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민석: 북한에 계시는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한 주간 북한 선전매체의 보도 내용을 다시 한번 뒤집어보는 ‘북한언론 뒤집어보기’ 시간입니다. 오늘 진행을 맡은 최민석입니다. 오늘도 정영기자와 함께 합니다. 정영기자, 오늘 나눌 주제는 무엇입니까?
정영: 지난 달 5월 29일자 노동신문에 출산설이 제기되었던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 사진이 47일만에 공식 매체에 등장했습니다. 북한군에서 새로 꾸린 종합 양묘장을 현지 시찰하는 김정은 제1비서를 동행했다고 보도됐는데요, 5월이 출산달이라고 소문났던 김여정의 얼굴에는 실제로 붓기가 빠지지 않았고, 몸의 체형도 달라져 보였습니다. 그래서 오늘 시간에는 최근 김정은 체제에서 산파 역할을 하고 있는 김여정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최민석: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5월 출산했다는 정보가 사실이라면 산후 조리도 못하고 나왔다는 이야기가 될 텐데요. 북한 매체의 보도 내용을 다시 한번 설명해주시죠.
정영: 지난 5월 29일 북한 중앙 텔레비전은 김정은 제1비서의 친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동행했다고 사진 여러 장을 공개했습니다.
조선중앙tv보도를 직접 들어보시겠습니다.
조선중앙 TV: 경애하는 김정은 동지께서 인민군대에서 새로 꾸리고 있는 종합 양묘장을 현지지도 하시었습니다. 황병서 동지, 박영식 동지, 리재일 동지, 김여정 동지, 조용원동지가 동행했습니다.
노동신문과 조선중앙통신을 비롯한 북한의 주요매체들은 관련 사진을 여러 장 실었는데요, 최근 현영철 인민무력부장 처형설이 나오는 등 권력 불안정성이 높게 평가되지 않았습니까, 그 가운데 김여정이 서둘러 나왔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최민석: 그러면 5월이 출산달이라고 하는 첩보가 신빙성이 있는 것입니까?
정영: 김여정의 5월 출산설은 한국 국정원이 밝힌 것인데요, 지난 4월말 국회 정보위에서 김여정이 5월달에 출산할 것이고, 남편은 김일성 종합대학 동기로 알려졌다고 했습니다.
사실상 김여정의 결혼 사실을 제일 먼저 보도한 매체가 저희 RFA방송인데요, 김여정의 남편에 대한 이야기는 그 외에도 여러 곳에서 제기되었는데요, 최룡해 노동당 비서의 둘째 아들이라는 설도 있었고, 또 현재 리수용 외무상의 조카와 결혼했다는 말도 나오고 있습니다.
최민석: 그렇군요. 어쨌든 모든 것이 베일에 싸인 인물들이네요. 지금까지 공개된 김여정의 사진을 보니까, 김정은 제1비서와는 상당한 거리를 두고 동행하지 않습니까,
정영: 김여정의 위치를 보면 과연 어떤 일을 수행할 수 있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김여정은 현재 노동당 부부장의 직함을 갖고 김정은의 권력공고화를 뒤에서 돕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최민석: 정영기자, 노동당 부부장의 직책이 높은가요?
정영: 노동당의 부서에서 실무를 책임진 위치라고 볼 수 있습니다. 대북 소식통들은 “김여정이 김정은 현지시찰 일정을 관리하며, 주변 간부들의 동향을 감시하고 장악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최근 전한 바 있습니다.
최민석: 한국이나 다른 나라로 치면 비서실장과 비슷하네요.
정영: 김여정이 김정은의 행사 일정을 직접 챙긴다는 소린데요, 어려서부터 행사조직에 대해 배웠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최민석: 최근 현영철 인민무력부장이 처형된 이면에도 김여정이 개입되지 않았을 가요? 어떻습니까,
정영: 현재 김정은 제1비서가 현영철 인민무력부장을 처형하는 등 나이가 많은 군간부들을 서슴없이 처형하고 있는데요,
알려진바에 따르면 현영철이 김정은 참가한 대회에서 졸아서 처형됐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는데요, 이 사진을 보면 현영철이 졸고 있는 모습을 김정은이 볼 수 없습니다. 김 제1비서가 주석단 가운데 앉았고, 그 옆에 황병서, 그 다음에 현영철이 앉았는데, 김정은은 옆에서 조는지를 알 수 없죠. 그런데 앞에서 누군가가 보았을 가능성이 높은데요, 그 감시하는 사람들의 상관이 김여정이라는 겁니다. 감시원들이 아무개 간부가 졸았다고 알려주면 바로 김여정이 간부 동향을 장악한다는 것입니다
최민석: 김여정의 직책이 영어로 하면 온부스맨 정도 되겠네요.
정영: 김여정은 김정은을 동행하여 현지시찰에 나설 때면 항상 먼발치 떨어져서 따라옵니다.
지난 3월 12일 노동신문에 실린 사진을 보면 김정은이 동해안전방초소인 신도방어중대 시찰때도 김여정은 뒤에서 동행했습니다. 4월 12일자 노동신문에 소개된 평양국제공항 제2항공역사를 찾은 김정은을 소개할 때도 김여정은 뒤에서 수첩을 들고 따라붙었습니다. 아마 이렇게 따라다니면서 누가 열심히 수첩에 적지 않는지, 헛눈을 팔지 않는지 감시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김정은을 도와 간부들의 동향과 태도를 살피는 것으로 보입니다.
최민석: 그러니까, 비서실장이 맞네요,
정영: 김여정이 김정은의 뒤를 따라다니며 간부동향을 체크하고는 김정은과 간부사업을 할 것으로 보입니다.
과거 김일성과 김정일도 그랬습니다. 공동통치를 했지요. 둘이서 정치를 했는데요, 김부자가 간부사업을 토의할 때는 항상 밖에 나와서 따로 했습니다. 김일성 김정일 시대를 산 북한 주민들은 기억을 하시겠지만, 사업토의상이 대표적입니다. 김일성과 김정일은 창성별장앞에서 사업을 토의하든가 아니면 실내에서 할때는 복도에 서서 했습니다.
자, 그래서 지금 북한의 정치는 혈족정치, 왕족정치로 되는 것이죠. 북한 간부들 속에서는 “김여정의 눈밖에 나면 없다”는 우스개 소리도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최민석: 쉽게 말하면 김여정의 직책이 ‘고자질 쟁이’예요. 저렇게 뒤에서 집중 감시하면 간부들이 얼마나 떨리겠습니까,
정영: 오늘 흥미 있는 기사가 하나 실렸습니다.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자기와 나이가 비슷한 동년배 인물로 군 지도부 세대를 교체 중이라는 보도입니다.
최민석: 그러니까, 김정은 제1비서가 30대 인물들로 군 수뇌부를 교체하고 있다는 소린가요? 이거 굉장한 발상인데요,
정영: 주한 미군사령부와 한미연합 사령부, 유엔군 사령부가 공동으로 발간한 책자에서인데요, 제목은 ‘전략 다이제스트’라는 책이었습니다. 이 책은 상당한 정보력에 기초해서 쓴 책 같습니다.
현재 김정은이 고위 간부들을 숙청하는 것을 보면 일벌백계로, 예심기간도 없이 초보적인 재판 절차도 없이 처리하지 않습니까, 60~70대의 자기 아버지 시절의 간부들을 쳐내고, 자기 나이 또래로 군 간부들을 바꾸려고 한다는 분석은 설득력이 있습니다. 그래서 자기가 추구하는 조국통일대전을 무력으로, 힘으로 해결해보겠다는 의도로 보입니다.
최민석: 올해 김정은의 나이가 얼마이지요?
정영: 한국 정보당국은 김정은이 1984년 1월 8일생으로, 올해 31살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최민석: 그러면 김정은은 대위급이나 소좌급 인물들이 군단을 지휘할 수 있도록 바꾼다는 소리군요. 대단한 발상입니다. 북한의 간부들의 연령대를 30대로 바꾸면 간부층의 노령화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보이지만, 권력이 그만큼 불안정해질 수 있습니다. 노련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최민석: 예, 그만큼 충성할 나이가 아니지요. 이렇게 김정은이 공포정치로 군이나 고위 간부들을 바꾸면 그 곁에 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무섭겠습니까, 또 젊은 사람으로 채워 넣으면 경험부족과 호전성으로 한반도의 긴장은 더 올라갈 것으로 보입니다.
정영기자, 수고했습니다. 다음시간에 다시 뵙겠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안녕히 계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