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민석: 북한에 계시는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한 주간 북한 선전매체의 보도 내용을 다시 한번 뒤집어 보는 ‘북한언론 뒤집어보기’ 시간입니다. 이 시간 진행에 최민석입니다. 오늘도 정영기자와 함께 합니다. 정영기자, 오늘 나눌 주제는 무엇입니까?
정영: 오늘은 사회주의문명국 건설에 나선 북한이 국가재정난을 어떻게 극복할까? 이런 주제에 해결책을 제시한 논문을 가지고 분석해보겠습니다.
최근 발간된 김일성종합대학 학보에 재정관리에 관한 논문 한편이 실렸는데요, 이 논문은 일부 화폐 자금이 기관 기업소, 개인들 수중에 있다면서, 이러한 유휴화폐를 끌어내어 국가재정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래서 오늘 시간에는 북한이 재정을 어떻게 확보하고, 또 부족한 재정을 충당하기 위해 어떤 정책을 쓰려고 하는지 풀어보겠습니다.
최민석: 재정난에 시달리는 북한이 시장에서 돌고 있는 돈을 노리고 있다는 지적이군요. 그러면 정영기자, 북한이 국가재정문제를 어떻게 풀려고 시도하고 있습니까,
정영: 일단 북한은 현재 많은 돈이 개인이나 기관에 머물러 있다고 밝혀, 사실상 개인들에게 상당한 량의 재화가 몰려 있음을 시사했습니다.
김일성 종합대학 학보는 “일부 화폐 자금은 정상적인 생산과정이나 유통통로에서 벗어나 일시적으로 기관 기업소, 주민들의 수중에 머물러 있게 된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는 북한내부에 외화가 상당히 잠재되어 지하경제를 좌우지 하기 때문에 이를 끌어내는 게 중요하다는 걸 의미하고 있습니다.
최민석: 북한이 이러한 외화 자금을 끌어내서 김정은 체제가 내건 사회주의문명국 건설을 하겠다, 이런 의미로 볼 수 있겠네요.
정영: 논문에서도 “유휴화폐 동원은 국가의 자금 수요를 충족하는 보충적 원천으로 재정수입을 늘려준다”고 설명했습니다. 현재 북한이 어려운 국가 재정난을 타개하기 위해 개인들의 수중에 있는 돈을 끌어내려는 의도로 보입니다. 김일성 종합대학은 북한 최고의 대학으로, 이곳에서 발표되는 논문들은 국가정책에 다소 반영되고 있습니다.
최민석: 그러면 북한이 어떤 방법으로 이 돈을 끌어내려고 하고 있습니까,
정영: 이 논문은 은행을 통해 모든 기관 기업소의 유휴화폐 자금을 장악하고 저금 보험을 통해 유휴화폐를 동원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니까, 국가가 모든 기관기업소의 화폐자금을 실사하고, 얼마나 보유하고 있는지, 그리고 그 화폐를 저금시키거나 보험에 드는 방법으로 국가가 장악하겠다는 의도입니다. 이렇게 모인 돈으로 은행에서 대부, 즉 빌려주고 이자를 받는 형식으로 화폐의 활용도를 높이겠다는 소립니다.
최민석: 일반 국가들에서 쓰는 금융정책의 원론적인 부분이네요. 그런데 북한이 왜 개인들의 유휴자금에 그렇게 신경을 쓰는 거죠?
정영: 그걸 살펴보려면 우선 북한의 금융정책부터 보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북한은 사회주의 집단주의이기 때문에 개인의 사유재산이 거의 없습니다. 텔레비와 가장집물밖에는 개인 소유가 허용이 되지 않는데, 그래서 세금이라는 게 거의 없습니다. 세금이 있어야 국가를 운영할 수 있지 않습니까, 세금으로 공무원들에게 월급도 나눠주고, 국가기간 건설에도 적절하게 투자가 이뤄질 수 있지요.
최민석: 세금이 없으면 나라가 어느 쪽으로든 돈을 쓸 수가 없지요.
정영: 그런데 북한은 세금을 폐지했기 때문에 국가가 개인들에게 손을 내밀 수 밖에 없지요.
최민석: 북한 국고에 돈이 없어진 지 꽤 되지 않습니까,
정영: 북한은 국고에 돈이 없어 매번 새 지폐만 찍어냅니다. 그러니 물건 값이 계속 올라가고요, 인플레이션이 올라간다고 하지요. 그런데 이렇게 나온 돈은 국가은행을 통해 돌지 않고 주민들과 특수 기관들 사이에서 따로 돌고 있습니다.
최민석: 그래서 북한이 그 돈의 흐름에 국가도 숟가락 하나 얹어 놓겠다는 소린데요, 북한이 잘하는 것 있지요? 그 화폐개혁 같은 것이요.
정영: 북한에서 장사를 잘해서 돈이 많은 사람과 없는 사람간에 생활격차가 굉장히 많이 생겼습니다. 그래서 실시하는 것이 바로 화폐개혁입니다. 이미 발행했던 화폐를 무효화시키고, 새 화폐를 찍어 구화폐를 쓰지 못한다고 선포합니다. 그리고 한 가구당 얼마씩 바꾸어주겠다고 선포하지요. 이런 강제적인 방법으로 주민 생활 수준을 평균화 시키겠다는 의도인데요,
북한은 지금까지 1947년 12월에 한번의 화폐개혁이 있었고, 1949년, 1959년, 1979년과 1992년, 2009년 이렇게 5번 화폐교환을 했습니다. 그런데 이런 방법이 신사적인 방법이 아니라, 강제적인 방법으로 시행하는 것입니다.
최민석: 일반 국가치고는 참 많은 화폐개혁과 변혁이 있었군요.
정영: 북한이 계속 돈을 찍어 내다보니 돈을 가진 사람은 많이 가지고, 없는 사람은 아예 없습니다. 그래서 북한은 빈부격차를 화폐개혁으로 없애보겠다고 15~20년 주기로 화폐개혁을 단행하고 있습니다.
최민석: 그렇게 해서 장롱 속에 있는 묵은 돈을 빼내겠다는 소리지요,
정영: 그런데 이제는 주민들이 속아넘어가지 않지요. 북한 주민들은 북한 돈을 가지고 있다가는 하도 낭패를 많이 보아서 이제는 달러나 위안화로 건사하고 있습니다. 외화는 부피가 작기 때문에 건사하기도 쉽거니와 미국 달러는 국제 공용화폐기 때문에 화폐교환을 절대로 하지 못한다는 신뢰가 깔려 있다는 거죠.
최민석: 북한이 개인들한테 있는 돈을 끌어내기 위해 화폐 개혁으로 도저히 안되니까, 이제는 어떤 방법을 씁니까,
정영: 북한의 논문이 강조한 것이 뭐냐고 하면, 개인들에게 저금과 보험에 들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최민석: 그 저축과 보험은 신용이 첫째가 아닙니까,
정영: 저희 같은 경우엔 돈 1천달러만 생겨도 은행에 가져다 저금합니다. 자본주의 은행은 이자에 원금까지 보관되어 있고, 개인들에게 어느 때든 찾을 수 있기 때문에 신용이 쌓였습니다.
최민석: 그러다가 무슨 일이 생긴다 해도 저희가 저금한 돈을 찾을 수 있는 예금정책이 있는 거지요.
정영: 예를 들어 은행이 화재로 전소되었다고 하면, 저희가 맡겼던 돈은 다른 은행을 통해서라도 받을 수 있는 정책이 있지요. 그런데 북한 주민들은 은행이 신용이 아예 없기 때문에 돈을 맡기지 않습니다. 은행에 맡기기 보다는 대부분 집에다 건사합니다. 달러나 위안화 같이 가치 나가는 화폐는 천정에 올려놓거나, 벽에 구멍을 뚫고 거기다 건사합니다. 북한돈의 경우에는 마대에 싸서 방에다 건사하는 수준까지 이르렀습니다.
최민석: 북한에 자연재해가 많지 않습니까, 그러다가 집에 불이라도 나면 어떻게 합니까,
정영: 집에 화재가 나거나, 물에 떠내려가면 다 잃게 되는 거죠. 그렇게라도 건사할 수 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그래서 지금 개인들에게 돈이 많이 들어갔다는 것입니다.
최민석: 자연재해 위험이 있지만, 그래도 은행에는 못 간다, 안 주니까, 북한에는 보험이나 보상해줄 수 있는 기관이 없습니까,
정영: 북한이 개인들의 유휴자금을 끌어내는 방법으로 보험이야기도 했던데요. 북한에서 보험의 종류는 두 가지 정도가 있습니다. 인체보험(대인)과 재산보험(대물) 보험으로 구분하는 데 인체보험은 일종의 저축성 보험으로 매달 근로자들은 월급을 받을 때 얼마씩 떼어냅니다. 그리고 보험계약 기간이 종료되면 보험금과 함께 이자를 지급받는데요. 만일 사고를 당하거나, 사망하거나 퇴직할 때는 한꺼번에 돈을 받는 제도입니다.
최민석: 이게 미국이나 한국으로 보면 건강보험과 퇴직금이 한데 묶여졌다고 보면 비슷하겠네요.
정영: 그런데 이것도 국고에 돈이 없다고 하면 돌려받지 못하는 거죠.
최민석: 권력자와 거리가 멀다, 연고가 없다고 하면 받지 못하고, 은행에 돈이 없으면 개인들이 돈을 받지 못한다, 라고 하면 이걸 가리켜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은행이 부도가 났다고 하지요. 북한도 국가부도란 말이 되겠네요.
정영: 북한에서 은행은 전부 국가 소속이기 때문에 은행에 돈이 없으면 국가부도라고 볼 수 있죠. 대부분 국가들은 부도가 나면 국제금융기구에 구제신청을 하지 않습니까, (최민석: 월드뱅크나 IMF도 있지요) 거기서 돈을 좀 꾸어달라고 하지요. 그렇게 해서 국가의 재정을 다시 확보하는데요, 그런데 북한의 경우에는 국제사회와 동떨어져 살다 보니 외국에서 돈을 꿀 데도 없고, 돈을 꾸어주겠다는 국가도 없습니다.
최민석: 또 국가 신용도 자체가 없습니다. 문제가 되지요. 그래서 북한이 이렇게 외국에서 돈을 꾸지 못하니까, 주민들이 가지고 있는 장롱 속 달러를 끌어내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군요. 북한이 개인들한테서 돈을 끌어내자고 해도 국가 신용을 보이는 게 우선 순위 같습니다. 믿음이 가야 돈도 맡기지요.
정영기자 오늘 수고했습니다. 다음 주 시간에 다시 뵙겠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