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민석: 북한에 계시는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한 주간 북한 선전매체의 보도 내용을 다시 한번 뒤집어 보는 ‘북한언론 뒤집어보기’ 시간입니다. 이 시간 진행에 최민석입니다. 오늘도 정영기자와 함께 합니다. 정영기자, 오늘 나눌 주제는 무엇입니까?
정영: 북한 노동신문 21일 자는 최근 ‘사회주의 바다향기’라는 제목의 정론에서 서해 수산물 대풍은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인민사랑의 기적’이라고 치켜세웠습니다. 물고기를 잡아 단백질 문제를 해결하려는 김 제1위원장이 물고기 잡이도 견격전, 속도전을 강조하면서 어민들을 내모는 바람에 바다에 나갔다가 남쪽으로 표류되는 사람들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래서 오늘 시간에는 왜 바다로 표류하는 북한 어민들이 왜 많아졌는지 원인을 알아보겠습니다.
최민석: 예, 김정은 제1위원장이 그토록 강조하는 ‘물고기 대풍’, 그 뒤에 숨은 얘기를 좀 해보겠습니다. 정영기자, 북한이 요즘 물고기 풍년을 유난히 강조하고 있지요? 구체적으로 어떻게 보도하고 있습니까,
정영: 지난 21일자 노동신문에는 장문의 정론이 실렸습니다. 노동신문 정론은 아무래도 북한 지도부의 의중이나, 정책 방향 같은 것을 싣는데요,
최민석: 아, 신문의 칼럼이나 사설과 다른가 보죠?
정영: 그렇습니다. 김정은 제1위원장이 “죽으나 사나 수산을 추켜세우겠다”고 말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김 제1위원장이 군대와 인민들의 먹는 문제를 해결하겠다, 특히 전국의 육아원 애육원 아이들과 양로원 보양생들에게 무조건 하루에 3백 그램씩 물고기를 먹이겠다고 공언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최민석: 우선 소나 돼지 같은 가축이 없으니까, 물고기로 때우겠다, 그런데 바다가 그렇게 만만하게 보이는가 보죠?
정영: 한반도는 세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지 않습니까, 그래서 제일 쉽게 다가갈 수 있는 곳이 물가인데요, 노동신문은 이 같은 김정은의 지시를 전하면서 서해와 동해바다에서 물고기 대풍이 이룩되고 있는 것은 김정은의 애민정신이 낳은 ‘기적’이라고 선전하고 있는 것입니다.
최민석: 김정은 제1위원장의 물고기 잡이 방침은 언제부터 기본적으로 시작됐습니까,
정영: 김정은의 ‘물고기 사랑’은 장성택 숙청 이후에 본격화 되었습니다. 장성택 숙청도 수산분야에서부터 시작되었지요. 김정은은 장성택 숙청 이후 수산기지들을 모두 군대에 넘기고 “이제부터 물고기를 잡아서 인민들이 먹는 문제를 풀어보라”고 방침을 내렸지요. 그리고 전국수산부문열성자 대회를 개최한다, 1월8일 수산사업소를 만든다고 하면서 수산부분에 대한 투자를 늘렸습니다. 이처럼 김정은의 물고기 사랑은 자기 딴의 고기해결 방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최민석: 그렇군요.
정영: 왜냐면 북한 노동신문에도 이런 글이 실렸습니다. 노동신문 정론은 “먹는 문제는 쌀과 고기의 해결문제이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최민석: 그러니까, 쌀과 고기만 있으면 해결이 된다, 그 말이네요.
정영: 이 구호는 김일성 주석이 내세운 이밥에 고깃국 문제인데요, 끝내 해결하지 못하고 가지 않았습니까, 김정일 국방위원장도 이 꿈을 실현하지 못하고 갔는데요, 이렇게 3대째 이밥에 고기국 숙원을 풀지 못하고 있습니다.
최민석: 이밥에 고깃국 먹는 것 진짜 그거 별거 아닌 문제인데요,
정영: 그래서 김 제1위원장은 육류를 생산하지 못할 바에는 바다의 물고기를 잡아서 때우겠다는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최민석: 그래서 소나 돼지가 안되면 생선으로 가자, 그래서 김정은이 바다로 눈길을 돌리고 있군요, 그런데 언젠가는 북한이 바다에 고기가 없다고 선전하지 않았습니까?
정영: 그런 적이 있었습니다. 바로 김정일 국방위원장 시절인데요, 북한 청취자 여러분들도 기억하실 겁니다. 80년대 텔레비전 화면을 보면 물고기 폭포가 쏟아지는 그런 장면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사람들이 90년대 그 장면을 보면서 “야, 저렇게 많던 물고기가 다 어디로 갔는가?”고 궁금해했습니다. 그러자, 북한에서는 “우리나라에 들어오던 물고기를 일본 놈들이 초음파를 쏴서 다 다른 데로 가게 했다”는 근거 없는 소문까지 돌기 시작했습니다. 간부들도 강연회에서 미국과 일본의 제재 등을 비난하면서 일본사람들이 그렇게 못되게 논다, 일본에 대해서 그렇게 욕하곤 했습니다. 그러면서 물고기가 폭포처럼 쏟아지는 텔레비전 화면도 슬그머니 없어졌습니다.
최민석: 북한에서 지도부의 세대가 바뀔 때마다 고기 해결 방법이 좀 다른 거 같지 않습니까?
정영: 원래 이밥에 고깃국을 먹게 해주겠다는 것이 북한 김일성 주석의 소원이었는데요, 그런데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그 구호를 이어 받아서 풀다 풀다 풀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습니다. 오히려 열대메기를 키우라고 지시해서 인민들만 죽도록 고생시켰지요.
최민석: 아니 열대메기 기르는 데 왜 고생합니까?
정영: 그 열대메기라는 게 양어장을 파고 거기에 물고기를 놔주어서 기르지 않습니까,
최민석: 그러니까 양어장을 파라고 했겠군요.
정영: 그러자 사람들이 비웃었습니다. “우리나라는 세면이 바다인데 왜 힘들게 열대메기 양어장을 파라고 하는가”라고요. 지금 그 양어장은 대부분 모기 서식장이 되었고, 일부는 쓰레기장이 되어 버렸습니다.
그런데 김정은 대에 들어와서 좀 달라졌습니다. 이밥에 고깃국 꿈을 실천해야 하는데, 쌀은 농사해서 생산하면 된다 치고, 고기는 육류가 없기 때문에 바닷고기로 대신해보자 이렇게 생각했다는 겁니다.
최민석: 아, 생선으로 때우자, 그래서 김정일 시대 때 사라졌던 물고기가 다시 돌아오고 있다고 또 선전하는 군요.
정영: 21일자 노동신문은 이렇게 주장했습니다. “결코 수산부문이 갑자기 조건이 좋아져서 이렇게 (물고기)불쑥 솟구친 것이 아니다”
최민석: 아니 왜 또 이렇게 정색한 자세로 나가는가요?
정영: 노동신문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적지 않은 사람들이 고난을 겪은 우리 바다에 더는 물고기가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오늘의 경사가 말해주듯이 동해에도 서해에도 물고기는 얼마든지 있다”고 부연 설명했습니다.
최민석: 결국 지도자가 어느 분야에 관심을 돌리는가에 따라서 관영매체들이 맞장구를 치고 있는데요, 그런데 북한의 어선들이 열악하지 않습니까,
정영: 그렇지요.
최민석: 특히 요즘 남한 해역까지 표류되어 떠내려오는 북한 배들이 많지 않습니까, 우리가 이전에도 북한의 수산장비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눴는데요, 어느 상황인지 설명을 좀 해주시죠.
정영: 북한의 어선들은 노후하고, 기름이 없어 고기를 못 잡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김정은 시대 들어 “바다로 나가라. 바다 나가서 물고기를 잡아가지고 들어오라”고 내몰다 보니까, 오랫동안 세워두었던 배를 가지고 나가거든요.
최민석: 아 그러니까, 유지보수를 하던 배가 아니라 세워두었던 배를 가지고요.
정영: 제가 90년대 말에 동해바다에 나갔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10톤~20톤짜리 배 밑에 섭조개가 10cm두께로 붙어있더라고요. (최민석: 와~) 그래서 왜 그걸 떼지 않냐고 물어보니까, 배의 속도가 떠지지 않는 가고 물으니까 만약 그걸 떼어내면 배에 구멍이 뚫어질 수 있다고 합니다.
최민석: 아, 그러니까, 배가 너무 낡고, 약해졌기 때문에 따개비를 떼면 구멍이 난다, 이건 열악한 정도가 아니라 폐선처리 해야 하는 상황이군요.
정영: 그런데 그 배를 끌고 나가다 보면 약한 암초 같은 것을 만나도 쪼개지게 되는 거예요.
최민석: 결국 그렇게 나갔다가 돌아온 사람들은 재수가 좋아서 돌아온 사람들이겠네요.
정영: 남쪽으로 표류되어 내려온 북한 어민들을 보면 3명이 함께 떠났다가 2명이 죽고 1명만 살아서 내려온 경우도 있었고요. 이들이 타고 내려온 전마선을 보면 2톤~3톤짜리, 많아서 10톤짜리 배를 타고 내려왔습니다.
최민석: 쪽배에다가 그냥 엔진만 올려놓은 겁니다.
정영: 이런 배가 파도 사나운 동해바다 수심이 몇 백 미터 되는 동해에서 맴돌다가 풍랑을 만나면 귀신 모르게 잘못되거든요. 울릉도와 독도 인근에서 표류하던 어민들을 보면 구사일생으로 살아난 사람들입니다. 남한 해역으로 들어오면 남한 해군 경비정이 발견하지 않습니까, 그러면 거기 올라가서 북한 어민들에게 물도 주고, 밥도 주고 이렇게 구조를 하는데, 이분들은 최소 2톤짜리 전마선을 타고 있었습니다.
한국 정부에서도 이들을 구원해가지고 “왜 이렇게 요즘 바다로 떠내려오는 어민들이 많냐?”고 물어보니까,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무조건 바다 나가서 물고기를 잡아오라, 식탁에 올려놓으라”고 시키고, 그것도 속도전 전격전으로 물고기를 잡으라고 시키니까, 어민들은 어쩔 수 없이 바다에 나갔다가 이렇게 떠내려온다는 겁니다.
최민석: 아, 요즘 남한 해역으로 표류해오던 북한 어선들이 많은 게 김정은 위원장이 내세운 물고기 잡이 속도전 때문에 생긴 거네요.
정영: 북한 노동신문 21일자도 물고기 잡이에서 희생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고 지적했는데요. “물고기를 담은 백수십㎏짜리 목통이 기울어져 떨어지는 순간 동지를 구원하고 희생된 어로공도 있고, 배의 추진기에 그물이 걸렸을 때 위험을 무릅쓰고 격랑 속에 뛰어 든 희생적인 훌륭한 인간들을 다 꼽자면 끝이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렇게 어로과정에 희생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은데요. 배만 노후한 게 아니라 바닷가에 나가면 가짜 기름을 파는 사람들이 많아요. 기름에 다른 물질을 섞어서 파는데, 이걸 ‘자력갱생 휘발유’라고 하는데, 이런 것을 넣었다가 발동이 꺼지거나 하면 표류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최민석: 남쪽으로 떠내려오는 사람들은 극히 일부이고, 재수가 좋은 사람들이라고 볼 수 있군요.
정영: 일부는 동해로 들어가기도 하지요.
최민석: 그렇군요. 김정은 시대에 와서는 인민들이 먹는 고기 문제를 물고기로 풀어 보겠다는 야심을 피력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물고기 욕심에 애매한 어민들만 칠성판을 등에 지고 날바다로 나가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 칠성판은 애매한 어민들이 질 게 아니라 당국이 져야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정영기자 수고했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다음시간에 또 뵙겠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