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민석: 북한에 계시는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한 주간 북한 선전매체의 보도 내용을 다시 한번 뒤집어 보는 '북한언론 뒤집어보기' 시간입니다. 이 시간 진행에 최민석입니다. 오늘도 정영기자와 함께 합니다. 정영기자, 오늘 나눌 주제는 무엇입니까,
정영: 지난 22일 북한은 서해북방한계선 일대에서 경비임무를 수행하던 남한 해군함정에 2발의 포격을 가했습니다. 이 때문에 남북간 긴장상태가 고조되었는데요, 그런데 북한은 느닷없이 23일 남한의 인천시에서 진행되는 제17차 아시아경기대회에 선수단을 보내겠다고 통보했습니다. 이로서 한국 사회를 좀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는데요, 북한이 왜 이처럼 도발과 유화제스처를 함께 보내고 있는지 북한 매체를 통해 알아보겠습니다.
최민석: 북한이 남한 해군 함정에 포격을 가하더니 갑자기 아시안게임에 선수단을 보내겠다고 보도했습니다. 왜 이렇게 오락가락하는 행동을 구사하고 있을까요?
정영: 우선 북한이 왜 지금 시점에 남측 해군함정에 대고 포격을 했는지 살펴보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우선 지난 22일이었지요, 북한은 오후 6시께 연평도 서남방 14km 남측 해역에서 경비임무를 수행하던 남측 해군 함정을 향해 포격을 가했습니다. 북한이 쏜 포탄은 남한 함선의 옆 150미터 인근에 낙하했습니다. 배를 정확히 조준하지 않고 위협사격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
최민석: 북한이 해안포를 쏜 것으로 보이는데요, 그러면 북한 해안포에서 보면 거의 함선을 조준하고 쐈을 텐데, 큰 위협이 아닐 수 없습니다. 100mm미터 해안포라고 해도 피해반경이 50미터가 되기 때문에 만약 맞았더라면 상황이 악화될 수도 있는 데요,
정영: 이에 한국에서는 북한의 도발이 조준사격이 아닌가고 따지기도 했는데요, 하지만, 한국 국방부는 "직접 조준격파사격을 한 것으로 추정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왜냐면 북한이 남한 해군 함정에 두발만 쏜 점, 그리고 만약 한국군이 대응공격 한다면 북측 함정들도 안전한 곳에 대피해 있어야 하는데 북한은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최민석: 참 애매모호하네요. 북한이 도발할 거면 전국민을 동원해서 막 떠들 텐데. 체육단을 파견하겠다는 것을 보면 내부용이 맞는 것 같습니다.
정영: 바로 북한의 의도가 여기에 있는데요, 현재 평양에서 아파트 붕괴사고가 나지 않았습니까, 이 사고가 단지 평양에만 퍼진 게 아니라 전국적으로 다 퍼졌거든요. 노동신문을 비롯한 관영매체에서 이 사고 사실을 알리고 몇몇 고위간부들이 사과까지 하지 않았습니까, 특히 이 사고는 휴대전화를 통해서 전국으로 확산됐습니다.
최민석: 우리 방송에서도 보도했습니다. 휴대전화를 통해서 아파트 사고 당시 부상당한 사람들이 가족들을 찾고, 또 구조를 요청하면서 평양시내에 쫙 퍼졌다고요.
정영: 지방에서도 이 사고 사실을 다 아는 것 같습니다. 아파트 붕괴사고 때 피해를 당한 사람들이 지방에 있는 친척들에게 알리고, 장례를 치르느라 평양을 오가고, 이렇게 되면서 피해 주민들은 억울해하고 통곡하고 그랬을 겁니다. 주민들은 이젠 각성되었기 때문에 이 아파트 사고가 누구 때문에 났는지, 주모자를 찾아서 원인을 따지고, 보상이라도 받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이렇게 평양민심은 욱욱하는 것 같은데요, 그래서 북한 당국은 이런 민심을 잠재우려면 군사적 긴장상태 조성이 제일이라고 생각했다는 거죠. 거기에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는 14일에는 축구경기를 관람하고, 또 대성산 종합병원에 가서는 환하게 웃으면서 정말 국상을 당한 분위기에 걸맞지 않게 행동하지 않았습니까,
최민석: 정말 이해가 안되는 부분이었습니다.
정영: 그걸 보면서 평양의 핵심계층들도 '참, 지도자가 주제 파악을 못한다'는 비난을 한다는 거죠. 북한당국도 이렇게 고조된 민심을 잠재우기 위해서는 어떤 충격요법이 필요하다고 본 것입니다.
최민석: 아, 그래서 북한이 포사격 다음날, 23일 서남전선군사령부가 '보도'를 발표했군요.
정영: 북한은 23일 서남전선군사령부 명의의 '보도'에서 "남조선 괴뢰해군 함정들이 선불질을 해대고는 그것을 우리가 포사격을 가한 듯이 꾸며낸 기만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최민석: 포사격을 북한이 해놓고 결국 뻔뻔스럽게 남측에 뒤집어 씌우는 군요. 좀 억지입니다.
정영: 그리고 노동신문은 23일자 5면에 '선불질의 대가를 천백배로 치르게 될 것이다'고 남쪽에 책임을 넘겨 씌웠습니다. 북한은 지금 대내적으로 중앙방송을 통해 서해 북방한계선 서해바다에서 군사적 긴장상태가 조성됐다고 방송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북한이 감행한 이번 서해바다 포격도발은 대남용이 아니라 대내용이라는 것으로 추정이 되는 거죠.
최민석: 북한은 달랑 포탄 두발 날리고 그걸 빌미로 군사적 긴장을 조성하는, 그러니까, 명분도 세우고 실리도 챙기는 '꿩먹고 알먹기 식' 전술을 쓰고 있군요.
정영: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면 주민들의 불만은 쑥 들어갑니다. 왜냐면 이러한 때에 민생 때문에 불평하는 사람은 간첩이나 반혁명분자로 몰릴 수 있습니다. 그리고 당국도 전시법에 걸어 처벌할 수 있는 좋은 구실도 생기는 것입니다.
최민석: 지금 북한이 방송에서 하는 것을 보면 당장 전쟁날 것처럼 크게 떠들고 있는데, 아시안게임에 선수단을 파견한다? 여기도 뭔가 노림수가 있지 않을까요?
정영: 북한이 인천아시안게임에 선수단을 보내겠다고 하는 것은 아마 남한의 지방선거를 의식하지 않았는가 하는 것인데요. 남한에서는 오는 6월 4일 지방자치단체장 선거가 있지 않습니까,
최민석: 그렇지요. 서울시장과 인천시장 등 지방의 시장, 도지사들을 선거하는 지방자치제 선거가 있지요.
정영: 지금 북한은 박근혜 정부를 길들이기 위해서 여러 가지로 노력을 하고 있는데요, 그 기회가 바로 세월호 침몰 사고입니다. 이 세월호 사고를 남한 정부 책임으로 몰아서 북한은 자기들이 원하는 후보가 당선되도록 측면 지원을 해야 되는데, 그때 군사적 도발을 하면 그 후보에게 불리하게 되지요. 그리고 지금 북한에는 농사철입니다. 부지깽이도 뛴다는 농사철에 주민들을 동원해 전쟁놀이를 한다는 것도 말이 안됩니다. 그럴 여력도 없고요. 설사 김정은이 전쟁놀이를 하겠다고 해도 옆에서 말릴 것입니다. 지금은 때가 아니라고요. 지금까지 북한에서 전쟁위협소동을 벌인 것도 대부분 겨울이 아니면 초 봄입니다.
최민석: 그러니까, 북한이 포탄 두발로 대남군사 긴장을 조성하고, 돌아서서는 남북유화무드를 만들겠다는 의도군요. 그러면 도대체 이렇게 '좋은 구상'은 어디서 나오는 겁니까,
정영: 북한에도 김정은 체제 들어 '국가안전위원회'가 있는 것 같습니다. 즉 군부, 당, 대남사업부, 외무성 등 고위 인사들이 모여 국정을 토론하는 것 같습니다. 남한으로 치면 청와대 국가안보실과 같은 기구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아마 북한도 이번에 평양 아파트 사고 이후에 모종의 회의가 있지 않았냐 생각이 드는데요, 북한에 닥친 위기상황을 논의하고 군부가 한번 치고 나가면, 북한 올림픽위원회를 내세워 선수단을 파견하겠다고, 양면전술을 쓰는 거죠. 거기에 통일전선부는 남한 내부에 있는 친북단체나 세력을 동원해 한국 내부를 흔들기를 하는 등 다각도의 전술을 짜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최민석: 결국 이번 도발은 사고를 당한 평양시민들에게는 농락처럼 느껴집니다. 북한당국은 이번 도발로 희생자 유가족들을 두 번 울리지 말고 그들을 위로할 수 있는 실질적인 대책을 세우는 게 더 중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정영기자, 오늘 수고했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다음 시간에 또 뵙겠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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