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 가뭄 속 김정은 포사격 참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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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석: 북한에 계시는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한 주간 북한 선전매체의 보도 내용을 다시 한번 뒤집어보는 ‘북한언론 뒤집어보기’ 시간입니다. 오늘 진행을 맡은 최민석입니다. 오늘도 정영기자와 함께 합니다. 정영기자, 오늘 나눌 주제는 무엇입니까?

정영: 북한이 남한에 대고 대화에 나설 수 있다고 성명을 발표한 다음날,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는 북한군 해군함선 부대와 지상포병 부대들의 포사격 훈련을 참관했다고 북한 매체들이 보도했습니다. 지금 북한 전역에는 100년만에 가뭄이 찾아와 한해 농사가 망했다고 한탄소리 높은데, 김정은 제1비서는 군사훈련에 ‘귀한 시간’을 쏟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한 이야기를 나눠보겠습니다.

최민석: 며칠 전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에서도 전해드렸지요. 지금 북한에서는 가뭄 때문에 농민들의 속이 타 들어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김정은 제1비서는 아무 일이 없는 것처럼 환하게 웃으면서 군사훈련을 참관했는데요, 참 이색적입니다. 정영기자, 며칠 전에 김정은 제1비서가 또 포사격을 참관했다고 하는데, 설명 좀 해주시죠.

정영: 예, 지금 북한 대남선전 웹사이트들인 우리민족끼리와 조선중앙통신 인터넷 매체들이 열흘째 접속이 안되고 있습니다. 그 가운데 다행히 노동신문 웹사이트는 열리거든요.

16일자 노동신문 1면에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해군함선구분대와 지상포병구분대들의 야간해상 화력타격 연습을 참관했다는 사진이 크게 났습니다.

북한이 군사훈련 모습을 공개한 것은 남북 당국간 대화의지를 밝힌 지 하루만입니다. 북한은 15일 ‘공화국 정부성명’을 내고 첫째, 남북 관계 및 통일문제를 민족 자주적으로 해결하자고 요구했고, 둘째로 남북 간 ‘체제통일’을 추구하지 말고, 세 번째는 한미연합군사훈련을 중단하자고 요구했습니다.

이렇게 남쪽에 대고 군사훈련을 중단하라고 하고 김정은 제1비서는 대포와 미사일을 쏘는 훈련을 봤습니다.

최민석: 북한이 ‘정부성명’에서 남북대화를 제기했으면, 신뢰를 보이기 위해서라도 군사훈련을 하지 않는 게 정상이 아닌가요?

정영: 이번 제안에 무게가 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서 조총련 기관지 조선신보는 우회적으로 설명했는데요, 조선신보는 “이번 제한은 최고영도자의 뜻이 구현됐다”며 “남한 당국이 심사 숙고하라”고 호응을 당부했습니다.

최민석: 김 제1비서가 아무리 포사격, 미사일 발사를 좋아한다고 해도 지금처럼 최악의 가뭄 상태에서 농사가 망했다고 아우성인데, 이럴 때일수록 자제해야 되지 않는가요?

정영: 예, 지금 북한에서는 올해 또다시 100년 만에 가뭄이 들어 농사가 망했다고 아우성입니다. 함경북도에는 4월부터 지금까지 비가 거의 오지 않았다고 하고요. 함북도 지방 농민들이 한달 전에 심은 옥수수 종자가 나오지 않는다고 울상이 되었고요. 황해남북도 농민들은 논벼들이 말라 죽어 하늘을 보며 한탄하고 있다고 합니다. 농민들은 비를 제발 좀 내려달라고 하늘에 빌기도 한다고 하는데요,

최민석: 정말 가뭄이 심각한 것 같은데요, 북한이 공식적으로 발표한 자료 같은 것이 있습니까,

정영: 조선중앙통신은 16일 극심한 가뭄으로 전국각지 농촌에서 모내기한 논의 30%가량이 피해를 받고 있다고 시인했습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8일 현재 전국적으로 44만1천560정보의 모내기한 논에서 13만6천200 정보의 벼모들이 말라가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최민석: 북한이 밝힌 대로 30% 논벼 면적이 피해를 입었다면 알곡 소출도 30% 가량 떨어진다는 소리가 되지 않습니까,

정영: 그러면 북한의 곡물 생산이 300만톤 선으로 주저앉을 수 있다고 해석해볼 수 있는데요, 청취자 여러분들도, 고난의 행군이라고 하는 1990년대를 기억하실 겁니다. ‘고난의 행군’때와 상황이 비슷하다는 소린데, 남한 농업진흥청에 따르면 북한의 식량생산량은 1995년 413만톤에서 1996년 345만톤, 1997년 369톤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래서 내년도 북한의 식량위기가 20년만에 최악에 달할 것으로 농업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습니다.

북한도 지금 말라 죽는 벼모대신 다른 작물을 심자고 하는데, 너무 가물어서 다른 종자를 심어도 나오지 않는다고 합니다.

최민석: 식량지원을 받기 위해서라도 북한이 남북 대화에 성의 있게 나와야 하는데, 김정은 제1비서가 지금 하는 행동을 보면 대화가 아니라 도발로 갈 가능성이 커 보이는데요?

정영: 북한 전문가들은 김 제1비서가 남북대화를 위해 자세를 낮출 것인지, 아니면 대남도발을 통해 식량난으로 생긴 주민들의 불만을 외부로, 남쪽으로 돌릴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지도자의 결단이 필요한 때라고 보입니다. 북한 농민들 속에서는 하늘에 비를 내려달라고 제사를 지낸다고 하는데요,

최민석: 옛날처럼 돌아간다는 소리군요.

정영: 예로부터 우리 나라에서는 조상대대로 하늘에서 비가 오지 않으면 기우제라는 것을 지냈습니다. 농업이 기본 업으로 되었던 고려시대, 조선시대에는 장마철에 비가 많이 내리고, 봄에는 가물었기 때문에 백성들은 기우제를 지냈습니다.

이때는 수리시설도 변변히 갖추지 못했고, 전기도 없었기 때문에 무작정 소를 잡고, 진흙으로 용을 빚어 하늘에 제를 지냈다고 합니다.

그 중에는 왕이 직접 제사를 지냈다는 기록도 있는데, 국왕은 궁궐에서 일을 보지 못하고 밖에 나와서 보았고, 반찬의 가짓수도 줄였다고 합니다. 그 이유는 나라에 닥친 가뭄이나 홍수 같은 재난이 국왕이나 조정의 대신들이 무능해서 오는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최민석: 북한도 왕조국가이니까 김정은 제1비서가 기존의 왕들처럼 기우제도 좀 지내고, 이 참에 살도 좀 빼야 되지 않겠습니까,

정영: 기우제는 고사하고 당장 농사가 망해 인민들이 굶어 죽게 되었는데, 군사훈련을 자제했으면 좋겠습니다. 지금 농민들은 타 들어가는 곡식포기를 보면서 얼마나 가슴이 아프겠습니까,

그런데 지도자는 포사격을 보면서 “해상목표들을 사정없이 두들겨 패는 것을 보고 잘한다고, 집중성이 아주 좋다고, 포탄들에 눈이 달렸다”고 치하하고 있으니 이게 현실과 맞는 행동인지 실망입니다.

최민석: 남한정부도 북한에서 지원요청이 오면 가뭄 피해를 줄이도록 지원하겠다는 입장을 보였지요?

정영: 오히려 북한의 가뭄을 보면서 외부에서 더 걱정입니다. 한국 정부는 12일 북한이 지원을 요청할 경우 종합적으로 고려해 검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리고 유엔식량계획(WFP) 관리들도 지난 10일 한국을 방문해서 북한의 가뭄 피해를 걱정하면서 올해 대북식량지원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그런데 이런 식량지원을 하자면 한국을 비롯한 유엔 회원국들이 회비를 내야 가능합니다. 그래야 북한에 식량을 사서 줄 수 있는데, 김정은 제1비서는 식량난은 아랑곳하지 않고 군사 훈련에 열중하기 때문에 외부 사회에서는 곱지 않게 보는 것입니다.

최민석: 그렇습니다. 남한과 국제사회는 북한의 가뭄을 두고 걱정이 많습니다. 북한의 지도자도 인민들의 먹고 사는 문제를 풀기 위해서라도 자제하는 게 옳은 자세라고 생각됩니다. 정영기자, 수고했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다음시간에 다시 뵙겠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