 처형했는데, 김정은 체제 들어와서 70명의 고위 간부들이 처형됐다고 합니다. 그래서 요즘 정신적인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간부들이 적지 않다고 하는데요, 김정은 체제 들어 고위층 숙청을 설계했던 조연준 노동당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이 아프다는 핑계로 출근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김일성 김정일 때는 간부들이 자꾸 높이 올라가려고 했는데, 요즘은 올라가면 갈수록 죽을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에, 특히 김정은 곁으로 가지 않으려고 하는 기피 현상도 생겼다고 합니다. 즉 “태양 가까이 가면 타 죽는다”는 우스갯 소리도 나온다고 하는데요.

이원희: 그런데 김정은 제1위원장이 발언한 내용을 보면 북한간부들도 어쩔 수 없는 문제가 아닙니까,

정영: 김 제1비서가 공개 질타를 하면서 궁색한 경제난이 다 드러났는데요, 김 제1비서는 “전기문제, 물문제, 설비문제가 걸려 생산을 정상화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말도 되지 않는 넉두리”라고 질타했습니다.

사실 북한의 경제상황이 좋지 않지요. 우선 전기가 없지요. 기계를 돌릴 수가 없습니다. 거기에 물도 턱없이 부족하지요. 그리고 현대화 사업도 안되었다고 지적했는데, “양식장 내부를 감시하는 카메라만 설치해놓은 것이 무슨 종합조종실이고, 현대화인가?”고 김정은은 질타했습니다.

김정은이 이렇게 지적하면서 북한의 중앙텔레비전에서 현대화 한다던 보도들이 거짓말이라는 것을 시인하게 됐습니다.

이원희: 한국 언론도 김 제1위원장이 좀 이상해졌다고 평가하는 데 이는 어떻습니까,

정영: 김정은 제1위원장이 이상할 정도로 변했습니다. 고위층을 많이 숙청하면서 상당한 스트레스를 느끼는 것으로 보이는데요, 그리고 지금 자라공장을 찾아갈 때입니까, 농번기가 아닙니까, 농촌에서는 물이 없어 농사를 짓지 못한다고 농민들이 아우성치고 있습니다.

진짜 어려운 곳은 농촌인데, 김정은은 거기 가지도 않고 특권층이나 먹을 수 있는 자라공장에 가서 버럭 화를 내고 있습니다. 그래서 김정은이 정말 ‘분노조절장애’에 문제가 생기지 않았는지, 이상해졌다고 한국 언론은 평가하고 있습니다.

이원희: 그렇습니다. 지도자가 화를 내려면 지금 농사가 한 창인데, 농촌벌이 나가서 현안 문제를 풀어야지 엉뚱한 곳에서 화를 내고 있습니다. 어린 나이에 최고 권력자가 된 김 제1비서가 또 어떤 화를 부를 지 우려스럽습니다.

정영기자 수고했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다음시간에 다시 뵙겠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