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소년단 등골 휘게 하는 ‘꼬마계획’

조선소년단 제7차대회를 앞두고 지난 1일 소년단원들이 마련한 방사포를 인민군대에 증정하는 행사가 열리고 있다.
조선소년단 제7차대회를 앞두고 지난 1일 소년단원들이 마련한 방사포를 인민군대에 증정하는 행사가 열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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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 계시는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북한 매체의 보도내용을 다시 뒤집어 보는 '북한 언론 뒤집어보기' 최민석입니다. 오늘도 정영기자와 함께 합니다.

정영기자, 오늘은 다룰 주제는 무엇입니까,

- 조선소년단 제7차 대회 맞아 '소년호' 방사포 10대 기증

- 소년단원들 '꼬마계획' 파철 모아 국방에 기여

- 소년단원들 '꼬마계획' 파철 50kg과제 어려워

- 소년단원, 파철 과제 수행하러 도둑질까지 감행

- 북 당국, 무산광산, 은률광산 철광석 중국 수출

정영: 요즘 북한이 소년단 대회 7차대회를 벌여놓고 "소년단원들이 방사포를 만들어 인민군대에 기증했다"고 중앙텔레비전에서 방영했습니다. 10대의 어린 동심을 잡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김정은 체제가 어린이들이 무기까지 만들어 국방의무를 다하고 있다고 선전하고 있는데, 한쪽에서는 외화벌이를 한다고 어른들은 귀한 철광석을 헐값으로 수출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 시간에는 소년단원의 등골을 휘게 하는 파철 수집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최민석: 소년단원들의 등골 휘게 하는 파철 모으기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북한의 소년단원들이 세상에서 제일 행복하다는 찬양이 이어지는 가운데, 소년단 대회가 다가오고 있지요?

정영: 북한 소년단 명절은 6월 6일이니까 오늘 7차 소년단 대회가 시작될 것입니다. 북한은 6월 들어 모내기로 바쁜 데도 불구하고 전국의 소년단원들을 평양에 불러들여 대규모 행사를 벌여놓고 있습니다. 그런 가운데 소년호 방사포를 인민군대에 보냈다는 증정식이 함경남도 함흥시에서 진행됐습니다.

잠시 북한 텔레비전의 보도를 들어보겠습니다.

북한 중앙TV: "조선소년단 제7차대회를 맞으며 온 나라 소년단원들의 뜨거운 애국의 마음이 어린 방사포들이 인민군대에 증정되었습니다."

최민석: 북한 텔레비전을 보니까, 방사포가 한 열대는 되는 것 같은데요, 그런데 미국과 싸우고 남한을 짓뭉개버리라고 선전하고 있군요. 어린 마음에 적개심을 심어주고 있는데요, 과히 좋아 보이지 않는군요.

정영: 북한 TV의 내용을 다시 한번 듣고 넘어가죠.

북한 중앙TV: 인민군대 군인들은 전국의 학생 소년들의 지성이 깃든 방사포들에 멸적의 의지를 만 장약해서 미제와 남조선 괴뢰들을 짓뭉개버릴……

한국이나 미국에서는 부모들이 어릴 때부터 자녀들에게 남에게 피해를 주지 말아야 한다. 정직하게 살아야 한다, 이웃을 존중해야 한다고 가정교양을 하고 있는데, 북한은 소년들에게 싸워야 한다고 교양하기 때문에 북한의 계급교양이 문제입니다. 어릴 때부터 선한 마음을 간직하게 하는 게 아니라, 남을 증오하는 마음으로 교육하기 때문에 이 소년들이 어른이 되면 정서적으로도 문제가 큽니다.

최민석: 그런데 저렇게 많은 방사포를 소년단원들이 어떻게 만들었다는 것입니까,

정영: 북한 소년단원들에게 꼬마계획이라는 게 있는데요, 매년 파철을 모아서 용광로에 녹여서 그걸 군수공장에 보내서 방사포나 포, 탱크 같은 중무기들을 만들어 군대에 증정하는 행사를 벌이고 있습니다. 올해는 소년단 7차대회가 열린다고 하니까, 인민군대에 방사포를 보내는 행사를 한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저런 파철을 모아서 이런 행사를 하는 게 보통 어려운 게 아닙니다.

최민석: 아니, 왜요.

정영: 북한 소년단원들이 꼬마계획 과제로, 매년 일인당 파철 50kg, 파지 5kg, 파늄, 파동, 토끼가죽 10장을 바쳐야 합니다.

최민석: 아, 그럼 그게 일종의 세금 같은 것입니까,

정영: 세금이란 말은 북한에서 잘 쓰지 않으니까, 듣기 좋게 '꼬마계획'이라고 합니다. 그러니까, 어려서부터 노동하고, 과제수행 같은 것을 하게 하는 일종의 사회봉사인데, 어린이들 치고는 너무 어려운 과제입니다.

최민석: 지금 북한에 소년단원들이 모두 몇 명이나 됩니까,

정영: 지금 북한은 소년단원을 300만명이라고 주장하고 있는데요, 북한 매체들은 '300만자루의 총과 폭탄이 되라'고 선전하지요.

최민석: 아니, 그러면 300만명이면 거기에 50kg을 곱하면 1억 5천만kg이고, 약 15만톤 정도 되네요. 강철 15만톤이면 적지 않은 숫자인데요, 티끌 모아 태산이라고 소년단원들이 모으는 고철이 작지 않네요.

정영: 김일성 주석도 6.25전쟁이 끝난 다음에 "강재 만 톤만 있으면 나라가 허리를 펴겠다"고 말했는데, 그 15만톤이면 북한이 허리를 열다섯도 더 펴겠지요.

그런데 그 파철을 모으기가 보통이 아닙니다. 왜냐면 북한에 파철이 거의 없습니다. 90년대 중반부터 중국으로 너무 많은 파철을 팔아먹고, 밀수도 해서 거의 없습니다. 남아 돌아가는 쇠 덩어리가 있어야 하는데 너무 많은 사람들이 쇠에 눈독을 들이다 보니까요.

그래서 소년단원들이 쇠붙이 한 조각을 얻는다는 게 정말 하늘의 별 따기만큼 힘든데요, 파철 모으기와 관련한 일화가 있는데요,들어보시겠어요?

최민석: 어떤 일화요, 궁금한데요.

평양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가 하면, 어느 날 학교 갔던 동생이 오지 않아 누나가 창 밖을 내다보고 있는데, 멀리서 동생이 오는 모습이 보이는 거예요. 그런데 동생이 집으로 곧바로 오지 않고 아파트 공사장을 빙 에 돌아 오는 것입니다. 그런데 동생뿐만 아니라 그 뒤에 또 다른 학생들도 모두 앞을 보지 않고 바닥을 유심히 살피며 걸어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누나가 집에 온 동생에게 "야, 너희 반 애들은 왜 길을 곧추 다니지 않고 공사장을 빙 돌아 집으로 가냐?"고 물으니 "학교에서 파철 수집을 하라고 하는데, 혹시 땅바닥에 떨어진 파철이 없는가 해서 그랬다"는 것입니다. 찾았냐고 물으니까 못 찾았다고 하면서 동생이 울상이 되었답니다.

어쩌다가 철근이나 못이라도 얻는 날에는 학생들이 기뻐서 벙글거립니다. 이렇게 한창 뛰어 놀아야 할 소년들이 파철 때문에 얼굴에 웃음을 잃고 다닙니다.

최민석: 저도 어렸을 때 길을 가다가 한번은 200원을 얻은 적이 있어요. 그때 이후로 일주일 내내 땅만 보고 걸었어요, 아니, 돈을 줍자고 땅을 보는 것은 좀 있을만한 일이겠지만, 파철을 줍자고 땅만 본다는 게 좀 우습습니다. 그런데 그 파철 계획을 수행하지 못하면 어떻게 됩니까,

정영: 학생들이 파철 계획을 못하면 공부가 끝나고 일어서서 욕을 먹어야 하지요. 담임선생님들이 누구는 계획을 하고 누구는 못했는데, 언제까지 하겠냐고 따집니다. 그리고 학교 벽보판판에 이름을 올려놓고 폭로를 하지요, 그래서 아이들이 스트레스를 많이 받습니다.

그래서 어떤 자녀들은 아버지들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아버지 학교에서 파철 해오래요"라고 말하면, 아버지가 뭐라고 하냐면, "야, 임마, 난 너보다 더 파철 과제가 많다"라고 말합니다. 이렇게 정말 온 나라가 파철 때문에 고생을 많이 하는데요, 그래서 아버지와 아들, 어머니가 버럭장에 나가서 파철을 줍든가, 아니면 수매소나 공장에서 파철을 도둑질해다 낸답니다.

최민석: 정영기자, 그러면 한국에서는 이런 재활용품들은 다 재활용품 회사에서 다 수거를 하는데요, 그런데 북한에선 어린 아이들이 계획을 못한다고 욕을 먹는 것은 좀 불합리하네요.

정영: 북한에서는 "아이들은 나라의 왕"이라고 말합니다. 그런데, 방금 본 텔레비전에도 방사포 기증식장에 참가한 소년단원들은 땡볕에 서있습니다. 간부들이 서있는 주석단을 보니까 전부 그늘입니다. 그러니까 간부들은 그늘 밑에서 지시를 하고, 행사에 참가한 아이들은 땡볕에서 고생하는 거죠. 그러고도 과연 북한에서 아이들이 왕이냐, 이런 회의감이 듭니다.

최민석: 요즘 북한이 중국에 철광석을 굉장히 많이 팔고 있는데, 차라리 이거 좀 덜 팔고, 소년단원들에게 파철수집 부담을 덜어주는 게 정상이 아니겠습니까,

정영: 북한은 현재 무산광산과 은률 광산에서 나오는 천연 철광석을 중국에 헐값으로 팔고 있습니다. 김일성 전 주석은 생전에 "무산광산은 나라의 보배다"라고 말했습니다. 그 아시아 최대 노천 철광석을 인민경제에 쓰지 못하고 중국에 팔고 있는데요, 중국의 모 철광기업은 무산광산을 50년동안 채굴하는 권한을 획득했다고 합니다.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요즘 후대들에 대한 관심을 돌린다고 선전을 많이 하는데, 진짜 어린이들을 사랑할 것 같으면 이 어린이들을 사회적 부담에서 해방시켜줘야 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최민석: 북한이 무료교육이라고 하는 선전이 무색할 정도인데요, 그리고 요즘에는 살겠다고 나온 9명의 탈북 고아들까지 김정은 우상화에 이용하려고 끌고 들어가는 북한의 자세가 과연 어린이들을 위한 것인지 모르겠네요. 정영기자, 오늘 이야기 잘 나눴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오늘 순서는 여기서 마칩니다. 다음 시간에 또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