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주민 “가뭄에도 대기근 없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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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희: 북한에 계시는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한 주간 북한 선전매체의 보도 내용을 다시 한번 뒤집어보는 ‘북한언론 뒤집어보기’ 시간입니다. 오늘 진행을 맡은 이원희입니다. 오늘도 정영기자와 함께 합니다. 정영기자, 오늘 나눌 주제는 무엇입니까?

정영: 100년만에 혹심한 가뭄으로 올해 농사에 차질이 있을 거라고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는데요, 이 보도가 과장일 가능성이 있다고 외신들이 주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 내부 주민들은 황해도 일부 지역은 가뭄이 심각하다고 인정하면서도 대량아사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게 보고 있는데요,

지난해 100년만에 닥친 가뭄에 이어 올해 또 들이닥친 왕가뭄. 90년대 중반과 같은 대기근이 반복되겠는지, 북한 주민들이 이를 극복할 수 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이원희: 북한 매체가 연일 가뭄으로 인한 식량난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정영기자, 먼저 북한에서 가뭄 상황에 대해 어떻게 발표했습니까,

정영: 요즘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에서도 매일같이 북한의 가뭄 피해 상황에 대해 보도하고 있는데요, 그도 그럴 것이 북한은 온 나라 주민이 농사를 지어 먹고 살지 않습니까, 그래서 농사야말로 북한 체제의 명운을 결정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인데요, 그래서 특별히 북한의 가뭄이나 홍수가 주목을 받는 것입니다.

이원희: 가뭄은 북한뿐 아니라 지구 온난화 문제로 전세계가 직면한 심각한 문제지요. 북한 언론은 현재 가뭄 현상을 어떻게 보도하고 있습니까,

정영: 먼저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한 내용을 먼저 알아보겠습니다. 조선중앙통신은 지난3일 “지난해에 100년래 가장 심한 왕가물(가뭄)이 든데 이어 올해에도 조선의 전반적 지방에서 가물현상이 지속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16일에는 “지난 8일 현재 전국적으로 44만1천560정보의 모내기한 논에서 13만6천200 정보의 벼모들이 말라가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전체 논 면적의 약 30%에 해당되는 피해 규모인데요, 구체적으로 가장 심각한 가뭄 피해를 입은 지역은 황해남북도와 평안남도, 함경남도 지역이라고 합니다.

북한의 가뭄 상황을 전한 기상수문관리국 부원의 말을 한번 들어보겠습니다.

북한 기상수문관리국 부원: 지난해 우리 나라는 100년 이래 가장 큰 왕가물 피해를 입었는데, 올해 들어와 연이어 가물피해를 입다 보니 그 피해 상황이 커지고 있습니다. 지금 가뭄 피해로 해서 물부족 현상이 심하게 나타나고 그로 인한 농작물 피해는 확대될 것으로 보입니다.

영국의 BBC 방송은 17일 "북한이 공개적으로 내부의 부족 상황을 알리는 것은 이례적"이라며 "가뭄 피해가 심각한 방증"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원희: 그런데 이렇게 가뭄을 보도한 북한 언론을 의심하는 외신들의 보도도 나오는데요, 얼마나 믿을 수 있습니까,

정영: 최근 북한 매체의 가뭄 보도에 의혹을 표시하는 외국 전문가 의견이나 언론 보도가 나오고 있습니다.

미국의 아시아지역 농업전문가인 랜들 이어슨은 미국의 북한 전문웹사이트 38노스에 기고한 글에서 북한의 가뭄은 아직 재앙적 수준이 아니라고 밝혔습니다. 상당히 이례적이었습니다. 지금 북한이 가뭄으로 인해 고통을 호소하고 있는데, 이 전문가는 북한의 보도내용과 세계가 관찰한 강우량을 보고 차이를 발견했는데요, 지난 3월 이후 해주와 사리원에서 100mm가 넘는 비가 왔고 최근에도 50mm 안팎의 비가 내렸다는 것입니다. 북한이 황해도 지방에 비가 전혀 내리지 않았다는 주장과 달리 평균치보다는 낮지만 북한의 주장이 과장됐다는 것입니다.

이원희: 이에 대해 외신은 어떻게 보고 있습니까,

정영: 북한의 가뭄 보도와 관련해 워싱턴 포스트의 안나 파이필드 워싱턴포스트 도쿄 지국장은 한 매체에 기고한 글에서 ‘왜 북한은 갑자기 100년 만의 최악의 가뭄을 이야기하는가’라는 의문을 달았습니다.

북한이 호소하는 가뭄 피해가 진실인지 여부를 의심하는 것인데요, 파이필드 지국장은 “ ‘38노스’가 분석한 결과 지난 3월부터 최근까지 해주에 181mm, 사리원에 102mm의 비가 내렸다”고 설명했는데요.

“평년보다 낮은 건 맞지만, 전혀 비가 오지 않았다는 것은 과장”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왜 외국 언론이 북한 매체의 보도가 과장이라고 주장하냐면 북한이 평양시에 대동강 물이 불어난 것처럼 사진을 조작한 적이 있고, 또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의 우상화를 위해 주변에 사람이 많은 것처럼 조작한 사례가 있었기 때문에 액면 그대로 믿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

이원희: 위조를 여러 차례 한 사례가 있어 북한 언론의 보도를 진실로 믿지 못하겠다는 소리군요. 그러면 북한 내부 주민들이 전하는 북한의 가뭄 상태는 어떻습니까,

정영: 현재 북한 주민들의 말에 따르면 가뭄이 가장 심각한 지방은 황해도 지방이라고 합니다. 이 점에서는 북한 매체가 보도한 내용과 일맥상통한데요. 약 60%이상 논밭의 물이 말라서 벼농사가 사실상 망했다고 합니다. 연백벌과 재령벌 등을 적시던 젖줄지 같은 저수지의 물이 바짝 말라서 물을 대지 못하고 마른 논 상태에서 모내기를 했다고 합니다.

말라 죽은 벼모 자리에는 강냉이나 다른 작물로 대체한다고 하는데, 이번 가뭄으로 다른 작물을 심어도 구실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평안남북도와 자강도 함경남도 지방은 아직까지 가뭄 피해가 적다고 합니다. 때문에 현재의 가뭄 피해를 놓고 내년도 농사가 망했다 안했다를 전망하기는 이르다고 반응했습니다.

함경북도 주민들과 연락하는 대북 소식통은 대량 아사 가능성은 적다고 내다봤는데요, 직접 들어보겠습니다.

소식통: 굶어 죽는 사람은 최근에는 없어요. 94년, 95년, 96년 3년 사이에 김일성에게 충실했던 사람들이 다 돌아갔어요. 정말, 나라를 위해서 돈과 명예를 바라지 않고 나라를 위해 충성하던 사람들이 다 돌아갔어요. 북한 사람들이 말하듯이 여우와 승냥이만 살아 남았다. 그래서 사람들은 나름대로 자기가 먹고 살아갈 수 있는 시스템(장사항목)을 딱 가지고 있어요. 내가 이거 안 하면 굶어 죽는다…

이렇게 북한 사람들은 3년동안 혼났기 때문에 이번에 가뭄에도 불구하고 자기가 먹고 살아갈 수 있는 예비는 마련한다는 소립니다.

이원희: 그러면 평안남북도 내륙지방과 강원도 지방 농사는 괜찮다는 반응인데요, 그러면 황해도 지방의 농사가 안되면 누가 가장 타격을 받습니까,

정영: 황해도 지방은 원래 군량미를 생산하는 지역으로 소문났습니다. 인민군 1군단에서 5군단까지 전방 초소를 지키는 군인들에게 공급할 군량미 100만톤 이상을 생산하는 곳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황해도에서 농사가 망하면 군대들이 먹을 식량이 그만큼 줄어들 것으로 보입니다.

이원희: 북한 매체가 가뭄상황을 과장하는 듯한 보도를 하는 이유는 어디에 있다고 봐야 할까요?

정영: 북한의 이 같은 가뭄 선전은 국제사회의 지원을 노린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로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은 지난 18일 북한의 가뭄 상황이 악화될 경우 식량을 지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습니다. 지난 5월 31일 유엔의 북한 상주 조정관인 굴람 이사크자이는 “지난 해 북한 강수량이 최근 30년 동안 가장 적었다면서, 올 해에도 가뭄이 이어질 경우, 내년 식량 사정은 더 심각해 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중국도 북한에서 요청이 오면 지원을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고, 한국도 북한의 가뭄지원 요청이 오면 검토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습니다.

이원희: 외부사회에서는 북한의 식량난이 심각할 거다, 도와주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또 한쪽에서는 북한이 과장하고 있다는 반응도 내놓고 있는데요, 북한 매체가 과거 과장된 보도를 하면서 실제로 도움을 받아야 할 주민들에게 피해가 되는 것 같군요.

정영기자 오늘 수고했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다음 시간에 다시 뵙겠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