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민생은 뒷전 ‘군심 챙기기’

0:00 / 0:00

북한에 계시는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북한 매체의 보도내용을 다시 뒤집어 보는 '북한 언론 뒤집어보기' 최민석입니다. 오늘도 정영기자와 함께 합니다.

정영기자, 오늘은 다룰 주제는 무엇입니까,

- 김정은, "부지깽이도 뛴다"는 모내기철 군부대 부업지 시찰

- 뒤숭숭한 군심, 사기 저락한 북한군 다독이기

- 김정은, 북한 군인들 물고기 먹이겠다고 어선 4척 보내

- 북한군 물고기 못 먹는 원인, 중국으로 수출 때문

- 김정은 민생현장 외면, 경제파탄 책임 회피 목적


요즘 노동신문을 비롯한 북한 매체들이 연일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현지 시찰 소식을 전하고 있습니다. 지금이 "부지깽이도 뛴다"는 모내기철 인데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는 군부대 산하 술 공장과 수산 부업기지들을 찾아 다니고 있습니다. 인민들의 생활을 개선시키겠다고 하면서도 군대를 더 챙기는 그의 발언에 과연 진정성이 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최민석: 여전히 군대의 뒤를 챙기는 김정은 제1비서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인민들에게 사회주의 부귀영화를 누리게 하겠다고 공언하면서도 군대들만 챙기는 모습이 나오는데요, 대체 어떤 대상들을 찾아 다니고 있습니까,

정영: 북한에서 전쟁 위협이 안정된 분위기로 바뀐 게 지난 4월 말이었지요. 김정은 제1비서가 지난 5월 1일부터 공개활동을 한 것을 보면 약 19회인데, 그 가운데 묘향산소년단야영소, 마식령 스키장, 생명공학분원 잔디연구소를 참관한 것을 제외하면 모두 군부대 관련 방문이었습니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군부대 산하 룡문술공장과 염소목장, 부업기지 등을 연이어 방문하면서 군심 챙기기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북한 매체의 보도를 한번 듣고 넘어가겠습니다.

북한 중앙TV: '나의 병사들을 잘 먹이는 일인데 적극 도와주겠소. 그저 물고기만 꽝꽝 잡으시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조선중앙TV가 27일 보도한 데 따르면 김 제1위원장은 534군부대 관하 식료공장을 찾아가서 쌀밥 공정을 둘러보기도 했습니다.

북한 중앙TV: 군인들이 먹을 즉석 쌀밥에 어떤 부식물이 포함되는가도 보아주셨습니다.

또 김정은은 북한군 염소목장에 들러서 풀과 고기를 바꾸라고 격려하기도 했습니다. 지금 김정은의 활동반경을 보면 평안북도에서 함경남도 일대로 파악됩니다.

최민석: 금방 전쟁이 일어날 것처럼 위협했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지금은 그 군대들을 격려하러 다니는 것처럼 보이는데요, 이유가 있을 것 같은데요?

정영: 당연히 군대의 사기가 문제인데요, 지난 3월과 4월 두 달 동안 전쟁위협으로 북한 군인들은 피로와 굶주림으로 사기가 저락되었습니다.

최민석: 하지만, 북한에서 '1호군무태세'와 '준전시 상태' 등으로 고생한 것은 군대들뿐 아니라 주민들도 고생하지 않았습니까,

정영: 아무래도 인민군대가 강하면 북한 주민들을 통제하는 데는 큰 어려움이 없다고 보기 때문에 군대부터 먼저 챙기는 것으로 보이는데요,

훈련에 시달리던 군인들이 배고픔과 영양실조를 참지 못하고 군수물자에 손을 대고 민가를 약탈하는 행위들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때문에 김 제1비서가 군심을 다독이는 차원에서 평북도 염소목장으로부터 시작해 동해지구의 물고기 부업지까지 일주하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최민석: 결국 전쟁위협 속에 지친 군인들을 위로하고 위문하기 위한 방문이라는 소리군요.

정영: 그리고 장정남 인민무력부장이 바뀌고, 총참모장이 연이어 바뀌는 등 김정은 체제 들어 군에 대한 대폭 손질이 자주 있어 군심이 뒤숭숭해졌습니다. 때문에 김정은이 군대들의 충성심을 유도하고, 사기도 돋구려는 의도에서 군부대 후방기지들을 돌아보는 것 같습니다.

최민석: 북한 텔레비전의 보도를 보니까, 김정은 제1비서가 4척의 고깃배를 군부대 부업지에 보냈다고 하는데, 그전에는 배가 없어서 군인들이 생선을 못 먹었습니까,

정영: 김정은 제1비서가 4척의 고깃배를 군부대 부업기지에 보내주고 이름까지 달아주었다고 합니다. 단풍1호, 단풍2호, 단풍3호, 단풍4호 이렇게 달았다고 하는데요,

김정은은 고기배의 수리와 어구들까지 다 챙겨주겠다고 격려를 했는데, 지금 북한에 배가 없고 고기가 없어서 군인들이 먹지 못하는 게 아니라, 다 중국으로 수출하기 때문입니다.

현재 동해안 일대의 주요 어장은 북한군 해군들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거기에 또 북한군 인민무력부 산하 매봉회사, 총참모부 산하 강성무역총회사 등이 수산기지들을 가지고 있는데, 군대들은 물고기를 잡아 외화벌이를 하고 있습니다. 오죽했으면 북한에서 '명태와 낙지를 먹는 사람은 반동'이라는 말이 나왔겠습니까,

최민석: 아니, 그게 무슨 말입니까, 명태와 낙지를 먹는 사람이 반동이다?

정영: 명태와 낙지를 중국에 수출해야 하는데, 일반 주민들이 그걸 먹으면 외화벌이를 못하기 때문에 반동이 된다는 소립니다.

최민석: 명태와 낙지를 먹으면 반동이다, 이런 말이 고난의 행군 전에도 있던 말이었나요?

정영: 고난의 행군 전에는 북한 장마당에 물고기가 좀 나왔어요, 그전에 조선중앙텔레비전에는 물고기 폭포가 쏟아지고, 주민들이 상점에 가서 물고기를 사는 모습이 나왔습니다. 하지만 고난의 행군 이후로는 완전히 사라졌습니다.

이렇게 북한군이 바다를 차지하고 물고기를 잡고 있는데도, 군인들이 영양실조에 걸리고 있는 원인을 김정은이 다르게 해석하는 것 같습니다.

최민석: 어떻게요?

정영: 배가 없기 때문에 물고기를 못 잡는 것처럼 인식하는 것 같습니다. 사실 인민군 수산기지들에서 물고기를 잡아서 중국으로 다 보냈기 때문에 장마당에도 잘 나오지 않는데, 대신 주민들 속에서 이런 말이 돌았습니다.

"일본이 북한 동해쪽으로 물고기가 들어가지 못하게 초음파를 쏴서 물고기가 없다"는 식의 유언비어도 돌았습니다.

최민석: 그게 그 말이 먹혀 들어갑니까, 주민들이 그런 말을 믿습니까,

정영: 북한 주민들은 외부 정보가 없기 때문에 "아, 그러면 일본 놈들이 정말 나쁜 놈들이네.."라고 믿는 분위기입니다. 김정은이 진짜 군인들에게 생선을 먹이려면 "중국으로 물고기를 수출하지 말라"고 금지령을 내려야 바람직한 조치로 되는 거죠.

최민석: 김정은 제1비서가 인민생활을 책임지겠다고 해놓고도 경제현장에는 가지 않고 군부대 부업지 만 찾아 다니고 있는데, 이는 어떻게 봐야 할까요?

정영: 지금 부지깽이도 뛰는 모내기철인 데요, 지금 북한에서는 "밥 먹는 사람은 다 모내기 장에 나오라"는 구호가 나돕니다. 그런데 김 제1비서가 농촌에는 가지 않고 군부대만 찾아 다니는 걸 봐서 역시 민생경제가 우선이 아닌 듯 한데요, 대신 북한의 박봉주 총리만 민생현장을 돌고 있습니다. 노동신문 27일자는 박봉주 내각총리가 무산광산을 현지 요해하는 사진을 공개했습니다.

최민석: 박봉주 총리가 아무리 경제를 맡았다고 해도 북한 경제를 좌우지할 권력이 있나요?

정영: 북한이 지금 내건 목표가 핵무력 건설과 경제건설인데요, 여기서 보면 핵무력이 우선인데 그러면 핵과 군대를 강화하는데 돈과 물자를 먼저 쏟으니 총리가 쓸 돈이 없는 거죠.

최민석: 남쪽에서 쓰는 은어로 보면 박봉주 총리가 얼굴마담이네요.

정영: 김정은이 핵무력 건설과 경제발전, 이렇게 두 마리의 토끼를 다 잡겠다는 의도인데요, 북한이 그 핵보유 주장으로 해서 지금 국제적으로 고립되어 있지 않습니까, 김정일 위원장이 살아 있을 때 7.1경제조치를 했는데, 그때는 남북관계도 좋았고, 중국과의 관계도 좋았고, 미국으로부터 지원도 많이 받던 시기였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외부관계가 좋지 않기 때문에 외부의 경제적 원조가 없습니다. 그런 와중에 북한이 내부 원천을 총동원해 경제를 살린다고 하는데, 자력갱생만 가지고 한계가 있다는 것입니다.

최민석: 지금 북한은 열악한 경제상황을 자기 스스로 헤쳐나가고 타파하겠다는 것인데, 이건 좀 불가능하지 않겠습니까, 민생을 책임지겠다고 한 김정은 제1비서, 그렇다면 농사현장에 나가 모도 꽂아보고, 논두렁을 걸으면서 거머리에도 물려봐야 되지 않을까요?

정영기자, 수고했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다음시간에 또 뵙겠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